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스노우, 그리고 후진타오까지
에드가 스노우, 그리고 후진타오까지
김민웅의 세상읽기 <2>
에드가 스노우, 그리고 후진타오까지
1936년,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에드가 스노우는 중국의 황량한 벌판에서 별을 보게 됩니다. 그 별은 이미 해가 져 어두워진 중국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희망을 잃고 비틀거리고 있던 당대 중국 인민들의 가슴에 꺼지지 않고 빛나는, 미래에 대한 등불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중부의 켄사스 시티에서 1905년 태어난 에드가 스노우는 스물 세 살의 나이로 중국을 갔다가, 이미 반은 서구 열강의 침탈로 말미암아 식민지가 되어버린 중국의 어지러운 현실에 깊은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의 부인이었던 헬렌 포스터 스노우. 다른 이름으로는 님 웨일즈로 우리에게 더 알려진 그녀가 당시 조선 사회주의 민족 독립 혁명가 김산과 1937년 만나 “아리랑의 노래”를 썼던 것은 이렇게 보면 우연이 아닌 듯 합니다. 두 젊은 벽안(碧眼)의 부부가 <아시아의 고난>에 나름대로 참여했던 셈입니다.

그렇게 중국과 인연을 맺었던 에드가 스노우는 이후 손문의 부인이자 중국 반제 사회주의 혁명에 대모의 위치를 갖게 된 송경령의 편지를 들고, 장개석 군대에 쫓겨 패잔병처럼 되어버린 모택동의 홍군 주둔 지역으로 찾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그가 그곳에서 본 것은 패잔병들의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려는 열정을 가진 젊은 혁명 전사들의 인간미와 위엄이었습니다.

잠깐 옆으로 빠지자면, 이 송경령 자매들, 중국 역사에서 대단한 자국을 남긴 여걸들 아닙니까? 큰 언니 송애령은 대부호의 아내로 중국의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둘째 송경령은 아버지의 친구인 손문의 부인이 되었으며, 막내 송미령은 장개석의 부인으로 중국 현대사에서 한 획을 그었으니 말입니다.

어쨌건 간에 그런 무게를 가진 송경령의 서한을 들고 간 에드가 스노우는 당시 '대장정'의 과정으로 민심을 끌어 모으고 있던 중국 혁명 지도부와 깊은 교감을 나누면서 중국의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목격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그의 보고서가 다름 아닌 <중국의 붉은 별(Red Star Over China)>이라는 책입니다. 한 때 우리에게는 금서가 되기도 했던 이 책은, 1938년 출간 이후 중국 혁명을 외부세계에 알리는 가장 중요한 서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당시 미국의 젊은 언론인이 증언한 오늘날 중국의 출발현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참한 패퇴와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밀리고 밀려 있던 이들 중국의 혁명 전사들은 결코 조급하지 않은 긴 안목과 역사에 대한 낙관, 그리고 중국 인민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뢰로 새로운 중국을 마침내 태어나게 합니다.

그 혁명 1세대의 후예로 오늘 중국은 후진타오의 명실상부한 최고 지도자로서의 등장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의 얼굴은 확신에 차있고, 그의 표정은 화사할 정도로 밝습니다. 미래를 향한 중국의 기세가 그의 면모에 그대로 압축되어 나타나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와의 문제는 별도로 하고라도, 그는 지금, <중국의 새로운 붉은 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 별은 어느 날 갑자기 홀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방이 막힌 듯한 고난의 시절, 물러서지 않은 의지와 확고한 신념으로 역사의 발걸음을 옮겼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저 여유롭고 총명하게 보이는 후진타오가 가능한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의 어두운 하늘을 빛나는 뜨거움으로 물들일 별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요? 21세기의 에드가 스노우가 우리 땅을 찾아왔을 때 그가 보게 되는 것이 우리의 위엄과 열정, 그리고 희망이 충만한 모습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건 우리가 비탄에 빠졌을 때, 시인 윤동주가 보았던, 바람에 스치며 빛나던 그 별과 아마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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