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억지로 벌레 먹이고 자위행위까지 강요"
"해병대, 억지로 벌레 먹이고 자위행위까지 강요"
인권침해 구체 사례 '엽기적'… "국방장관‧사령관 물러나야"
2011.07.14 19:01:00
최근 잇달아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해병대에서 구타‧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례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는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의 총기 난사 사건과 연이은 자살의 원인이 구타‧가혹행위 등 구조적인 악습에 있다며 김관진 국방장관과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총기 사고 이후 접수된 피해사례만도 유형별로 나누면 30가지라며 "인권침해 사례가 매우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휴가를 나온 해병대 병사들과 전역자들의 증언을 통해 사례를 수집했는데, 기수열외 및 구타 이외에도 다양하고 엽기적이까지한 인권침해가 행해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지난 7월초 해병 1사단에서는 다른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다른 병사의 엉덩이를 지지는 가혹행위가 가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후임병들은 살 타는 냄새를 맡도록 강요당했다.

휴가 복귀자 등을 대상으로 성행위 경험을 얘기하게 하고, 한 병사가 자신의 성경험을 얘기하지 않자 "너 고자 아니냐"라며 강제로 성기를 꺼내게 해 자위행위를 강요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벌레를 먹이는 것도 모자라 먹을 때 인상을 찡그리거나 싫어한다는 이유로 구타한 경우도 있었다. 자장맛 라면을 대량으로 끓여 억지로 먹게 하고 역시 인상을 찌푸리거나 토하면 구타하는 '악기바리' 행위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 군인권센터와 인권연대 주최로 14일 서울 영등포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 '해병대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 사무국장 옆으로 차례대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국방부에서 총기난사 사건의 공모자로 지목한 정 모 이병의 부모, 정 이병이 다니던 교회 목사. ⓒ프레시안(최형락)

해병대 인권침해 수준 '심각'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해병대 이병들이 쓸 수 있는 단어가 한정돼 있다는데 충격을 받았다"며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언에 따르면 해병대 이병은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구해보겠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잘하겠습니다' 등 5개의 단어만 사용할 수 있으며, 그나마 자기보다 한 두 기수 위 선임이나 일병 계급에게까지만 말을 할 수 있다. 아무리 '고참은 하느님과 동창'이라지만 말조차 걸 수 없다는 얘기다.

흔적이 남지 않도록 교묘하게 때리거나 밤마다 소집해 '교육'을 시키는 것은 흔하다. 임 소장은 "대소변을 강제로 참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변비에 걸린 경우는 다반사이고, 소변을 잘못 참으면 방광염에 걸릴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금품 갈취 행위도 있었다. 임 소장은 "전역하는 해병들의 자부심이라는 반지는 후임들의 돈을 착취해서 만든 것"이라며, 전역자에게 반지와 칼과 방패 모양의 군복에 다는 장식을 마련해 주는데 일인당 2~3만원씩을 걷고 다과회 명목으로 1만원씩 걷는데 후임일수록 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전했다.

후임병의 의복(속옷 등)을 갈취해 먼저 입고 돌려준다거나, 후임병의 연애편지를 돌려읽기, 군화 닦기 등 사적인 지시를 하는 경우는 다른 사례들에 비하면 오히려 당연할 것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임 소장은 "자기 총기는 자기가 관리하게 돼 있는데도 탄창이나 총기도 후임병이 선임병에게 갖다줘야 한다"며 "이러니 총기 탈취는 식은죽먹기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피해 사례를 군내 의견수렴 제도인 '소원수리'를 통해 제보하거나 간부에게 보고하면 가혹한 제재가 뒤따른다. 소원수리함은 원래 간부가 관리해야 하지만 행정병이 관리하고 있으며 내용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임 소장은 "필적감정까지 해 누군지 추적해 구타나 가혹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런 것들이 군 자체적인 인권 개선에 엄청난 장애요소"라고 말했다.

총기 사건의 배경으로 지목됐던 '기수열외'도 이런 제재 수단 중 하나다. 임 소장은 "기수열외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도 또 기수열외시킨다"면서 "악습 철폐를 시도하거나 자주 의무실을 왕래하는 병사, 기수열외당한 장병에게 동정심을 보이거나 말을 건다는 등의 이유로 기수열외가 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병장들끼리 회의해 결정을 내린 후 상병이 이를 하달하는 방식으로 한 사람을 조직적으로 따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 지난해 11월 연평도 사태 사흘 후 휴가에서 복귀하는 해병대원들의 모습(사진 중 인물들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뉴시스

"총체적 문제…장관 사퇴하고 국정조사 실시해야"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7월 4일 엄청나게 큰 사건이 있었다면 한동안 자살이 일어나지 않아야 정상인데, 계속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 사무국장은 "사례 접수를 하겠다고 언론에 밝힌 것도 아니고 군인권센터에서 자체 조사한 것만 봐도 이렇다"며 "제대로 의지를 가지고 조사한다면 훨씬 많은 사례를 만날 것이다. 한두 가지 가혹행위의 문제가 아닌 총체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체적인 문제인만큼 해결도 총체적이어야 한다"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겠다고 입대한 젊은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비상사태다. 국회는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은 물론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이날 오전 보도된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의 사의 표명은 '말장난'이라며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한게 어떻세 사의표명인가. 그런 식의 하나마나한 얘기 통해 책임져야 할 수뇌부들은 다 빠져나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오 국장은 총기 사고가 난 소초의 경우 범인인 김 모 상병과 공모자로 발표된 정 모 이병, 소초장과 부사관, 가혹행위 가담 병사 4명 등 전체 30명 중 1/3이 구속됐다며 "고위 장성들의 전형적인 일선에 책임미루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군은 진상조사도 거부하고 묵묵부답"이라며 "사실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시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촉구했다. 임태훈 소장도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자살 원인에 대해 누차 얘기했고, 군내 심리상담사가 부족하니 대학 상담소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지속적으로 병사들이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도록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이런 조치들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진행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입대를 앞둔 젊은이와 부모들에게 '해병대 입대하지 않기 운동'을 1단계로 전개할 것이며, 그래도 안 되면 2단계로 해병대 해체 운동을 펴겠다"고 밝혔다.

'해병대 입대하지 않기 운동'에 대해 오 국장은 "해병대가 남자다운 남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견딜수 없는 고통 속에서 아들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부모들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또 '해병 해체'에 대해 "해병대사령관 본인이 타군에 비해 10년이나 병영문화가 후진적이라고 시인한 해병이 별도의 부대로 운영돼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며 "작전상으로도 크게 문제 없다. 해군에 편입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태훈 소장은 "체벌 자체보다도 자유롭게 자란 아이들이 군에 들어가 바뀐 환경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는 것 같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12일 발언과 관련해 "공포스럽게 들린다"며 비판했다.

그는 "군에서 지휘관이 아버지라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큰아버지인데, 한 명의 '자식'이 죽어도 자기 살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느껴야 하는데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이는 군 수뇌부의 잘못을 옹호하거나 혹은 군에서 내놓은 잘못된 정보에 둘러싸야 눈과 귀가 멀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프레시안(최형락)
"고참 욕 한 것이 '공모'로 둔갑"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국방부가 지난 4일 해병대 총기 사고의 '공범'으로 지목한 정 모 이병의 가족과 그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가 참석해 정 이병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정 이병은 현재 상관 살해 등 3건의 혐의를 적용받고 구속된 상태다.

정 이병의 어머니 이민순(45) 씨는 "죽은 사람도, 김 상병과 저희 아이도 피해자인 것 같다"며 "가혹한 인권침해,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정광영(49) 씨는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이병이 다니던 교회의 이준호 목사는 "정 이병은 특별한 종교적 결심으로 선교사를 꿈꾸고 신학 공부를 했다"며 "부대에서 (고참이) '내가 하나님이다'라고 하는 것이야 농담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되지만, 성경책을 태운다든지 또는 그로 인해 가혹행위를 하는것은 정 이병이 굉장히 화가 났을 인격적인 모독이며 있을 수 없는 일들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족과 이 목사는 정 이병은 평소 생활 태도로 보나 이병이라는 계급상의 위치로 보나 범행에 공모했을 리가 없다면서 정 이병이 공범이라는 군 당국의 발표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김 싱병과 정 이병의 진술이 엇갈린다"며 "그러나 상병과 이병의 관계가 (지시하고 지시받는 관계라면 몰라도) 함께 모의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김 상병 하나만 악당이나 괴물로 몰고 가서는 안 되며 그도 명백히 피해자"라면서도 "군 발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에서 발표한) '공모했다'고 하는 부분은 6월 어느날 김 상병과 함께 신세한탄조로 보통 하듯이 '죽여버리자'며 선임들 '욕'을 한 것"이라며 "그런 수준의 이야기를 한 것이 공모로 나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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