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동성 결혼 차별법은 위헌"
미 연방대법원 "동성 결혼 차별법은 위헌"
'기독교 국가' 미국인 72% "동성 결혼 합법화 불가피"
2013.06.27 15:11:00
미 연방대법원 "동성 결혼 차별법은 위헌"
'기독교의 나라' 미국이 사실상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나라로 분류될 정도의 역사적 판결이 나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6일(현지시간) 동성 결혼한 커플에 대한 연방 지원을 금지한 법에 대해 9명의 대법관 중 5대 4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연방대법원은 동성 결혼을 금지한 캘리포니아 주의 법률 조항의 상고 역시 5대 4로 각하해 사실상 동성 결혼이 허용될 수 있게 했다.

<뉴욕타임스>는 "연방대법원은 이 두 개의 판결로 동성애 인권운동에 커다란 승리를 안겨주었다"고 전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차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동성결혼 지지세가 강한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는 시청 앞에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내걸리며 지자체 차원에서 환영했다. ⓒAP=연합

보수성향 대법관 반란 "동성결혼 차별법은 개인 자유 박탈"

물론 두 사건 중 동성결혼에 대해 차별하는 연방법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이 더 중요한 판결이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9명 중 보수 성향이 5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보수 성향 대법관에 속한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과 뜻을 같이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연방결혼보호법(DOMA)은 수정헌법 제 5조가 보호하는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미국 전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가 된 것은 아니다. 케네디 대법관은 "이번 판결은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주에 대해서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연방대법원은 주 별로 있는 동성 결혼 금지법에 대해서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고, 동성결혼이 헌법적 권리에 속하느냐에 대해서도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법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주를 사실상 하나 더 추가했다.

현재 미국은 뉴욕 주· 워싱턴 주· 뉴햄프셔 주· 아이오와 주· 델라웨어 주· 미네소타 주· 메릴랜드 주· 코네티컷 주· 버몬트 주· 메인 주· 매사추세츠 주· 로드아일랜드 주 등 12개 주와 수도 워싱턴 D.C에서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포함하면, 인구 30%가 합법화 지역 주민"

<뉴욕타임스>는 "캘리포니아가 사실상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주가 된다면, 미국 인구의 30% 정도가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지역에 사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두 판결은 모두 5대 4로 엇갈린 표결이 보여주듯 대법관들 사이에서 팽팽한 의견대립 끝에 나온 것이다.

소수의견을 대표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은 "다수의견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자유의 적으로 공식 선언하는 것이며, 전통적 의미의 결혼을 지키려는 주법을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은 정확히 10년전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한 법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나왔을 때도 소수 의견을 냈으며, 당시 그는 "이 판결은 결국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상황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뉴욕타임스>는 "스캘리아 대법관의 예측이 맞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촌평했다.

동성결혼 차별이 위헌이라는 판결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케네디 대법관은 동성결혼 금지법의 위헌 여부를 다루는 캘리포니아 사건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 반대편에 섰다. 일단 상소를 받아들이자는 쪽에 선 것도 동성결혼 위헌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복잡한 의견차이를 드러냈다.

<뉴욕타임스>는 "동성결혼 차별법과 동성결혼 금지법에 대한 판결이 모두 5대 4로 나왔지만, 찬성과 반대의 재판관 구성이 다르고, 매우 이례적인 분포를 보였다"면서 "동성결혼 금지법의 위헌 여부를 다루자는 의견을 낸 대법관들이 만일 이 사건을 다뤘다면 어느 쪽에 표를 던졌을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초당적 의회 통과 법안, 재판으로 뒤집으면 안돼"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낸 소수의견의 논리도 주목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6년 초당적으로 합의해 처리된 연방법은 그 자체가 헌법에 부합하는 것이고, 위헌 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방결혼보호법은 당시 하원(찬성 342표, 반대 67표)과 상원(찬성 85표, 반대 14표)을 잇따라 통과하고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됐다.

스캘리아 대법관은 "다수의견은 민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복잡한 문제를 판결로 단순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수의견은 이분법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저쪽 편이 아니라면 우리 편이 되라는 것"이라면서 "진실은 더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역사적 진전 이룬 판결" 대환영

미국 정치권의 반응을 보더라도 동성결혼은 매우 정치적인 문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마자 즉각 트위터를 통해 "역사적 진전을 이룬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2016년 가장 강력한 대권후보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일찌감치 동성 결혼을 공개 지지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기독교의 나라라는 미국에서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의 표퓰리즘"이라면서 "미국은 이제 허울 뿐인 기독교 국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도 이런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미국의 권위있는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의 72%가 동성결혼 합법화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지난 2004년의 같은 조사에서 나온 59%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동성결혼 합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절반이 넘는 59%도 "합법화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는 점에서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추세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성애 커밍아웃 늘면서 여론도 변화"

심지어 보수·기독교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권에서도 "불가피론"이 거론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은 "개인적으로는 동성결혼 합법화를 반대하지만 공화당 소속 대선주자가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날이 불가피하게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퓨리서치센터는 "미국 사회 내에서 공개적으로 동성애자라고 밝힌 사람들이 급증한 것이 이처럼 여론이 바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보수·기독교 진영 등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측도 여전히 많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45%는 "동성애는 죄악"으로 보고 있고, 56%는 동성결혼이 종교적 신념에 반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변화시키기 위한 '엑스-게이' 운동을 주도해왔던 엑소더스 인터네셔널(EI)이 37년 만에 해산을 결정한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1976년에 설립된 기독교 보수 단체인 EI는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치료'하는 엑스-게이 운동을 주도해왔으며 북미 전역에 260여 개의 그룹을 가지고 있다.

앨런 체임버스 EI 회장은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이웃인 사람과 성경 모두를 존중하지 않는 세계관에 갇혀 있었다"면서 지난 5월 EI의 해산을 발표했다.

그는 동성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여긴 것은 무지의 소산이었고, 성 소수자들에게 도움보다는 상처만 안겨줬다고 반성했다.

EI는 동성애를 심리적·영적 병으로 규정하고 이를 기도와 심리치료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회복이론'에 바탕을 두고 활동해왔으며, 체임버스 회장 스스로 동성애자였으나 '회복이론'으로 치료를 받아 여성과 결혼해 두 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고 자부해 왔었다.
달라도 너무 달라...동성결혼이 범죄인 나이지리아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인구(1억7000만 명)를 지닌 나이지리아에서 지난 5월 30일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이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동성결혼 금지는 물론, 동성결혼을 감행한 자에게 최대 14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공개적으로 동성애 행각을 벌이는 사람을 비롯해 동성결혼식을 지켜보거나 도운 사람, 동성애자 권리옹호단체 가담자 등도 1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토론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상원이 통과시킨 원안과 같다. 이 법안은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승인하면 곧바로 시행된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대립하며 내전 상태인 나이지리아에서 동성애자들은 양쪽 모두에게서 차별받고 학대받고 있다.

영국은 이 법안이 발효되면 원조를 끊겠다고 경고했지만, 지원 규모가 미미해 힘이 없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외교와 대외 원조는 동성애자의 인권 증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어 나이지리아 정부가 이 법안에 서명을 할 지 주목된다.

나이지리아뿐 아니라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문화가 극도로 강한 곳은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 일대에 몰려 있다.

2012년 퓨 리서치센터가 전 세계 39개국의 3만76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아프리카의 경우 나이지리아 응답자의 98%, 가나·세네갈·우간다의 96%, 케냐의 90%가 동성애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또한 이집트 95%, 튀니지 94%, 요르단 97%, 팔레스타인 93%, 레바논 80%, 터키 78% 등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압도적이다.

한편, 지금까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국가는 프랑스가 지난 5월 18일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면서 14개로 늘었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2001년 네덜란드가 최초이며, 이후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남아공,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아르헨티나, 덴마트, 우루과이, 뉴질랜드, 프랑스 등이다.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은 일부 주들에서 합법화된 나라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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