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의 트럼프는 '공포'? 탄핵으로 이어진다면
백악관의 트럼프는 '공포'? 탄핵으로 이어진다면
[정욱식 칼럼] 트럼프의 정치적 운명과 한반도의 미래
백악관의 트럼프는 '공포'? 탄핵으로 이어진다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전'에 휩싸였다.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정파적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이미 상수가 된 지 오래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을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미국의 적"으로 규정했다.

내전의 양상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징후는 트럼프의 취임 직후부터 나타났지만,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만 봐도 이러한 진단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하는 등 '전설적인 기자'로 잘 알려진 밥 우드워드는 미국 행정부의 내부 문서, 고위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및 이들의 메모와 일기 등을 취합해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라는 책을 내놨다. 그가 책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와 인터뷰한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진짜 권력은, 나는 이 단어를 쓰고 싶지 않지만, 공포이다."

▲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 (밥 우드워드 지음, Simon & Schuster 펴냄)

9월 11일 발간 예정인 이 책의 사본을 입수한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이 보도한 내용은 충격 그 자체이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기용한 관리들 사이의 관계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내용이 수두룩하게 담겼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대한 행정부 관료들의 집단적인 저항을 확인한 우드워드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행정적인 쿠데타이다!"

백악관은 즉각 "날조된 이야기"라고 반박했지만, 트럼프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일이 곧이어 발생했다. 자신을 "저항 세력(resistance)의 한 명"이라고 소개한 행정부 고위 관료가 익명으로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실은 것이다.

그는 "트럼프의 문제의 근원은 도덕 관념이 없는 것(amorality)"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 행정부의 딜레마를 이렇게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행정부 내부에서 트럼프의 의제와 그의 최악의 성향을 좌절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 자신을 비롯한 "저항군"의 충성의 대상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신념을 갖고선 말이다.

저항의 사유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

그런데 미국이 처한 딜레마로부터 남북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어쩌면 가장 큰 딜레마에 봉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심에는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자리 잡고 있다. 기실 이 회담은 '트럼프 변수'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참모들과의 숙의도 없어 덜커덩 정상회담을 수락한 배경에는 트럼프 특유의 즉흥성, 주류에 대한 반감, 승부욕, 관심병, 관심 돌리기 등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은 물론이고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길 원했던 한국 정부의 오랜 숙원이었다.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자 남북한 정상은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고 봤다. 그래서 트럼프에 큰 기대를 걸었고 지금도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북한이 미국 행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면서도 트럼프를 향해 "당신만은 믿는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내는 까닭이기도 하다.

딜레마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 주류는 혹평을 쏟아냈다. 심지어 행정부 내에서도 북미 정상회담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났다. <뉴욕타임스>에 익명으로 기고한 고위 관료는 자신을 비롯한 많은 관료들이 저항에 나서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렇게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적이나 사적으로 동맹국이나 마음을 함께 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거의 공감을 보이지 않지만,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들을 향해서는 호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두 가지 문제를 잉태할 수밖에 없다. 하나는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가 따로 놀 가능성이다. 한미 FTA와 러시아 제재 문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미 이런 사례는 여러 차례 나타난 바 있다. 대북정책에서도 그 징후를 읽을 수 있다. 여러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종전에 서명키로 약속한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외교안보팀은 이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상식에 맞지만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종전선언을 뒤로 미루려고 했던 것이다. 그 중심에는 한반도 현상 유지를 통한 동맹 강화라는 '도그마'가 자리잡고 있다.

또 하나는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이다. 설마했지만, 그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탄핵 국면에 접어들고 실제로 탄핵까지 된다면, 한반도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와 합의한 것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고 그의 탄핵 시 대통령직을 승계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전통적인 대북강경파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구촌에서 미국의 정치적 내전 상태를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을 나라는 북한이 아닐까 한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북한의 입장은 이런 것 같다. '트럼프는 믿지만, 미국은 못 믿겠다.' 8월 초순 이란을 방문한 리용호 외무상이 "미국이 적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비핵화에는 동의했지만, 핵 지식을 보존하겠다"고 말한 것에서도 북한의 이러한 대미관을 읽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미국 내부에서 궁지에 몰릴수록 북한도 '양면 전략(hedging strategy)'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와의 조속한 문제 해결을 추구하면서도 미국 내부의 문제로 그 합의가 잘 이행되지 않거나 트럼프가 조기 레임덕 및 탄핵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것이기 때문이다.

'수석 협상가'의 미션

이처럼 한반도 문제의 최대 변수는 트럼프의 정치적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좌고우면하다가 실기해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해 정의용 안보실장을 통해 전해진 김정은은 메시지는 희망적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와의) 신뢰의 기반 아래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간의 70년간의 적대적인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고 정 실장이 전했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또한 김정은이 "비핵화 결정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그러한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 부분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미국의 정치적 혼란 및 북미관계의 교착 국면에서 김정은과 트럼프가 또다시 '케미'를 일으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관료적 절차를 밟지 않고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선택한 트럼프 역시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두 정상의 케미를 유도해야 하고 또한 할 수 있는 몫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실제로 김정은은 물론이고 트럼프 역시 문 대통령의 역할에 큰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4일에 있었던 한미 정상간의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 협상가가 되어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말이다.

때마침 9월 18~20일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9월 말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두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목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빨리 성사시키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션 임파서블'로 일컬어졌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완전한 비핵화 실현 가능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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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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