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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컴'으로 음식·장기 찍어내는 시대! 당신은?

[프레시안 books] <3D 프린팅의 신세계>·<3D 프린터의 모든 것>

'프레시안 Books'에 두 권의 책을 동시에 다룬 서평이 있었던가. '프레시안 Books'에 올라온 지난 서평 목록을 훑어보고 있는데, 거의 보이지 않는다. 원고 청탁을 한 기자가 두 권을 읽어야 하는 부담을 특별히 걱정해 준 것으로 보아 흔한 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두 권의 책을 한 편의 서평으로 버무려야 하는 상황이 흔한 일은 아닐지라도,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내 서가에 책이 (한 권이 아니라) 두 권 늘어나는 개인적인 기쁨을 제외한다면. 2배 분량의 원고를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2배의 원고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3D 프린터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 보름 간격으로 출시되었다는 점, 이전에는 이러한 책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펴냄)를 읽은 사람이라면 두 번 일어난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것이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두 번 일어난 일은 다음에 반드시 일어난다." (<연금술사> 중에서)

지금이 중요한 타이밍이라는 느낌이 든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밀려올 것 같은 예감도 든다. 그러한 조짐을 먼저 눈치 챈 사람들이 뛰기 시작하는 시점일 수도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이미 준비를 시작한 사람들이 내미는 손길일 지도 모른다.

티핑 포인트

한 분야의 전문 지식이 대중에게 확산되는 양상을 관찰하면 어느 순간 티핑 포인트를 지나면서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서평이니까 책의 출간만 놓고 보자면, 2007년 이전에 대중에게 읽히는 뇌과학 서적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꿈꾸는 기계의 진화>(로돌포 이나스 지음, 김미선 옮김, 북센스 펴냄) (지은이), <스피노자의 뇌>(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임지원 옮김, 김종성 감수, 사이언스북스 펴냄),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샌드라 블레이크스리 지음, 신상규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과 같은 명저들이 번역되어 출간되던 2007년만 해도 뇌과학은 생소한 분야였다. 5년 전 대중들에게 뇌와 관련하여 통용되는 지식은 좌뇌와 우뇌의 차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억을 찾아서>(에릭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크리스 프리스 지음, 장호연 옮김, 동녘사이언스 펴냄)와 같은 책들이 출간되던 2009년이 지나고 2010년이 되자 비로소 신경과학 분야에서 논의되는 이슈들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신경경제학, 신경윤리학, 자유의지에 대한 논의들도 가능해졌다.

뇌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 흡족한 마음이 드는가 싶더니, 2011년부터는 '뇌과학이 '밝혀낸/알려주는/보여주는/들려주는 어쩌고저쩌고'를 부제로 달고 나오는 책들이 부쩍 늘었다. '뇌과학으로 알아보는/풀어보는/찾아낸' 원리와 비법들을 여기저기 적용한 것을 소개한다는 책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든 처세든 예술이든 교육이든 뇌과학이 적용되지 않을 분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혀 생소했던 분야의 전문 지식이 대중에게 익숙하게 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티핑 포인트를 지나온 것이다.

티핑 포인트를 지나고 있는 3D 프린팅

2년 전만 해도 3D 프린터는 생소한 용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블로그나 SNS뿐만 아니라 신문과 뉴스에도 3D 프린팅 기술 소개가 종종 등장한다. 3D 프린터로 총기를 만들어 발사에 성공했다는 사건이 아마 가장 널리 회자되는 뉴스일 것이다. 인공 장기나 음식을 프린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3D 프린터는 말 그대로 입체 프린터다. 종이에 잉크를 한 줄 씩 뿌려서 출력하는 것이 기존의 프린터였다면, 재료를 한 면 한 면 층층이 쌓아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3D 프린터이다. 컴퓨터로 그린 3D 설계 도면만 있으면, 어느 누구라도 물건을 출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린터'라 불린다.

▲ 3D 프린터로 만들어 낸 여러 제품들(<3D 프린팅의 신세계> 중). ⓒ한스미디어

프린팅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액체나 분말 형태의 재료에 열을 가해 굳혀서 만들기도 하고, 액체 상태의 재료를 노즐로 뿌린 다음 굳혀서 만들기도 한다. 기존 금형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복잡한 구조물의 설계도 가능하며, 플라스틱 외에 금속이나 고무 재료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3D 프린터가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의미는, 아이디어와 디자인만 있으면 공장을 거치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물건을 만들 수 있으며 취향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것도 가능해졌다는 데 있다. 푸드 프린팅, 바이오 프린팅 등 기존에 '제조'의 영역이 아니었던 분야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터에 대한 관심의 추이를 보여주는 가장 인상적인 통계는 구글 트렌드에서 제공하는 검색량 그래프이다. 2011년 이전까지는 거의 변동이 없던 '3D printer' 검색량이 2011년부터 조금씩 증가하더니 2012년을 지나면서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구글 트렌드에서 제공하는 '3D printer' 검색량 그래프. 2012년을 지나면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구글 트렌드

이처럼 3D 프린터가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메이커 무브먼트와 소셜 제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D 프린터는 단일 기술로서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제조 혁명의 상징적인 키워드로 이해해야 한다.

3D 프린터는 테크숍(Techshop)이나 팹랩(FabLab)과 같은 DIY 워크스페이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메이커 무브먼트, 아두이노와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 킥스타터(Kickstarter)나 쿼키(Quirky)로 대표되는 크라우드 펀딩 및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의 성장, 스마트와치를 출시한 페블(Pebble)과 같이 소셜 제조의 형태로 출발한 스타트업의 성공과 맥을 같이 하는 거대한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3D 프린터가 이끄는 제조 혁명을 일컬어 '3차 산업혁명'이라 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본다면 이 티핑 포인트는 이미 2012년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테크숍은 DIY 워크스페이스로, 킹코스(Kinkos)의 제조업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테크숍은 2006년에 처음 오픈한 이래 꾸준히 성장하여 2012년에 미국 국방성의 DARPA(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에서 35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낼 정도로 새로운 제조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Stratasys나 3D Systems 같은 업체들을 필두로 개인용 3D프린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도 2012년이다. 이때부터 메이커 무브먼트는 더욱 확산되었고, 메이커 무브먼트의 선봉에 선 크리스 앤더슨의 책 가 출간된 것도 2012년이었다(국내 번역서 <메이커스>(윤태경 옮김, RHK코리아 펴냄)는 2013년 5월 출간).

메이커 무브먼트와 소셜 제조업이 책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11년이었다. '하이컨셉 & 하이터치' 라는 블로그로 유명한 정지훈 교수의 <오프라인 비즈니스 혁명>(21세기북스 펴냄)이 2011년에 출간되었고, DIY 전문 매거진 한국판 창간호는 2011년에 발행되었다. 2012년에는 테크숍과 쿼키, 킥스타터를 소개한 <스트리트 이노베이터>(조용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와 <빅 스몰>(김상훈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이 각각 6월, 7월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2013년 봄, 크리스 앤더슨의 <메이커스>가 번역되어 나온 데 이어 3D 프린터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 <3D 프린팅의 신세계>(호드 립슨·멜바 컬만 지음, 김인항·김소연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와 <3D 프린터의 모든것>(허제 지음, 형경진 감수, 고산 기획, 동아시아 펴냄)이 차례로 출간된 것이다.

<3D 프린터의 모든 것>과 <3D 프린팅의 신세계>

▲ <3D 프린터의 모든 것>(허제 지음, 형경진 감수, 고산 기획, 동아시아 펴냄). ⓒ동아시아
같은 주제를 다룬 두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써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어떤 식으로든 두 책을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었다. 둘 중 하나만 읽는다면 어떤 책이 좋겠냐는 예상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두 책을 다 읽고 보니,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다. 두 책은 동일한 현상을 다루지만 저자의 입장이 달라서인지 생각보다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고, 오히려 보완 관계에 있다.

국내서인 <3D 프린터의 모든 것>은 실용적인 관점으로 쓰여진 책이다. 얼마 전 3D 프린터 회사 '에이팀'을 창업하기도 한 타이드 인스티튜트 고산 대표가 기획하고, 타이드 인사이트를 운영하는 허제가 썼다. 이 책은 국내외 3D 프린터 산업 동향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 돋보이는데, 각종 실용적인 자료와 링크를 잘 정리하여 창업 가이드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하다. 당장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싶거나 제조업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외서인 <3D 프린팅의 신세계>는 아카데믹한 관점으로 쓴 책이다. 코넬대학교 교수인 호드 립슨은 사람들의 삶, 법률, 경제, 교육, 환경 등 기술의 사회적 함의를 고찰하였는데,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스토리텔링과 위트가 살아 있는 것은 전문 작가 멜바 컬만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덕분일 것이다. 이 책은 이전에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이슈에 대해서 의미 있는 통찰을 건질 수 있었는데,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인상적인 내용이 많았다. 특히 설계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미래의 디자인,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세 가지 에피소드는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볼 수 있게 하는 내용이었다.

▲ <3D 프린팅의 신세계>(호드 립슨·멜바 컬만 지음, 김인항·김소연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한스미디어
"우리는 단순히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책을 쓰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러한 책은 몇 개월만 지나도 곧 시대에 뒤떨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3D 프린팅의 신세계>의 서문 중에서)


<3D 프린터의 모든 것>은 현재에 충실하고, <3D 프린팅의 신세계>는 미래를 내다본다. 당장 내일이 궁금하면 <3D 프린터의 모든 것>, 10년 후가 궁금하면 <3D 프린팅의 신세계>를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존은 올해 6월 3D 프린팅 스토어를 신설했다. 3D 프린터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시장에 근사한 부스를 차린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8.1버전부터 3D 프린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별도의 전문가용 프로그램 없이도 3D 프린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킥스타터에서 가장 펀딩을 많이 받은 기술 분야의 아이템은 3D 프린터이다. 게다가 Top15 중 5개가 3D 프린터 제품이다.

이쯤 되면, 독자들도 최근 소개된 두 권 중에 아무 거나 한 권 집어 들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덧붙임 : 서평을 마치려다가 괜히 한 마디 덧붙이고 싶어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서평의 서론이 길어진 것에 대한 변명이라고나 할까.

나는 단순히 책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서평을 쓰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러한 서평은 책을 읽어볼 사람에게는 무용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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