최임 개악, 결국 재벌에 이롭다
최임 개악, 결국 재벌에 이롭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한국의 임금 분포,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지자체·교육감 합동 선거가 끝이 났다. 웃는 정당과 후보도 있고, 우는 정당·후보도 있다. 치열하게 평가도 하고 대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안을 모색함에 있어 노동자·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빼놓을 수는 없는 법. 선거도 끝났으니 <인사이드 경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파고들어볼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데이터 마사지' 기사 보기
上 : 노동부의 최저임금 영향률이 기가 막혀
下 : 최임 개악, 사용자엔 '선물'...노동자엔 '괴물'

한국 노동자들의 비정상적인 임금 분포

아래 표 역시 최저임금법 개악 직후인 5월 29일,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자료에 등장한 것이다. 전체 노동자를 평균임금 기준으로 크게 5분위로 나눈 뒤,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영향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다만 맨 오른쪽 칸의 '영향률 차(%p)', 그리고 붉은색·푸른색 강조선과 설명박스는 필자가 추가한 것임.)

지난번에 언급한 것처럼 고용노동부는 듣도 보도 못한 '영향률 증감률'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더니, 임금수준이 높은 4분위와 5분위에서 증감률 수치가 높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백분율을 비교할 때에는 '차이'를 사용해야지 백분율 변화의 백분율을 따지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인사이드 경제>가 추가한 '영향률 차(%p)' 항목을 보면 각 분위별로 영향률이 1~3% 포인트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위 표에서 <인사이드 경제>의 눈길을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항목이 하나 있었다. 바로 분위별로 적시된 평균임금(왼편 붉은선 강조 부분)이다. 월 임금 평균 수치인데 1분위는 82만 원, 2분위는 147만 원, 3분위는 200만 원으로 조금씩 늘다가 4분위에서 286만 원으로 껑충 뛰더니, 5분위는 4분위의 2배인 무려 552만 원으로 솟아오르고 있다. 

이 이야기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 그렇다.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은 1~3분위 사이에 빽빽하게 몰려 있는 반면, 4~5분위와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임금의 전체 평균이 253만 원인 것을 봐도 그렇다. 보통 3분위 평균과 전체 평균이 비슷해야 정상인데, 오히려 4분위 평균치에 가까운 전체 평균이 나오지 않았는가.

비정규(!) 분포곡선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표를 토대로 한국 노동자 임금 분포를 추정해보자. 우선 연봉 2000만~3000만 원 사이에 노동자들이 최대로 밀집되어 있을 것이다. 월 250만 원이 연봉 3000만 원에 해당하는데 (3분위 평균임금 200만 원, 4분위 평균임금 286만 원임을 감안하면) 아마도 4분위에 속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연봉 3000만 원 미만에 대략 60~70%의 노동자들이 밀집되어 있을 것이라 볼 수 있다.

나머지 30~40%는 연봉 3000만 원 이상을 받고 있지만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지게 될 것이다. 전체 평균은 월 253만 원 가량의 임금을 받고 있는데, 이는 연봉 3000만 원과 거의 일치한다. 이 정보를 토대로 한국 노동자 임금 분포 그래프를 그려본다면, 아래 왼쪽으로 치우친 곡선(보라색)의 형태를 띨 것이다.


통계학에서 저 그림처럼 왼쪽으로 치우친 곡선을 얄궂게도 '비정규 분포곡선'이라 부른다. 반대로 좌우 대칭을 이루며 가운데 빈도가 밀집되며 전체 평균과 일치하는 곡선(푸른색)을 '정규 분포곡선'이라고 부른다.

자연계에서는 정규 분포곡선이 가장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물론 사회학에까지 그런 이치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임금분포의 경우, 오른쪽으로 치우친 비정규 분포곡선이 훨씬 바람직하다. 대부분 노동자들이 전체 평균치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점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이 경우 저임금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왼쪽으로 치우친 비정규 분포곡선이라니? 한국의 경우 정반대로 60~70%의 노동자들이 전체 평균치(연봉 3000만 원)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고임금이 매우 예외적인 현상임을 말해준다. 이런 경우에는 차선책으로 정규 분포곡선으로라도 이동하도록 제도와 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수단이었던 최저임금 제도를 망가뜨리다

정규 분포곡선으로 옮기려면 뭐가 필요할까? 우선 연봉 2000만~3000만 원에 몰려 있는 부분의 임금을 전반적으로 상승시켜야만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연봉 4000만~5000만에 걸린 노동자들 임금도 조금씩은 상승시켜야만 균형을 갖추게 된다. 지금까지 이런 기능을 해줬던 중요한 수단이 바로 최저임금 제도였다.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에 걸려 있는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그보다 위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쳐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경우 평균인상률이 각각 5%, 7.3%로 낮았다는 한계는 있을지언정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임금 노동자들이 혜택을 받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은 첫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16.4%로 대폭 올렸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권도 얘기하지 않았던 주장을 소리 높여 외친 것이다.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일정한 수준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최저임금 제도의 자연스런 순기능이었는데 이걸 죽여야 한다고 난리를 친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법을 개악시켜 산입범위를 대폭 넓혀버렸다.

그 결과가 몰고 올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다. 최저임금 제도가 갖고 있던 기능 중 하나를 완전히 죽여 버렸다. 한국의 임금 분포를 정규분포로 옮겨주는 기능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매우 제한적인 노동자 층(저임금 노동자들 중 상여금도 수당도 없는 소수)에게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니, 최저임금 제도는 이제 과거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저임금 노동자들 중에서 상여금과 수당을 조금이라도 받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제자리에 머물도록 만들어 버렸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이들의 임금은 전혀 오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 때문이니,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인가.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 분포는 위 그림의 붉은색처럼 훨씬 기형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연봉 2500만 미만의 노동자들 중 극히 일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인상 효과를 볼 것이다. 그러나 연봉 2500만~3000만 원을 받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전혀 오르지 않게 된다. 연봉 2000만~3000만 사이에 노동자들 밀집 정도는 훨씬 강해질 것이며 연봉 2500만 원에 거의 집중되고 말 것이다.

문재인의 최저임금법 개악, 누구에게 이로운가

아래 표는 SK그룹의 주력산업 중 하나인 유·무선 통신사업 관련 기업들의 기초 정보들이다. 모든 수치 정보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2017년 사업보고서에서 가져온 것이다. (홈&서비스는 지난해 SK브로드밴드가 기존에 설치·수리업무를 도급업체 중심으로 운영하다가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며 새롭게 만든 자회사이다.)

다만 홈&서비스 평균연봉 데이터는 아직 공시되지 않고 있어서 SK브로드밴드비정규지부에 문의한 것이다. (홈&서비스 소속 노동자들이 통신업계에서 종사한 근속은 대략 10년 안팎이나, 이러한 경력은 자회사 전환시 인정되지 않았다. 아울러 평균연봉 3000만 원도 너무 높게 본 것이라는 지부 측 의견이 있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일단 수치만 봐도 놀라자빠질 수준이다. SK텔레콤의 직원 수는 4498명인데 작년 평균 연봉 1억 600만 원을 기록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8800만 원에 달한다. 그런데 가장 많은 직원 수를 가진 홈&서비스 평균 연봉은 3000만 원에 불과하다. SK브로드밴드 인터넷 또는 IPTV를 설치·수리할 때 우리가 흔히 보는 바로 그 기사들이다. 그렇다. 전신주를 타다가, 혹은 고층 아파트에서 작업하다가 추락사가 다반사로 일어나는 고위험직군의 바로 그 기사들 말이다.


자본 구조를 살펴보면 위와 같다. SK브로드밴드는 100% 지분을 소유한 SK텔레콤의 자회사이며, 홈&서비스는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 그러니까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손자회사가 된다. 우리가 휴대폰 개통할 때 자주 찾는 위탁 대리점의 경우 SK텔레콤과 도급계약·위탁계약을 체결한다.

현재 SK텔레콤의 대리점 수는 대략 4000개 안팎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2~3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고 가정하면 종사하는 노동자 수는 약 1~2만 명에 달할 것이다. 이들의 임금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지만, 일반인의 상식에 비춰보면 최저임금 선에 해당할 것이다. 대략 연봉 2000만~2500만 원 사이에 모두 몰려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SK 통신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임금분포 곡선에 나타내면 위와 같아진다. 약 1~2만 명의 노동자들이 연봉 2000만~2500만 원 사이에 몰려 있다. 최상위 지배자인 SK텔레콤 노동자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연봉 1억을 기록하고 있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노동자들 역시 연봉 8800만 원으로 바로 옆에 위치한다. 그런데 손자회사인 홈&서비스 노동자들은 이들과 완전히 떨어져 있다.

우선 여기서 간단한 것부터 묻자. 한국 사회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그렇다. 대리점과 홈&서비스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높여서 SK텔레콤과 브로드밴드 노동자들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프로 보면 너무 명백한 얘기 아닌가.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무슨 짓을 했는가? 연봉 3000만 원을 받는 홈&서비스 노동자들이 너무 고임금이니 임금인상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대신 연봉 2500만 원이 안 되는 대리점 노동자들만 챙기면 된다고 주장한다. 대리점 노동자들을 위해 홈&서비스 노동자들이 양보해라, 연봉 2500 미만을 위해 연봉 3000만 원 받는 노동자들이 양보하라는 논리이다.

평균적인 상식을 갖고 있는 독자 여러분께서 한번 평가해 보시기 바란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홈&서비스 노동자들 임금까지 함께 올라가는 것이 우리 경제에 그토록 해악적인 일이었나? 게다가 <인사이드 경제>가 지금까지 입증해온 것처럼, 수많은 꼼수들이 동원되면 대리점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은 누구에게 이로울까? SK브로드밴드와 텔레콤 노동자들? 아니다. 이들도 임금 동결 압박을 강하게 받을 것이다. 결국 법 개악은 이 모든 먹이사슬의 최고 정점에 위치한 SK 자본과 재벌이다. 매년 1~2조의 영업이익을 내는 SK브로드밴드와 SK텔레콤 자본 말이다. 가장 많은 책임을 물어야 할 그들에게 이익을 보장해 주었다. 당장 개악 법안을 폐기하지 않는 한, 역사 속에서 문재인 정권은 이러한 평가를 벗어날 길을 찾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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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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