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복지를 말하려면 전주 파업 노동자부터 보라"
"정동영, 복지를 말하려면 전주 파업 노동자부터 보라"
[전주 버스파업 르포·①] "자식 낳지 마라. 너처럼 산다"
"정동영, 복지를 말하려면 전주 파업 노동자부터 보라"
전라북도 전주에서 벌어진 버스 노동자들의 파업이 23일로 77일째를 맞는다. 민주노총 산하에 꾸려진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사측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촉발된 파업이 석 달째 지속되는 데 대한 우려가 깊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정치권이 나서서 노사에 해결을 촉구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경제적, 정치적 난맥 때문에 원인을 찾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프레시안>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전주 파업현장을 돌아보고 쓴 르포 3편을 연재한다. 1편에서는 민주당이 전국적으로는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제1당 노릇을 하는 호남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파업의 해결에 나서지 않는 배경을 들여다 봤다. 2편과 3편에서는 각각 전주 버스노동자들의 노동 실태와 파업의 원인, 전주 지역의 정경유착 관계를 폭로한다. <편집자>

"어이~ 송 시장."

전주 버스노동자들의 파업이 36일째에 접어들던 지난 1월 12일, 송하진 전주시장의 중재로 마련된 노사교섭에서 호남고속 김택수 회장은 송하진 시장을 그렇게 불렀다. 이에 대해 송 시장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북고속 정인철 부위원장은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황당했던 당시의 기분을 전달했다.

"송하진 시장이 1월 12일날 한번 중재를 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호남고속 김택수 회장이 "어이, 송시장!" 그런 거예요. 황당했죠. 그날 이후로 "어이, 송 시장!"이 버스 기사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되어버렸어요. 세상에 교섭장소에서 시장한테 "어이, 송 시장."이 뭐냐고."

버스노동자 탄압하는 민주당의 친서민, 친노동 행보?

민주당의 텃밭인 전주에서 일어난 전주 버스파업 사태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전주에서 집권한 정당은 정확히 노동자의 편에 서 있지 않다. 이 작다면 작은 땅덩어리, 전주를 전국으로 확대해서 적용해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권력의 작동원리는 땅덩이의 넓이에 관계없이 정확히 일치한다. 전주는 지금 전국 정치판의 축소형태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이는 유독 전주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지금 전주에서 민주당 소속 전주시장이 공권력을 투입해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것은 옛 노무현 정권에서 유독 많은 노동자들이 자살하거나 죽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월 11일 전주지법 집행과와 전주시는 파업 중인 전주시내 5개 버스회사의 노조 천막과 출차 방해물을 철거하는 행정 대집행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력 1200여명을 동원해 무력충돌을 빚은 바 있다. 이와 동시에 사측의 버스출차가 이루어져 사전 계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었다.

노동자의 파업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각은 그들이 '반(反)'이라는 글자를 서슴없이 붙이는 여당, 한나라당과 정확히 일치한다. 2012년 민주당이 정권을 장악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정권에서 노동자의 위치가 어디쯤일지를 가늠해보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2011년 2월 전주'를 보면 된다. 지금 전북 버스노동자들의 현실이 2012년 민주당 집권 하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묻는다, 민주당은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

왜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반MB', '반한나라당'을 외치면서 '반MB 연합'까지도 불사하는 이 시절에 뜬금없이 먼 서울까지 와서, 그것도 민주당사 회의실에 앉아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연유를 물었더니 버스노동자들은 앞 다투어 대답한다.

"전북은 민주당이 한나라당이여유."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이 처할 현실은 지금 맨몸으로 두들겨 맞고 끌려가며 파업하는 전주 버스노동자들의 현실이다. '그 밥의 그 나물이다.'라는 말을 단지 무책임한 냉소주의로 치부해버기엔 노동자 파업을 대하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이 너무도 잘 맞아떨어진다. 누구라도 전주의 현실을 유심히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민주당의 아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버스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MB정부가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것보다 못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이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진압할 것인지 지난 2월 11일 전주시가 버스노동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확인했다.

▲ 지난 11일 오후 전북 전주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버스파업노조의 천막들의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되고 있다. ⓒ뉴시스

"자식 낳지 마라. 너처럼 산다" 한 맺힌 노동자의 한탄

극으로 치닫는 사태에 대해 민주당은 어설프게 중재하려는 제스처만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버스노동자들의 유례없는 80일 파업사태에 어설프게 중재시도만 할 때인지, 적극 연대해야 할 일인지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멀리 신경 쓸 것 없이 중앙당사 내에 있는 버스노동자들의 항의 농성부터 해결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우선순위일 것이다. 홍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찾아다니며 얼굴도장 찍기 전에 직접 제 발로 찾아온 노동자들을 먼저 만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일이다. 그 버스노동자들은 멀리 전주에서부터 찾아와 우리의 사태를 좀 해결해달라고, 민주당사 회의실 찬 바닥에 이불 한 장 깔고 누웠다. 그러나 민주당은 입장발표만 거듭할 뿐, 사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노동, 비정규직을 위해 상임위까지 옮겼다는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행보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정동영 의원은 최근 자신의 국회 상임위원회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비정규직 등 노동과 환경 문제를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로 옮긴 이유에 대해 "부산의 한진중공업에서도, 서울의 홍대에서도, 인천의 대우자동차판매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이제 취업을 준비하는 우리 아들 딸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동영 의원의 지역구인 전주에서 버스노동자들의 한탄은 이와 같은 정 의원의 발언과 정확히 대비된다. 신성여객 방명선 공동위원장은 민주당사 회의실 농성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요즘 젊은이들 보믄 애 낳지 말라 그려요. 애 낳으면 너랑 똑같이 자라서 똑같이 이런 억울한 일 당하며 살 거라고."

정동영 의원의 지역구인 전주 버스노동자들의 이와 같은 한탄과 애환의 목소리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서는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한 진정성은 논란이 될 여지가 다분하다.

정동영 의원의 아이러니한 행보

전주 버스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정동영 의원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인터넷 여론도 뜨겁다.

▲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프레시안(최형락)
'에코리버'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전주 시내버스파업 한 달째, 전주시 수수방관 지나치다"는 기사를 올리면서 "정동영 의원은 왜 아무 말이 없는 걸까? 한지수 씨의 귀국을 축하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일텐데."라며 정 의원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에 대해 의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정동영 의원의 홈페이지 지역민원란에는 버스파업 해결을 위한 정 의원의 행동을 촉구하는 글들이 시시각각 올라오고 있다. '언저리'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부쩍 대통령선거 준비하시는데? 지역구 시내버스 문제는 해결하셨나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멀리 있는 복지란 단어가 아닌 민생문제 해결 아닐까요? 이런 지역구 문제 하나 해결도 못하면서 이 큰 대한민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시려고 대통령 운운하시는지 참 아이러니합니다."라며 지역구 버스파업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호남고속 김택수 회장과 민주당의 관계?

전북은 민주당의 아성답게, 전주시장을 비롯 전북도지사까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버스 사업주들 대부분이 민주당 당원일 뿐만 아니라 호남고속 김택수 회장역시 민주당 당원이다. 이들은 전북 버스파업에 대해 책임져야 할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전주에서 파업중인 버스노동자들이 서울의 민주당사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파업을 시작한지 석 달이 되어가도록 민주당이 사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들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절망한 버스 파업노동자들은 모두 민주당 탈당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제공

김 회장은 얼마 전 전주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회장은 작년 4월 13일 전주대에 1억 원의 대학발전기금을 쾌척한 일이 있다. 김 회장이 쾌척한 1억 원은 현재까지 체불되어있는 버스노동자들의 임금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 회장은 또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같은 고향 사람으로 두 사람의 친분관계가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여론 또한 팽배하다.

송하진 전주시장에 대해서도 교섭장소에서 "어이, 송시장!"이라고 호명했다는 것과 관련해 전주제일여객지회 박형주 부지회장은 "그것만 보아도 두 사람이 막역한 관계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 유착관계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왔다"라고 말했다.

전북고속지회 정인철 부지회장은 "김택수 호남고속 회장은 전주의 실세"라면서 "김 회장이 사태 해결의 열쇠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김택수 호남고속 회장은 전북상공회의협의회 회장을 비롯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전북도민일보 회장, 전북택시사업조합 이사장, 전북운수연수원 이사장, 경초학원 호남제일고 이사장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정 부지회장은 덧붙여 "버스 보조금은 도민의 혈세인데 이 부분을 사측이 부풀려서 지원을 받은 거예요. 버스 회사에서 시에다 올린 버스 기사들 임금 산정표에 나와있는 금액이 260만 원, 직행은 285만 원이었는데요. 그런데 우리 전주 시내버스 기사들이 실제 받는 금액은 세금 공제한 금액이 120만 원에서 130만 원이란 말이에요. 그 나머지 차액은 어디 간 거냔 말이죠."라며 사측의 불법 행위에 대해 항의했다.

힘없는 노동자들은 어디 가서 아무 짓도 말아야 하나

신성여객 방명선 공동위원장은 "그 많은 보조금들을 다 횡령하고도 사업주들은 아주 당당하다."며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 "불쌍한 사람들은 어디 가서 아무 짓도 말아야 해요.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고요. 이 나라는 법도 없고 권력이 첫째잖아요."라고 한탄하면서 "요즘 졸업시즌에다 입학시즌인데요. 우리 기사들 전부 아들 딸 다 중, 고등학생들이고 한데 거기도 못 가보고 이러고 있는 거죠."라며 파업 중인 기사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이야기했다.

방 위원장의 말처럼 요즘 졸업, 입학시즌에 접어들면서 부모들과 꽃다발을 들고 즐거워하는 가족들을 자주 보게 된다. 완연한 봄 기운에 움츠러들었던 몸도 풀리고, 새 순이 속속 솟고 있지만 전주에서 파업 중인 노동자들은 하루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죽음을 더러 생각한다고 했다. 이 나라 노동실태에 대한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지금 절망하고 있는 이 노동자들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민주당의 선결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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