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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에 왜 열광하지?"…케이팝의 두 얼굴

[이동연의 케이팝 오디세이] 이상한 아이돌 나라의 케이팝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2012.01.11 08:14:00

일군의 젊은 한국 스타들이 런던과 뉴욕, 그리고 더 많은 도시에서 화려한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문화, 팝음악을 위한 마지막 글로벌 장벽을 허물기 위함이다. 한국 팝으로 불리 우는 케이팝은 이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팝 시장인 일본에 진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로이터> 통신, 2011년 11월 29일자.

한국은 이러한 새로운 음악 수출품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이미지와 경제 효과 때문에 고무되어 있다. 그러나 케이팝의 가장 성공적인 스토리는 소위 '노예 계약'을 등에 업고 이루어진 것인데, 노예 계약이란 연습생 출신 스타들을 적은 경제적 보상만으로 장기간 독점적 계약으로 묶어두는 것을 말한다. -<BBC>, 2011년 6월 14일자

최근 케이팝의 초국적 열풍을 보도하는 위의 기사들은 케이팝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대변한다. 케이팝의 인기는 이제 미국과 유럽의 유력 언론도 무시할 수 없는 문화 현상이 되어버렸다.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스페인 카탈루냐 광장에서 수백 명의 음악팬들이 머나먼 동방의 낯선 나라 한국의 대중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며, 케이팝 공연을 개최해달라고 시위하는 게 평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대체 케이팝이 무엇이고, 왜 이렇게 열광하는 거지?

긍정적으로 보면 그 질문은 단기간에 선진 팝 시장의 트렌드를 빨아들여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양식으로 변용시킨 케이팝의 문화적 역량에 대한 감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보자면, 도대체 어떻게 이처럼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구심 또한 저들은 가진 것으로 보인다. 전자의 예로 한류의 역동성과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는 정보 테크놀로지 우월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꼽는다면, 후자의 예로는 안전장치 없는 일방적인 매니지먼트, 성공을 위한 무한 희생, 기획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 계약 등을 꼽을 수 있다. 케이팝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은 사실 그 어느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쨌든 2011년 케이팝의 글로벌 열풍을 잇달아 보도한 서양 언론들의 기사를 읽다 보면, 케이팝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서 팝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에 새로운 유형의 글로벌 팝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언론들이 앞 다투어 호들갑을 떨 만큼 케이팝이 전 세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해외 음악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는지 반문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케이팝 음반들이 미국과 영국의 팝 음악이 그랬듯이, 전 세계에 정식 라이선스로 발매된 경우가 드물고, 마케팅이나 행사 목적이 아닌 순수한 상업적 라이브 무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케이팝의 글로벌 열풍은 공식적인 글로벌 음악 시장이 아닌, 대체로 유튜브를 통한 인터넷 미디어 전파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케이팝이 미국 빌보드 차트나 브리티시 팝 차트에서 얼마나 선풍을 일으켰고, 정식 음반 판매에서 얼마나 높은 순위에 올랐는지 확인해보면, 케이팝의 실체는 국내 미디어에서 보도하는 만큼 폭발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케이팝의 실체가 완전히 허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케이팝에 열광하는 유럽과 미국, 남미의 10대 팬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열정은 과거 '비틀 매니아'나 '뉴키즈 온 더 블록' 신드롬에 못지않다. 2010년 기준으로 케이팝을 유튜브를 통해 접한 네티즌들은 6개 대륙 모두에서 총 7억 9천만 건의 히트 수를 기록했다. 케이팝의 유명 아이돌 그룹들의 최신 곡을 따라하며 춤을 추는 이른바 커버댄스 열풍도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 남미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케이팝의 실체는 있는 것일까? 있다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걸까?

▲소녀시대를 지지하는 시드니의 케이팝 팬. 케이팝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비약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건 사실이다. ⓒ뉴시스

'아이돌', '댄스음악'이라는 경쟁력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케이팝의 글로벌 열풍은 특별하고 제한된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케이팝의 성공은 아이돌 중심의 댄스 팝이라는 특별한 장르 하에서만 국한된다. 케이팝은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이 주도하는 댄스 팝 음악이다. 물론 케이팝은 한국 대중음악의 줄임말이지만, 한국의 대중음악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케이팝을 댄스음악이라는 특정한 음악 장르로 정의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그것은 명백하게 한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갖기 때문이다. 즉, 브릿팝과 라틴팝이 특정한 지역을 대변하면서 특정한 음악적 장르를 선보이듯이, 케이팝 역시 '한국'에서 만든 '아이돌 그룹들의 댄스음악'이라는 음악적 차별성을 갖고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해외 팬들이 아이돌의 음악만이 아니라 한국의 발라드 팝, 힙합, 록 음악을 언급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현상과 거리가 멀다. 케이팝이 제이팝이나 브릿팝과 차별화하는 지점은 바로 한국의 대중음악 전체가 아닌 아이돌 그룹의 댄스 팝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케이팝은 따라서 간단하게 차별화할 수 있다. 그것은 첫째 10대에서 20대의 젊은 멤버들로 구성된 댄스 그룹의 음악 형태를 갖는다. 둘째, 동시대 팝 시장에서 유행하는 힙합과 일렉트로닉 팝을 적절하게 혼합하여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댄스 음악 스타일을 생산한다. 셋째, 10대 초중반의 아이돌 지망생을 연습생으로 받아들여 장기간 노래, 안무, 패션, 외국어, 체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독특한 소수 정예 엘리트 제작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제작 방식을 고수하면서, 케이팝은 우선 한국의 음악시장에서 강력한 제작 독점력을 행사한다. 세계 팝음악의 변방에 있으면서도 케이팝이 단숨에 글로벌한 음악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국가에서 제작하지 않는 아이돌 팝을 아주 집중적으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이돌 그룹을 대량으로 제작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아이돌 팝이 자국의 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것에 비해, 한국에서 아이돌 팝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2010년에 데뷔한 아이돌 그룹이 32팀, 2011년에는 무려 63팀이나 될 정도다. 케이팝하면 아이돌 팝, 아이돌 팝하면 케이팝이 된 것이다.

아이돌이 점령한 케이팝

아이돌 팝으로서 케이팝은 글로벌한 음악코드와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제작 파워를 가지고 전 세계 10대 음악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켰다. 힙합과 일렉트로닉 팝을 기초로 만들어진 케이팝은, 해외 10대 팬들에게 이미 자국의 팝음악을 통해 친근해진 스타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자국의 음악 신(scene)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한국 아이돌 그룹들의 현란한 댄스파워와 독자적인 패션스타일은 이들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팝문화로 인식된다. 사운드는 익숙하고 그것을 포장하는 포맷은 색다른 특성이 케이팝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한국처럼 초국적인 음악코드로 무장해서 10대 아이돌 그룹들을 이렇게 많이 제작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다. 적어도 아이돌 그룹이 주도하는 음악 트랜드에 있어서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제작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그룹의 형태로 만들어진 아이돌 팝을 거의 제작하지 않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존재했던 이른바 보이그룹으로 제작된 아이돌 팝이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다 종적을 감춘 이후 이들의 '버블껌 팝', 혹은 '팬시 팝'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대체 그룹이 마땅치 않았다. 아이돌 팝의 마지막 세대라 할 수 있는 '백스트리스 보이스'(Backstreet Boys)와 '엔싱크'(N'Sync), '웨스트 라이프'(West Life)는 해체를 선언했거나,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 서양의 아이돌 그룹들이 사라진 즈음에 이들의 대체자로 등장한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은 10대 팬들의 간절한 욕구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한국의 아이돌 그룹은 이미 서양의 10대 팬들에게 친숙한 음악 장르로 무장한데다 더 젊고 더 열정적이고 더 멋진 춤을 선보였기 때문에,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매력적인 조건을 갖추었다.

결론적으로 케이팝의 초국적 열풍은 우연이기보다는 나름의 개연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 대중음악의 주류 제작 형태는 모두 아이돌 팝에 집중했고, 한국의 연예제작자들은 초기 제작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한 아이돌 그룹들을 장기간 준비한데다, 해외 팝시장은 10대들의 음악적 취향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대체 밴드들이 부재했고, 한국의 아이돌 팝은 일본의 아이돌 팝과는 다르게 해외 음악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보편적 스타일을 정립했다. 케이팝의 초국적 열풍은 국지적인 생산 노하우와 음악 콘텐츠의 변별력, 10대 팝팬들의 글로벌 소비 욕구가 맞아 떨어지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2011년 9월4일 도쿄 도쿄돔에서 SM패밀리 그룹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에프엑스', 가수 김민종(39), 강타(32) 등이 'SM타운 라이브 인 도쿄 스페셜 에디션'을 펼쳤다. 사진은 소녀시대의 공연 모습. ⓒ뉴시스

케이팝의 지속가능성, 대안은 그래도 아이돌?

영국의 <BBC>는 케이팝의 어두운 면을 다룬 기사의 마지막을 이렇게 정리했다. "남한 정부는 열을 올려서 자신의 새로운 국제적 정체성을 홍보하려 한다. 정부는 케이팝이 일본의 쿨한 문화 이미지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길 희망한다. 유일한 문제는 케이팝 산업이 결국 음악적인 유명세를 더 얻는 쪽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문제점을 낳을 것인지에 있다."

이는 현재 케이팝의 위치를 적절하게 지적해 준다. 어떤 점에서 케이팝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독립적인 시장으로서 케이팝의 지속가능성, 케이팝의 국가적 사명, 케이팝 제작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 등이 이 방송 기사의 마지막 멘트에서 지적된 내용들이다.

케이팝은 지속가능한가? 아니 지속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케이팝이 현재 처해있는 가장 고민스러운 딜레마를 건드린다. 케이팝의 지속가능성에는 아주 다른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현재의 제작 시스템으로 제작되는 아이돌 팝을 계속 만들어서 10대 팬시 팝 시장에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한국의 아이돌 팝 제작 능력은 세계 팝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다. 한 국가의 거의 모든 음악 산업이 아이돌 팝 제작에 매달리고 있고, 아이돌 그룹에 참여하려는 수십만 명의 연습생들이 대기하고 있고, 미디어의 든든한 지원이 있고, 국가까지 '신 한류' 콘텐츠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다. 특정 장르 음악을 위한 기획-제작-소비-인프라 체계가 이렇게 집중적이고 일관된 나라는 현재까지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브릿팝이 모두 밴드 형태로 제작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런 점에서 케이팝이 지속가능한 가장 쉬운 방식은 아이돌 그룹들이 지배하는 케이팝만을 지금보다 더 집중적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국내 대중음악 시장의 음악적 종다양성은 갈수록 사라지겠지만, 케이팝이 글로벌 팝시장에서는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마치 삼성, 현대, LG와 같은 독점적인 재벌 기업들을 소수 선별해 강력한 경쟁주도형 성장 전략으로 지원하고, 이를 통해 국가의 경제력을 단숨에 끌어올린 방식과 같다.

대안으로서 장르음악

그런데 케이팝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아이돌 팝 제작 중심에서 다양한 음악 장르로 확산하는 다른 대안이 존재한다. 이는 물론 쉽지 않은 문제이고 인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문화적 상품으로 케이팝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 하지 않는 것을 주도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 대중음악 안에 존재하는 많은 음악 장르들이 해외 음악팬들의 취향에 적합하지 않거나, 그 음악적 경쟁력이 미치지 못한다면, 음악적 다양성은 케이팝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 해외 음악팬들이 케이팝에게 원하는 것은 오로지 아이돌 그룹들의 멋진 댄스 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한국 대중음악 안에 존재하는 많은 음악 장르들, 예컨대 록, 힙합, 재즈, 알엔비(R&B), 일렉트로닉, 크로스오버 음악들이 국내 음악 시장에서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고, 나아가 현재 아이돌 팝의 열풍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해외 음악 시장에 많이 알려질 수 있다면 새로운 계기를 만드는 노력들이 아주 부질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사견이지만, 한국의 장르음악은 시장의 편중성 때문에 많이 대중화되지 않아서 그렇지, 적어도 일본 대중음악 시장과 비교했을 때 그 음악적 역량이 그다지 뒤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작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어바인 캠퍼스에서 케이팝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한국의 록, 힙합, 인디음악, R&B, 크로스오버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학생들은 특히 한국의 힙합과 인디음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음악적인 독창성 면에서는 록 음악이나 크로스오버 음악에 많은 지지를 보냈다. 한국의 장르 음악들은 케이팝에 비해 대중적 파급력은 부족하지만, 창작성과 완성도 면에서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음반제작의 양적인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다. 2011년도에 나온 1100여 장의 앨범 중에서 가장 많은 음악장르에 속한 것은 댄스음악이 아니라 장르 음악으로서 힙합이고, 재즈와 크로스오버 음반도 130여 장에 달한다. 그리고 인디음악으로 분류될 수 있는 록, 모던 록, 모던포크, 크로스오버 음반은 전체 음반 중에서 거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다수다. 연간 제작된 음반 중에서 아이돌 그룹 음반의 양적 규모는 대중적 파급력에 비해 훨씬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음반의 양과 질의 문제는 쉽게 재단할 수 없지만, 음반의 양적 수준에 있어서는 한국의 장르음악이 결코 빈약하지 않음은 사실이다.

아이돌 팝에서 시작해서 다른 장르음악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케이팝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더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국내의 음악 제작과 배급 환경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하고 공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장르 음악을 제작하는 레이블에서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케이팝이 아이돌 팝이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의 모든 것으로 세계 음악팬들이 즐길 수 있을 날을 상상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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