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후 4년간 총선 4번 연기한 나라, 태국
쿠데타 후 4년간 총선 4번 연기한 나라, 태국
[아시아생각] 2014년 쿠데타 이후 '자유 없는 국가'로 전락
쿠데타 후 4년간 총선 4번 연기한 나라, 태국

태국은 2014년 5월 쿠데타 이후 아직도 군사통치 하에 놓여있으며, 2017년 만들어진 새 헌법은 군사통치를 제도화하고 있다. 군사통치의 장기화와 정치개입의 제도화,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가혹한 탄압 등이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싱크탱크인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연차 보고서에서 쿠데타 후 태국 상황을 "자유 없는 국가"로 평가하고 있다.


태국의 전반적인 프리덤 스코어는 100점 만점 중 31점이다. 특히 정치적 권리에 대한 점수가 낮았고, 새 헌법이 친군부적이며 정당정치를 약화시킨다고 평가하고 있다. 선출되지 않는 국가평화유지위원회와 국가입법회의의 정당성 부재를 지적하고 있으며, 민간통치 로드맵의 지연도 우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활동의 금지, 언론탄압, 부정부패, 연고주의를 비판한다.

현재 가장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총선일정이다. 군정이 4년을 훌쩍 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총선시기에 대해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쁘라윳 짠오차 (Prayut Chan-o-cha)총리는 2018년 11월에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2018년 1월 국가입법회의가 하원의원 선거법의 시행일을 90일 연기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올해 내 총선 실시가 다시 불투명해지고 2019년 2월 개최설이 유력했다. 


▲ 지난 2014년 쿠데타로 태국에 군부통치가 들어선 이후 프라윳 총리를 대표로 한 군부가 장기집권 기반을 다지기 위한 총선일정에 고심하고 있다.ⓒAP=연합


쿠데타 후 4년 넘도록 총선 일정 4차례 연기

 

사실상 쿠데타 후 2015년 치르겠다고 약속한 총선은 공식적으로 4차례나 연기된 셈이다. 하지만 쁘라윳 총리는 얼마 전 또다시 내년 5월로 총선이 연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왕에게 제출한 상하원 선거법이 승인을 받고 발효되면 법적으로는 빠르면 내년 2월에 개최될 수 있지만 늦으면 5월까지도 늦추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근래 총선연기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 한 가지 발생했다. 국왕의 대관식 개최소식이다. 쁘라윳 총리는 총선에 앞서서 대관식이 열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표명함으로써 대관식이 총선일정의 주요한 변수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의 의미는 대관식이 열린 후에야 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푸미폰 국왕이 2016년 10월 13일 사망한 후 한 달 반이 지난해 12월 1일 와치라롱껀이 즉위했으나 그해 말로 예정된 대관식은 아직까지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대관식의 개최시기는 아마도 새로운 왕권이 충분히 강화되었다고 생각되는 시점일 것이다. 총선을 연기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의외의 변수는 푸미폰 전 국왕의 부인이며 현 국왕의 생모인 씨리낏왕비의 신변문제일 수 도 있다. 1932년생인 왕비는 2012년 후 심각한 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군부는 앞으로 총선에 쁘라윳 총리를 내세워 장기집권을 획책하려 한다.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도 차기 총리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은 쁘라윳 총리이다. 현재 그가 어떤 방법으로 총리가 될 것인가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 총리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원외 총리가 되는 것이다. 500명의 하원에서 정당 추천 총리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상하 양원에서 원외인사를 총리로 선출할 수 있는 데 250명의 상원의원(군부임명)과 하원의원 125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상하 양원의 과반수인 375표) 총리에 당선될 수 있다. 둘째는 처음부터 특정 정당의 총리 후보가 돼 하원에서 다른 정당의 지지를 받아 총리가 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총리 후보를 내는 정당은 최소한 25석의 하원 의석을 확보해야한다.

총리 선출 방식만 남은 군부 장기집권


총리선출과 관련된 현 추세는 군부가 초기에 선호했던 원외총리에서 정당추천총리로 기울어져 있다. 사실상 원외총리 임명은 심각한 정치적 후폭풍을 불러 올 우려가 있다. 1991년 찻차이 춘화완 문민정권에 대한 쿠데타가 발생하고 치러진 1992년 총선 후 쿠데타를 주도한 육군사령관 쑤찐다 크라쁘라윤이 원외 임명총리가 되자 이른바 5월 민주화운동이 발생하고 쑤찐다는 총리의 직에서 물러난 전례가 있다. 쁘라윳의 경우도 닮은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로 쁘라윳은 원외총리보다는 정당추천 후보로 출마하기 위한 유리한 정치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원외 총리 추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렸다고 볼 수 는 없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쁘라윳 총리와 측근들은 수차례 여러 정당과 파벌 지도자들의 포섭에 나섰다. 그들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지역구에 대해 재정지원을 하고, 정부 요직에 임명해서 우호세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군부는 직접 신당인 팔랑 쁘라차랏 당(People's State Power Party) 창당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당은 이른바 쌈밋(Sam Mit, Three Friends)그룹을 통해서 타이락타이당(Thai Rak Thai Party)과 그 후신인 프어타이당 (Pheu Thai Party)의 거점인 동북부 지역의 국회의원과 탁씬을 지지하는 원외 외곽단체인 레드셔츠 반독재 민주주의 연합전선(UDD)회원을 빼내와 조직을 와해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쌈밋 그룹은 민주당 의원 빼돌리기에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그룹은 과거 탁씬이 이끌던 타이락타이당의 주요 인사였던 현 경제 부총리 쏨킷 짜뚜씨피탁), 전직 장관 쏨싹 텝쑤틴과 쑤리야 쯩룽르엉낏이 주요 인물이다. 이들은 탁씬 정부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탁시노믹스(Thaksinomics)의 주요한 입안자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뒤에서 진짜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인물은 2014년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의 맏형 격인 부총리 쁘라윗 웡쑤완(Prawit Wongsuwan)이다.

뿐만 아니라 프어타이당과 함께 양대정당인 민주당을 견제하게 될 쑤텝 트억쑤반(Suthep Thaugsuban)이 지지하는 루엄팔랑쁘라차찻타이 당(Action Coalition for Thailand Party)도 창당되었다. 쑤텝은 민주당 정권에서 부총리를 지내기도 했으나 2013년 말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와 소위 민주개혁위원회(PDRC)를 만들어서 임명총리제를 주장하고 쿠데타를 지지한 극우세력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당은 민주당의 아성인 남부지역에서 민주당세를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쑤텝은 남부지방에서 가장 큰 규모의 쑤랏타니 도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군사정권은 총선 후 프어타이당을 배제한 다당제 연립정부 구성을 이상적인 정치구도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탁씬은 쌈밋그룹의 동북부 의원 빼돌리기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프어타이당이 220석 내지는 230석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탁씬 스스로 과반수에 못 미친다는 예상을 하고 있긴 하나 정치활동 규제가 해제되고 본격적인 총선국면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바뀔 수도 있다. 2006년 쿠데타 후 치러진 두 차례 총선에서 탁씬 계열 정당은 모두 예상을 뛰어 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프어타이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제1당이 된 상태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는 군부 신당인 팔랑 쁘라차랏 당과 쁘라윳 지지를 선언한 다수 군소정당간의 연정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인다.

프어타이당과 적대관계였던 민주당은 군사통치의 제도화(원외총리와 임명직 상원제도 등)에 반대하면서 점차 군정과 거리를 두고 있다. 민주당은 위에서 언급한 쑤텝의 루엄팔랑쁘라차찻타이 당의 도전을 받게 되었으며, 쌈밋 그룹의 의원 빼돌리기에도 시달리고 있다. 얼마전 민주당 사무총장은 프어타이당과의 연정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양당의 정치성향상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여러 정치상황을 고려하면 관심을 가질만한 대목이다. 다른 한편으로 민주당이 군정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탁씬을 축출한 2006년 쿠데타와 2014년 쿠데타를 지지한 전력으로 봐서 총선 후 실제로 군부세력이 연립정부 합류를 요청할 경우에 응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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