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저주,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플러스 알파'
불평등의 저주,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플러스 알파'
[김윤태 칼럼] 소득주도 성장만으로는 한계…사회보장 개혁 서둘러야
불평등의 저주,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플러스 알파'
한국 정부는 GDP 성장률을 중시한다. 노무현 정부는 2만 달러 시대를 국정목표로 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4만 달러를 내걸었다. 2018년 IMF 통계에 따르면, 1인당 국내 총생산이 3만2775달러를 기록하면서 세계 29위, 인구 1000만 이상 기준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 달러가 넘어도 행복감은 더 늘어나지 않는다. 많은 한국인들이 불행감과 열등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교육비 지출과 주거비와 성형수술 비용처럼 과잉경쟁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율과 세계 최고 자살율 통계가 보여주듯이 한국 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한국인이 행복감이 낮은 가장 큰 이유를 지나친 불평등이다. 경제성장률이 상승해도 지나친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행복감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절대적 소득만큼 상대적 소득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소수의 부유층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대다수 사람들이 고용불안과 노후불안으로 고통을 겪는다면 1인당 국내총생산과 평균소득의 상승은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재벌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을 쥐어짜는 피라미드 계층구조에서 중산층은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2016년 촛불시민혁명에 앞장선 1700만 명의 국민의 목소리에는 극심한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불평등의 저주

코라도 지니는 이탈리아 통계학자이자 사회학자인데, 지니 계수를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지니 계수는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를 널리 사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지니계수는 0.295로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17번째로 낮고, OECD 평균인 0.314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통계청의 가계소득 조사 자료는 조사의 객관성과 부자의 응답 기피 가능성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는 불평등 연구를 위해 아예 지니 계수를 사용하지 않았다. 2014년 그는 <21세기 자본>에서 지난 200년 동안 25개 국가의 납세 통계를 통해 소득 불평등을 분석하여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와 파리경제대학의 <세계의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의 소득은 2016년 기준 전체 소득의 12.3%를 차지하며, 상위 10퍼센트의 소득은 약 44.8%로 절반 수준을 차지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고 부유층의 부의 집중이 지난 20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지나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만든 사회문제는 다양한 차원에서 부작용을 일으킨다. 소득, 부, 교육, 권력의 불평등 뿐 아니라 건강, 사망률, 행복감과 자존감의 불평등도 발생한다. 영국 사회역학학자 리처드 윌킨슨은 <불평등이 문제다>에서 부유한 23개 국가의 비교연구를 통해 불평등이 질병, 정신질환, 자살, 살인, 범죄, 사회적 신뢰의 저하 등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소득 격차가 가장 큰 미국은 가장 많은 의학적 질병, 우울증, 최고의 살인율과 수감율로 고통을 겪고 있다. 반면에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처럼 평등한 사회가 미국에 비해 사회문제가 훨씬 적다. 한국인의 낮은 행복감,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율은 불평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증가하는 불평등은 한국의 주관적 계층 의식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2015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스스로 하층이라고 답변했다. 평생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0퍼센트에 달했다. 심지어 자녀 세대가 자신보다 더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로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의 비율도 급증했다. 재벌 3세, 4세 자녀의 막대한 부의 세습이 알려지면서 금수저와 흙수저의 논쟁도 등장했고,'헬조선'이라는 인터넷 유행어가 확산되었다. 2016년 촛불시민혁명처럼 분노가 저항으로 폭발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불평등의 저주는 한국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나친 불평등을 줄이는 전략

2017년 6월 10일 6월민주화운동 기념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말이다. 그 후 문재인 정부의 정책 목표는 소득주도 성장, 혁신경제, 공정경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은 기대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자리를 최고 목표로 설정했지만 고용율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의 불만에 직면했다. 혁신경제에 필요한 산업정책이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자동차와 조선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실업자가 발생했다. 공정경제는 표류하고 불충분한 재벌개혁과 조세개혁에 의해 불평등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불평등을 줄이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지난 20년 동안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낮추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수경제학의 장밋빛 청사진은 현실에서 좌절되었다. 그리하여 최근 주류 경제학자들은 낙수경제학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를 발표했다. 2009년 세계은행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불평등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포용적 성장'을 제안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출간한 <소득 불균형의 원인 및 결과>는 150여 개 국가를 분석하고 낙수효과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고 중산층을 유지해야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을 지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경제학자들이 2012년 '소득 주도 성장'을 제기하여 많은 논쟁이 발생했다. 포용적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소득 인상만으로 불평등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스웨덴 사회학자 코르피와 팔메는 미국과 스웨덴의 경험적 분석을 통해 불평등을 줄이는 전략으로 임금 인상보다 사회보험 등 복지제도의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복지제도가 빈곤을 감소하는 효과는 시장 소득과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측정된 빈곤율로 비교할 수 있다. 가처분 소득 빈곤율이 가장 낮은 스웨덴의 경우 시장 소득 빈곤율은 미국보다 높다. 그러나 미국의 가처분소득 빈곤율은 스웨덴보다 훨씬 높다. 보편적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부재도 불평등을 심화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할 수 있다. 2007년 공식적 빈곤선을 기준으로 한 미국의 빈곤율은 12.5%였지만 의료비용을 소득에서 제했을 경우 빈곤율은 15.3%까지 상승한다. 미국에서는 가처분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 

한국의 세전과 세후 지니계수의 비교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조세와 복지에 의한 재분배의 기능이 강한 나라의 경우에 초기 소득(세전 급여)의 지니 계수와 소득 재분배 이후 가처분소득의 지니계수가 다르다. 가처분소득은 시장소득에서 공적 이전을 더하고, 조세를 제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자료를 보면, 국내총생산(GDP)의 20~30%를 복지에 지출하는 북유럽과 서유럽 국가에서는 대체로 지니계수 개선 정도가 양호하다. 반면 한국은 공적 이전과 조세에 의한 지니계수의 개선 효과가 4번째로 낮다. 공적 이전과 조세가 지니계수를 거의 낮추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시기에 한국이 복지국가의 시대로 진입했지만, 아직 한국의 복지국가는 저발전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복지국가가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도 미약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복지제도에 의한 불평등 완화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났지만, 차상위 사각지대에 대한 공적 이전이 미약하다. 고용보험의 경우에도 전체 인구의 절반이 제외되어 불평등 완화에 미치는 효과가 적다.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지출 예산의 비율(10.1%)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비율인 20% 수준에 비해 매우 낮고,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2016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19.4%)도 OECD 회원국 평균(25%)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조세부담율과 사회지출이 낮아 한국에서 분배 정의는 왜곡되고 있다.

부의 집중은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

많은 학자들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정부의 역할, 기업과 노동조합의 권력관계, 그리고 사회정책의 효과에 주목한다. 한국에서도 정부와 재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조세 도피, 낮은 세율, 부실한 복지제도가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또한 재벌 대기업의 탈세, 불법 상속, 지나친 임금 상승과 배당, 부동산 투기 등으로 부의 집중이 심화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불평등을 규제하는 정부의 입법과 규제 장치는 매우 미약하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30년 동안 노동조합이 약화되고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의 영향력이 작아지면서 정치권에서 재벌과 부자를 옹호하는 힘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2016년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재벌 대기업과 불법적으로 결탁한 박근혜 정부를 탄핵했지만, 최근 은산분리 완화 입법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재벌 대기업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재벌 대기업의 탈세, 불법 상속, 불공정 거래, 동네 상권 지배를 막는 정책이 없다면 부의 불평등을 줄이기는 어렵다. 재벌 대기업이 최고 포식자로 군림한다면 중소기업, 자영업자, 노동자의 소득은 점점 쪼그라들고 말 것이다. 부의 집중과 심화는 결국 사회갈등을 유발할 뿐 아니라 중산층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장기적인 경제성장도 저해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책을 둘러싼 정치인들의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 지난 20년 동안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공기업 사유화, 의료 민영화, 자사고 설립, 서울의 뉴타운 개발, 경제의 금융화가 이루어지면서 누가 더 이익을 얻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진정 양식 있는 학자라면 국내총생산과 경제성장율만 바라보아서는 안 되고, 정부의 정책으로 과연 누가 이득을 얻고, 누가 손해를 보았는지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다행히도 올해 9월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에서 '포용국가의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사회보장 개혁의 청사진이 촛불 시민혁명 이후 1년이 넘은 시점에 발표된 것은 너무 늦은 감이 든다. 앞으로 조속한 시일에 구체적 액션 플랜과 재정 조달 계획을 실행하기 바란다. 물론 장기적 성장 동력을 키우는 산업정책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적극적 행동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지나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조세 개혁과 사회보장 개혁이 없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험에 빠질 것이다.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여 사회이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과 훈련에 대한 대대적 투자가 없다면 사회계층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다. 국가의 역할이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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