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미스터 매클루언"
"굿모닝! 미스터 매클루언"
[프레시안 books] 유승찬의 <메시지가 미디어다>
2018.07.18 22:41:55
"굿모닝! 미스터 매클루언"
마셜 매클루언(Herbert Marshal Mcluhan)은 <미디어의 이해 : 인간의 확장>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했다. 

미디어의 형식에 메시지가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는 인간 신체와 감각의 확장이고, 그 미디어의 형태가 무엇이냐에 따라 메시지는 달라진다. '미디어는 단지 형식'이라는 인식을 뒤집은 것으로,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를 인식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내용의 이 논쟁적 책이 나온 게 1964년이고, 마셜 매클루언은 1980년에 세상을 등진다. 

그러나 '기나긴 혁명(Long Revolution)'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마셜 매클루언은 인터넷 혁명과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을 예상했을까? 

21세기 현재 시시각각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면서, 메시지의 참호 속에서 전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법을 다룬 책이 나왔다. 미디어는 메시지다? 더 이상은 아니다. <메시지가 미디어다>(유승찬 지음, 나무바다). 유승찬은 2018년 이 책을 통해 '굿모닝! 미스터 매클루언'이라고 가벼운 인사를 건넨다. 

"굿모닝! 미스터 매클루언"

▲<메시지가 미디어다 : 스마트폰 시대의 사회 변동과 메시지 전략> 유승찬 지음 ⓒ나무바다

그렇다고 이 책이 딱딱한 학술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유용한 실용서다. 특히 사람들을 움직이는 정치에 꿈이 있거나,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사업을 구상하거나,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소통해야 할지, 어지러운 미디어 환경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사람들 마음에 파고들기 위해 어떤 전략과 전술을 세워야 할지 유용한 팁을 제공해 준다. 

먼저, 메시지가 미디어다. 메시지가 주어의 자리에, 미디어가 술어의 자리에 놓인다. 사람들은 포털과 SNS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것이 조선일보든, 한겨레든, KBS든 상관없다. 더이상 중요하게 기억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메시지를 본다. 메시지 자체가 미디어가 된다. 혁명적 상황이다. 당신은 당신을 유명하게 만들 수 있고, 그 파워를 이용해 메시지를 뿌릴 수 있다. 당신의 메시지는 조선일보를 넘어설 수 있다. 

트위터는 원래 1대 1로 주고받던 문자 속의 정보를, 관련 있는 다른 이들과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트위터는 이제 수억개의 미디어를 품은 거대한 플랫폼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SNS에 날개를 달아줬다. 뉴스보다 새롭고 빠른 정보, 나아가 해석과 주석이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온다. 정보가 넘치자 사람들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오픈소스 운동가 크리스 메시나는 '의문의 트윗'을 올린다. 아마 점심을 먹다가 문득 떠올린 아이디어가 아닐까 한데, "#(해시)를 사용해서 그룹을 묶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트윗을 했다. 그리고 해시태그가 탄생했다. '해시태그 엑티비즘'이라는 말이 생겼다. 그리고 '아랍의 봄'과 '월가를 점령하라', 나아가 '그런데 최순실은'에 해시를 붙였다. 해시태그 혁명이 일어났다. 이런 환경에서 AI가 급속도로 발전한다? 당신은 그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희열에, 그리고 공포에 빠질 수 있다. 

'재래식 언론'은 더이상 아우라를 갖지 않는다. 이 환경에서 승자는 정치가와 혁명가다. (어쩌면 두 단어는 이상적으로만 따졌을 때 비슷한 의미를 갖을 수 있겠다.)

"문재인이나 트럼프는 이제 기존 미디어를 경유하지 않아도 자신의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이제 많은 정치인이 미디어 프레임에 왜곡되지 않은 채 자신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것을 선호한다. 시민운동가들도 마찬가지고 기업들도 그렇다. 사람들의 메시지는 곧 미디어가 된다. 이는 유명한 정치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 메시지만 있으면 메신저는 순식간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가 되고 반응도 이끌어낸다. 새로운 관점이 우리의 미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스마트폰 시대에 메시지가 주어가 되었다." 

이제 메시지는 그 자체로 반응과 영향력을 갖는다. 때론 그 자체로 '인격'이 되고 '사건'이 되고 '견해'가 된다. 하나의 강렬한 메시지는 수많은 파생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그것은 모여 거대한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메시지를 취하고 미디어를 버리는 세상에 우리는 서 있다. 

정치인은 더 이상 언론에 '잘 보일' 필요가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코카콜라나 나이키는 자신들이 창조한 '슬로건'과 '메시지', 스토리'로 독자(소비자)와 직접 소통한다. 독자(소비자)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취하기도 한다. 

메시지의 참호에 들어앉은 당신, 어떻게 메시지를 쏘아올릴 것인가?

메시지가 미디어라는 명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면, 이제 그것을 실행할 때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승찬은 정치 커뮤니케이션 회사 스토리닷의 대표이사다. 정치 컨설팅, 선거 캠페인 기획, 소셜 빅데이터 분석 등에 있어서 전문가다. 그의 이력은 다양하다. 내일신문 기자, 디지틀조선 기자, 스크린 편집장, 세븐데이즈 부사장,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작가. 그리고 정치 컨설턴트, 미디어 전략가. 

그는 저널리즘이 인터넷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겪었고, 소셜 미디어의 힘에 일찌감치 주목했던 '얼리어답터'다. 2012년 안철수 진심캠프 소셜미디어 팀장, 2015년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 캠프 기획팀장, 2017년 대선 안철수 캠프 메시지 및 온라인 켐페인 담당으로 '선수'들 사이에서 이미 그는 '고수'로 통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미디어가 메시지'인 시대의 현상을, 플랫폼을 유형별로 나누고 분석한다. 단순한 SNS 예찬론이 아니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이론을 동원해 SNS 시대의 현상들을 세밀하게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낸다. 저자의 풍부한 아이디어에 무릎을 치게 된다. 특히 그가 분석한 미디어와 한국의 '촛불혁명'에 대한 분석에는 전 세계 미디어 전문가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요소가 넘쳐난다. 

나아가 저자는 미디어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정리해 독자들과 공유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 책은 일종의 이론서이자 실용서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트위터를 하라" 

2012년 재선 캠페인 당시 오바마는 대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의회가 법 제정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연방 학자금 대출 이자가 두 배로 치솟을 것이니 '트위터를 하라. 부모들에게 트위터 사용법을 알려주라'고 촉구했다. 오바마는 소셜 미디어를 주요 메시지로 인식한 첫 번째 정치인이었다. 오바마 캠프의 '진실 팀'은 트위터 활동가 200만 명이 활약한 메시지 대응 팀이다. 이들은 캠페인을 널리 퍼트리고, 사람들에게 '왜 오바마인가'에 대한 답을 주었다. 

트럼프는 굳이 '팀'까지 필요없었다. 그는 이것을 혼자 해 냈다. 전세계의 기자들, 기업인들, 정치인들이 트럼프의 트윗 알람을 맞춰놓는다. 만약 트럼프의 첫 선전포고가 있을 것이라면 아마도 트위터를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들, 섬뜩한 농담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유력 정치인 안희정이 추락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시간,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선수가 '밉상'으로 전락한 시간은 단 2분. 이것이 메시지의 힘이고 소셜 네트워크의 힘이다. 

수많은 미디어가 합류하고 충돌하고 떨어지고 상승하는 세상에서, 다른 모든 메시지를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메시지는 과연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베트남의 전쟁 영웅 보응우옌잡은 세계 최강의 미군과 싸워 이길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3불 전략'을 언급한다. 첫째,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말라, 둘째, 적이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말라, 셋째, 적이 원하는 방법으로 싸우지 말라. 이 원칙은 미디어와 메시지의 세계에서도 유용하다. 유승찬은 2017년 5월 대선,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의 치열했던 '메시지 배틀'의 현장을 이 책을 통해 생생히 회상한다. 'MB 아바타 발언'이 어떻게 안철수의 '대통령다움'을 잃게 했을까. 문재인 캠프는 어떻게 메시지 집중력을 강화했을까. 저자는 답을 내 놓는다. 

그리고 하나 더, 메시지를 미디어로 활용하는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가 인용한, 전주에 사는 열아홉살 한 여성의 '유투브' 메시지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질 혁명의 방향을 암시한다. 

"저는 박근혜와 그 측근 최순실로 인해 민주주의가 주목되어 기쁩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만이 민주주의의 실현이라 이야기하는 것이 슬픕니다. (첫째 저에게는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절대명령적인 어머니가 있습니다. (둘째 제가 다닌 초··고등학교에는 반 학생 전체의 의견을 묻지 않고 친한 친구의 의견만 듣는 반장들이 있습니다. (셋째, 제가 아르바이트했던 직장에서는 노동자와 노동법보다 돈과 상품을 더 우선시하는 사장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면 제가 직면한 가정과 학교와 노동의 문제가 해결됩니까?" 

'민주주의는 회사 입구에서 멈춘다'는 말이 있다. 광장에서 부조리함에 분노하며 '박근혜 퇴진'을 외친 후, 다음날 회사에서 '직장 갑질'에 입을 다물어야 한다. 일상의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 2의 박근혜, 이명박은 또 나타날 것이다. '미투'는 그 '일상의 민주화' 맨 앞에 서 있는 혁명이다. 그 혁명은 진행중이다. 앞으로 저자는 말한다. '메시지의 참호'를 파고 각자의 자리에서 투쟁하라. 메시지를 발명하고 이용하라. 

거대 시장, 대량 시장, TV 광고 융단폭격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메시지의 참호다. 자, 이제 당신은 당신의 '참호'에서 어떻게 세상을 바꿀 메시지를 쏘아올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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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 ilys123@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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