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페미니스트, 추근을 아십니까?
청나라 페미니스트, 추근을 아십니까?
[최재천의 책갈피] <중국사가 낳은 천재들>
"백인 놈들 서쪽에서 와 경종 울리니/중국인들 화들짝 노예의 꿈에서 깨어났네./주인께서 나에게 황금 칼을 주시니/이를 얻은 내 마음 영웅의 기개 넘쳐난다(白鬼西來做警鐘, 漢人驚破奴才夢. 主人贈我金錯刀, 我今得此心雄豪)." (〈보도가(寶刀歌)〉)

청나라 말기 혁명가이자 페미니스트였던 추근(秋瑾)의 노래다. 추근은 소녀 시절부터 말 타기와 무술을 익혔다. 22살 때 부모의 뜻에 따라 부잣집 아들과 결혼했다. 남편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허랑방탕한 위인이었다. 추근은 베이징으로 이사한 후로는 남장을 즐겨 하는 신념의 페미니스트였다. 1904년, 여덟 살 난 아들은 남겨두고, 두 살 난 딸을 데리고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1906년, 귀국 후에는 군사 봉기를 준비했다. 계획은 발각됐고, 체포된 다음 날 새벽녘 처형됐다. 그녀의 절명시다. "가을바람 가을비, 사람을 시름겹게 하는구나(秋風秋雨, 使人愁殺)!" 33세의 나이였다.

일본의 이와나미쇼텐은 1913년 도쿄 서점가 진보초의 고서점으로 출발했다. 1938년부터는 기획총서로 '이와나미 신서'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낸 신서만 약 3000종. 우리 출판사가 엄선해 2015년부터 '이와나미문고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29권을 국내에 소개했다.

그중 하나가 <중국사가 낳은 천재들>(이나미 리쓰코 지음, AK커뮤니케이션즈 펴냄). 중국사의 특별한 인물 56인의 궤적을 쫓았다. 현실감 있게 소개하기 위해 각 인물의 짧은 전기 뒤에 직접 지은 시문 등을 함께 실었다.

명나라 말에서 청나라 초에 걸쳐 강남을 무대로 활약했던 유여시(柳如是)라는 기녀 출신 문인이 있었다. 첫사랑과 헤어진 후 기적에서 이름을 빼고 직접 그린 서화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며 강남 각지를 주유했다. 자유로운 여성 문인이 된 것이다. 그동안 그녀는 즐겨 남장을 했고 검술도 익혔다. 다시 사랑을 시작했지만, 동거인은 세상을 떠나고 유산에 눈독을 들였다는 모함을 받자 결백을 호소하기 위해 목을 매 죽고 만다. 그녀의 나이 47세였다. 첫사랑과의 이별을 노래한 사(詞)가 남았다.

"그 사람이 떠났네./떠난 뒤로 자꾸 꿈에 보이네./예전에 만났을 땐 하고픈 말 다 못 했거니/이제야 소원해진 인연을 남몰래 후회하네./꿈속에서나 즐거움에 젖어 볼 수밖에(人去也, 人去夢偏多. 憶昔見時多不語, 而今偸悔更生疏. 夢裏自颧娛.)." (<몽강남(夢江南)·회인(懷人)>)

우리가 몰랐던 천재들이 많기도 하다.

▲ <중국사가 낳은 천재들>(이나미 리쓰코 지음, 이동철 박은희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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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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