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직원 핸드폰에 '도청앱' 몰래 심어 6만건 도청
양진호, 직원 핸드폰에 '도청앱' 몰래 심어 6만건 도청
왜 양 회장의 엽기행각은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나
폭행과 엽기행각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양진호 회장이 이번엔 자기 회사 직원 휴대전화를 불법 도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최측근뿐 아니라, 위디스크는 물론 파일노리 등 양 회장 소유 회사 직원 휴대전화에 '도청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뒤, 상시로 이를 확인했던 것이다. 한 마디로 직원들의 사생활을 엿봤다는 이야기다. 문자, 통화내역 등이 6만여 건 확인됐고,  주소록 등까지 포함하면 도청 의심 자료로 확보된 것만 총 10만여 건에 달한다.

상당수 회사 직원들은 '도청앱'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나, 몇몇 임직원들은 이를 인지한 뒤, 휴대전화를 바꾸기도 했다. 자연히 도청은 괴담식으로 사내에 유포됐고, 양 회장이 직원들을 감시한다는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간 양 회장의 폭행과 엽기행각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다. 

<프레시안>과 진실탐사그룹 <셜록>, <뉴스타파>가 만난 공익신고자인 위디스크 전직 직원 A씨에 따르면 양 회장은 2013년 10월께, 회사 직원들에게 자신의 휴대전화 기종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회사에서 개발한 사내 메신저앱 '하이톡'을 휴대전화에 설치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양 회장이 이러한 지시를 한 이유는 '하이톡'이라는 앱은 아이폰에는 설치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이톡'에는 도청 프로그램이 숨겨져 있었다. '하이톡'은 '카카오톡'과 같은 개념의 메신저앱으로 회사 내 직원들끼리 소통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양 회장은 이를 내세워 직원들 휴대전화에 '도청 프로그램'을 깔도록 한 셈이다. 

양 회장은 이 '도청앱'을 상시적으로 이용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도청을 통해 알게 된 직원 개인 정보를 과시용으로 직원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예를 들어 도청을 통해 전날 클럽을 갔다는 사실을 인지한 양 회장은 해당 여직원에게 "클럽 다니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사내커플에게 연애하고 다니지 말라고 지적하기는 일도 있었다. 

▲ 양 회장이 사용한 '도청'앱. ‘미등록’란에 도청하고자 하는 상대방 이름을 입력한 뒤, 통화내역, 문자, 주소록, 위치, 카메라, 녹음 등의 이모티콘을 누르면 분야별로 ‘도청'이 가능하다. 만약 입력한 상대방이 회사 메신저앱을 설치하지 않았을 경우, 이 ’도청‘앱은 작동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양 회장의 '도청 프로그램', 어떤 기능 있나

그렇다면 '도청 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양 회장은 위디스크 계열사인 뮤레카(필터링 업체) 개발자에게 '아이지기' 앱을 개발토록 지시했다. '아이지기'란 자녀의 스마트폰을 통해 아이의 안전을 지켜주는 서비스다. 아이 스마트폰에 이 앱을 설치하면, 아이가 어디 있는지부터 현재 무슨 말을 하는지, 누구와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사실상 '도청앱'인 셈이다. 

아이 부모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아이지기' 관리자 모드에 들어가면, 아이 스마트폰을 원격조정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메라 원격제어' 기능을 사용하면 자녀 스마트폰 앞뒷면에 장착된 카메라를 원격으로 촬영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자녀가 무엇을 하는지 CCTV처럼 볼 수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자녀가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정보' 기능, 카메라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주변의 소리를 녹음 및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음성녹음' 기능, 현재 자녀가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화면캡처' 기능이 장착돼 있다. 

하지만 양 회장은 이 앱을 상업화하지는 못했다. 몇 년 간의 개발 끝에 실제 서비스가 가능한 완성단계까지 접근했으나 법적 규제에 막힌 것이다. 자녀 모르게 원격으로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사진을 찍고, 게다가 녹음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의 앱은 사실상 개인정보 해킹프로그램 원리와 똑같기 때문이다. 이를 상업화하려면 까다로운 규제를 뚫어야 했다. 

결국, 이 앱은 출시도 못하고 사장됐으나 양 회장은 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미 많은 돈과 시간을 쓴 앱을 폐기하는 대신 '도청 프로그램'으로 추가개발을 지시했다. 결국, 뮤레카에서 개발하던 이 기술을 위디스크로 가져와 개발자 A씨가 맡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청앱'을 완성했다. 

▲ 뮤레카에서 개발한 아이지기앱. ⓒ프레시안


▲ 뮤레카에서 개발한 아이지기앱 설명자료. ⓒ프레시안


구속된 뒤, 직원들 감시하려 '도청' 개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양 회장은 회사 직원 휴대전화에 설치하고자 했으나, 대놓고 '도청앱'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꼼수를 부린 양 회장은 회사 직원들에게 이를 사내 메신저 앱 '하이톡'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휴대전화에 다운받도록 했다. 

실제 하이톡이라는 앱은 메신저 역할을 했다. 다만 양 회장은 여기에 '히든' 프로그램으로 '아이지기'의 업그레이드버전인 '도청' 프로그램을 몰래 끼워 넣었다. 자연히 이 앱을 다운받은 직원들은 자기 휴대전화가 도청되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업그레이드버전은 이전 '아이지기'보다 더 고급화됐다. 마찬가지로 자기 휴대전화에서 관리자 모드로 들어간 뒤, 직원 중 한 명 이름을 치면, 그가 주고받은 문자, 통화내역, 주소록은 물론, 사용한 앱, 현 위치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실시간으로 직원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할 수 있고, 통화내역 중 특정 상대와의 대화 내용이 궁금할 경우, 상대방을 설정하면, 추후 그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 및 확인할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이것을 관리자 모드로 볼 수 있었던 사람은 양 회장 한 명 뿐이었다는 점이다. 입수한 도청 관리자 페이지를 보면, 주소록만 3만2000여 건에, 통화 내역이 3만4000여 건에 달했다. 상대방과 나눈 문자메시지도 2만7000여 건이나 있었다. 문자는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양 회장의 의도는 명확했다. 회사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이 '도청 프로그램'으로 감시하고자 했다. 앞서 2011년 불법업로드 혐의로 구속됐던 양 회장은 회사 내부 제보가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상시적인 '도청'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들을 감시하고자 한 이유다. 

▲ 상대방 이름을 입력한 뒤, ‘문자’ 이모티콘을 누르면, 상대방이 그간 주고받은 문자내용과 상대방 휴대전화번호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양 회장에 폭행당한 B 교수도 도청 의혹 제기했으나...

그간 양 회장의 불법 도청 의혹은 수차례 제기돼 왔다. 양 회장 지시로 집단폭행을 당한 대학교수 B씨는 양 회장이 스스로 모든 전화내역을 도청 감청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B씨가 양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장을 보면 "피고 양진호는 자신이 원고(B씨)의 모든 전화내역을 도청, 감청했으며 모든 내용이 자신의 전화기로 볼 수 있다고 했으며, 심지어 카카오톡은 지워도 복원된다고 하면서 피고의 직원을 전화로 호출해 프로그램을 가지고 오라고 지시했고, 얼마 후 직원이 폭행 현장(화장실)에 와서 지금 현재는 그 프로그램이 없다고 보고하고 갔다"고 진술했다. 

이외에도 양 회장은 교수 B씨에게 초등학교 동창인 양 회장 전 부인과 B씨 간 나눈 카톡 내용을 캡처해 보내기도 했다. 부인 폰을 '도청'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주목할 점은 교수 B씨는 관련해서 양 회장을 비롯해,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4명을 고소하면서, 또 다른 한 명을 폭행죄가 아닌 정보통신망 위반으로 고소했다는 점이다. 즉, 양 회장의 지시를 받고 도청 프로그램을 개발한 C씨를 고소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검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를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 내렸다. 

이후 재기수사 명령이 내려지자 6월께 한 차례 소환 조사한 이후, 아직 이렇다 할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 회사에서 개발한 사내 메신저앱 '하이톡'을 휴대전화에 설치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회사 직원들에게 제출하도록 한 휴대전화 기종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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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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