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캐나다 대규모 정전 사태 이틀째
미ㆍ캐나다 대규모 정전 사태 이틀째
5천만명 큰 고통ㆍ화재신고 3천건, 한때 "테러 아니냐"
2003.08.16 10:54:00
미ㆍ캐나다 대규모 정전 사태 이틀째
뉴욕 등 미국 북동ㆍ중서부와 토론토 등 캐나다 동부 지역에서 14일 오후 4시(현지시각)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뉴욕 등 대도시의 기능이 한동안 마비되는 혼란이 발생해 약 5천만 명의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15일 낮 현재 복구가 진행되어, 전력의 약 80%가 회복된 상태이나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주말까지 전기 공급이 지연될 예정이다.

***갑작스런 정전으로 미국, 캐나다 대혼란**

정전 사태는 14일 오후 4시 10분(한국시각 15일 오전 5시) 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지역에서 시작돼 미국 뉴욕ㆍ뉴저지ㆍ코네티컷ㆍ매사추세츠ㆍ버몬트주 등 북동부 지역과 미시간ㆍ오하이오주 등 중서부 지역,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으로 번져갔다.

이 정전으로 전력, 교통, 통신이 마비돼 약 5천만 명의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블룸버그 뉴욕시장에 따르면 이번 정전으로 14일 밤부터 15일 아침에 걸쳐 약 3천건의 화재 신고가 접수되었고, 60건의 심각한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화재로 40세의 시민 1명이 심장 발작으로 사망하고 소방관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캐나다에서도 화재와 교통사고로 2명이 사망했으나 날이 밝아 피해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갑작스런 정전으로 지하철과 엘리베이터에 갇힌 시민들이 많아, 911 응급전화를 통한 구조요청도 8만건이나 되었다. 비상용 발전기로 전력을 마련한 뉴욕 시내 대부분의 병원들에는 평소의 3-4배의 환자가 들어와 큰 혼잡을 빚었다. 환자들은 대부분 골절이나 베인 상처를 치료하거나 무더위나 스트레스로 인해 천식이 발병한 사람들이었다.

또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등 미국 내 5개 공항과 캐나다 2개 공항에서 비행기 이착륙이 한때 금지되었으며, 미국 내 4개 주의 핵발전소도 가동을 중단했다. 또 전화와 휴대전화, 인터넷이 정전 사태와 동시에 마비돼 큰 혼잡을 빚었다.

한편 일부에서는 밤새 약탈 행위도 있었다. 뉴욕 브루클린 등에서 일부 약탈 행위가 발생해 28명이 검거되었고, 캐나다 오타와에서도 산발적인 약탈 행위가 발생했다. 하지만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1977년의 뉴욕대정전과는 비교과 안 될 정도로 조용하다"며 안도감을 나타냈고 뉴욕타임스는 15일자에서 <혼란에 익숙해진 뉴요커들이 정전과 싸우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정전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뉴욕주와 뉴저지주는 즉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시민들, "테러 아닐까"**

갑작스런 정전 사태에 대해 미국 시민들이 보인 첫 반응은 "혹시 테러가 아닐까"였다. 곧바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테러 행위는 아니다"라고 확인해 주었지만, 일부 시민들은 14일 늦게까지 "북동부 지역 일대에 정전이 일어난 것은 테러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테러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갑작스런 대규모 정전 사태의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전 사태가 일어난 직후, 캐나다 총리실에서 "정전의 원인은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의 발전소가 번개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곧 철회되었다. 그후 'W32/블래스터' 웜바이러스나 해킹으로 전기 공급이 끊겼다는 얘기들이 인터넷에 떠돌았으나 보안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는 송전 시스템의 기술적 결함과 전력 사용 급증에 따른 과부하가 전력생산 중단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모아지고 있다. 뉴욕주는 나이아가라 모호크 발전소 배전망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정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전은 노후된 지역 송전 시스템과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할 만한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65년 대규모 정전사태를 계기로 설립된 북미전력안정성협의회(NERC)의 마이클 겐트 위원장은 CNN 인터뷰에 "사고원인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하면 이리호 부근의 송전망에서 문제가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지역에서 약 9초간 원인불명의 과부하가 발생해 연쇄적인 정전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과 캐나다는 공동으로 정전의 원인을 규명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15일 "대규모 정전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해 공동 행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노후화한 전력망이 문제"라면서 "하나의 경종을 울린 셈"이라고 밝혔다. 미국 하원의 에너지 위원회도 의회가 여름 휴회 기간을 끝내고 개회하는 대로 정전사태 원인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빌리 토진 하원 에너지 위원장은 이번 정전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부문의 포괄적 개혁을 위한 입법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력 80% 복구, 도시 기능 회복은 시간 걸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주의 전력이 거의 복구되는 등 15일 낮 현재 전력의 80%가 복구되고 있다. 뉴욕시도 북부나 월 스트리트 등 금융가 등의 전력이 복구되어 증권거래소도 정상적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또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등도 다시 운항을 재개했다.

하지만 도시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뉴욕시는 현재 하루 5백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이 멈춘 상태며, 디트로이트에서는 가스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운항이 재개된 공항들도 전력 부족으로 지연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16일이 되어야 지하철 등이 정상적으로 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5일 정상적으로 개장한 증권거래소의 거래는 미비한 상황이다. 경제계는 이번 정전 사태로 약 5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16일이 휴일이어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정전 사태로 우리나라도 국제선 항공기가 지연되고, 관련 부처와 기업들이 사태파악을 위해 휴일 비상근무에 나서는 등 혼란을 빚었다.

한국에서 뉴욕으로 가는 국제선 항공기는 현지 공항 도착이 지연돼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국내 항공사들은 14일 출발한 항공기가 정전 사태의 영향으로 늦게 도착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항공기는 정상 운항됐다고 덧붙였다.

산업자원부는 "국내 수출입 산업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긴급히 주요 발전소 가동현황과 송ㆍ배전 시설을 긴급 점검해 "국내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tyio@pressian.com 다른 글 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