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명 중 1명의 힘을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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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수정 정의당 비례대표 서울시의원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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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당선자. 8년 만에 당선된 진보정당 소속 서울시의원. 24년 경력의 현직 항공사 승무원. 아시아나 항공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여성 승무원들이 바지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만든 당사자. 권수정 당선인에게 쏟아지는 관심의 이유다.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20일 만난 권수정 당선인은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이라서 선거 전에도 당선을 예상했지만 "막상 당선되고 보니, 어깨가 무겁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서울 시의원 110명 중 102명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고, 나머지 6명이 자유한국당, 1명이 바른미래당이다. 권 당선자는 유일한 진보정당 소속 의원이다.

"'서울시의회 유일 진보정당 의원'이라고 하면, 얼마나 외로울까 싶다가도 또 못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나름 야전에서 단련된 사람이다. 아시아나항공 1만여 직원들에게 왕따를 당했을 때도 버텼다. 스스로 강단(剛斷)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각오를 다지는 권 당선자가 집중하고 싶은 일은 '여성 노동' 관련 입법이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민주노총 공공연맹(현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위원장,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 조례를 1호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정의당답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또 서울지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명 중 4명은 최저임금(2017년 최저임금인 시급 6470원 기준)도 못 받고 있다. 이를 보완할 방법도 찾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을 1명도 배출하지 못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정의당 상황에서도 권수정 당선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 정치가 향하는 곳은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이어야 한다. 그건 진보정당이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정의당 서울시의원 권수정이 해야 할 일이다."

다음은 권 당선자 인터뷰 전문이다.

▲ 권수정 정의당 비례대표 서울시의원 당선인. ⓒ프레시안(최형락)


당선 예상했으나 막상 당선되니 어깨가 무겁다

프레시안 : 정의당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의회 의원이 됐다. 당선을 예상했나?

권수정 : 지난 대선 이후 정의당 지지율이 오름세였기 때문에 당에서도 '비례대표 후보 1번'에 대한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스스로도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거운동을 했다. 그런데도 막상 당선되고 보니, 어깨가 무겁다. 


(2017년 5.9 대선 당시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은 6.17%(201만7458표)였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8.97%(226만7690표)의 정당 득표율을 얻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편집자)

프레시안 : 항공사 승무원 출신 시의원이라는 것 또한 화제다.

권수정 : 직업에 대한 환상 또는 왜곡 덕분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겠지만.(웃음) 당선됐다는 기쁨은 잠시고, 작은 실수 하나까지도 주목받겠구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프레시안 : 정의당이 야당 중 유일하게 선전했지만, 당초 목표였던 두 자릿수에는 미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싹쓸이'라는 선거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외에도 2인 선거구라는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구의원 선거의 경우, 2인 선거구는 111개, 3인 선거구는 49개였다. 지난해 마련된 선거구 초안에는 4인 선거구 35개가 있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합의로 없어졌다. 인천, 경기, 부산에도 4인 선거구는 없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당 후보는 당선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편집자)

권수정 : 전국 25개 지역에서 241명의 정의당 후보가 출마해 총 37명(광역 비례대표 10명, 광역 지역구 1명, 기초 비례대표 9명, 기초 지역구 17명)이 당선됐다. 정의당 같은 소수정당이, 특히 지역에서 선거를 치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다. 하지만 진보 정치를 경험한 유권자라면 향후 선거에서 후보 한 명, 한 명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1당 독주' 가능한 서울시의회 구조, 유일한 진보정당 의원


프레시안 : 서울시의회의 경우, 2006년 5.31 지방선거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총 110석 중 현재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102석을 차지했는데, 12년 전 당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도 102석을 얻었다. 개혁이 불가능한, 부패가 필연적인 구조다. 소수정당의 감시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6.13 지방선거 결과 서울시의회는 민주당 102석(지역구 97, 비례대표 5), 한국당 6석(지역구 3, 비례대표 3), 바른미래당 1석(비례대표 1), 정의당 1석(비례대표 1)이다. 남성은 84명이며, 여성이 26명이다. 이중 초선의원은 83명, 재선의원 15명, 3선의원 11명, 5선의원 1명이다. 편집자)

권수정 : 그렇다. '1당 독주'가 가능한 구조다. 야당 의석을 전부 합해도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10석이 안 된다. 하지만 시의원의 80%가 초선으로, 세대교체가 많이 됐다. 분명 다른 목소리를 내는 그룹이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이들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서울시의회 유일 진보정당 의원'이라고 하면, 얼마나 외로울까 싶다가도 또 못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나름 야전에서 단련된 사람이다. 아시아나항공 1만여 직원들에게 왕따를 당했을 때도 버텼다. 스스로 강단(剛斷)이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프레시안 : 정치인 권수정 입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여성'이고 노동'일 것 같다. 서울시의원으로 '여성 노동' 문제에 대한 구상이 있는지.  


권수정 : '성별임금격차 해소' 조례를 1호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정의당답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또 서울지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명 중 4명은 최저임금(2017년 최저임금인 시급 6470원 기준)도 못 받고 있다. 이를 보완할 방법도 찾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 선거에서 '유니온 시티 서울'을 표방하며 '노조의 권리 보장'을 약속했다. 노동 문제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서울시와 협력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박삼구, 지금은 안 오지만 

프레시안 : 노조위원장 시절 바지 유니폼도 입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니지만,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권수정 :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몰락 위기로 몰고 간 박삼구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2010년부터 3년 동안 노조위원장을 했다. '박삼구 물러가라'라는 싸움은 노조 활동 중 파이팅을 위해 선택적으로 한 것이지만, 바지 복장 도입은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용모와 복장을 제약 받다 보니, 자기주장조차 낼 수 없는 획일화된 사람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추진한 일이다. 입사 후 3개월 동안은 '노(NO)'라는 말을 못 하게 교육받는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하게 재탄생 시켜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사고도 제한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지난 2월 '아시아나 여승무원은 박삼구 회장 기쁨조'라는 기사가 온라인을 달궜다. '아시아나 미투', 지금은 어떤가. 

권수정 : 박삼구 회장이 안 온다. 안 오고 안 보이니, 그런 일이 없어졌다. 영영 안 오지는 않겠지만…. 지금쯤 눈치 보고 있을 것 같다.(웃음) 박삼구 회장의 성희롱과 갑질, 2010년 노조 활동을 할 때도 문제 삼았다. 그때는 주목을 못 받았지만, 올 초 서지현 검사 미투 이후 '아시아나 미투' 사례로 보도되면서 환기됐다. 


프레시안 : 한진그룹 조 씨 일가 갑질에 비하면,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태'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문제, 어떻게 보고 있나. 

권수정 :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촛불집회도 하고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외부 동력이 없는 상태다. 가면을 쓰고 나왔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용기 있는 행동이다. 반면, 희생 없는 싸움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조를 못 이끌어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조 씨 일가가 적은 지분에도 계열사를 통해 대한항공을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재벌구조 문제를 다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또 한진그룹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 이유가 뭘까? 겨우내 촛불을 들고 분개했던 이유는 반칙, 불합리, 불공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진 사태뿐 아니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석방과 강원랜드 채용 비리 및 국회 채용동의안 부결 등을 보면 현 정부가 사태를 바로잡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 6.13 지방선거 정의당 유세 모습. 권수정 서울시의원 후보(가운데) 왼쪽으로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 김종민 서울시장 후보가 자리해 있다. ⓒ권수정 페이스북


성별임금격차 해소 등 여성 노동 문제에 집중하고 싶다

프레시안 : 처음 '정치를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권수정 : 어느 순간 이 세계에 들어오긴 했는데, 그 이전도 뭐랄까 매번 싸우던 사람이었다(웃음)

2005년 12월 광화문광장에서 노무현 정부 비정규직보호법 반대 시위를 하다 물대포를 맞아 머리가 꽁꽁 얼었다. 결혼 전이었는데, 지금의 남편이 데리러 와서는 처음에 한마디도 안 하더라. 그러더니 "이런 꼴 하고 다니려고"라며 화를 내길래, "싫으면 헤어지자"고 했다.(웃음)

이번에 남편에게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했더니, "왜 그 험난한 길로 들어가려고 하느냐?"며 역시 반대했다. 2005년에도 했던 말인데, "이걸 하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아. 그래서 해 볼란다"라고 했다. 결국 두 손 들더라. 남편은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면서도 또 걱정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다. 


프레시안 : '여성 정치인'이란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의 걱정은 너무 당연하다.

권수정 : 그렇다. 사실 정치 참여가 가능했던 건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주말 부부이기 때문이다. 이 사회가 요구하는 슈퍼우먼의 조건이 아니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이 참 착잡하다.

아이를 갖지 않기도 한 이유는 동료 승무원들의 삶과 딸로 어머니의 삶을 봤기 때문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비행 후 잠 한숨 못 자 빨개진 눈으로 맡겨놓은 아이를 찾으러 가는 모습을 보면서 겁도 나고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될 수 없는 걸까?'라는 한탄이 나오는 박카스 TV 광고를 인상 깊게 봤다. 엄마의 과정을 겪지는 않았지만, 동료들이 남은 법정 육아휴직을 쓰기 위해서 상사에게 사정하는 그런 부조리와 불합리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프레시안 : 어머니 세대가 그 모든 일을 참고 견뎌왔다면, 권수정 당선인 같은 40대는 그런 희생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2030대는 지금 온몸으로 싸우고 있고. 

권수정 : 맞다. 지금의 싸움이 있기까지 윗세대가 아랫세대에게 보여준 과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 정치인은 전 세대를 끌어안아야 하는 일이라, 몇 배는 더 힘들 것 같다.(웃음) 




프레시안 :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를 보면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권수정 : 젊은 여성들의 '욕망의 대변자'라는 생각을 했다. '페미니스트'이라는 단어 하나로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용기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고, 나도 공감했다. 

프레시안 : 지난 대선 때는 정의당 심상 후보가 여성들의 욕망을 대변했다. 

권수정 : 그렇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당이 그 욕망을 끌어안지 못했다. 신지예 후보가 바로 그 점을 대신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권수정 : 몸의 중심이 아픈 곳으로 오듯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향하는 곳은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이어야 한다. 그건 진보정당이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정의당 서울시의원 권수정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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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방송국과 길거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금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기자' 명함 들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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