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강남 발언'의 진짜 함의
장하성 '강남 발언'의 진짜 함의
[기고] 장하성 실장은 부동산을 모른다
장하성 '강남 발언'의 진짜 함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강남 발언'이 큰 화제다. 장 실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아래와 같이 발언했다.


"(강남 등 고급주택 시장) 그건 시장이 이긴다고 봐야 되지만 정말 국민들의 삶을 위한 주택은 시장이 이길 수 없다"

"최고의 부자들이 모여 사는 맨하탄 한가운데, 또는 배우들이 사는 LA 베버리 힐스, 거기 주택 가격을 왜 정부가 신경을 써야 되나?", "그러나 국민 주거 복지, 주거 필수를 위한 주택만큼은 시장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 시장경제를 하는 싱가포르도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은 정부가 100% 공급한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저소득층에 대해 정부가 주택을 공급한다. 국민 실 거주를 위한 수요는 반드시 시장에 맡겨야 될 이유가 없다"

"모든 국민들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살아야 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

"잘사는 분들의 고가 주택이랄지 또는 상가에 대한 지역 차이랄지 이런 것은 시장에서 작동해서 가는 것을 정부가 다 제어할 수가 없고 반드시 제어해야 되는 이유도 없다"

"부동산의 경우에 실수요자, 집이 없어서 집이 필요한 분과 집이 이미 있는데 집을 또 하는 분, 둘로 구분할 수 있다"

"자기 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집을 추가로 새로 사는 분 중에 투자인 경우가 있고 투기인 경우가 있는데, 투자인 경우는 임대사업자등록 등을 통해 명확하게 임대사업이라는 영역을 열어 주고 세금을 명확하게 내도록 했다"

"투기라는 것은 단기적 시세차익만 노리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건 정말 집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의 고통을 바탕으로 해 돈을 버는 것","그걸 구분하는 방법을 구축했다. 9월부터 전국 모든 부동산, 특히 주택에 대해 완벽하게 누가 소유하고 있고 누가 살고 임대하고 있는지 안 하는지 등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가동 된다"

"사실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부동산의 경우에는 지역에 따른 편차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어떤 지역에 사는 것만으로도 부동산값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일괄적으로 강남이니까 다 세금 높여야 된다, 이렇게 해서는 저는 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적정한 수준을 찾아 가야 된다. 단, 투기가 생기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세금으로 부과해서 환수해야 한다" (관련기사 : 靑 장하성 "강남 집값 제어할 이유 없지만, 실거주 집값 반드시 제어")

주택시장의 매커니즘도, 보유세의 함의도 모르는 정책실장이라니…

장하성 실장의 이런 발언은 서민들의 삶과 완전히 괴리된 상류사회 일원의 멘털리티를 은연 중에 드러낸 것이라는 여론의 십자포화에 직면했다. 많은 시민들이 장 실장의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는 발언을 듣고, 서울대 나온 사람이 '나도 서울대 나왔지만 별 거 없더라. 굳이 서울대 들어올 필요 없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여러모로 장 실장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여론의 질타와는 별개로 장 실장의 발언은 청와대에서 정책 사령탑을 맡은 사람의 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보유세에 대해 무지한지를 잘 알려준다. 장 실장의 발언 요지는 '이미 가격이 너무 폭등한데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들이 살아 사치재 성격이 짙은 강남아파트 가격에 정부가 개입할 필요도 없고 개입해도 이길 수 없다. 정부는 실거주자를 보호하고 주거복지에 힘을 쏟을 것이고 승리할 것이다. 투기와 투자는 다르며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투자자다. 투기 목적인지 아닌지도 불분명한 강남아파트 전체에 보유세를 일괄적으로 높이는 건 곤란하다'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장 실장의 말처럼 모두가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는 없으며, 정부가 강남 집값과 씨름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강남주민들이 대한민국에서 각종 인프라가 가장 좋은 강남의 편익은 맘껏 누리면서 그에 대한 대가는 너무 낮게 치르는 데 있다. 편익사용료를 보유세라고 생각하면 쉽다. 강남주민들이 누리는 편익에 대한 대가를 보유세 형태로 제대로 내면 누가 뭐라 할 것인가? 그렇게 되면 강남 아파트 시장도 실수요자 위주로 완전히 재편돼 가격도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30억 원짜리 아파트의 보유세가 연 3000만 원이 넘는다면 투기대상으로의 매력은 확 떨어지지 않겠는가? 돈이 넘쳐 그 정도의 보유세를 내고도 강남에서 살고 싶다면 살면 된다. 그게 뭐가 문제인가?


서울의 아파트 시장을 강남벨트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의 고가 아파트시장과 그 밖의 중저가 아파트시장으로 구분하고, 현실화된 보유세가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는 일종의 입장료(강남벨트와 마용성 등에 위치한 고가 아파트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값비싼 입장료를 해마다 내야 한다) 역할을, 그 밖의 중저가 아파트시장에선 해자(해자는 성 밖에 둘러 적의 침입을 저지하기 위한 인공 연못인데, 적들이 해자를 넘기 위해선 막대한 희생을 치러야 한다. 투기적 가수요가 중저가 아파트 시장으로 돌입하기 위해선 보유비용이라는 해자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기대수익률이 꺾이고 따라서 투기심리가 위축된다) 기능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지금과 같은 투기광풍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보유세가 입장료 역할과 해자 기능을 전혀 못하다 보니 강남벨트와 마용성에 머물던 투기 불길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실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아파트가격이 평당 1억 원을 돌파하건 말건 그 자체는 술안주거리에 불과하지만, 투기의 불길이 중저가 아파트시장까지 옮겨 붙어 모두의 문제가 되면 민심은 빛의 속도로 이반되고, 정부에 대한 원망은 하늘을 찌르게 마련이다. 장하성 실장이 그토록 강조하는 실수요자 보호와 주거복지를 위해서라도 보유세가 현실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투자자와 투기자를 구분할 수 있다는 장하성 실장은 궁예의 관심법이라도 쓰나?

한편 장하성 실장은 투자자와 투기자를 구분해 투자자는 보호하고 투기자는 응징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듯 하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구분하는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자는 투자자인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다주택자는 투기자인가? 갭투자로 100채를 지닌 자는 투기자인가? 2채의 고가 주택을 보유한 자는 투기자인가? 고가의 1주택을 소유한 사람에겐 투기심리가 없는가? 주택을 6년 소유한 사람은 투자자인가? 주택을 2년 소유한 사람은 투기자인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겠다는 시도가 성공하기 어려울 뿐더러 별 실익도 없다는 것이다. 소유한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해서 그에 상응하는 보유세를 내게 하면 될 것을 왜 가능하지도 않고 영양가도 없는 분류에 힘을 빼는가?

부동산은 시민들의 삶에서 절대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부동산에 필적할만한 중요성을 지닌 부문을 찾기란 극히 어렵다.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이 문재인 정부 지지율 폭락의 가장 주된 이유인 것만 봐도 부동산이 시민들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가 극명히 드러난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것은 그토록 중대한 부동산을, 부동산에 대해서 무지한 장하성 실장이 사령탑을 맡은 청와대 정책라인이 총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암담하고 답답할 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red1968@naver.com 다른 글 보기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