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를 건설한 자넬 모네, 두 번째 발걸음
원더랜드를 건설한 자넬 모네, 두 번째 발걸음
[화제의 음반] 자넬 모네 [더 일렉트릭 레이디]
2013.09.29 14:30:00
원더랜드를 건설한 자넬 모네, 두 번째 발걸음
알앤비는 어느새 소울과 펑크(funk), 힙합, 재즈, 록을 비롯한 모든 대중음악을 아우르는 용광로와 같아졌다. 기실 초기 알앤비가 이런 성향을 가진 음악이었음을 감안하면, 90년대 뻔한 창법의 노래가 TV를 차지했던 시기가 조금 예외적이었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이제 스타일을 넘어 하나의 대세로 여겨지는, (한 때는 힙스터 알앤비라고도 불리던) 피비알앤비(PBR&B)는 이런 혼용의 미덕을 절제력 있는 프로듀싱으로 매만진 감각의 승리라고 일컬어야 할 것이다. 미구엘(Miguel), 프랭크 오션(Frank Ocean), 하우 투 드레스 웰(How to Dress Well) 등은 모두 각 장르의 좋은 점을 끌어오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을 앨범에 녹여 넣은 장본인들이다.

▲자넬 모네 [더 일렉트릭 레이디]. ⓒ워너뮤직코리아
2010년 정규 데뷔앨범으로 화려하게 음악계에 발을 디딘 자넬 모네(Janelle Monáe)의 두 번째 앨범 [더 일렉트릭 레이디](The Electric Lady)는 근 수년 간 대중음악계의 첨단으로 부상한 알앤비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욕망을 상징한다. 자넬 모네는 2001년 아웃캐스트(Outkast)의 빅보이(Big Boi)를 만나 십대의 나이에 음악계에 발을 들인 후, 본 앨범에까지 인연이 이어지는 네이트 "로켓" 원더(Nate "Rocket" Wonder), 척 라이트닝(Chuck Lightning)을 만나 원더랜드 아츠 소사이어티(Wondaland Arts Society)를 결성했다. 이 당시 활동에서부터 그는 가상의 미래세계를 그린 콘셉트 앨범을 구상했는데, 그 결과는 데뷔 EP와 2010년 대중음악계를 뒤흔든 데뷔앨범 [디 아크안드로이드](The ArchAndroid), 그리고 본 앨범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 일렉트릭 레이디]는 데뷔앨범에 이어 전체 7부작인 미래세계의 4부와 5부에 해당하는 시기를 담고 있다.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Jimi Hendrix Experience)의 세 번째 앨범 [일렉트릭 레이디랜드](Electric Ladyland)를 떠오르게 하는 재킷의 [더 일렉트릭 레이디]는 대중음악 장르를 융합한 정도와 앨범 콘셉트의 일관성 측면에서 근래 나온 어떤 알앤비 앨범보다 뛰어나다.

데뷔앨범에 비해 귀를 잡아채는 개별 곡의 매력이 더 커졌다. 인상적인 기타 스트링이 곡 전체를 끌고가는 펑크 <기브 엠 왓 데이 러브>(Give Em What They Love), 픽시스(Pixies)의 <웨어 이즈 마이 마인드>(Where Is My Mind)를 샘플링한 <프라임타임>(Primetime), 70년대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법한 끝내주는 알앤비 <게토 우먼>(Ghetto Woman), 도회적 피비알앤비의 전형이라 할만한 <캔트 리브 위드아웃 유어 러브>(Can't Live Without Your Love) 등 앨범에 수록된 개별 곡의 매력이 전반적으로 매우 높다.

이십대 중반에 불과한 모네는 이성을 지닌 안드로이드가 거주하는 시대, 자본가 남성과 노동자 여성으로 대립되는 세상에서 페미니즘적 태도와 인종주의에 대한 경계감을 날카롭게 세우고 이 거대한 음반을 만들어냈다. 공동 프로듀서로 상상의 세계를 직접 지휘한 모네는 프린스(Prince), 에리카 바두(Erykah Badu), 미구엘, 에스페란자 스팔딩(Esperanza Spalding) 등 쟁쟁한 거물을 끌어들여 이들까지 안드로이드의 세계 아래에 완벽히 통제했다.

전작만큼 흥미롭고, 전작보다 더 육감적인 환상의 안드로이드 세계가 창조됐다. 데뷔앨범의 그 기세는 우연이 아니었음을 모네는 입증해냈고, 이제 곧바로 거장의 세계에 발을 들이려는 듯하다.



eday@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