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 만난 후 '경제 구상' 달라졌다"
"김정은, 트럼프 만난 후 '경제 구상' 달라졌다"
[정세현의 정세토크] 김정은 3차 방중 의미는?
2018.06.22 09:55:46
"김정은, 트럼프 만난 후 '경제 구상' 달라졌다"
지난 19~20일(현지 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 중국에 방문했다. 지난 3월과 5월에 이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40일에 한 번 꼴로 중국에 방문하고 있는 셈인데,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렇게 잦아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3월, 5월의 방문과 이번 3차 방문은 목적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3월과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주요한 의제였지만, 이번에는 경제 건설 쪽으로 국가 발전 방향을 완전히 잡고 이를 위해 중국의 농업과학원과 교통지휘센터 등을 둘러봤다는 분석이다.

정 전 장관은 "이번에 수행원 면모를 보니까 박봉주 총리와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띄었다"며 "이들이 중국에 함께 갔다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북한은 스스로 천명했던 '사회주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서 어떤 것에 중점을 둘지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번 방중을 추진한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는 "북한이 중국을 찾아 경제 부문의 구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북미 정상회담이 무난히 마무리됐기 때문"이라며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보니 자신들이 비핵화 속도를 높여주면 북미 수교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중국을 벤치마킹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올해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이 유예된 것도 북한의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정도 미국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이 해소됐다고 판단한 북한이 경제 건설에 매진하려는 입장을 이번 방중에서 드러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과 중국의 잇따른 만남을 경계의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에 돈을 쓰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의 선택에 미국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곳은 중국 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기술 이전이나 투자 유치 등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측면이 있다"며 "트럼프가 북한에 지원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중국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방중한 측면이 있다. 돈은 내놓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이 시 주석 만난 거 가지고 삐지고 그러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21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 5월 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났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중국에 재차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한 대외 인사들뿐만 아니라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내각 총리인 박봉주까지 방중 대열에 합류했는데요. 이번에 김 위원장이 이렇게 많은 인사들을 이끌고 중국을 찾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 이번에 수행원 면모를 보니까 박봉주 총리와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이 중국에 함께 갔다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북한은 스스로 천명했던 '사회주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서 어떤 것에 중점을 둘지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번 방중을 추진한 것 같습니다.

우선 북한은 농업의 현대화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봉주 총리는 2002년 10월 북한의 경제 시찰단으로 남한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 그는 화학공업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농업과학원에 들렀는데요.

농업의 현대화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료가 중요합니다. 이건 화학공업 분야에 속하는데요. 이 부분이 농업 생산 증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화학 분야의 전문가인 박봉주가 농업과학원에서 이 부분을 관심있게 봤을 겁니다.

박태성 부위원장의 경우 공업의 현대화라는 측면에서 이번 방문에 함께한 것 같습니다. 그가 북한에서는 과학 분야를 주로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과학기술의 발전이 공업의 현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성공 사례를 유심히 관찰하려 했을 겁니다.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경우 국방의 현대화를 위해 방문한 것 같습니다. 중국은 병력을 감축하고 무기를 현대화하면서 군대를 바꾸고 군 자체를 현대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북한도 이런 측면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겁니다.

이와 함께 북한 대표단이 베이징 궤도교통 지휘 센터를 찾았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방문은 이 부분과 연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판문점 선언에서 언급한 '철도의 현대화'는 기존 철도의 침목이나 레일을 교체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KTX와 같은 고속철도를 구축하겠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일대일로' 사업을 한반도로 연결시키려면 북한의 철도가 현대화돼야 합니다. 실제 지난 5월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담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에서 신의주, 단둥까지 잇는 철도 사업을 검토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이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죠.

남한과 북한, 중국을 잇는 철도망을 현대화시키려면 중국이 북한에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도 베이징에 있는 지휘센터를 직접 가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할 겁니다.

실제 남북철도가 연결돼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국제열차가 개통된다면 수신호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전산화된 지휘 통제소가 있어야 많은 철도들이 오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교통 지휘 센터 방문은 필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철도는 곧 물류의 중요 요소입니다. 물류는 경제의 혈맥으로, 물류가 활성화돼야 경제라는 피가 돌 수 있습니다. 북한이 경제 발전에 핵심적인 요소인 물류 문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교통 지휘 센터를 찾은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북한이 중국을 찾아 경제 부문의 구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북미 정상회담이 무난히 마무리됐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보니 자신들이 비핵화 속도를 높여주면 북미 수교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국을 벤치마킹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정상회담 전,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대화를 통해 베트남식의 개혁개방을 암시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과 향후 북미 관계에 대한 확실한 전망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북미 수교가 늦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수교 전이라도 외국의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을 선호한 것입니다.

베트남은 1986년 이른바 '도이모이'(베트남판 개방·개혁) 정책을 추진했지만 정작 미국과 수교는 1995년에야 이뤄졌습니다. 물론 1986년 당시 미국과 베트남 관계가 좋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었고 적대성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베트남이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베트남이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가치를 생각했을 때 포섭할만한 이유가 충분했던 것이죠. 이러한 배경으로 양측은 일단 정치적인 수교는 나중에 하더라도 경제적인 화해‧협력을 먼저 추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베트남과는 좀 달랐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수교를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국 모델보다는 베트남 모델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해보니 북한의 기존 생각과는 다소 달랐던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부문에서, 예를 들어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이나 핵과 같은 무기들을 외부로 반출하거나 폐기시키는 것을 보여주면 미국이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좀 더 빠른 정치적 관계 개선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선 것 같습니다.

▲ 지난 12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올해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이 유예된 것도 북한의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미국의 군사훈련이 진행되면 북한도 여기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자본 유출이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자금을 경제로 돌리면 이것이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북한이 좀 더 과감하게 개혁개방 조치를 취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미국의 돈은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과 일본, 중국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이들 국가의 투자를 끌어들이려면 중국과 정치적 관계를 긴밀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게 최룡해‧리수용‧리용호 등이 이번 방중에 총출동한 배경으로 보입니다.

돈 안낸다는 트럼프,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프레시안 : 지난 3월과 5월에 열린 1,2차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주요한 의제였다면, 이번에는 북한 입장에서는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이 어느 정도 줄어들었으니, 이제는 경제 건설 쪽으로 국가 발전 방향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초점을 아예 경제 쪽으로 맞춘 것 같은데요.

하지만 여전히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는 살아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북한의 경제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요?

정세현 : 물론 여전히 제재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미 간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대북 제재를 강화한다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대호가 계속되면 제재는 명목상으로만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과 관련해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재를 강화할 명분도 없습니다.

또 유엔의 대북제재는 북중 국경지역에서 이미 사실상 뚫린 상태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중국에 찾아가 기왕 제재가 뚫렸는데 화끈하게 열자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제재를 폐기시키는 쪽으로 가기 위해서라도 북중 간 교류협력을 기정사실로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을 거구요. 중국과 이러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정상 간 만남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방중을 추진한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북한이 국제적 제재를 뚫을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들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중국 정도는 붙들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동안 좁았던 제재의 틈새를 훨씬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제재를 무력화시키려면 중국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북한이 이렇게 움직이면, 미국 입장에서는 불편하지 않을까요? 기껏 북한과 협상을 했는데 북한은 중국과 가까워지려고 하는 것을 보면 탐탁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정세현 : 그럴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통 크게 끌어안으려고 했던 전략적 의도는 북한으로부터 비핵화를 끌어내는 것과 함께, 북미 관계를 개선하면 동북아 국제정치의 헤게모니를 쥘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즉 북미 관계를 개선하면 북중 관계가 약화될 것이고, 이는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의 발언권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헤게모니를 강화시키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죠.

이같은 미국의 속셈을 중국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이 가까워지는 것이 불안할 겁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중국의 불안함을 상쇄시켜주기 위해 중국에 방문해야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배경 하에 처음부터 중국을 끌어들이는 판을 짜려고 중국 방문을 결정했을 겁니다.

▲ 19일(현지 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950~60년대 소련과 중국이 갈등을 벌이던 시기에 양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지원을 받아 내는 외교를 펼쳤습니다. 당시 실무자가 지금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입니다. 등거리 외교 현장을 뛰었던 실무자였죠. 그러니까 김영남이 김정은에게 예전에도 큰 나라 속에서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국가들을 활용했다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를 왔다갔다 해야 한다고 조언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돈을 쓰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지원을 받아서 개혁개방의 속도를 높이려면 사전에 관계를 돈독히 만들어놓아야 합니다.

미국으로부터 안보와 관련해 좋은 사인을 받은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곳은 중국 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기술 이전이나 투자 유치 등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방중은 미국이 마냥 기분나쁘게 생각할만한 사안은 아닙니다. 트럼프가 지원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중국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 간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돈은 내놓지 않겠다고 하면서 김 위원장이 시 주석 만난 거 가지고 삐지고 그러면 안됩니다.

프레시안 : 현 국면에서는 일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언제 어떻게 실현되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정세현 : 아마 북미 양측이 물밑에서 밀고 당기는 외교전을 벌이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만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폼페이오 장관은 아마도 그걸 촉구하기 위해서 북한에 갈 것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종전선언에 미북 불가침 조약까지만 나와도 나쁘지 않은 결과인데, 이걸 이끌어 내려면 북한이 ICBM 처리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

프레시안 : 정상회담 이후 북미 양측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과 미군 유해 송환 등을 교환하고 있는데요. 미군 유해 송환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하지 않을 정도로 미국에 매력적인 카드인지를 두고 의구심을 표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정세현 : 그런데 미국 정부한테는 상당히 큰 선물일 겁니다.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라 별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지난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 합의가 체결된 이후 미국이 북한에 직접 들어가서 유해를 발굴해 나오면서 이미 상당히 많이 가져가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부시 정부 때 들어와서 중단됐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북한 어디에 미군 유해가 많은지 미국은 기록해 놓았을 것입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 별도의 협상을 추가로 할 수도 있지만요.

북한, 일본과 협상에서 최대한 몸값 높일 것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북일 정상 회담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북한과 일본의 당국자들이 몽골에서 접촉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정세현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보다는 일제 강점기 당시 배상금 문제에 집중할 겁니다. 그래서 북한은 일본이 더 안달을 낼 때까지 이 상황을 끌고 갈 것으로 보입니다. 배상금 액수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지난 1965년 한일 기본 조약을 통해 배상금 문제를 매듭지어버렸습니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미국에 돈을 좀 빌려달라고 했는데, 미국은 돈이 급하면 일본에게 받아 쓰라고 했죠. 주겠다는 곳이 있는데 왜 안받냐면서, 정상회담해서 빨리 식민지 배상 문제를 끝내라는 식이었습니다.

당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는데 종잣돈이 없어서 실행하기가 어려웠던 한국은 결국 일본으로부터 무상원조 3억 달러, 경제협력이라는 명목으로 재정차관 2억 달러를 얻어내는데 그쳤습니다. 일본이 우리의 약점을 노리고 배상 금액을 이른바 '후려 친'셈이죠.

일본은 북한에도 당시 남한에게 지급한 액수 이상으로는 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배상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면 납치 문제도 해결해주겠다면서 대일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협상 과정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시켜 놓아야 합니다. 북한이 일본에 "우리는 돈 몇 푼에 용서하고 지나갈 수 없다"고 말하면서 많은 배상금을 받으려면 중국과 경제협력을 보장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되면 일본도 마냥 금액을 낮출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프레시안 : 이런 와중에 중국은 올해 12월 베이징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한 번 더 열자고 제안했습니다. 중국이 이러한 제안을 하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 대북 적대관계를 전제로 한 동북아 국가들 간의 관계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자신들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이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 미국이 적대관계에서 벗어나면 한국의 대북정책이 적대적인 방향으로 갈 수 없습니다. 또 북한이 계속 중국과 밀착하고 있을 수만도 없습니다. 즉 북중 관계가 북미 관계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이러한 동북아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중국이 자신들의 입지를 높이려면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서 자신들이 주도하는 외교 판을 짜야 합니다.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한중일 협력이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정상회담 카드를 다시 꺼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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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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