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의 시작을 알리는 착공식을 가졌다. 대북 제재로 인해 실제 착공 시기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철도‧도로 연결에 남북이 협력하겠다는 뜻을 다지는 계기가 마련된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착공식에서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은 착공사를 통해 "지금이야말로 위풍과 역풍에 흔들림 없이 똑바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북남 철도‧도로 사업의 성과는 우리 온 겨레의 정신력과 의지에 달려 있으며 남의 눈치를 보며 휘청거려서는 어느 때가서도 민족이 원하는 통일 열망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남북 간 착공식을 가졌지만 대북 제재로 인해 실제 공사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남한이 좀 더 적극적으로 철도 및 도로 연결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물류비용을 절감하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이를 통해 얻은 경제적 편익은 남과 북이 함께 향유하게 될 것"이라며 "담대한 의지로 우리 함께 가자"고 답했다.
또 이날 착공식 이후 가진 오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003년 남북이 철도‧도로 연결을 시작했지만 이후 중단됐던 사례를 언급하며 "오늘 착공식을 계기로 중단되지 않고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 진행되어 다음번에는 여러분이 철도‧도로를 타시고 평양, 신의주, 중국과 몽골, 러시아, 유럽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철도‧도로 연결의 완성을 위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착공식에 참석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감개무량하다"면서도 구체적인 철도 착공 진행에 대해서는 "남측과 협의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신 그는 "돌아보면 (올해) 1년이 참 빨랐다. 고위급회담에 평창 올림픽도 있었고"라며 이번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은 남북이 함께 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착공식에는 중국과 러시아, 몽골 등 철도와 관련된 유관국 인사들도 참여했다.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는 착공식에 참석한 북한 외무성 관계자에게 중국 고속철도가 북중 국경 지역인 단둥까지 연결돼 있다며, 이 열차가 평양까지 연결되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안드레이 쿨락 주한 러시아 대사 역시 "한국과 북한, 러시아의 3각 협력 프로젝트 중 하나가 철도 연결이다. 남북 철도 연결은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고 물류 통로도 되어 관심이 많다"면서도 실제 철도 사업에 참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좀 검토해 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이날 착공식에는 개성이 고향인 이산가족이 참석해 고향에 가보지 못하는 그리움을 잠시나마 달래는 시간을 가졌다.
개성이 고향인 김금옥 씨는 "빨리 철도가 놓여 개성역에서 내려서 내가 다니던 학교도 찾아가보고 싶다. 그 때까지 살려면 다리 튼튼하게 해야지"라며 "내 살아 생전에 다시 갈 수 있을까 했는데 가까이 오게 되어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개성이 고향인 손문자 씨는 "개성 시내가 다 기억난다. 예전에 현대에서 (개성 시내)관광을 했을 때 다녀왔다. (이번에) 점심 먹으면서 잠깐 둘러보면 얼마나 좋아"라며 개성 시내에는 가보지 못하는 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12월부터 1년 동안 문산∼봉동(개성공단) 간 정기 화물열차의 처음과 마지막 운행을 맡았던 신장철 전 기관사는 이번에 10년 만에 다시 개성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신 전 기관사는 "다시 이런 일이 있을까 했는데 뭐라고 말할 수 없이 감동스럽다"면서 "사천강 철로(북한 지역) 지날 때 너무 저속으로 지나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철로) 보수를 많이 해야 한다"며 북한 지역의 철로 상태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고향이 개성 인근이라는 신 전 기관사는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울컥했다"며 "현직에 있었다면 개성이 아니라 평양, 신의주까지 가고 싶다. 후배들이 꼭 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북 간 협력 사업에 사용해 달라며 정부에 1000만 원을 기부한 권송성 씨는 이날 착공식에 참석해 "민족 간 끊어진 것을 잇게 된다는 것에 감회가 깊어서 (1000만 원을) 기부하게 됐다. 이번이 세 번째"라고 밝혔다.
권 씨는 "우리는 36년 동안 나라 없이 살아왔다. 또 70년 동안 북한과 갈등 하면서 살아왔다. 이 갈등을 서로 보듬고 우리가 하나가 되어야 후손들이 잘 살 수 있다"며 "(철도 도로 연결이) 잘 돼야 할텐데 걱정이다. 잘 되도록 기도해야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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