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기자'가 쓴 부동산 기사, 믿습니까?
'강남 기자'가 쓴 부동산 기사, 믿습니까?
[민언련 포럼] "부동산 보도, 더 나빠질 것이다"
'강남 기자'가 쓴 부동산 기사, 믿습니까?
현재 조중동을 비롯한 주요 일간지들과 경제지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강남', '세금폭탄', '재건축', '거래 절벽' 등의 단어들을 동원한 부동산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사를 작성하는 일선 기자들은 과연 자신의 양심에 따라 부동산 관련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일까? 독자들은 현재의 부동산 뉴스를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9일 '부동산 보도, 기사인가 광고인가?'를 주제로 서울 마포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교육공간 '말'에서 열린 민언련 포럼에서 발제자들은 입을 모아 이러한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참여정부 세금 폭탄론', 그 이면에 부동산 광고가 있다? 

종부세 논쟁이 불거진 2006년에도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주류 언론은 사설과 칼럼으로 연일 '세금폭탄론'을 부각하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토지정의시민연대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006년 1월부터 11월까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사설과 칼럼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세 신문의 부동산 관련 사설과 칼럼의 절반가량이 '보유세=세금폭탄론'을 주장했다. 반면 '공급확대' '규제완화' 외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책 대안 제시는 없었다.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은 당시 조중동의 부동산 여론 왜곡 보도에 특유의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세금폭탄' 같은 악의적 용어를 만들고 '공급확대론'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해 줄 학자나 전문가 의견을 지면에 배치한다. △기사를 접하고 불안해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논조로 빠짐없이 보도'한다. △세 신문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정치권 인사의 법안 발의와 주장을 받아 기사화한다. △선거 결과를 빌미로 여당에 '시장을 존중하라'고 격려한다. △이런 메시지에 힘입어 부동산시장이 다시 요동치면 '자신들의 말이 맞았다'며 정부를 공격한다. △정부가 여론을 수용해 공급확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장이 더 요동치면 태연하게 '버블 붕괴'를 걱정하는 기사를 내보낸다. 

그렇다면 조중동은 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왜곡과 비방을 쏟아냈을까? 이 사무처장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미디어의 주요 매출 중 하나가 부동산 광고 매출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 지적했다. 언론이 광고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05년 민언련의 <주요 일간지 '부동산 광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중동 전체 광고지면에서 부동산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광고의 5분의 1을 넘어섰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부동산 광고 비율은 조중동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사무처장은 "참여정부가 끝난 뒤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당시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데 공을 세운 미디어들의 보도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며 "올바른 부동산 철학에 입각해 사실 보도와 해설을 하는 미디어의 존재와 저질 미디어에 현혹되지 않는 각성된 시민의 존재가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보수언론 '보유세 집착',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반복'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러한 보도 양상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채 교수팀이 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에 대한 주요 일간지의 보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은 여전히 '보유세' 문제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채 교수는 "특히 8·2 대책에는 보유세 관련 정책이 빠져있음에도, 언론사가 가진 고유의 정치‧경제적 관심사를 억지로 연결해 보도한 것"이라 평가했다.

채 교수는 각 언론사의 '정파성' 역시 부동산 보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라 지적했다. 실제 경제지는 '강남 3구의 이슈'인 초과이익환수제에, 종합지는 보유세 문제에 보다 주목했다. 또한 한겨레에 비해 경향신문은 다소 중립적이거나 보수적인 분석과 태도 프레임을 보였고, 한국경제에 비해 매일경제가 좀 더 조심스러운 보도를 내놓았다. 유사 매체 사이에서도 보도 방식이 달랐던 것이다. 

채 교수는 부동산 보도 속 익명 취재원 비중이 40%에 달한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익명 취재원을 앞세운 기사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자본과 시장의 반응'을 중요시하는 취재‧보도 양상 역시 문제점으로 꼽았다. 8·2부동산 대책 관련 보도 내 정보원 분포 확인 결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자본과 시장의 반응이 취재와 보도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시민과 정치 주체의 반응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채 교수는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으로 정치가 개입이 되어야 하는 사안임에도, 보도에서 정치 주체의 목소리나 정책의 주요 대상자들의 목소리가 덜 반영되고 있다"며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지적했다.  

사적 이익 앞에 무너진 언론 윤리 

일선 기자들이 언론사와 언론사 간부의 사적 이익에 복무하는 '홍보맨'으로 전락하면서 광고성 부동산 보도가 범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이런 현실을 "강남 아파트 사는 편집간부가 강북 원룸 사는 신입기자에게 강남 아파트 규제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게 하는 구조"라고 규정했다.

최 기자가 인용한 뉴스타파 <기자와 부동산> 보도에 따르면 관훈클럽 회원수첩에 자택 주소가 입력되어 있는 949명 가운데 서울 거주자 700중 43.6%가 강남 3구에 거주했다. 반면 금천구에 거주하는 관훈클럽 회원은 단 한명도 없었고, 강북구 등에는 중견기자들이 거의 살지 않았다. 전‧현직 편집 간부들의 주택 역시 강남, 서초, 송파구에 집중됐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소유한 45% 중 대부분이 강남 3구 재건축 대상 아파트 소유자였다. 

광고주는 '기사 같은 광고'를 요구하고, 언론사는 하이브리드사업 전략을 운운하며 '부동산 기사와 광고, 강좌 등 부대사업 판매'에 나서며 '포털만도 못한 윤리'로 부동산과 건설업계의 이익을 부양하는 사이, 일선 기자는 협찬과 포럼, 세미나 티켓을 파는 영업사원이 되어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부동산 관련 기사를 작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 기자는 "금융기관을 향해 애널리스트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며 기업윤리를 강조해 온 언론사가 스스로는 이런 원칙을 수십년간 무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선 기자는 짧은 시간 많은 기사를 쓰도록 강요받으며 '완벽하게 갇혀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기자는 "클릭수를 계속 강조하는 인터넷 보도 양상과 언론사 재정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이런 기사들이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기자들 스스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은 없나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타파할 방법은 없을까? 발제자들은 한목소리로 '업계의 현실을 알리는 소비자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경영 기자는 "결국 '당신이 소비하는 기사는 광고다. 업계가 이렇게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 알려, 이런 기사를 쓰는 매체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행태를 반복하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업계의 자정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태경 처장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카테고리를 정해서 정기적으로 객관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태를 폭로하는 작업, 사실관계를 축적해 공표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채영길 교수는 결국 언론이 '부동산 뉴스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부동산 소유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수많은 서민들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보도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일상적 부동산 보도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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