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특위 위원들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패스트트랙 정국이 주말을 넘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개특위 가로막은 한국당… 김세연 "연동형 비례제 필요하지만…"
정개특위는 한국당 의원들의 출입문 봉쇄에 가로막혀 개의조차 못했다. 오후 8시 정각, 정의당 소속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앞장선 가운데 기동민, 김종민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정개특위 위원들이 회의 장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장으로 걸어와 입장을 시도했다. 바른미래당 소속 위원인 김동철, 김성식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회의장 출입문 앞에 진을 치고 대기하던 자유한국당 장제원, 원유철 등 한국당 의원들이 "헌법수호, 독재타도"라는 구호를 외치며 막아섰다. 한국당 의원들을 이끈 장제원 의원은 "선거제도를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적이 없다"고 항의했다.
심 위원장은 "불법 점거한 여러분들은 지금 누구도 정상적 국회 회의를 방해할 수 없다는 국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회의장을 봉쇄, 점거하면 5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회의 방해를 위해 폭력을 행사하면 7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이 "잡아가", "심상정 의원, 부끄럽지 않냐"고 고성을 지르자, 민주당 의원들도 "당신들이 선진화법을 만든 것 아니냐"고 받아쳤다. 출입문 앞 설전이 끊이지 않자 심 위원장은 "국회선진화법 제정 때 '여야가 싸우고 대결의 정치를 해도 적어도 회의 방해는 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있어 회의 방해에 있어서 엄격한 처벌 조항을 넣었다. 내가 3선인데 이렇게 무도하게 회의를 방해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도 했다.
이에 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개인적으로 연동형 비례제 도입이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현재의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면 만성적 정국불안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며 "선진화법을 추진한 사람으로서 선거법이 패스트트랙에 오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반박했다.
한국당의 저지에 가로막혀 잠시 옆방인 소회의실에서 대기하던 심 위원장과 민주당 위원들은 9시 경 질서유지권이 발동됐음에도 한국당 의원들이 봉쇄를 풀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책 논의를 위해 결국 철수했다.
바른미래당 소속 위원들이 불참한 관계로 회의가 개의돼도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사개특위, 바른미래당 위원들 불참으로 산회
사개특위 위원들도 이날 오후 8시께 본청 제5회의장에서 회의를 열기 위해 입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나경원·정용기·정양석 등 한국당 원내지도부와 국회의원 50여 명이 회의장 앞에서 팔짱을 끼고 드러눕는 연좌시위로 이들의 앞을 막았다.
민주당 소속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과 백혜련·박범계·표창원 의원 등은 "비켜주세요"라며 설득을 시도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은 애국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저지를 풀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30분 만에 일단 발걸음을 돌렸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과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대책을 논의하다가 밤 9시 5분께 본청 5층 문화체욱관광위원회 회의실로 이동, 회의를 여는 데 성공했다. 이상민 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8명과 패스트트랙 찬성파인 임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였다.
패스트트랙 가결 기준인 11표까지 필요한 표 수는 2표. 찬성파 가운데는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과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만이 불참한 상황이었다. 회의실 안팎에서 급하게 두 의원 측에 전화를 거는 움직임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약 10여분 후, 한국당 의원들이 들어와 고성으로 항의를 시작했고, 이상민 위원장은 항의를 무시하고 일단 개의를 선언했으나 의결 정족수가 되지 않아 민주·한국 양 측 위원들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허락했다.
유승민·이혜훈·유의동·하태경·지상욱 의원 등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도 회의장으로 찾아와 임재훈 의원에 대한 압박과 설득에 나섰다. 사임된 오신환 의원도 회의장에 찾아와 임 의원 바로 옆자리에서 발언권을 신청하는 등 강하게 압박했다.
결국 위원 사보임 보고를 거쳐 신임 위원으로 인사말까지 한 임 의원은 밤 9시 45분께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오늘 회의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왔지만, 거대 양당의 갈등을 보면서 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저는 일단 자리를 이석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임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유승민 의원이 임 의원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김관영 원내대표에게 확인을 다 했다"며 고생 많았다는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족수 기준이 채워지지 않자 이 위원장은 결국 10시 13분 산회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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