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씨 떠난 자리엔 누가 일을 할까?
김용균 씨 떠난 자리엔 누가 일을 할까?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해법은 정규직화 뿐이다
김용균 씨 떠난 자리엔 누가 일을 할까?
62일 만에 그를 보냈다. 하루에 6~7명의 노동자들이 사고로 죽어나가는 나라, 그렇게 죽어간 10명의 노동자 중 9명이 하청 비정규직인 나라,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가도 감옥에 가는 자본가 숫자는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를 떠난 것이 다행이라 말해야 하는 할까? 하지만 그는 이런 나라를 바꾸고 싶어 했다.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꿈꾸었고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만나기를 희망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민주노조의 곁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조합 활동을 해보지도 못한 채 이 세상에서 일체의 호흡을 멈추고 말았다.

끝내 확답을 받지 못한 해결책, 정규직화

"불법파견 같은 문제라면 해결 가능하지만 (발전소 업무 중) 민간에 넘어간 부분은 (정규직화를 하면) 또 다른 피해가 생긴다 … 누군가는 도산하고 누군가는 직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지난 1월 23일, 故 김용균 노동자의 빈소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 얘기이다. 진상조사도 할 수 있고 조문과 사과도 할 수 있지만 '정규직화'만큼은 쉽지 않다는 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외쳤던 문재인 정부의 총리 답변이다.

그렇지 않아도 삐딱한 필자의 귀에 첫 문장부터 거슬린다. '불법파견 같은 문제라면 해결 가능'? 아니,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해결한 불법파견 사업장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박근혜 정부에서 면죄부를 주었던 한국GM 창원공장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점은 있지만, 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는커녕 오히려 집단적인 해고를 당했다.

파리바게뜨 같은 서비스업 부문에서도 불법파견 판정을 끌어낸 점은 새롭긴 하지만, 이곳 역시 정규직화가 아니라 자회사를 만들어 용역회사를 대체했을 뿐이다. 1년 남짓 지난 파리바게뜨의 자회사 실험은 이미 낙제점을 받은 상태이다. 제빵기사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파리바게뜨가 사회적 합의를 파기했다며 지난 1월 31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한 상황이다.

과거 정권에 비해서 불법파견 판정한 사례가 늘었다는 점이 있을 뿐, 문재인 정부 집권 후 불법파견 사업장에서 깔끔하게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곳도 없다. 도대체 이낙연 총리가 얘기하는 "불법파견 같은 문제라면 해결 가능"하다는 말은 뭘 염두에 둔 것일까.

이 총리가 언급한 마지막 부분, 즉 정규직화가 이뤄지면 누군가는 도산하고 직장을 잃는다는 대목에 이르면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아니,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대체 누가 도산하고 직장을 잃는단 말인가? 인력파견이나 다름없는 중간착취 하청업체 사장들 말고는 없다. 이 총리는 사장님들 일자리 걱정에 정규직화가 어렵다고 한 것일까?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


구의역 사고와 쌍둥이처럼 닮은

지난 글에서 언급한 서울지하철(메트로) 사례를 돌아보자.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불의의 사고로 죽어간 김 군 사건이 벌어지자, 그동안 평범한 국민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위험의 외주화'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스크린도어 수리 업무를 정규직으로 유지했던 도시철도의 경우, 같은 법인에서 부서 간 협조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 서울지하철에선 불가능했다. 우선 김 군은 서울지하철 관제센터와 직접 소통할 수 없었다. 엄연히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원청인 서울지하철 역무직을 통해서만 연락과 소통을 해야 했다. 불법파견 논란과 정규직화 요구를 피해가기 위한 서울지하철의 꼼수였다.

서로 다른 법인 소속이다 보니 사고 발생 접수, 출동 관련 내용, 수리 결과 보고 등이 온갖 서류와 공문으로 오가야 했다. 사측은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문서로 남겨야 했다는 변명을 했지만, 정규직으로 직접고용 했다면 전혀 필요가 없는 불필요한 낭비였고 오히려 효율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동했다.

당시 원·하청 사이에 있었던 천태만상 중 끝판왕은 단연 서울메트로와 하청업체가 체결한 계약서에 명시된 '과업지시서' 규정이었다. 하청업체는 "고장 접수 후 1시간 이내에 출동을 완료"해야 했고 서울메트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지연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러니 2인 1조 근무는커녕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쫓기듯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원칙을 지키라고? 그거 지키다가 지연배상금 물게 되면, 그리고 지연되는 일이 잦아지면, 다음번 계약에서 하청업체가 탈락할 가능성은 늘어난다. 그러면 모두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태안화력에서 그가 처했던 상황과 어쩌면 이렇게 똑같단 말인가! 그의 유품에 컵라면이 들어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었다. 계약서에도 없고, 하청업체가 하지 않아도 되는 낙탄 제거업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건 원청에 밉보이면 업체 재계약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2인 1조 원칙은 위험이 외주화 되면서 무시되었다.

정규직화가 장애도, 안전사고도 줄인다

구의역 사고 이후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긴 하나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대안 토론이 이어졌다. 노·사 간 교섭도 이뤄졌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도 진행되었다. 그 결과 다수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순차적으로 무기업무직(2017년), 그리고 정규직으로 전환(2018년)되는 절차가 진행되었다. 그 이후엔 어떻게 되었을까?


위 자료는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이다. 무기업무직과 정규직 전환만 했을 뿐인데 월평균 장애건수가 줄어들었다. 정규직화가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것일까? 아니다. 정규직이 되자 하청 시절에는 얘기하지 못했던 요구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고장과 장애를 줄이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이런 조치, 저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런 조치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인력 충원이다. 당시 필자도 진상조사 과정에 참여한 바 있는데,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규직화만큼 중요한 것이 인력충원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으로 줄인 인력 규모로는 노동안전을 실현할 수 없다. 하청 시절에는 언감생심 말도 꺼내지 못했던 인력충원 요구가 대중적으로 올라오게 된다.

구의역 사고가 있었던 2016년 당시 120여명에 불과했던 스크린도어 정비 인력(TO)은 206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이제는 2인 1조 근무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자 불필요한 공문과 서류업무도 사라지고 따라서 비효율도 제거되었다. 이제는 교통공사 본사 '컨트롤타워'에서 각 지하철역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열차 운행을 통제한다.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의 보고·출동 체계도 간소화되었다.

인력도 늘어나고 안전에 투자도 증가해서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증가하니 손해 아니냐고? 그거야말로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2013년 성수역, 2015년 강남역, 2016년 구의역으로 이어지던 죽음의 행렬이 멈춰지지 않았는가.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겪어야 했던 엄청난 사회적 갈등, 여기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도 어마어마했다. 도시철도처럼 처음부터 이 업무를 정규직으로 운영했다면 겪지 않았을, 사회적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치를 이유가 없어지지 않았는가.


서울메트로가 매년 소를 잃으며 외양간을 고쳐가는 동안, 발전소는 멀쩡한 외양간을 부숴서 소를 잃고 있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산자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발전소 정비업에 민간업체 경쟁이 도입되자 오히려 고장 건수가 연평균 53건에서 68건으로 2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위 표) 정규직화가 사고와 장애를 줄이는 방안이며, 반대로 외주화는 사고와 장애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정말로 전문성 있는 업체에 외주 주고 있나?

자본가들은 안전 문제 등에 있어선 전문성 있는 업체에 외주를 주는 것이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주장을 편다. 말만 들으면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전제가 틀렸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 사안에서 도대체 전문성 있는 업체를 본 적이 있는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산자위)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발전소 정비에 진입한 민간 업체들이 기술력 부족으로 제때 고치지 못하고 원청인 한전KPS에 기술 지원을 요청하는 일이 최근 5년간(2013~2017년) 무려 128건에 달한다고 한다.(아래 표) 이게 과연 전문성 있는 업체에 외주를 준 결과인가?


2013년 민간업체 경쟁 도입 이후에 민간업체의 업무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사고나 고장이 발생하면 일감을 민간업체에 몰아주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비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A급 O/H(오버홀) 정비실적을 보면, 여전히 한전KPS가 난이도 높은 정비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떤 업체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걸까?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공개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의 2015년 위탁계약서와 용역비 산출내역서"를 보면 뒤로 자빠질 수준이다.(아래 표) 한국발전기술의 총도급비 206억원(부가가치세 제외하면 약 188억 원) 가운데 노무비만 90.1%(169억 원)에 달한다. 안전관리비는 1.5%(2억8000만 원), 연구개발비는 0.5%(1억 원), 이윤은 1%(1억9000만 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인력파견·인력공급 계약이나 다름없다.


이런 방식의 경쟁입찰로 3년마다 용역업체가 재선정된다. 3년 동안 담당했던 업체가 만일 바뀌게 되면 신규 업체가 발전설비를 정비할 때 과연 같은 수준의 기술력이 담보될 수 있을까? 이게 발전 정비분야 민간업체 경쟁 개방의 실체였다. 멀쩡한 외양간을 다 부숴서 소들이 죽도록 방치한 무책임한 정책 말이다.

중간착취업체 걱정 그만하고 이제 정규직화로

상황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태안화력에서 죽어간 그가 속해 있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의 최대 주주는 칼리스타파워시너지라는 사모펀드이다. 과연 이들이 발전소 정비기술의 진보와 발전에 무슨 관심이 있을까? 이 총리가 도산을 걱정하는 업체의 실체가 바로 이렇다.

결국 그가 호흡을 멈춘 지 두 달만에 합의된 결과에 따르면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경우 5개 발전사 전환 대상 업무를 통합한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그 기관으로 고용하도록 했으며, 경상 정비 분야의 경우 통합 노사전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하였다.

정규직도 당할 수 있지만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라도 사고를 당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원청 정규직이 일하는 장소였다면 근무환경은 상당히 달랐을 것이고 그만큼 사고 위험은 줄었을 것입니다. 2인 1조로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고 계약 외적으로 낙탄제거업무까지 떠맡아야 했습니다. 회전체에 씌우는 방호물 같은 기본적인 안전설비도 구비하지 않았습니다. 분진이 심할 때는 10m 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라 했습니다. 외주화와 비정규직 문제를 빼면 성립하기 힘든 것입니다. 만약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가 일하는 곳이었다면 그대로 두지 않았을 겁니다.

외주화 되돌리고 직접고용

발전소는 연속적인 하나의 공정입니다. 석탄운송설비, 보일러/터빈설비, 탈황/회처리설비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한곳이라도 고장이 나면 발전할 수 없습니다. 발피아의 이익을 위해 추진된 외주화, 이젠 되돌려야 합니다. 모든 노동자 직접고용해야 합니다. 이게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가장 올바른 길입니다.


서부발전소 정규직 노동조합의 태안화력지부가 지난 1월 18일에 발표한 성명의 일부이다. 사고와 죽음이 왜 하청노동에게 집중되는지, 정규직이 되면 어떻게 사고와 죽음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지를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발피아(발전+마피아)'의 이익을 언급하고 있다.

이 총리가 걱정하는 도산과 실업, 어쩌면 그게 바로 발피아의 걱정과 우려가 아닐까? 저게 다시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발전소와 산자부의 퇴물 관료들 노후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니까 말이다. 거기서 일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절실하게 정규직화를 외치고 있다. 그 길만이 자신을 지키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그가 호흡을 멈춘 62일 동안 과연 <인사이드 경제>는 세상을 밝게 비추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일까를 돌아보니 반성과 후회만 쌓이더라. 그래서 차마 '그'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였음을 독자 여러분께서 양해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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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