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 여의도 1000개 소유...사막에 나무 심는 청년들
1%가 여의도 1000개 소유...사막에 나무 심는 청년들
[복지국가SOCIETY] 양극화 사회의 무기력한 정책들
1%가 여의도 1000개 소유...사막에 나무 심는 청년들
베이비부머의 자식 세대에서 시작됐다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삶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불확실성을 넘어 불가능한 미래에 투자하는 대신 당장의 소소한 일상에서 위안을 찾겠다는 의지다. 소박한 삶의 방식처럼 보이지만, 실은 살아남기 위해 고안된 최적화 방식이랄까?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우리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시도해볼 무대가 사라진 지도 오래되었다. 생존의 기반인 취업 시장에서 배제되는가 하면, 어렵게 취업을 해도 결혼, 출산, 주거 등 삶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청년의 역동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청년들에게는 실수도 허락되지 않으니 무모한 도전과 실패도 용납되지 않는다. 용기 있는 도전은 청년기의 고유한 상징이었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서 진부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양극화 위의 정책 실행은 사막에 나무심기

우리나라 상위 1%가 보유한 주택의 총 공시가액은 182조 원으로 보유한 평균 토지 면적은 여의도의 1000배가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0년간 재벌 등 상위 10% 그룹이 보유한 토지 면적도 2배 가까이 늘어 판교 신도시의 1000배, 여의도의 3200배 규모가 되었다. 개인이 보유한 토지는 6% 줄었다는데, 상위 1%에게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서민들의 보유 면적은 더 감소한다. 최근 정부가 이런 심각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가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토지의 독점은 부의 양극화를 견인하면서 이 사회의 모든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가 되었다. 이런 조건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경제・복지 정책도 무기력해지고 효과를 내기 어렵다.

극소수에 편중되어 순환되지 않는 돈뭉치가 부동산으로, 임대업으로 몰리면서 경제 활동과 무관한 부동산 가치만 폭등시키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아무리 씀씀이를 줄여도 결국 3포, 5포에 이어 꿈과 희망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심각한 구조다. 부자에게 쏠리고 있는 '부'의 크기는 곧 서민들이 감당해야 할 '포기'의 무게다.

얼마 전 '문화공간 온'이라는 시민들이 만든 카페에서 '결혼, 출산, 세대격차'라는 주제로 시사토크쇼가 열렸다. 현직 기자가 시민들과 함께 해당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는데, N포 세대가 포기할 항목은 더 있었다. 바로 척박한 교육 환경, 그들이 어린 자녀들에게 물려줄 것은 자신들이 줄곧 겪어온 그 무지막지한 '경쟁'의 전쟁터뿐이라는 사실이다. 양극화라는 욕망의 뿌리가 모든 자양분을 빨아들인 채 줄기로 가는 공급을 멈추고 있는데, 무슨 수로 젊음의 이파리에서 파란 광합성을 기대할 것인가.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격이다.

양극화의 주범인 '지대 추구 행위'는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있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참여연대


노동과 자본 격차도 심각 
 
또 다른 불공정 경쟁의 토대는 불균형한 '노동과 자본 간 분배율'이다.

2016년 우리나라 상위 1%의 배당소득은 약 75%, 이자소득은 45%에 이르고, 상위 10%까지 내려오면 배당소득은 약 94%, 이자소득은 92%다. 반면 근로소득으로 보자면 상위 1%는 약 9%, 상위 10%까지는 37%에 이른다. 상위 1%는 노동을 거의 하지 않고 다른 노동자들의 노동력으로 살고 있다는 뜻이다. 즉 자신이 소유한 '부'를 손대지도 않은 채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에 영세 자영업자들 임대소득까지 노동의 결과물을 챙겨가고 있다. 결국 상위 1%~10%가 가만히 앉아서 나머지 99%~90%의 노동력을 부리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신분제 사회와 다를 바 없다.

양극화의 고리는 노동 현장에서 다시 세분화되고 체계화된다. 상위 1%의 지배를 받는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다시 정규직・비정규직 간, 남성・여성 간, 학력 간에 소득 구간이 달라지고 격차는 더 벌어진다. 기업은 어떤가? 대기업이 중견기업을, 중견기업이 영세기업을 불공정 하도급 형태로 줄줄이 착취해 내려가면서 골목 상권의 자영업자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경제활동의 파이 중 상당 부분은 극히 일부에게 축적되고 그만큼 노동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결국 파이는 작아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악순환이다.

'2018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리처드 윌킨슨 교수는 불평등 사회에서는 자존감 대신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과시적 소비 경향과 함께 소비를 부추기는 소비주의, 과소비 현상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불평등 국가일수록 건강・사회 문제가 심각해지고 아동의 웰빙 수준 악화, 정신질환 유병률・수감률 증가, 상호 신뢰도 하락과 같은 부정적 현상도 심화된다. 또한 불평등으로 인한 이런 현상들은 여성・남성, 약자・강자, 심지어 부모에 대한 증오감까지 사회 전반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아시아미래포럼


한국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등 불평등으로 인한 각종 부정적 지표들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의 남녀 간 갈등, 미투 상황, '을'들 간 갈등도 불평등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불평등 구조를 개선해나갈 가장 중요한 정책은 물론 교육 정책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의 집중화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는 한 경쟁자들 간의 기회의 불평등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뿐, 근본적 문제인 왜곡된 파이를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정책 효과를 기대한다면 양극화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돈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실현할 교육 환경을 바란다면 양극화, 부의 불평등 기반부터 고쳐야 한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정치였으며, 우리는 정치를 통해 불평등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결의 열쇠는 결국 유권자에게 있으며, 유권자가 정부와 정치권에 영향을 미쳐야 불평등 구조를 개선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그 효과를 가볍게 집어삼키는 이런 환경을 언제까지 방치하고 땜질 처방만을 계속할 것인가. 과정에서 공정한 분배 관리와 사후의 세제를 통해 불평등 기반을 시정해가야 한다. 모든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현실화와 경제활동 과정의 모든 불공정 행위 근절, 이 두 가지 기본 정책부터 다져야 한다. 그래야 부처별 훌륭한 정책들이 비로소 빛을 보고, 그 효과도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김진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노무법인 벽성 대표입니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연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니들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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