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는 기초연금', 文 정부는 왜 방치하나?
'줬다 뺏는 기초연금', 文 정부는 왜 방치하나?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빈곤 노인들이 청와대까지 행진한 이유
'줬다 뺏는 기초연금', 文 정부는 왜 방치하나?

지난 화요일(3일), 약 70명의 빈곤 노인들이 경복궁역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이 손에 든 양산에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한글자씩 적혀 있었다. 2014년부터 기초연금이 도입된 7월이면, 청와대 앞에서 도끼상소를 벌여왔는데 이번엔 거리 행진까지 나선 것이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약 40만 명의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들이 매달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지만 다음달 생계급여에서 기초연금액만큼 삭감당하는 일을 가리킨다. 9월부터 기초연금이 25만 원으로 올라도 생계급여에서 인상액만큼 다시 줄어드니, 기초수급 노인에게는 최종 급여가 그대로다. 대신 차상위 이상 노인은 기초연금만큼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니 빈곤노인에게 박탈감뿐만 아니라 '역진적 격차'까지 안겨준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건 생계급여를 계산하는 기준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소득인정액에 기초연금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빈곤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시켜 생계급여와 별도로 기초연금을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는 법 개정 사항이 아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의 소득인정액 조항만 손보면 된다. 대통령이 결단하면 가능하다. 빈곤 노인들이 매년 청와대 앞으로 나서는 이유이다.


▲ 청와대까지 거리행진에 나선 빈곤 노인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총선 공약을 어기는 더불어민주당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선거 공약집에 담았다. 하지만 국회가 개원해도 진전은 없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현재 충남도지사)은 자신을 방문한 빈곤노인들에게, '박근혜 정부가 꿈쩍도 안한다. 법을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가 소수당이어서 어쩔수 없다'며 뒤로 물러섰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 이제 행정부의 의지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해결하면 된다. 최근 하위계층 소득 감소가 발표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저소득층의 소득분배 악화는 아픈 지점"이라 말했다. 저소득층 핵심이 비근로 노인가구이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전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보건복지부와 캠프에 참여한 학자는 '보충성 원리'를 내세우며 현행 방식을 옹호한다.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는 '포용적 복지국가', 아마도 가장 어려운 사람까지 포용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과연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외면하면서 포용적이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 있는가?

공공부조의 보충성 원리에 따라 불가피하다?

보건복지부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옹호하는 핵심 근거는 '보충성 원리'이다. 공공부조는 정부가 정한 일정 소득기준(중위소득 30%)에 부족한 금액을 보충해주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빈곤 노인들도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만큼을 생계급여에서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기초연금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이후에 도입되었다는 점을 간과한 논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자리 잡은 이후 기초연금이 도입되었기에, 현행처럼 기초수급 노인을 기초연금 혜택에서 배제하면 기초연금만큼 일반 노인과 가처분소득에서 격차가 발생한다. 가장 가난한 노인의 가처분소득은 그대로이고 차상위 이상 노인의 가처분소득은 계속 오른다. 이 문제를 방치하고 '보충성 원리'를 기계적으로 고집하는 건 탁상공론식 행정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줬다 뺏는 기초연금'

현재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다. 작년 11월 기초수급 노인 99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접수해 양측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단계에 와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보장하면 수급 노인과 차상위 노인 사이 소득 격차가 커질 것이라 주장했다. 빈곤 노인들이 '줬다 뺏는 기초연금'으로 인해 수급 노인과 차상위 이상 노인에서 역진적 격차가 생긴다는 주장과 정반대의 의견이다. 그만큼 평등권·형평성 주제는 이번 논란의 핵심 사안이다.

차상위 노인이 수급 노인보다 소득이 적은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

2017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결과 수급 노인가구와 부양의무자 기준 관계로 수급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노인가구의 소득이 적은 경우가 발생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는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30% 이하인 가구에 지급된다. 이 때 소득인정액 계산에는 소득, 재산, 부양의무자 등이 모두 종합된다. 현금소득만으로 생활 수준을 평가하는 게 협소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소득인정액으로 수급 자격을 판단하고 생계급여도 이 기준으로 계산된다. 이러한 소득인정액 방식에서는 실제 소득은 빈약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가공의 소득이 잡혀 수급에서 탈락한 차상위 노인의 경우가 존재한다.

이처럼 기초생활보장제도 소득인정액에는 재산의 소득환산, 부양의무자 기준 등 실제 소득이 아니라 가공의 소득도 포함돼 있다.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현행 소득인정액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나도 현행 소득인정액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재산의 소득환산은 과도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하는 게 옳다. 그렇게 되면 보건복지부가 제기하는 소득 격차 문제가 해소될 것이다. 즉, 이 문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소득인정액 제도를 개혁해야 할 과제로서 기초연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보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보장하면 비수급 노인이 더 불리해진다?

더 나아가 보건복지부는 기초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보장하면 차상위 노인과 소득격차가 더 커진다고 주장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논리이다.

기초연금은 70% 이하 노인에게 제공된다. 따라서 수급 노인, 차상위 이상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면 현재의 소득구조에서 모두 기초연금만큼 가처분소득이 증가한다. 두 집단의 가처분소득이 기초연금만큼 동일하게 증가하는데 왜 격차가 생기는가?

오히려 실제는 거꾸로이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으로 인해 기초생활 수급 노인과 차상위 이상 노인 사이에 기초연금만큼 가처분소득 격차가 생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기초연금이 오를수록 그 격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기초연금 도입에 따라 가장 가난한 노인의 소득은 그대로이고 그 위 계층의 소득은 늘어나는 ‘역진적 격차’가 발생한다. 노인복지 정책이 오히려 형평성 문제를 낳는 것이다.

현재 절박한 지원 대상은 비수급 빈곤층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강조하는 반대 논리도 어이가 없다. 지금은 기초생활보장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에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며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엔 눈을 감는다.

물론 현재 많은 비수급 빈곤층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사실상 가난함에도 기초생활 수급에서 탈락하는 사각지대를 개선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비합리적인 부양의무제, 재산의 소득환산 등에 의해 초래된 문제이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기초연금 도입 이전부터 존재하는 문제이다.

기초수급 노인의 '줬다 뺏는 기초연금'과 비수급 빈곤층의 사각지대는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과제가 아니다. 둘 다 절박한 과제이다. 특히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비수급 빈곤 노인보다는 일반 노인과의 형평성이 논점이다. 비수급 빈곤층 지원을 이유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방치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생계급여의 인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사회분과장으로 활동했던 김연명 교수는 말한다. 이 문제는 생계급여를 올려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물론 생계급여를 기초연금만큼 인상하면 '보충성 원리'에서도 기초수급 노인의 현금급여가 보장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는 생계급여 인상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자연증가분 외에 생계급여 인상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다. 앞으로도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30%로 고정돼 있다. 그 결과 2018년에도 1인가구 평균 생계급여는 26.4만 원에서 26.8만 원으로 1.16%, 약 4000원 인상에 그친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현재진행인 문제이다. 이번 달에도 수급 노인은 기초연금을 받았다 다시 내놓는다. 우리 사회 가장 가난한 어르신들이 빈궁함에 박탈감까지 느끼고 있다. 9월에 기초연금이 25만 원으로 오르면 그 강도는 커질 것이다. 혹 생계급여 인상안을 추진하더라도 이 방안이 현실화되기 이전까지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해결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 2017년 7월, 청와대 앞에서 도끼상소를 벌인 빈곤노인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국회입법조사처, 국회예산정책처도 해결 촉구

국회입법조사처는 <2014 국정감사 정책자료>에서 "소득불균형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지급되는 각종 공적이전소득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라 하더라도 추가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소득인정액 산출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16년 발간한 <기초연금제도 평가> 보고서에서 "기초연금 도입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 노인의 실질적인 수급액 증가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 일부만 소득으로 인정하는 방식을 통해 재정부담은 줄이면서 얼마간의 극빈층 노인에 대한 소득증가를 꾀할 수 있다"는 조정 안을 내기도 했다.

이제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하자. '포용적 복지국가'를 말하는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9월 기초연금이 25만 원으로 오르기 전에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해 우리 사회 가장 가난한 노인들도 기초연금을 누리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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