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검찰만 건드릴 수 있다" 보여준 금융위 결정
"삼성은 검찰만 건드릴 수 있다" 보여준 금융위 결정
[기자의 눈]금감원, 상처받을 일만 남아...검찰 수사만 기대?
2018.07.15 19:03:52
"삼성은 검찰만 건드릴 수 있다" 보여준 금융위 결정

시가 26조 원이 넘는 코스피 상장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금융위원회의 대법원 역할을 하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 12일 사실상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결정을 내렸다. 분식회계로 보고 감리 결과를 보고한 금융감독원에게 재감리를 지시한 것이다. 문제는 재감리 지시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아니었다면 초유의 '재감리'까지 지시하며 금융당국끼리 치고받는 볼썽사나운 사태가 벌어졌을지 의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수사권이 없는 금융당국이 정황만으로 제재할 수 없다면서 이처럼 1년여가 넘는 감리와 심의 끝에 신중하게 일을 처리해왔다면 이런 의문이 새삼 제기되지 않을 것이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여러 혐의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일관되게 고수하지도 못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시 의무가 있는 중요한 사항을 고의로 하지 않았다는 점만 인정해 검찰에 고발 조치를 하기로 했다. 증선위의 판단에 대해 삼성 측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공시 의무가 없는 사항이었다"면서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의혹들은 여전히 정황뿐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고의적인 공시 누락을 인정한 근거도 따지고 보면 '정황'뿐이다. 유독 더 중대한 혐의인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만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

그래서 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와 정의당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의 정황이 뚜렷하다고 보는 진영에서는 "삼성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결정이 나왔다"면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 지난 5월 25일 정부서울청사 후문 인근에서 희망나눔주주연대 관계자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콜옵션을 부채로 반영안해 가치 왜곡"


금융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개발업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2012년부터 자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당시 겉으로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85% 보유한 지배회사이고 미국의 바이오업체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15%만 갖고 있는 합작 투자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바이오젠은 언제든 지분 49.9%(50%-1주)까지 시장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추가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었다. 


지난 6월29일 바이오젠은 주당 40만원이 넘는 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주당 5만 원에 매입하는 콜옵션을 행사해 거의 대등한 위상으로 경영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니까 원래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무늬만 지배회사'이고, 게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바이오젠의 콜옵션은 '파생상품부채'로 재무제표에 반영되어야 할 사항이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콜옵션을 부채로 반영하지 않는 이유를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문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참여연대는 1조5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콜옵션 부채의 가치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처음부터 반영했더라면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6.3%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런 합병 비율로 경영권 강화라는 큰 이득을 얻었다. 참여연대는 그 이득이 무려 1조 원에 달하고,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은 2000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추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콜옵션 부채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참여연대는 "합병이 이뤄진 뒤 콜옵션을 부채에 반영한 점은 '콜옵션 공시 누락'과 '합병 비율 왜곡' 사이의 관련성을 강하게 암시한다"면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4조 원대 분식회계 의혹, 금감원의 무리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논란은 2015년 1월부터 불거진 것이어서,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지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면 합병 문제를 대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합병 당시까지 콜옵션이 부채로 반영되지 않아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가 왜곡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장부가로 평가하는 종속회사에서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관계회사로 "근거 없이" 변경하면서 단숨에 4조 원대의 평가이익이 생겨 연속 적자에서 당기순이익이 1조9049억 원으로 늘어난 것이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금융위는 처음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했어야 한다고 본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금융위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분식회계의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오라고 금감원에 재감리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상처를 입을 일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금감원으로서는 분식회계의 직접적인 증거를 찾을 능력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 분식회계라고 결론을 내린 금감원은 무리한 판단을 한 것이 된다. 검찰 수사가 금감원과 금융위 어느쪽의 체면을 살려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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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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