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올레길'부터 한반도 8대 광역권까지
'평양 올레길'부터 한반도 8대 광역권까지
[인터뷰] <서울...평양...스마트시티> 저자 민경태
2018.10.13 11:43:24
'평양 올레길'부터 한반도 8대 광역권까지

개성공단 같은 경제특구를 20여개 만드는 것이 남한과 북한의 경제협력의 최종 목표일까?

<서울...평양...스마트시티>(민경태 지음, 미래의 창 펴냄)의 저자 민경태 여시재 연구팀장(북한학 박사)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과거 개성공단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남북 경협을 제안한다.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남한의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방식의 개성공단 모델은 우수한 남북한 사례였다. 하지만 이런 협력방식은 초기 단계의 모델로 시대적 한계가 분명하다. 중국에서 벌써 스마트 팩토리(제조공정이 자동화, 지능화된 공장)가 도입되고 있는데, 북한의 임금 경쟁력에만 의존한 협력에서 한반도의 성장 동력을 찾을 수는 없다. 4차산업, 지식기반 네트워크 경제에 걸 맞는 새로운 방식의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 스마트시티 건설이 효율적인 이유 5가지

▲ 민경태 여시재 연구팀장 ⓒ프레시안(전홍기혜)

민경태 팀장은 북한에 스마트시티를 건설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북한에 첨단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이유를 5가지 들었다.

"첫째, 첨단 인프라 구축의 효용 가치가 높다. 통신을 예로 들어 보면, 북한의 통신망은 현재 2G인데, 바로 5G로 갈 수 있다. 남한은 기술을 갖고 있지만, 4G에 투자한 것을 뽑아내야 하니까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

둘째,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 북한에서는 첨단기술을 적용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시험해볼 수 있는 신도시 개발이 용이하다. 반면 남한의 신도시 개발에는 엄청난 비용과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셋째, 토지 보상이나 건설비용이 적게 든다. 북한에는 사유재산권이 없으므로 토지 수용 문제나 보상에 대한 부담이 남한에 비해 현저히 적거나 없다. 또 자연에서 채취하는 골재나 자원이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비용도 남한과 다르다.

넷째, 이상적 도시 모델을 구현해 볼 수 있다. 남한은 비싼 값으로 토지를 수용했으니 개발이익을 환수하려면 고층 아파트를 지어서 분양해야만 한다. 아무리 이상적인 기술이나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단기간 안에 사업성이 확보된다는 보장이 없으면 막대한 비용을 투자받기 어렵다.

다섯째, 시장과 산업 기득권의 저항이 없다. 남한의 경우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거나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기술과 경쟁을 거쳐야만 한다. 기존에 투자한 기업들이 일정기간 수익을 올리려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면서 신기술 도입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시장과 산업 기득권의 저항이 아직은 미약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북한이 스마트시티의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북한은 불가역적 경로로 들어섰다...'퍼주기'가 아닌 투자다

▲ <서울...평양...스마트시티>, 민경태 저, 미래의창 펴냄

그는 북한 내부에 충분히 이런 파격적인 변화를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던 '김일성-김정일의 북한'과 스위스 유학파 출신인 '김정은의 북한'은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진 사례에 대해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도약적 성장, 베트남이나 중국을 뛰어넘는 성장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도 북한의 벤치마킹 모델로 싱가포르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싱가포르는 영미중심의 서구사회와 다르게 중앙집권적인 정치시스템을 유지한 채 경제적인 발전을 이룩한 국가다. 김 위원장은 원산항을 싱가포르처럼 만들려고 하고 있다."

민 팀장은 또 문재인 정부 들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정치적 협상 과정을 통해 북한이 불가역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해 능라도 경기장에서 평양시민 15만 명을 관중으로 한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핵을 한반도에서 버리고 남북한이 평화공존체제로 가자고 했고, 관중들로부터 엄청난 박수를 받았다. 다시 회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그동안 외세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핵개발을 시도했고, 이를 완성하면 경제발전을 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얘기해왔다. 그런데 김정은 체제 들어 핵무기 개발 완성을 선언했고, 이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하는 상황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제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밖에 없고, 김정은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경제적으로 여전히 힘들면 그만큼 정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차원에서도 경제 발전에 대한 분명한 요구가 있다."

북한의 경제개발에 남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경제 제재도 풀리고 북한이 개방됐을 때 해외자본이 몰려들 수도 있는데, 그때 남한 정부가 경제개발정책을 좌우하는 콘트롤 타워로서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남한이 해외자본과 경쟁하는 '원 오브 뎀'이 될 경우, 자칫 경험이 부족한 북한이 해외자본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항만, 공항, 철도, 통신 등 기간산업을 투기성 성격이 강한 해외자본에 넘기거나 무분별한 난개발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남한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남북간의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남북 화해.협력 기조를 남한 쪽에서 정권의 성격과 무관하게 유지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과거 패러다임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퍼주기'가 아니라 남한의 미래에 대한 투자다. 남북한의 연결이 아니다. 단절됐던 유라시아 대륙과 남한이 연결되는 것이다. 남북한이 철도로 연결되면 섬나라 같았던 남한이 드디어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접점, 교두보로 탈바꿈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와 일본이 목포와 부산으로 들어와 서울, 평양을 거쳐 북경,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다. 우리가 유라시아 대륙경제에 접속되는 지리경제학적 대전환이다.

남한은 이대로 가면 열강에 끼어 있는 분단된 작은 나라로 경제성장의 정점을 찍고 퇴보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경제성장률도 저하되고 있고 새로운 대안을 못 찾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라는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한반도를 8대의 광역경제권으로 묶는 개발을 제안한다.

"단일 대도시가 무한정 확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도시는 산업혁명으로 태어난 시스템이다. 하지만 도시가 무한정 확대되다 보니, 과밀화로 인한 환경오염, 교통, 주택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중소도시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생각이다. 경제개발과 소유, 그에 따른 이익 창출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소유가 이익을 만들고 가져가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꼭 소유하지 않아도 소통, 공유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래서 경제적인 개발과 협력의 개념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또 한반도는 앞서 말한 것처럼 대륙과 해안을 연결하는 거점이다. 그런 점에서 광역 경제권은 해안이나 강변을 따라 벨트 형태로 설계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메가 수도권과 그중에서도 서울-인천-해주-개성의 삼각벨트는 남북한 경제협력의 핵심 지역이 될 것이다. 지금은 군사적 대치 지역이지만, 강화도, 교동도, 한강하구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이 지역을 다리로 연결하고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상상해보자. 중국의 홍콩, 심천, 광저우, 마카오를 아우르는 국제자율경제권역이 발전하는 것처럼 이 지역도 동북아시아의 핵심적인 경제권역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지 않을까."


▲ 한반도 8대 광역경제권 구상 ⓒ민경태


한반도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이익을 공유하는 장이 될 수도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경제적 협력이 곧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가져올 수 있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과정에서 키를 쥐고 있는 남한의 역할이 중요하며, 일부 정치세력들이 단기적인 이익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특사를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원산 카지노 개발을 요청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인 카지노 재벌이 북한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만나는 접점으로서 한반도가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맞물려서 서로 이익을 공유하는 지리적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상호 이익을 위해 유지되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지금 가장 희망적인 무드가 펼쳐지고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전쟁의 위험이 실제로 있었고, 평화체제로 전환은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에서 잘하고 있지만, 정말 절박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전쟁의 위험이 실제로 존재했기 때문에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 내부에서 목소리가 통일될 필요가 있다.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좀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민족 공동체를 위한 길이 무엇인가 고민했으면 한다."


민 팀장은 마지막으로 이 책을 김정은 위원장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리고 평양을 첨단산업과 동시에 역사가 공존하는 도시로 재개발하자고 제안한다. 사회주의 역사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도시로 재개발해 '평양 올레길'을 만들면 그 자체가 중요한 교육이자 관광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구상이다. 그는 또 하나 개인적인 바람으로 이런 평양의 재개발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기대를 밝혔다.  

▲ 민경태 팀장이 구상한 평양 올레길 ⓒ민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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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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