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복지 정책은 낙제점"

[화제의 책] <한국 복지 국가의 전망>

김철주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1.01.11 08: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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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복지 국가는 한국 사회에서 주도적 담론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복지 국가에 대한 구체적 실천과 행동 지침이 제시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대다수의 잠재적 대선 후보들이 복지 국가를 구호 차원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사회복지의 정책 결정이 정치적 영역에서 다루어진다는 점은 한국 복지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중요하다.

왜 복지 국가 연구가 중요한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은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한국 사회가 경제 성장을 주도한 발전 국가에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복지 국가로 전환할 수 있는지 아직 불확실하다. 정치인들의 복지 국가에 대한 관심은 아직은 정치적 계산에 입각한 피상적 이해에 머물고 있다. 정치사회의 논쟁은 복지 국가의 다양한 성격과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복지 담론의 발전이 제한된 한국 사회에서 사회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과업은 막중하다. 먼저 한국 복지 국가의 발전 과정과 역동성에 대한 역사적 연구는 미래 지향적 분석을 위한 초석을 놓는 일이 되어야 한다. 한국과 서구의 복지 국가에 대한 비교 연구는 한국 복지 국가의 기본 방향과 새로운 모델을 탐색한다는 의미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복지 국가라는 이상향에 대한 학문적 탐구 이상의 실천적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복지 국가는 역사적 과정의 결과

복지 담론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복지 국가에 대한 연구가 다양한 학문적 기초와 분석 방법에 의거해서 다차원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복지 국가의 생성과 발전 자체가 해당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맥락의 복합적 결정으로부터 유래된 역사적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이 복지 국가에 관한 정치경제학적 접근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편협한 개별적 학문 분과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연구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복지 국가의 발전이라는 역사적 현상을 '복합적 전체'로 분석하고 집단적으로 탐구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김윤태가 다양한 논문을 모아 책을 펴낸 <한국 복지 국가의 전망>(한울 펴냄)은 반가운 소식이다. 우선 저서에 참가한 연구자들의 학문적 배경이 다채롭다. 사회학자, 정치학자, 경제학자, 행정학자, 의료학자 등이 참가하여 연구의 다차원적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의 광범위함도 눈에 띄는 장점이다.

노무현 정부의 복지 정책은 왜 실패했는가?

▲ <한국 복지 국가의 전망 : 새로운 도전, 새로운 대안>(김윤태 엮음, 한울 펴냄). ⓒ한울
이 책에서 먼저 조흥식과 이태수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현재까지 한국 사회복지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제공한다. 또 김진욱과 양재진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논쟁이 된 '사회투자국가'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특히 양재진 교수는 "신자유주의적인 작은 정부론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하며, 바로 이러한 구조적 제약 때문에 "사회투자정책을 표방한 노무현 정부의 '비전 2030'이 실패로 끝났다"라고 뼈아픈 비판을 제시한다(360쪽).

이 외에도 이 책은 다양한 세부 주제와 실천 전략을 다룬다. 사회 서비스라는 21세기의 주요 의제에 대한 분석(윤홍식), 여성복지(정재훈)와 빈곤 계층을 위한 자산 형성 지원 정책(신동면) 등 빼놓을 수 없는 논의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의료 보장에 대한 친절한 분석(이상이) 등은 이 책이 갖는 광범위한 관점을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 관점과 실천적 영역에서 민주주의(이신용)와 복지 동맹(윤도현)에 대한 논의는 현실적 지침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복지 정책은 낙제점

이 책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대에 복지 국가가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이후 복지 제도가 쇠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태수는 "이명박 정부의 휴먼 뉴딜 구상은 노무현 정부에서 2006년 10월에 의욕적으로 내놓은 '비전 2030'과 비교해보면, 복지 정책의 위상, 포괄 범위, 구체성 등에서 오히려 더 부실하다"고 비판한다(104~105쪽).

이 책의 저자들은 대개 한국의 복지 국가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열정적으로 주장한다. 예를 들어, 이상이는 한국의 "공공 병원의 비중이 7%에도 미치지 못하며, 의료 민영화 체제인 미국도 공공 병원의 비중이 25% 정도인데 이보다도 낮다"고 지적한다(139~140쪽). 그리고 복지 국가의 확대를 위한 핵심 과제로 재정 확대를 강조한다. 양재진은 "이명박 정부하에서 이루어지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감세 정책을 볼 때, 재정 또한 정치적 결단과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지적한다(360쪽).

윤도현과 박경순은 "한국에서 복지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복지 재정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경우 "국민의 복지 재정 부담을 단기적·일시적으로 늘리는 정책 방향을 선택한다면 국민의 동의 확보는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437쪽). 결국 복지 국가의 강화는 경제적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지지를 동원하는 전략적 문제에 이른다.

복지 국가의 정치경제학이 필요하다

<한국 복지 국가의 전망>은 기존 복지 국가 관련 논쟁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동시에 의료, 사회 서비스, 빈곤 등 분야별 논의를 포괄하고 있다. 또 그것의 정치적 버전인 민주주의 제도와 동맹을 위한 개괄적 논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의 편집자는 복지 국가의 문제는 개별 정책과 프로그램의 문제만이 아니라 바로 민주주의와 정치의 문제라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학자 군과 포괄적이면서도 분과적인 주제가 잘 어우러져 있는 것은 편집자의 정치경제학적 관점과 활발한 이론적 교류가 맺은 결실로 여겨진다.

이 책의 내용은 학자와 정책 결정자,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운동가와 일반 독자도 읽을 만한 책이다. 다만 사족으로 지적하면 일부 논문은 시론적 성격의 글을 담고 있어 학문적 엄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또 전체적인 논문들을 가로지르는 포괄적인 분석틀을 제공하지 못한 것도 앞으로 후속 연구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복지 국가의 전망>이 보여주는 강점은 분명하다. 이 책은 한국 복지 국가에 대한 논의의 정치경제학적 관점으로서 진화하기 위한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점은 이 책의 한계를 극복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책에는 복지 국가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정우, 고세훈, 정무권이 추천사를 썼다. <불평등의 경제학>의 저자 이정우는 "진정한 복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맥을 정확히 짚어주는 이 책은 오랜 가뭄 끝의 단비"라고 지적하다. 그가 말한 대로 복지 국가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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