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오는 15일, '월가 점령 시위' 한달을 맞아 세계 공동 행동의 날이 예정된 가운데, 한국에서도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정구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는 관련 움직임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글을 본지에 보냈다. <편집자>
지금 세계경제는 1929년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수익성 위기에서 시작된 이번 위기는 자본주의의 가장 약한 고리인 남유럽을 강타했고 이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독일로 확산 중에 있다. 미국 경제도 두 차례의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지만 위기는 진정되기는커녕 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은행과 IMF는 올해와 내년의 세계경제 및 주요 선진국 경제성장률을 계속 내리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임기중에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대중국 무역적자는 더욱 늘어났다. 세계경제가 위기를 겪는 이 와중에 추진되는 한미FTA 협정은, 만약 통과된다면, 기업주들이 위기의 부담을 노동자와 민중에게 떠넘기는 좋은 근거가 될 것이다.
| ▲월가 점령 시위대가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주코티 공원 바닥에 놓인 성조기를 밟으며 지나가고 있다. 한미 FTA는 이들의 삶도 파괴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로이터, 뉴시스 |
한국과 미국 기업주들은 오래 전부터 한미FTA 추진을 염원했다. 하지만 한미FTA가 통과된다면 이 협정은 경제위기를 저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경제위기를 한국에 직수입하고 또 더욱 확대시키는 작용을 할 것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자본주의에서 한미FTA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최근 먹튀자본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과실송금의 보장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양국 비준이 막바지에 이른 한미FTA가 한미 관계를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류 언론들도 한미FTA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안보동맹을 포함한 다원적 동맹을 의미하기에 한미동맹2.0으로의 도약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2008년부터 시작된 이번 위기의 첫 진앙지였고, 부자들의 탐욕이 부른 이 위기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청년들과 노동자들이 월가를 점령하자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국가와 경제협력을 더 높여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는 주장은 황당할 뿐이다.
또 오바마 정부는 조지 W. 부시 정부의 북한에 대한 봉쇄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부와 안보동맹을 강화한다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에 냉전적 질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셈이다.
노무현 정부가 선진 통상국가로 가기 위한 것이라며 한미FTA 협상을 정권 후반에 추진했고 이명박 정부가 그 바통을 이어서 지금까지 왔다. 하지만 한미FTA는 단순히 통상을 강화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민주당은 한미FTA가 발효되면 어느 산업은 이득이고 또 어떤 산업은 손해고 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한미FTA는 각 산업이나 국가의 이해득실을 따져 접근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한미FTA는 국제무역을 확대·강화하는 것을 넘어 양국 기업주들이 이윤 추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미FTA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말했던 바로 그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의 결정판이다.
예를 들어 한미FTA의 한 항목인 경쟁조항은 기업주들의 이윤추구 활동을 제한하는 각종 정책들을 가로막고 있다. 무상의료를 추진하려 해도 제약사들과 대형병원들 그리고 의료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생보사들의 이윤에 타격을 미치면 이 정책을 실시하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한미FTA는 국민들의 다수 의견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짓밟는 조약이다.
|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한달을 맞아 오는 15일 세계 공동행동의 날이 열릴 예정이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99% 공동행동 준비회의 |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로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사실 한반도에서 위기감을 부추기는 주범은 바로 미국과 한국 정부 자신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안보동맹 강화는 대북 압박정책을 강화하여 동북아의 긴장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지금 월가에서는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그 부담을 자신들에게 떠넘기는 청년과 노동자들이 월가를 점령하며 저항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심장부에서 벌어지는 이 저항은 몇 달 전 아랍의 민주주의 투쟁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양국 기업주들의 잔치인 한미FTA에 반대하는 이런 저항을 서울의 한복판에서 재현할 필요가 있다. 1%에 맞서는 99%의 저항이 한국에서 지금 당장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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