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성폭력 재판, '클릭 장사'에만 골몰한 언론들
안희정 성폭력 재판, '클릭 장사'에만 골몰한 언론들
[토론회] "생중계 수준의 안희정 재판 보도, 국정농단 재판도 이러진 않았다"
2018.07.26 16:23:19
안희정 성폭력 재판, '클릭 장사'에만 골몰한 언론들

"안희정 성폭력 사건은 지표 사건이다. 한국에서 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해당 판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전 사건에서 보면 미성년자일 경우 돈을 받으면 무죄, 연예기획사 대표와 연예인 지망생 등 업무관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무죄 등 위력에 대한 간음은 고소가 되지 않거나 고소가 되더라도 처벌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본인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난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행해온 성적 착취와 폭력에 대해 우리 사회의 법적 제어장치는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희정 사건 재판부는 법정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안희정 사건, 위력에 의한 성폭력 의미 있는 판결 나올 것"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관련된 1심 재판이 한 고비를 넘어서고 있다. 7월 27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구형 이후 한달 정도 뒤에 1심 선고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피해자들과 함께 법정 대응을 하고 있는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 협의회 상임대표는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26일 내놓았다.

배 대표는 이날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위력에 의한 성폭력과 2차 피해' 긴급토론회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매우 일관되며 구체적이다. 실체적 진실을 설명하는 증거로 매우 유력하다"고 밝혔다.

"이 정도의 진술이라면 분명히 증거로 잘 채택이 되어야 한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맥락,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이기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피고인 측이 말하는 말은 대부분 감정에 기반한 말이 많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증언으로서 가치가 1도 없다. 그런데 언론 보도는 다 이런 발언을 중심으로 기사가 나가고 있다. 피해자 측 2명의 증언도 비공개로 진행되긴 했지만 아주 진정성 있는 증언을 했다. 따라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의미 있는 판결을 내리려고 재판부가 고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안희정 재판을 계속 방청한 권김현영 연구활동가도 "지금의 법에서도 유죄판결이 나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에서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 협박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안희정은 공공기관의 기관장이나 임원 수준이 아니라 도내에서 공공기관의 기관장을 임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므로 상식적으로 높은 책임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 사이를 데이트 관계라고 생각할 수 있는 증거도 완전히 부재한 상황이었다. 총 4차례 모두 위력에 의한 간음죄로 규율할 수 없다고 해도, 수행비서로 일한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스위스 출장 중 당하게 된 최초 사건의 경우만을 한정해서 단순일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장임다혜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업무상 위력'에 대한 법적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 "우월적 지위, 지배종속 관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있어 업무상 위력이 갖고 있는 속성상 법망에는 잡히지 않는 착취적인 관계라는 특수성에 대해 재판부가 주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행위자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와 권세에 대한 평가 이외에도 해당 업무 및 고용 등 기타에서의 보호감독 관계가 왜곡되어 일상적인 노동권 및 인격권 침해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거부하거나 저항할 수 없는지에 대해 평가할 수 있다"며 "행위자와 피해자의 업무 등 관계에서 부적절한 요구와 이로 인한 근로권 및 인격권 침해가 반복 또는 지속적으로 존재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우월적 지위로 인해 피해자를 제압하고 있다는 인식, 다시 말해 행위자의 부당한 요구를 피해자가 감내할 것이라는 행위자의 인식이 있었는지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보도를 빙자한 헤드라인 저널리즘의 폐해"

하지만 밖으로 비쳐지는 안희정 재판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피해자는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지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피해자의 피해를 사소한 것으로 만들고, 피해자를 비난받을 인물로 만드는 '상징적 소멸' 과정"이 일어나고 있으며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도를 넘은 수위에서 자행되고 있다.(김수아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그리고 그 일차적 책임은 언론 보도에 있다.

김수아 교수는 "재판 방식이 (피해자를 대변하는) 검찰의 증언은 비공개, 피의자의 증언은 공개가 되는 방식이었다. 언론은 한쪽 목소리만 들리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보도가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지만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안희정 측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프레임에 대응 논리로 피해자가 "혼인 경험이 있는 고학력 여성"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나선 것을 그대로 '받아쓰기' 하는 보도 행태가 특히 문제가 있다고 예를 들었다. 

김 교수는 "현재의 포털 중심으로 '헤드라인 저널리즘'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많은 기사가 피고 측 증인의 증언을 직접 인용한 자극적인 문구를 제목으로 달았다"며 "이것이 사실 보도, 객관 보도를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특정한 말, 사건의 일면만으로 사건 전체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프레임을 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인식조사를 해보면 뉴스 댓글을 읽는다는 사람이 70%, 댓글이 여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40%가 넘는다"며 "그런데 안희정 재판 보도의 베스트 댓글은 대체로 피해자를 의심하고, 피해자가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라고 비난하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했다. 소위 '댓망진창'인 상황을 초래한 것에는 언론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배복주 대표는 "피의자 측 증언 중에 피해자가 직접 호텔 예약을 했다는 것을 그 증언 그대로 보도한 것은 문제가 있다. 정치인의 호텔 예약은 수행 비서가 하는 업무 중 하나다. 그런 공식 업무를 사적화하고 성애화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문제가 있는 발언인데, 이를 그대로 보도한 것은 도를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국정농단 재판도 이렇게 자세히 보도 안했다"


김언경 민주언련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안희정 재판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재판도 이렇게 자세히 들어보지 못했다"며 "애초 언론이 기사 클릭수를 높이겠다는 목적의식 밖에 없으니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 2차 가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인식이 없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TV조선의 <이것이 정치다>라는 시사토크프로그램에서는 지난 7월 3일부터 열흘동안 전체 방송시간의 20.7%에 해당하는 시간을 안희정 재판 보도에 할애했다며 "재판이 없는 날도 그 전에 있었던 재판 내용을 복기하며 관련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성폭력 사건상 재판 과정에서 제출될 수 밖에 없는 산부인과 기록 등 개인정보에 대해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금기'가 안희정 사건 보도에서 모두 깨졌다며 "누가 더 선정적인 내용, 제목을 뽑을 수 있을까 경연하는 것 같았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TV조선의 <산부인과 진단서>, <혼인 경험, 고학력>, <셀프 호텔 예약>, <리조트에서 무슨 일이?>, 채널A의 <안 부인 남편 구원투수 될까>, <지사님, 저 울어도 되죠?>, <'비서 마누라'로 불렸다> 등 그는 종편 등 일부 방송의 피의자 측 증인들의 발언을 토대로 한 선정적인 자막과 헤드라인 뽑기에 대해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이런 안희정 측 주장과 부적절한 증인 신청에 대해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보도하면서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가 안희정의 부인이라는 비상식적인 프레임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답이 없고 매번 사건 때마다 상황이 반복되지만 그래도 계속 반복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며 "달라진 언론 환경에 따라 심의 규정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이를 통해 강제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언론보도와 관련해서도 모니터링한 자료를 기반으로 문제적 보도를 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를 하는 등 법적 대응까지 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이날 긴급토론회에는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의 사회로, 배복주 상임대표, 권김현영 연구활동가, 김언경 사무처장, 장임다혜 연구원, 김수아 교수가 참석했다. ⓒ프레시안(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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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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