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와 곰고을의 사람들
부여와 곰고을의 사람들
[김운회의 '새로 쓰는 한일고대사'] <26> 부여의 나라, 일본 ①
2008.11.03 07:17:00
부여와 곰고을의 사람들
제 9 장. 부여의 나라, 일본

들어가는 말 : 부여와 곰 고을의 사람들

진(秦)나라 때 박사를 지냈던 복생(伏生)의『상서대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옵니다.1)

"해동에 있던 모든 오랑캐들은 모두 부여의 족속들이다(海東諸夷 夫餘之屬)."

이 기록은 주로 진한(秦漢) 시대를 기준으로 그 이전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즉 역사적으로 고증할 수 있는 시대를 넘어서 있는 기록이기는 하지만 기원전 2세기 이전의 한족(漢族)들의 일반적인 인식을 알 수 있는 기록입니다. 물론 이 책은 『한서(漢書)』와 같이 신뢰할 수 있는 사서는 아닙니다. 역사서는 한(漢) 나라를 기점으로 크게 발달하기 때문에 그 이전의 기록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무리지요. 다만 우리는 그 시대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식을 다만 참고로 할 뿐입니다.

11세기 송나라 때 증공량(曾公亮) ·정도(丁度) 등이 편찬한 『무경총요(武經總要 : 1044)』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방대한 군사상의 기술서(技術書)로 무려 40권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발해가 부여의 별종으로 본래 예맥의 땅이었다."라고 합니다. 이 책은 사서(史書)가 아니라 병서(兵書)이기 때문에 내용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병서이기 때문에 오히려 주변 민족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어서 신뢰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부여는 일반적으로 고조선과 동시대에 있었던 나라이고 고조선이 멸망(BC 108)한 이후 예맥권을 지탱한 핵심 세력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부여는 BC 2세기경부터 기록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494년까지 존속한 나라로 나타나 대체로 700~1000여년을 존속한 쥬신의 대표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역사서에서 부여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사마천의 『사기』라고 합니다. 『사기』의 기록을 봅시다.

"무릇 연나라는 발해(勃海)와 갈석(碣石) 사이에 있는 나라로 … 북으로는 오환(烏桓)과 부여에 인근하고 동으로는 예맥, 조선, 진번 등으로 이해가 서로 통한다."2)

여기서 나타난 말들 가운데 오환, 예맥, 조선, 진번 등은 두루두루 중국인들이 말하는 동이(東夷) 즉 쥬신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서대전』의 견해를 따르게 되면, 이 동이들의 원류가 모두 부여라는 말이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오히려 고조선에 대한 기록이 부여의 기록만큼 일관성이 없고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이 부여는 『사기』에는 부여(夫餘)로 나타나지만,『산해경(山海經)』에는 "오랑캐의 나라인 부여의 나라가 있어(有胡不與之國)"라는 말이 있어 불여(不與)로, 『일주서(逸週書)』에서는 부루(符婁), 『논어주소(論語注疏)』에서는 부유(鳧臾)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말들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 말들이 무엇인가 공통된 것 즉 불(Fire)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은 태양(Sun)의 또 다른 모습이므로 부여라는 것은 태양 또는 하늘의 자손[천손족(天孫族)]이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앞에서 부여의 어원 등에 대한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만, 그 동안 반도사학계에서는 부여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어왔으므로 일단 여기에서 소개해 두고 넘어 가겠습니다.

첫째 부여는 밝(神明)에서 유래하여 평야를 의미하는 벌(伐, 夫里)로 변하였다는 견해가 있는데 제가 위에서 분석한 것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둘째, 부여를 사슴과 연관시키는 견해가 있습니다. 즉 사마광의 『자치통감(資治通鑑)』에 "처음에 부여는 녹산(鹿山)에 자리를 잡았다(初夫餘居于鹿山)"라는 기록3)을 근거로 하여 녹산의 녹(鹿) 즉 사슴을 만주어로는 뿌우(Puhu), 몽고어로는 뽑고(Pobgo) 라는 식으로 부여를 사슴의 의미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관계가 없지는 않겠지만 다소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셋째, 예맥(濊貊)에서 예(穢 또는 穢)의 한자음인 '후이(쉬이)'에서 부여의 명칭이 생겼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타당한 견해로 볼 수 있습니다.

이상의 견해들은 조금씩 관계가 있지만, 앞에서 이미 본대로 부여란 결국 태양(해) - 불 - 부리 - 벌(평야) 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가장 타당한 설명이 될 것입니다. 참고로 녹산(鹿山)은 현재의 농안(農安)·장춘(長春) 또는 길림(吉林)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있습니다.
▲ [그림 ①] 녹산의 위치 관련지도

여러 기록에서 보더라도 부여는 만주 시베리아의 중심지역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주 시베리아 일대에 사는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퉁구스족(Tungus)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이 퉁구스는 부여족을 말하는 것일까요? 이 퉁구스족과 한국인들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퉁구스라는 용어는 잘못된 말입니다. 동북아시아의 민족 연구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퉁구스라는 용어는 이 지역 민족 분석을 안개 속으로 몰고 간 대표적인 말(전문용어)입니다. 사실은 만주 쥬신(Jushin)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말입니다.

퉁구스라는 말은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개념으로 오히려 민족 분석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부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퉁구스라고 하고 또 일부에서는 이를 부정하는 등 퉁구스의 실체가 무엇인지 기준을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문제는 퉁구스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도 자신이 퉁구스인지도 모른다는 점이죠. 한반도의 쥬신(Korean)들도 그들이 퉁구스로 불리기를 원하지도 않으며 자신들을 퉁구스라고 부르면 화를 낼 것입니다. 좁은 의미에서 본다면 퉁구스는 유럽인들이 시베리아에서 접촉한 동북아시아인(특히 에벤키족)을 가리키는 정도로 봐야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퉁구스는 동호(東胡)라는 말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동호(東胡) 즉 '퉁후'라는 말이 이 지역의 사람들을 부를 때 일부 사용한 것을 유럽인들이 퉁후스 등으로 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퉁구스라는 말은 수천 년간 내려온 동북아시아 민족에 대한 수많은 사료나 기록에 대해 한 줌의 지식도 없는 유럽인들 특히 시베리아에 진출한 러시아인들에 의해서 자의적(恣意的)으로 급조(急造)된 용어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수천 년간 내려오는 동아시아 민족에 대한 한 줌의 지식도 없이 자기들이 보고 있던 그 시점에서 임의로 이들을 퉁구스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따라서 퉁구스라는 용어는 동북아 민족연구의 심각한 장애일 수밖에 없지요. 이 용어를 앞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이 지역 민족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흔히 퉁구스족이라고 불리는 만주쥬신들은 곰에 대하여 특별한 숭배의식을 가지고 있고 상당수가 스스로를 곰의 후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에벤키족이나 오로촌족은 곰 숭배 신앙이 강하여 스스로 곰의 후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로촌족은 곰을 보고 곰이라고 부르지 않고 '타인텐', '야아'라고 하는데 이것은 할아버지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오로촌 사람들은 암곰이 사냥꾼과 잠자리를 같이하여 낳은 아이가 오로촌의 조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참고로 일본어에서 어머니에 해당하는 말은 '하하(はは)'이고 아버지는 '지찌(ちち)'입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충남 공주 지역의 유명한 웅녀설화입니다. 이 웅녀설화는 에벤키족의 웅녀설화와 내용이 거의 같습니다. 오로촌족도 에벤키족과 다름없이 곰을 조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단군신화에 나타난 웅녀는 마치 에벤키족의 웅녀설화의 속편처럼 보입니다.
▲ [그림 ②] 곰 토템 관련지도

에벤키족은 남자와 암곰이 교혼하여 살다가 남자가 도망가 버리자 암곰은 자식을 두 쪽으로 찢는데 하나는 곰이 되고 하나는 에벤키족의 시조가 된다는 신화를 가지고 있습니다.4) 이것은 웅진(공주) 곰나루의 설화와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이 웅녀설화가 단군신화에 이르면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암곰으로 나오고 결국 여인으로 변화하여 환웅(桓雄)과의 사이에 단군(檀君)을 낳고 이로써 한민족이 시작되는 형태로 발전합니다. 웅녀설화의 주인공 웅녀는 단군신화에 이르러서는 환웅의 역할을 지원하는 조연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다 정치적인 의미로 환웅족에 의해 웅녀족(곰토템족)이 복속되는 과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대 쥬신의 경우 곰과 호랑이(범)를 자신들의 토템으로 숭배했다는 역사적 기록들은 매우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삼국지』에 "호랑이를 신으로 제사지냈다."5)라거나 영락대제비(광개토대왕비)에서 보이는 '대금(大金)'이라는 말은 큰곰(big bear)의 의미로 대칸(큰 임금)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서도 확인이 됩니다. 『용비어천가』에서 광개토대왕비를 대금비(大金碑)라고 하고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곰'이 반도 쥬신어로 왕이나 황제를 의미하는 '임금'의 금과 같은 어원을 가진 말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견해도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쥬신의 언어로 최고의 존칭으로 사용된 말 가운데 '님곰', '왕검(王儉)', '니사금(尼師今)', '니지금(尼叱今)', '대금', '한곰', '임금' 등이 있습니다.6)

단군신화에서 보이는 궁홀산(弓忽山)에서 궁홀이 바로 곰골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며, 『양서(梁書)』에 나타나는 백제 수도의 옛말인 고마성(固痲城),7) 『삼국사기』고구려 본기에 나타나는 "교모산(□牟山)"과 마한 55국 가운데 하나인 건마국(乾馬國)도 곰을 한자식으로 나타낸 말이라고 합니다.

반도쥬신이 곰과 매우 인연이 깊다는 것은 만주와 한반도 곳곳에 산재한 곰과 관련된 지명을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만주 지역에는 곳곳에 웅악(熊岳) 또는 개마산(盖馬山), 개모산(盖牟山) 등의 이름이 널리 퍼져 있는데 이는 바로 '곰뫼'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죠. 그리고 한반도에서 곰나루(熊津 : 충남 공주)를 비롯하여 곰실(熊谷 : 경북 선산), 곰내(熊川 : 금강), 곰개(熊浦 : 경남), 곰뫼(熊山 : 경남), 곰섬(熊島 : 함남 영흥), 곰재(熊嶺 : 전북 진안), 금마저(金馬渚 : 전북 익산), 곰고개(熊峴 : 충북 보은), 곰바위(熊岩 : 충북 음성), 곰골(熊州 : 충남 공주) 등이 널리 분포되어있습니다. 이것은 만주와 한반도가 하나의 민족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수많은 증거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단군신화에 나타나는 웅녀(熊女)라는 말은 '곰골에서 온 여자'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즉 오늘날까지도 반도쥬신들은 여자의 이름을 평양댁(평양에서 온 여자), 부산댁(부산에서 온 여자), 서울댁(서울에서 온 여자) 등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 말의 표현 방식이나 웅녀의 표현 방식이 같은 형태라는 것입니다.8)

필자 주

(1) 『상서(尙書)』는 동양 정치사상의 원류라 할 고전인 『서경(書經)』을 말한다. 한대(漢代) 이전에는 까지는 '서(書)'라고 불렸다가 한나라 때부터 『상서』라 하였고 송대(宋代)에 와서 『서경』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상서』나 『서경』모두를 사용한다. 주로 하(夏), 상(商), 주(周) 등의 시대의 역사적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지만 오늘날 전하는 것은 위작(僞作)으로 위진남북조 시대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원본의 내용은 알 수가 없다. 한(漢)나라 문제(文帝) 때 진(秦)나라 때 박사를 지낸 복생(伏生)이 상서에 정통하다는 말을 듣고 조착(晁錯)을 보내 배워오게 하여 편찬한 것이 『금문상서(今文尙書)』29편이고 후일 공자의 옛 집에서 상서의 고본(古本)이 발견되어 이를 『고문상서(古文尙書)』라고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고문상서』는 소실되어 동진(東晉)의 매색(梅 )이 자신이 쓴 글을 덧붙여 58편을 만들어 바쳤는데, 이 매색의 가짜 '고문상서'는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책은 후일 청나라 때 염약거(閻若 ,1636~1704)가 『고문상서소증(古文尙書疏證)』를 통하여 가짜임을 확실히 고증하였다. 본문에서 말하는 『상서대전(尙書大傳)』은 『금문상서』를 말하는 것이다.
(2) "北鄰烏桓, 夫餘, 東綰穢貉 朝鮮 真番之利."(『史記』卷129 貨殖列傳第69)
(3) 『資治通鑑』 卷97 東晋 永和 2年.
(4) 조현설,『우리신화의 수수께끼』(한겨레출판 : 2006) 14쪽.
(5) "祭虎以爲神"(『三國志』魏書 東夷傳 濊)
(6) 리상호 「단군고」이지린·김석형『고조선에 관한 토론 논문집』(평양, 과학원출판사 : 1963) 244쪽.
(7) 『梁書』諸夷傳.
(8) 리상호 「단군고」이지린·김석형, 앞의 책 251~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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