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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지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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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지금 아프다

[기고] 위험한 노동조건이라면 시민 안전 역시 보장할 수 없다

한 달에 여덟 번 휴일을 다 쉬고도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나는 쉰둘의 26년차 기관사다. 매일 출근과 퇴근이 다른 승무원의 기상 알람은 그래서 매일 새로운 설정을 해야만 한다.

오늘은 출근길 러시아워를 피해 조금 여유 있는 아침 근무다. 하루 두 번에 걸쳐 전후반을 승무하는데 전반 근무가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끝나니 오늘도 늦은 점심을 먹게 된다는 것을 시간표를 보고야 알게 된다.

점심을 늦게 먹는다는 것은 결국 저녁 역시 늦게 먹게 되는 악순환으로 돌아오니 불규칙한 식사는 승무원들이 건강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요즘은 천만 수도권 시민들의 발이 되어 대중교통 최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잃은 지 오래다. 하루하루 자괴감만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먹고 배출해야 하는 생리 욕구 조차도 운행 중의 승무원에게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전동차에 오르는 그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길게는 네 시간이 넘도록 허기와 배설의 욕구를 견뎌내야만 하는 현실은 승무원에게는 숙명이다.

그러나 그러한 생활이 불편하다는 생각은 했어도 괴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았으나 솔직히 요즘은 괴롭고 힘들다.

십수년 전, 근무 중에 복통과 함께 찾아온 생리 욕구를 해결하려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아야만 했던 2호선의 어느 차장의 죽음은 지금도 기억 속에 아픈 상처로 무겁게 남아있다. 나는 그 사고를 접한 뒤로 출근을 앞두고 배가 살짝만 아파도 휴가를 낸다. 승무원들이 교통공사 내 다른 업무종사자들과 비교했을 때 휴가와 병가 사용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다.

아침 컨디션이 안 좋은 상황에서 출근했다가 영문 모를 복통을 동반한 생리 욕구가 왔을 때의 고통이 두려워 휴가를 내는 사람들이 바로 승무원들이다. 그런데도 요 며칠 전부터는 승무원들이 휴일에 쉬겠다고 하니, 그나마 남은 휴가도 통제하려 하고 있다. 이래저래 살맛 안 나는 요즘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세 시간의 휴식 뒤 시작한 후반 근무 중 옥수역을 출발하는 순간 갑자기 객실 비상부저가 울린다. 급하게 비상제동을 체결했지만 운전실 칸 일부가 이미 승강장을 벗어났다. 심장이 벌렁거린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후배 차장이 비상방송 장치로 응대하니 다짜고짜 전동차 문을 열어 달란다. 무슨 이유인지 알아야 하기에 운전실 문을 열고 객실로 뛰어가니 할머니 한 분이 승차하며 가지고 있던 짐가방을 승강장에 두고 탄 것이다.

바로 승강장에 걸쳐있는 전동차 칸의 출입문 하나를 비상콕크를 사용하여 열어 해결하고 무사히 다시 출발한다.

비상부저가 울릴 때마다 나는 매번 놀란다.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비상부저음은 신경이 곤두서고 깜짝 놀라게 할 목적으로 설치되었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승무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인간적인 비상부저음을 바꿔 달라고 수년 전부터 사무소 관리자들에게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안 된다."

'오늘도 무사히'를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동호철교를 건너는 내내 마음이 무겁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계획하느라 분주하고 설레어야 할 요즘 사무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공사 측의 일방적인 운전시간 증가 강행이 문제다. 승무원 노동조건의 근간인 승무 다이아(교대 근무표)가 나빠지는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운전시간을 일방적으로 증가시킨 근거가 19년 전의 합의서라고 당황스럽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동안 좋아진 대한민국의 노동환경 속에서 지하철 승무원의 노동조건만 후퇴되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승무소는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관리자들의 부당한 지시와 승무원들 간의 갈등으로 일촉즉발의 분위기다.

승무소별 차이는 있지만 이른 새벽 출근은 더 빨라지고 퇴근은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끝이 나는 근무들이 이전보다 많아졌으니 저녁이 있는 삶은 남의 이야기다. 어떤 야근 근무는 3시간도 안 되는 수면 뒤에 다음 날로 이어지는 새벽근무를 해야 한다. 과연 이런 식으로 얼마나 더 사고 없이 안전한 지하철 운행이 될 수 있을까? 돈보다 안전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말은 이미 뒷전으로 밀려났다.

안전은 오늘날 시대의 화두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참사와 구의역 김군의 죽음, 그리고 1년 전 태안화력 발전소의 김용균 청년의 죽음이 우리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잘못된 것을 교훈 삼아야 하는 '반면교사' 없이 돈 몇 푼 아끼려다 더 큰 화를 부르는 어리석은 일들이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승무원이 안전할 수 없는 노동조건이라면 지하철 이용 시민의 안전 역시 보장할 수 없음은 지극히 당연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지하철과 같은 곳에서는 재앙일 수 있다는 사실을 왜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만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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