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발언? 혐오 발언!
소신 발언? 혐오 발언!
[기자의 눈] 소수자 배제가 한국당의 혁신인가?
2018.08.02 10:52:44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 대한 김성태 원내대표의 '성 정체성' 발언을 두고 1일 "소신 발언으로 생각해달라"고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7월 31일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은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자로 군 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태훈 소장이 방송에 화장을 하고 나왔다는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성적 정체성 혼란'이라는 말에서는 실소가 나온다. 오죽하면 기자들이 '임 소장은 혼란을 겪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을까. 혼란은 기무사의 계엄 및 군 동원 계획이라는 명백한 불법 행위를 감싸려고 안간힘을 쓰다 못해 이제 '국방 개혁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겪고 있는 듯하다. '메시지의 당위성이 강력할 땐,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격언을 실행하기로 한 모양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부러뜨리겠다는 속셈이다.

그런데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그런 김성태 원내대표를 감쌌다. '혁신'을 하겠다고 나선 정당의 수장이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발언을 '소신 발언'이라고 두둔했다.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은 '소신 발언'의 일반적인 용례와 다른 맥락에서 그 단어를 쓴 듯하다. '소신 발언'은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라고 독려할 때 쓰는 말이 아니다. '소신'의 사전적 뜻은 '굳게 믿거나 생각하는 바'이지만, 이 말이 특정한 맥락에서 쓰임을 알 수 있다. 국어사전에서 용례는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등의 수식어와 함께 쓰인다. 


유엔난민기구 친선 대사인 배우 정우성 씨는 예멘 난민은 '가짜 난민'이고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주 난민들을 직접 만나봤다. 그들은 전직 기자, 프로그래머, 컴퓨터 하드웨어 엔지니어, 쉐프 출신도 있었고, 예멘 내전을 피해 온 보통의 사람들이었다. 우리 6.25 때랑 비슷하다. 우리 사회에도 범죄자는 있다. 난민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건 편견이다." 

배우 김태리 씨는 문화계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이렇게 말했다. "가해자들의 사회적 위치, 권력이 너무나 크다는 걸 알기에 참담하다. 만약에 제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저 역시 침묵해야 하는 구조가 끔찍해서 참담했다는 말을 했다. 폭로와 사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고, 좀 더 나은 사회 구조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소신 발언의 용례는 이런 것이다. 발언한 사람이 사회 주류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말했을 때 붙여주는 말이다. 여성 연예인이 "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Girls can do anything)"고 하거나, 미투 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매장되는 사회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성소수자에게 했던 것은 사회 지도층이 약자에게 가한 '혐오 표현'이다. 즉, "어떤 개인·집단에 대해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발화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김성태 원내대표는 성소수자들을 침묵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들이 공적 토론의 장에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모욕감을 느끼도록 했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왼쪽)과 김성태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지도부 지역구 현장 방문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기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소수자인 세상이 있다면 어떨까. 일본의 우익단체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이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교토에 있는 제1조선 초급학교 앞에서 벌인 시위에서 나온 구호는 다음과 같았다. "(재일 조선인을) 일본에서 내쫓아라", "때려 부수자", "(재일 조선인은) 비열하다, 흉악하다", "바퀴벌레, 구더기, 한반도로 돌아가라."

재일 한인들에 대한 혐오 문제가 대두된 일본 사회는 혐오에 훨씬 차분하게 대응했다. 일본 대법원(최고재판소)은 2014년 12월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이 학교 주변 200미터에 가두 선전하지 말고, 피해자들에게 1200만 엔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냈다. 일본 대법원은 이 단체의 발언은 일본이 비준한 '인종 차별 철폐 협약'상의 '인종 차별'에 해당하는 위법 행위로 판단했다.  

일본 의회도 소수자를 위해 행동했다. 2016년 5월 일본 의회는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을 채택했다. 일본 의회는 '부당한 차별적 언동'을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해 '차별 의식을 조장하거나 유발할 목적으로 공공연히 위해를 가하는 의도를 알리거나, 이들을 현저하게 모욕하는 등 일본 외 출신자를 지역 사회에서 배제할 것을 선동하는 언동'으로 정의하고,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다시 자유한국당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자유한국당은 왜 임태훈 소장을 공격했나. 임태훈 소장은 국군기무사령부가 당시 국군통수권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감청하고,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폭로한 당사자다. 자유한국당이 기무사 불법 행위에 대한 비판 여론과 기무사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 사안과 아무 상관 없는 '성 정체성'을 들고 나온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한 발 더 나아가 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군인권센터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임태훈 소장에게 기무사의 불법과 관련한 정보를 흘렸다는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혐오에 기댄 '국방 개혁 자격증' 발급을 멈춰야 할 것이다. 정치인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하게 부추기고, 다른 정치인이나 정당을 '사상 검증'하려는 태도를 그만 보고 싶다. 자유한국당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자유한국당이 가장 심각하다. 누군가의 존엄성을 침해하면서 어떻게 '혁신'을 표방하나. 
기무사 개혁을 훼방놓으면서 보수 혁신이 가능한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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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dongglmoon@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획팀에서 노동 분야를 담당하며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 등을 다뤘다. 이후 환자 인권, 의료 영리화 등 보건의료 분야 기사를 주로 쓰다가 2015년 5월부터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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