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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사장님들, 80만 원으로 한 달 살아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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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사장님들, 80만 원으로 한 달 살아보셨나요?

[공개 질의서] 알바연대가 경총에 묻습니다

알바연대가 경총에 '최저임금 인상'에 관해 질의하는 글을 보내왔다. 다음은 질의서 전문이다. <편집자>

한국경영자총협회. 줄여서 경총이라고들 부르죠? 경총은 한국의 수많은 재벌 대기업이 모여 있는 단체입니다. 그 권력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위원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경총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꾸준히 사용자 측의 견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 근면함에 일단 박수 한번 보내드립니다. 정말 줄기차시네요.

경총은 '단순히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을 넘어서서 기업이 투명 경영과 상생과 나눔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홈페이지에서 당당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에 따르면 한국의 역외 탈세 규모는 중국, 러시아에 이어 개발도상국 가운데 3위입니다. 또한, 프랜차이즈 대기업의 가맹점, 특약점, 대리점에 대한 횡포가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재벌 대기업들은 수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분명 노동자보다 수없이 많은 자산과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재벌의 모임인 경총은 '상생과 나눔'을 실천해야 하며, 실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실은 별로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특히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경총의 모순적인 태도는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알바' 노동자가 경총에 묻습니다. 일하는 사람들 중 가장 밑바닥에 있는 '알바' 노동자들이 더는 못살아서 사장님들 중 제일 꼭대기에 계신 경총을 향해 질문을 던집니다. 250만 최저임금 노동자와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1700만 직장인에게 모두 해당하는 질문들인 만큼 무겁게 보시고 답변도 '길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살아야 경총도 살 수 있으니까요.

ⓒ프레시안(최형락)

첫 번째 질문.

지난 4월 17일 알바연대는 경총회관 앞에서 '알바활빈당' 출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희범 회장 면담을 요구했습니다. "재벌들이 벌어들인 돈은 최저임금을 받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수백만 알바 노동자의 피땀으로 이뤄진 것인 만큼 이제 경총이 나서 '최저임금 1만 원'을 약속하고 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었지요. 기억나시나요? 경총이 말하는 '상생과 나눔'을 위해선 '알바' 노동자들과도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알바'들의 면담 요구에 대한 답은 무엇입니까?

두 번째 질문.

우리 사회의 양극화 수준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임금 노동자의 비율은 늘어나고 있으나 노동 소득 분배율은 갈수록 낮아져 현재 59%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업의 소득 증가세와 비교하면 가계의 소득 증가세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 경제 성장 대비 가계 소득 부진은 OECD 가입국 중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실질 가계 부채는 1100조 원을 돌파했고, 임금 불평등 지수는 OECD 가입국 중 세 번째로 높은 상황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공동체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참으로 의문입니다. 서민들의 소득 수준을 높이려면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만, 이 같은 양극화 문제에 대한 경총의 해법은 무엇입니까?

세 번째 질문.

최근 '슈퍼 갑' 대기업의 횡포가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가장 악랄한 행위로 문제가 된 세븐일레븐, 남양유업은 업계 1위의 기업들입니다. 한편 최근 광주에서 열린 2013년도 제1차 대·중소기업 동반성장협의회에 참가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최저임금은 매년 상승하는데 납품 단가에 임금 인상률은 반영되지 않고 있어 임금 인상률 부분도 매년 단가를 조정하도록 하도급법에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경총은 매년 중소상공인이 힘들어진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 왔습니다. 그런데 중소상공인을 살리려면 최저임금을 붙잡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재벌들의 잘못된 관행과 불법 행위를 근절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만, 이에 대한 경총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네 번째 질문.

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포함할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38조 원 정도나 된다고 '화들짝' 놀라셨을 때, 같은 시기 언론에는 GS, LG, 삼성 등 재벌 총수 일가들이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총수 일가가 수백억 원대의 배당금을 받았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또한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10대 주식 재벌 개인이 가진 주가 총액은 33조 원입니다. GS 전무의 11세 아들이 453억 원가량의 주식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현금으로 받을 주식 배당금은 1200억 원이라고 전망되고요.

한편, 10대 그룹 소속 69개사가 투자를 유보한 채 쌓아놓고 있는 돈이 무려 405조2480억 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서민들은 갈수록 쪼들리고 있는데 재벌들의 재산은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경총은 매년 대한민국 경제를 걱정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경제를 살리려면 이 돈부터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이에 대한 경총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다섯 번째 질문.

작년 통계청에서는 34세 이하 1인 노동자 평균 생계비를 163만 원(시급 7790원)으로 발표했습니다. 작년 기준 OECD 가입국의 최저 시급 평균은 한국 4860원의 1.8배(시급 8700원)에 달합니다. 올해 한국노총은 1인 노동자 평균 생계비가 월 189만 원(시급 9040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경총은 작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월 80만 원(시급 3820원) 정도가 적정 생계비라고 주장했습니다. 80만 원으로 한 달 살아보셨나요? 어떻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몹시 궁금합니다만, 그 근거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여섯 번째 질문.

최근 국제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활발합니다. 이는 기존의 긴축 재정 정책이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기형적 경제 구조로 되어 있고, 한국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내수 진작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임금 노동자 1751만 명의 임금이 오르니 내수 진작을 위한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만, 이에 대한 경총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일곱 번째 질문.

경총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대한민국의 낮은 노동 생산성 문제도 거론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선 연구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합니다. 미국의 최저임금 논쟁에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은 "고용, 해고와 관련한 인간관계는 일반 상품 시장보다 복잡하다. 그 복잡성으로 인해 적정한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고용 감소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제조업에서는 OECD 19개 회원국 중 2위지만, 서비스업에서는 OECD 22개 회원국 중 20위로 나타나고 있는데요(2010년 기준), 그 이유는 서비스업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태반이고, '알바' 노동자와 같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몸으로 때워가며 장시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은 당장에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이 장기적으로 반드시 자영업자들에게 불리한 것이 아닙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영세 자영업을 하느니 차라리 임금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자영업 과당 경쟁이 줄어들어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최저임금으로 일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므로 중소 제조업이나 소위 3D 업종의 인력난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고용률도 높아질 것입니다(OECD 가입국 중에서 우리나라 고용률이 아주 낮은 것은 아시지요?).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의 늘어난 소득으로 수요가 늘어나서 경제 전체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판단에 대한 경총의 답변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할 것 같습니다만, 좀 밝혀주시죠.

※ 회신은 되도록 공개적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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