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반쪽' 강정마을 간담회서 사면 약속
文대통령, '반쪽' 강정마을 간담회서 사면 약속
반대 주민들 "文대통령, 해군기지 찬성 주민에 힘 실어줘"
2018.10.11 19:49:20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 해군관함식 사열을 마치고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11년간 대립해온 강정마을 주민들을 만나 "재판이 확정되는 대로 사면 복권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사면 검토 대상인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회장 등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은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불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제주 국제관함식이 끝난 뒤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강희봉 강정마을회장 등 주민 6명을 만나 "저는 대통령 후보 시절에 강정마을 문제 해결을 약속했고, 지금도 그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며 해군기지 반대 마을 주민들에 대한 특별 사면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구상권 청구 철회와 사면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당선 이후 약속대로 구상권은 철회했지만, 사면은 재판이 진행 중인 이유로 아직 못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은 과제인 사면 복권은 재판이 모두 확정되어야만 할 수 있다"며 "관련된 사건이 모두 확정되는 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일부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과'에는 미치지 못한 수준이지만,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주민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주민 대립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인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그로 인해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민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졌고, 주민 공동체가 붕괴되다시피 했다. 그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제 강정마을의 치유와 화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다가 사법 처리된 강정마을 주민들의 '사면' 문제는 강희봉 강정마을 회장의 요청에 문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으로 언급됐다. 강희봉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한 데 이어 강정마을에 지역 발전 예산을 투입해달라고 했다. 강 회장은 "제주도에서 강정마을 발전과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해 39개 사업을 확정해 제출했다"며 "정부가 약속했던 국비 지원을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부가 '공동체 회복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600억 원 규모의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 해군관함식에 참석해 군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관함식 행사가 끝난 이후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 일부 주민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청와대


해군기지 반대 주민 "문 대통령, 해군기지 찬성 주민에게만 힘 실어줘"

이날 대통령과의 간담회에는 '제주 해군관함식' 행사에 반대했던 '강정마을회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는 불참했다. 강호진 '제주 군사기지 저지를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은 "청와대에서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회장에게 간담회 참석을 요청해왔지만, 반대 주민회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정책위원장은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은 애초에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강정마을회 기지 반대 주민회는 "기지 완공을 세계에 알리는 관함식 참석 차 강정마을에 오는 대통령에게 마을 갈등 해소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불참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또 "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도 있으나 이를 반대하는 주민도 분명히 있는데, 대통령의 관함식 참석은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청와대는 강정마을 주민 찬반 투표를 통해 제주 해군관함식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주민 투표 결과 77.2%의 찬성을 얻어 이날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해군기지 반대 주민이 대통령과의 만남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반쪽짜리 치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마을 주민들이 '평화에 역행한다'고 반대한 관함식 행사 후에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찾은 점도 논란으로 남는다.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강정마을 주민과의 간담회'에 주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 "이제는 과거 상처 씻고 미래로 가야할 때"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오늘 이 자리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미래로 가는 길을 말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이제는 과거의 고통, 갈등, 분열의 상처를 씻어내고 미래로 가야할 때"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관함식을 반대하리라는 예상을 충분히 했지만, 설득을 통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관함식을 열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 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가 웬 말이냐는 반대의 목소리가 여전히 있지만, 군사시설이라 해서 반드시 전쟁의 거점이 되라는 법은 없다. 하기에 따라서 평화의 거점이 될 수 있다. 하와이를 보라. 세계 최대의 해군기지가 있지만 평화의 섬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다"며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제주 해군관함식이 '평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에는 "제주 해군기지는 북한을 상대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관함식에 대해서도 왜 또 상처를 헤집는가라는 비판이 있지만, 이왕 해군기지를 만들었으니 강정을 살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크루즈로 오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관광시설이 있어야 하고 그런 방안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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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dongglmoon@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획팀에서 노동 분야를 담당하며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 등을 다뤘다. 이후 환자 인권, 의료 영리화 등 보건의료 분야 기사를 주로 쓰다가 2015년 5월부터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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