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샛별 코르테스, 미국 정치 새역사를 쓰다
중간선거 샛별 코르테스, 미국 정치 새역사를 쓰다
최연소 여성의원으로 하원의원 당선 '파란'
2018.11.07 13:46:33
중간선거 샛별 코르테스, 미국 정치 새역사를 쓰다
"민주당의 가장 빛나는 별이 이제 공식적으로 의회에 입성한 최연소 여성이 됐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가 6일(현지시간) 오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했다. CNBC는 "코르테스가 최연소 여성으로 당선돼 역사를 썼다"고 보도했다. 

코르테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선거운동으로 발품을 파느라 너덜너덜해진 신발 사진과 함께 "이 운동에 힘을 모아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사실상 당선 인사를 했다.

뉴욕주 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28살(1989년생) 히스패닉 여성이 미국 중간선거에서 일을 냈다. 개표가 85% 진행된 현재, 78.9%를 득표한 코르테스는 공화당 앤서니 파파스 후보(13.2% 득표)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지난 6월부터 파란의 조짐이 일었다. 그의 민주당 경선 상대는 10선 관록의 백인 남성 후보 조셉 크롤리.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후임자로까지 거론되던 거물이다. 

지난해까지 식당 종업원이던 무명의 신예는 선거 3주 전 여론조사에서 크롤리에게 36%포인트 뒤쳐졌다. 선거자금은 31만 달러 대 340만 달러로 10배가량 차이가 났다. 

누구나 크롤리의 재선을 점친 경선 결과는 57% 대 42%. 코르테스의 압도적 역전승으로 끝났다. 인종, 성별, 나이, 계급의 열세를 뒤집어엎은 선거 결과가 나오자 미 언론들은 "2018년 중간선거 최대 이변"이라고 평했다.

2016년 대선 때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를 연상시켰다.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했지만, 그는 트럼피즘 광풍에 휘말린 미국 정치에 진보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렸다. 코르테스는 당시 샌더스 선거 캠프에서 일했다.

이번엔 샌더스가 코르테스를 도왔다. 샌더스는 "진보 풀뿌리 정치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코르테스 돌풍을 평가했다. 

코르테스가 샌더스의 '정치적 후예'라는 것은 선거 캠페인 홈페이지를 장식한 문구, "정치 혁명에 나설 시간이 왔다"에 함축돼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는 한줌 부자들이 아닌, 만인을 위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자신을 교육운동가이자 조직가로 소개하며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도 밝혔다. 코르테스는 미국 내 최대 사회주의자 단체인 '민주사회주의연합(DSA)'에서 활동하고 있다. 코르테스를 비롯한 DSA 활동가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대거 출마했다.

이 미국식 '좌파' 후보는 만인에게 평등한 의료정책, 인권으로서의 주택정책, 평화 경제를 위한 영구 전쟁의 종식, 공립대학 등록금 폐지, 총기 규제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주류언론은 민주적사회주의를 표방하는 DSA 후보들을 '허브 티파티'(공화당의 극우그룹 티파티에 비견되는 진보그룹)라고 견제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극우 포퓰리즘이 낳은 쌍생아, 정치 양극화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허브 티파티의 득세는 감정적 진보주의의 승리가 분명하지만 타협의 정치를 불가능하게 한다"며 "티파티의 감정적 보수주의와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화당과 워싱턴 정치를 담합해온 힐러리 클린턴 같은 상류층, 기득권 정치에 염증난 미국 유권자들이 코르테스를 비롯한 진보 풀뿌리 정치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음은 심상치 않은 사건이다. 

지난해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유고브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9%는 자본주의를 지지한다고 했지만, 30세 이하에서는 사회주의를 택한 사람들(44%)이 자본주의를 택한 사람들(42%)보다 많았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들에게는 자본주의의 실패 각인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코르테스의 경우가 그렇다. 그가 대학 2학년 재학 중이던 2008년, 아버지가 폐암으로 세상을 떴다. 아버지 사망에 서브프라임 파동으로 촉발된 국제경제 위기까지 겹치자 집은 압류됐다. 코르테스의 어머니는 남의 집 청소부로, 학교버스 운전기사로 일했고, 코르테스도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 일을 계기로 정치사회 운동에 뛰어든 코르테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고통을 겪어봤기 때문에, 나는 노동계급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계급, 인종, 성별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는 정치 현실에도 목소리를 냈다. "우리 지역은 70%가 유색인종이지만 우린 단 한번도 우리를 대표하는 정치인을 가져본 적이 없다."

샌더스가 씨를 뿌리고 코르테스가 꽃을 피운 미국 진보주의 운동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번 중간선거에선 코르테스 외에도 유색인종 여성 후보들이 인종과 성별의 유리천장을 깨고 속속 당선을 확정지었다.

팔레스타인계 라시다 탈리브가 미시간주에서 당선됐고, 소말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일한 오마르도 미네소타주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진보적 단체인 '정의 민주당원'의 지지를 받은 이들은 최초의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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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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