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집행 열두번, 퇴로없는 패배감이 그의 손에 망치를...
강제집행 열두번, 퇴로없는 패배감이 그의 손에 망치를...
[인터뷰] '살인미수혐의' 궁중족발 사장 측 김남주 변호사
2018.08.08 18:24:44
자기 가게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른 서촌 '궁중족발' 사장 김 씨가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김 씨는 지난 6월7일 오전 8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길가에서 건물주 이 씨에게 망치를 휘둘렀다. 이 일로 건물주 이 씨는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검찰은 김 씨가 살인의 고의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만약 검찰이 주장하는 살인미수 혐의가 재판부에 받아들여지면 궁중족발 사장은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 형을 받게 된다. 궁중족발 사장은 그렇게 망치를 휘두르면 자기 인생이 망가질 거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까. 사람들이 붐비는 출근시간에, 그것도 대로에서 왜 그는 망치를 들었을까.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단순 사건으로 치부하기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궁중족발 사장 김 씨의 변호인은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오는 9월4일과 5일 양일에 걸쳐 재판이 진행된다. 궁중족발 변호인 측은 이 사건의 이면, 즉 궁중족발 사장이 망치를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재판에서 어느 정도 드러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폭력을 정당화하자는 게 아니다. 왜 이런 폭력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지,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프레시안>에서는 국민참여재판에 앞서 궁중족발 사장 측 변호인인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를 만나 궁중족발 사장이 망치를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어보았다. 김 변호사는 그간 소위 뜨는 동네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분쟁 소송을 다뤄왔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허환주)


"궁중족발 사장, 폭행 사건 후회하고 반성한다"

프레시안 : 궁중족발 사장은 어떻게 지내는가. 구속된 이후 만나본 적 있나. 

김남주 : 수형 생활하는 게 아무래도 힘들다. 그런데 그보다는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크다. 일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일을 더 키웠다. 게다가 자기가 저지른 일의 뒤처리를 아내가 하고 있다. 이를 매우 미안해한다.

프레시안 : 폭행을 가한 건물주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있나. 

김남주 : 그렇다. 본인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사건이 있던 당일 날, 즉 폭행 사건이 있었던 아침 상황을 설명해달라. 

김남주 : 궁중족발 사장 말에 따르면 건물주 집이 강남 청담동인데, 그곳에서 매일 아침 1인 시위 해왔다고 한다. 올해 초부터 진행해왔다 건물주를 압박할 수단이 없으니. 집 앞에 가서 매일 시위를 한 것이다. 폭행 사건이 있던 그날도 1인 시위를 하러 가는데, 건물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그래서 궁중족발 사장은 차 안에서 1시간 동안 전화통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난 뒤 문제가 생겼다. 건물주가 자기 집에서 나와 차로 이동하니 궁중족발 사장도 차로 그의 뒤를 쫓았다. 이후 건물주가 또 다른 강남 소유 건물에 자기 차를 주차하자 궁중족발 사장은 그 차를 막고선 차 안에 있던 망치를 꺼내 건물주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건물주는 황급히 도망갔고 궁중족발 사장은 그런 건물주를 자신의 차로 따라 붙었다. 이후 차에서 내려서는 건물주를 잡으러 달려갔고, 이후 폭행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프레시안 : 건물주와 1시간 동안 통화하던 중 격분해서 망치를 들었다고 언론에서는 보도했다. 

김남주 : 내가 볼 때는 그렇게까지 격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통화 내내 건물주는 궁중족발 사장의 화를 돋우는 발언을 이어갔다. 예의 없는 말들을 계속하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망치를 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망치를 든 이유? 분풀이 식이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왜 갑자기 망치를 들게 된 것인가. 

김남주 : 맥락으로 보면, 6월4일, 건물주는 가처분 판결에 의한 명도집행을 진행했다. 열두 번째 집행이었다. 궁중족발 사장은 가게에서 또다시 쫓겨나게 된 셈이었다. 이것이 궁중족발 사장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전투로 보면 중요한 고지를 빼앗긴 식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강제집행을 당했지만, 계속 버티려 했다. 건물주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끔 궁중족발 측에서 가게 입구를 차로 막아놓았다. 그런데 이마저도 건물주가 무위로 돌렸다. 경찰을 대동하고 온 건물주는 연행되기 싫으면 차를 빼라고 종용했고, 궁중족발 사장은 고민하다 결국, 차를 옮겼다. 현장에서 곧바로 연행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출입이 자유로워지자 전날 마무리하지 못했던 명도가 완료됐다. 건물주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남아있던 집기를 모두 꺼냈다. 그것이 궁중족발 사장에게 타격이 컸던 듯하다. '내 가게인데 결국 빼앗겼다'는 상실감과 패배감이 컸다. 그런 심리상태에서 사건 아침, 건물주와 통화했고, 건물주는 궁중족발 사장의 화를 돋우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 종합적인 과정에서 그 사달이 났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런데 실제로 건물주를 죽이려고 망치를 들었을지는 의문이다. 아침 출근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 사람을 죽이려 했다? 건물주의 조롱에 격분한 나머지, 이성을 잃고 망치를 휘두른 게 아닐까 싶다. 

김남주 : 실제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급소를 노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단순히 흠씬 패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듯하다. 그간 쌓여왔던 분풀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법으로는 너에게 졌지만, 너 하나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이 정도이지만 다음에는 너 정말 혼난다' 이런 식의 분풀이, 경고였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오랫동안 건물주와 싸워오면서 심신이 피폐해졌을 듯하다. 게다가 열두 번이나 강제집행이 진행됐고 종국에는 자신의 가게가 날아갔다. 그에 대한 상실감도 컸지만, 그와 동시에 여전히 자신은 지지 않았다는 것을 건물주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었겠다. 

김남주 : 법적으로 완벽히 패배했다. 명도가 마무리되면서 물리적으로도 완벽히 패배했다. 그러나 개인 대 개인으로는 '나는 너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 했던 것이다.

ⓒ프레시안(허환주)


"건물주, 퇴로없이 궁중족발 사장 몰아 붙였다"

프레시안 : 이런 식으로 임차인과 임대인 간 폭력 사건이 있었던 적이 있나. 

김남주 : 대체로 폭력사태는 용역과 세입자 간 발생한다. 이렇게 건물주와 세입자 간 폭행사건이 발생한 경우는 이전에 본 적 없다. 

프레시안 : 건물주가 매우 독특한 인물이긴 하다. 대체로 강제집행 현장에 건물주가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칫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궁중족발 건물주는 강제집행 현장에 자주 등장했다. 

김남주 : 건물주는 그간 과정에서 퇴로 없이 세입자인 궁중족발 사장을 몰아 붙였다. 어떤 협상도 진행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궁중족발에 연대하는 사람들까지도 고소를 통해 압박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 어떤 혐의로 걸었나. 

김남주 : 연대하는 사람들이 명도소송 이후에도 가게 안에 들어와서 가게를 지키려고 하지 않았나. 또한 강제집행 과정에서 용역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가게로 들어오려는 것을 막으려고도 했다. 이를 두고 건물주는 강제집행효용을 침해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연대했던 사람들 10여 명을 고소했다. 이들 중 일부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갔고,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프레시 : 반대로 궁중족발 강제집행 과정에서 집행관도 여러 불법을 저질렀다. 그 결과 과태료가 200만 원 부과되기도 했다. 

김남주 : 과태료 200만 원 부과는 더 큰 불법이 있는데, 이를 봐주기 위한 편법이었다고 생각한다.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이유가 무엇인가. 집행관이 강제집행 과정에서 일부 용역들의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았고, 승인되지 않은 미등록 용역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용역들에게 규정된 조끼를 착용하게 하지 않았다는 게 부과 이유였다. 
그런데 당시 집행에서 궁중족발 사장의 손가락 네 마디가 부분절단 됐다. 집행관은 집행 과정에서 그런 인명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는 쏙 빼놓고 다른 것들만 위반했다며 과태료를 부과했다.

프레시안 : 건물주의 상태는 어떤가. 

김남주 : 전치 12주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망치로 맞은 머리 때문이 아니라, 궁중족발 사장이 차로 들이밀 때, 놀라서 넘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허리 디스크 파열이 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전치 12주 판정을 받았다. 망치를 맞은 머리는 약간 찢어져 호지켓으로 붙여놓은 상태다. 우리가 건물주의 의료기록을 받아봤는데, 뇌는 물론, 두개골에도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살해 의도를 가지고 망치로 머리를 가격했다고 보기엔 부상 정도가 경미했다. 

"합의가 없으면, 계속 논란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살인미수죄가 적용되면 양형이 매우 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건물주가 합의해주거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써준다면 어느 정도 경감되나?

김남주 :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금 건물주의 태도 등을 따져보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궁중족발 사건이 결국, 폭행사건으로까지 번졌다. 법의 미비한 부분이 커다란 화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법의 우위를 차지하는 건물주는 '법대로'를 외치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세입자는 법 이외의 다른 방식을 택하는 식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김남주 : 건물주와 최종적으로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 계속 법적 분쟁, 그리고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지금 상황에서 건물주가 합의를 받아들이기 만무할 듯하다. 

김남주 : 올해 2월, 건물주에게 전화가 온 적이 있다. 그때 이 문제 관련해서 결론을 내보자고 했다. 쥐도 고양이를 물 수 있다고 퇴로를 열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분은 퇴로 없이 사람을 조이고 있다. 자기가 100% 완벽하게 이겼다고 생각할 때까지 갈 듯하다. 

그런데 그런 태도가 올바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에게 원한을 사면 그 원한이 대대로 내려간다고 한다. 궁중족발 사장이 이번 건으로 감옥에서 5년을 산다고 치자. 그렇게 형을 치르고 사회에 나오면, 그 원한은 어디로 튀겠나. 미흡하지만 서로 양보해서 타협안을 만들고 합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쟁은 끊이지 않게 된다. 건물주가 법으로 다 이겼다 해도 그것이 이긴 걸까. 아니라고 본다.  

프레시안 : 법이 미비한 상황에서 가장 극단적인 결과가 나온 듯하다. 그런데 건물주는 그런 미비한 법도 법이라며 법대로 하라고만 한다. 반면, 이 미비한 법 때문에 오갈 데 없어진 궁중족발 사장은 그런 법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반복되고 있는 듯하다. 오랜 시간 감사하다. 

궁중족발 사건이란

서촌의 금천교 시장 한 모퉁이에서 분식집과 포장마차를 하던 김 씨는 매일 18시간 넘게 일을 했다. 그렇게 9년 동안 장사하면서 모은 돈으로 근처에 '궁중족발'이라는 가게를 열었다. 

김 씨가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서촌은 손님이 붐비는 곳이 아니었다. 동네 사람들만이 손님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난 3~4년 사이, 김 씨가 장사하는 서촌 지역에 맛집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위 '뜨는 동네'가 됐다. 자연히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났고 김 씨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2년 전 김 씨 가게가 있는 건물주가 바뀌면서부터다. 

새로 온 건물주는 여러 채 건물을 소유한 부동산 투자자였다. 건물주는 기존 294만 원이던 궁중족발 월세를 1200여만 원까지 올렸다. 3000만 원이었던 보증금도 마찬가지였다. 4배에 가까운 1억 원으로 올렸다. 김 씨에게 나가라는 의미였다. 

김 씨가 족발 한 접시 팔아 받는 돈이 2만8000원. 월세 1200만 원을 내려면 430개의 족발을 팔아야 했다. 반면, 2016년 1월에 건물을 매입한 건물주는 2017년 11월 공시지가로만 7억 이상의 이익을 보고 있었다.

김 씨 입장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곳을 나간다 해도 다시 장사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또다시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등을 구해야 했다. 김 씨가 이곳에서 버티기로 한 이유다. 명도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열두 차례 강제집행이 진행됐다. 용역 직원을 대동한 건물주가 수차례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작년 11월에는 김 씨 손가락 네 개가 부분 절단되기도 했다. 김 씨 손가락 네 개가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주방기구에 끼었는데 강제집행 용역들이 이를 무시하고 김 씨 다리를 잡고는 힘으로 끌어내다 발생한 참사였다.  

끔찍한 참사 이후에도 강제집행은 계속됐다. 지난 6월4일, 새벽 4시께에는 열두 번째 강제집행이 진행됐다. 지게차를 동원한 용역 30명이 가게를 에워쌌고, 가게 안에 있던 김 씨 등을 끌어냈다. 

격분한 김 씨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건물주의 자택에서 1인 시위를 해왔던 김 씨는 건물주를 찾아가 망치를 휘둘렀다. 이 사고로 건물주는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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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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