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를 자른 자에게도 죗값을 물어달라"
"내 귀를 자른 자에게도 죗값을 물어달라"
쌍용차 노동자들, 2009년 강제집행 책임자 처벌 촉구
2018.08.28 14:54:29
"내 귀를 자른 자에게도 죗값을 물어달라"
쌍용자동차 해고자 강환주 씨는 아직도 '그날'이 잊히지 않는다. 경찰특공대가 강제집행을 진행한 2009년 8월, 당시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77일간 쌍용차 공장 내에서 옥쇄파업을 벌이는 동안 음식은 물론, 전기와 물도 차단됐다. 의사 출입도 마찬가지였다. 

강제진압이 있던 날에는 새총으로 볼트를 쏘는 사측 용역들, 그리고 이들을 방패로 보호하는 경찰들이 공장 내로 진입했다. 하늘에서는 헬리콥터가 발암물질이 든 최루액을 연신 떨어뜨렸고 대형 기중기에 매달린 컨테이너가 공장 옥상으로 접근했다. 그 컨테이너 안에는 다목적발사기인 스펀지탄을 든 경찰특공대가 실려 있었다. 

당시 강환주 씨는 이들의 진입을 막으려다 사측 용역이 쏜 새총에 귀가 잘리는 중상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경찰특공대에 의해 온몸에 피멍이 들 정도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곧바로 경찰서로 연행된 뒤, 구속돼야만 했다. 그나마 잘린 귀는 응급조치로 호지케스를 박아 고정했다.      

당시 공장 지붕에 있었던 쌍용차 해고자 김선동 씨는 경찰특공대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녀야만 했다. 함께 일한 동료가 경찰특공대에 붙잡혀 폭행을 당해도 도망쳐야 했다. 자칫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 강제진압 당시 공장 지붕. ⓒ이명익


▲ 사측 용역이 노동자들에게 쏜 새총 내용물. ⓒ이명익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 달라"

28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쌍용자동차 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2009년 쌍용자동차 진압 작전의 최종 승인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었고 경찰이 강경대응 계획을 수립해 사측과 공동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청의 사과 및 손배가압류 취하,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권고하고 대한민국 정부에도 사과 및 명예회복과 치유방안을 촉구했다. (☞ 관련기사 : 전쟁 방불케한 '쌍용차 진압작전', MB 지시였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이번 조사내용과 후속대처가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이날 서울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 없이는 재발방지는 있을 수 없다"며 보다 명확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 조현오 전 경찰청장, 박영태·이유일 쌍용차 전 공동대표와 실무 책임자들을 '쌍용차 4적'으로 규정, 이들에게 강제진압 책임을 묻고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소시효가 끝난 범죄는 특별법을 제정해서 살인·폭력진압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그래야 다시는 이 같은 헌법파괴 인권유린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도 촉구했다. 이들은 "이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쌍용차 강제진압 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며 "또한, '함께 살자'고 싸웠던 노동자들을 범죄자, 빨갱이, 폭도,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어 감옥에 가뒀던 지난 정부의 잘못을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의 진상조사위가 밝혀내지 못한 내용도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경찰청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진상조사위가 조사하지 않은 쌍용차 노조와해 비밀문서를 전격 조사해야 한다"면서 "쌍용차를 압수수색해 노조와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실행한 책임자들을 조사하고 엄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프레시안(허환주)


"내 귀를 자른 이에게 죗값을 물어달라"

쌍용차 해고자 강환주 씨는 "강제진압 과정에서 나는 그렇게 귀가 잘리고, 온몸에 피멍이 들 정도로 폭력을 당한 뒤, 곧바로 구속됐고 실형을 살게 됐다"면서 "하지만 당시 나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내 귀를 자른 자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씨는 "나는 내가 행한 행동에 대해 죗값을 받았다"며 "더 바라는 것도 없고 내 죗값만큼만 그들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해고자 김선동 씨는 이날 발표된 진상조사위 결과를 두고 "그간 우울증으로 자살시도를 하기도 했다"며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가 없었는데, 이제야 분명해 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이명박의 하수인 조현오, 그리고 사측 경영진 등이 해고노동자들에게 살인과 살인교사를 자행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우리의 명예회복이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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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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