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노동 우경화'
문재인 정부의 '노동 우경화'
[기고] 교육공무직 총파업, 노동존중 없다면 투쟁존중은 할라나
문재인 정부의 '노동 우경화'
파업, 그리고 급식대란? 상투적인 보도다. 어떤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고민이 없다. 학교는 미래의 거울이다. 그런 학교는 시장판과 다른 변화와 모범을 교육적 열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포용국가를 말하려거든 1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학교부터 사람을 포용하고 노동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수업을 하지 않는 급식시간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 시간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다. 급식시간이 아니어도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다. 오늘 우리의 노동이 내일 학생들의 노동이기에, 노동존중이 곧 교육이라고 말하고 싶다. 

존중, 높이어 귀중하게 대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시대를 약속했다. 정말일까 싶지만 믿고 싶다. 말처럼 된다면 눈도 뜨기 싫은 출근길 직장인들의 표정은 달라졌을까? 오늘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일은 살만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느껴졌을까? 그러나 기대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며, 여전히 각자도생 무한경쟁만이 살길이라고 현실은 가르친다. 실업자든 월급쟁이든 촉은 비슷하다. 먹고사는 노동은 그리 희망차지 않다. 그렇다고 1년만 기다려달라던 대통령의 진심 속엔 노동존중 사회의 큰 그림이라도 설계돼 있을까? 

이미 1년은 훌쩍 지났다. 그러더니 지난 11월1일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선 그나마 노동존중 그 한마디 위로조차 완전히 사라졌다.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함께 잘 살자”라며, 마치 “함께 살자!”라는 노동자의 유명한 구호를 연상케 했지만, 단 한 번도 노동자를 호명하진 않았다. 포용국가에서 노동자의 존재가치는 다시 희미해졌다. 딱 한번 비정규직을 언급했지만 양육비 일부를 쥐어줄 테니 아이 낳으라고 채근하는 대상일 뿐이었다. 대통령조차 최저임금을 문제아로 취급했다. 사장님들 돈벌이에 방해된다며 보수언론의 선전에 편승했고, 포용국가는 그들이 주인공인 양 대통령은 사장님들을 거듭해 호명했다. 

어쩌면 예견된 상황이었다. 주당 최장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 제도를 개선했다지만 실제 노동시간이 줄어든 현실변화의 의미는 거의 없다. 오히려 그 핑계로 연장수당에 가산되던 휴일수당만 못 받게 됐다. 500만 명 저임금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건드린 건 최악이었다. 최저임금이 명목상으론 천원이 올라도 사장님들은 오백 원만 더 주고 퉁 칠 수 있게 만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이명박근혜 시절에도 안하던 짓이었다. 그 명분은 인상률이었다. 여당은 그래야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맞춘 인상률을 보장할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그 인상률조차 지키지 않았고 대통령은 기어이 1만원 공약을 공식 파기했다. 여기에 최근엔 또 노동자의 휴식이나 건강, 사생활 따윈 아랑곳 않고 근무시간을 늘였다 줄였다하며 연장수당도 안 주는 탄력근로시간제까지 더 확대할 계획이다.  

그래 분명히 달라지긴 했다. KTX승무원과 쌍용차 노동자들이 복직하는 등 박근혜 정권 시절과는 다른 투쟁사안의 해결은 뭔가 노동자에 대한 대접이 달라진 듯 정부의 성의를 느끼게 하지만, 투쟁이 아닌 일상 공간의 노동조건은 나빠질지언정 결코 좋아지지 않았다. 거짓과 무책임, 노동존중에 반하는 단서는 자꾸 쌓여갔다. 최저임금법을 바꾼 국회는 연봉 2,500만 원 이하 저임금노동자에게 불이익은 없다고 했지만,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피해가 보도로 확인됐고, 노동부도 인정하며 수습에 나섰다. 지난 6월 노동부 장관은 교육공무직 노동자들과 만나 피해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교육부에 관련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달랑 종이 한 장 내고는 한 일이 없다. 교육부는 알바 아니라며 입을 다물고 교육청은 듣도 보도 못한 금시초문이라고 뭉갰다.

▲ 지난 10월 열린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시도교육감협의회 교섭 사진. ⓒ박성식


교육부와 교육청들의 임금교섭 태도는 노동존중을 선언한 정부인가 싶을 정도다. 작년과 달리 올해 교육부는 아예 임금교섭에 불참했다. 처음엔 장관 교체가 이유라 했지만, 유은혜 장관이 임명된 이후엔 아예 공식 불참을 선언하며 정부정책에 따라 교육청을 이끌 책무를 내던졌다. 그 때문일까? 시도교육청들의 임금교섭 태도는 노동존중이 아닌 노동무시에 충실했다. 정규직 대비 학교비정규직의 임금은 여전히 60% 수준이고 내년 지방교육재정은 6조원이나 늘었음에도 교육청들은 ‘비정규직 처우개선은 더 이상 없다’는 식으로 사실상 임금동결 입장을 고수했다. 심지어 대통령 공약인 '정규직 80% 수준 공정임금제'엔 "이견이 있다"며 대놓고 반대했다. 그런가하면 교육감들이 서명한 비정규직 처우개선 정책협약도 "고려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여럿이 가면 없던 길도 길이 된다고 했던가. 대통령은 취임 후 양극화 극복을 위해 한국사회도 이젠 '노동존중'이 길로 가야한다며 인천공항부터 새 이정표를 달았다. 하지만 정부여당 대통령부터가 유턴 중이시고 교육관료들은 거봐라 애당초 가서는 안 될 길이라며 도로 폐쇄를 기정사실화했다. 교육청관료들은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 임금차별은 차별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규직 80% 공정임금제는 언간생심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대통령 공약에 코웃음을 친다. 그 결과 현재 시도교육청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임금협상은 결렬된 상황이다. 때문에 오는 11월 10일 서울에서는 교육공무직 역대 최대 규모의 총궐기집회가 열린다. 이후 15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만료 기간까지 임금동결이 철회되고 처우개선 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전국 총파업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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