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일단 정지!
평창동계올림픽, 일단 정지!
[정희준의 어퍼컷③] 진실을 감추는 '뻥튀기의 예술'
그 병이 또 도졌다. 지난 달 대구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자 우리나라가 미국도 하지 못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고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다. 또 이들 대회는 국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면서, 이제 평창이 동계올림픽만 유치하면 우리나라는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4대 스포츠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다섯 번째 국가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도 물론 국제감각의 세련된 명칭이 붙는다. 이름하야 'G5.'

우리의 유치가 세계를 놀라게 했단다. 2002년엔 월드컵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고 얼마 전엔 박태환, 김연아도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제 대구가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평창까지 세계를 놀라게 하려는 순간이다. 이제 '세계' 좀 쉬게 놔두고 그만 좀 놀래켜라. 세계가 짜증낼라.

20세기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아직까지 이러는 걸 보면 중증이다. 아니, 스포츠이벤트 바이러스와 개발민족주의 바이러스가 만나 도진 '세계대회 병'은 이제 불치의 수준이다. 도대체 '세계대회'에 우리 조상이 껌이라도 붙여 놓았는가. 왜들 이리 귀신에 홀린 듯 이판사판으로 유치하려 하는가. 도대체 그 너머에 무엇이 있기에.

혹세무민의 경연장, 뻥튀기의 예술
▲ 강원도 평창이 2014동계올림픽 개최 후보도시로 선정된 지난해 6월 강원도청 앞에서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주민들이 기뻐하며 동계올림픽 유치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가장 큰 문제는 스포츠와 개발민족주의가 버무려진 도가니 안에는 온갖 나쁜 재료는 다 들어가 있다는 거다. 수치 조작, 뻥튀기, 사탕발림, 지자체장의 위선, 지역이기주의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혹세무민의 경연장이다.

어느 스포츠이벤트나 천편일률적인 대국민 '작업'에 들어가는데 그 첫째가 '총생산 얼마, 부가가치 얼마, 고용유발효과 얼마, 관광수입 얼마…' 식으로 나가는 경제효과 홍보다. 2014 평창동계올림픽은 부가가치까지 포함해 최대 22조 원의 경제파급효과와 22만 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통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산업연구원(KIET) 등 '권위'를 가진 정부산하 연구원의 자료를 언론이 전하면 국민은 그대로 믿는다.

그런데 이건 뻥튀기장수의 뺨을 치는 정도가 아니라 턱을 날려 버리는 뻥튀기다. 경제감각을 가진 교수들조차 깜빡 속아 넘어간다. 손익이 아닌 매출만 이야기 할 뿐, 경제성 조사의 기본인 비용(cost)과 편익(benefit) 분석을 철저하게 무시한다. 손익도, 수입과 지출도 따지지 않은 채 모든 것을 한데 쏟아 붓고 뒤섞은 후 마치 몽땅 이윤인 양 포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효과란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부정적 효과도 있게 마련이고 아무리 큰 매출이 예상돼도 손익이 마이너스면 그 장사는 하지 않는 법이다.

올림픽과 같은 거대스포츠이벤트가 요구하는 과도한 재정부담은 시설투자를 아무리 최소화해도 나타난다. 1994년 미국월드컵 조직위는 단 하나의 경기장도 새로 짓지 않았지만 폐막 후 개최도시의 경기침체로 인해 예상했던 40억 달러의 이익이 아닌 40억 달러의 손해를 봤다. 1996년 아틀란타올림픽도 기존 시설을 활용하며 대회 자체는 흥행으로 이끌었지만 결국 16억 달러의 공공투자는 시와 시민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

88올림픽도 마찬가지다. 3000억의 이익을 창출했다 해서 우리는 흑자올림픽으로 기억하지만 여기에서 정부출연금, 아파트 기부금, 국민성금, 조직위 파견 공무원 및 민간인 인건비 등 최소 20억 달러의 직간접 투자비는 모두 계산에서 빠져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도 조직위는 300만 달러 흑자를 보았지만 바르셀로나시에는 21억 달러, 스페인 정부에는 40억 달러의 부채를 남겼다. (안영도, <월드컵, 그 환희의 뒤 끝> 중)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중계권료, 입장료, 광고판매나 스폰서십 등을 통해 얻게 되는 대회 자체 흥행수입은 지역 행정에 큰 의미가 없다. 그나마 이마저도 90년대 이후엔 대회조직위가 아닌 IOC가 직접 협상하고 관리해 주최국의 수익은 매우 제한적이다.

'진실'을 감춰라

주목해야 할 것은 1998년 이웃 일본에서 열렸던 나가노동계올림픽이다. 일본 최대의 겨울 휴양지로 사실상 '준비된 개최지'였던 나가노는 물경 190억 달러를 투자해 올림픽을 멋지게 치렀다. 그러나 폐막 후 곧장 포스트올림픽 불경기(post Olympic slump)로 빠져들었다.

필자는 지난해 일본에서 만난 미디어마케팅 전공 교수와 세계적 광고회사 '덴츠'에서 스포츠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가노가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것이 지역주민들에게 잘된 일이었는가?"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노(No)!"

일본의 스포츠산업단체연합회의 교육과정엔 나가노올림픽과 지역활성화 실패 사례가 주요 주제로 포함돼 있다.

기만적 경제효과 선전 외에 또 다른 전가의 보도는 바로 지역 홍보와 관광수입이다. 무책임한 '립서비스'다. 예를 들어 대구는 이번 유치과정에서도, 또 지난 2003유니버시아드 때도 시민들에게 관광수입을 내세워 바람몰이를 했다. 그렇다면 유니버시아드가 과연 관광유발효과가 있었나? 대구시 통계에 따르면 2001년 30만 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이 월드컵경기를 유치한 2002년 24만, 유니버시아드를 개최한 2003년 17만으로 줄었다 (대구광역시 홈페이지). 하나만 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한달 간격으로 치러낸 부산의 2002년 외국인 관광객은 130만 명이었는데 이듬해 91만, 작년 2006년엔 102만으로 줄어버렸다(부산광역시 홈페이지).

2002 월드컵 때도 외국인 관광객은 예년의 20~30%에 불과했고 여행업계, 남대문시장, 호텔, 면세점 등도 월드컵특수는커녕 예전에도 못 미치는 매상에 만족해야 했다. 일본의 경우도 100만 관광객을 예상했으나 30만 정도에 그쳤다. 이는 다른 거의 모든 올림픽, 월드컵 대회에 해당되는 사례다. 관광수입? 이제 그만 떠들자. 큰 대회 있으면 비싸고 번잡스러워 오히려 안 가기 마련이고 특히 요즘은 테러 등 안전문제까지 있어 권할 만한 여행이 못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광객'은 '이벤트'가 아닌 '관광자원'이 유치한다.

지자체는 저지르고, 주민은 뒷감당 하고
▲ 지난 2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공사현장을 방문한 동계올림픽 IOC 평가단. 경제적 부담과 함께 동계올림픽은 '환경 파괴'를 기본 전제로 한다. ⓒ뉴시스

과잉투자는 불행의 씨앗이다. 유치위는 강릉에만 다섯 개의 스케이트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 중 하나는 가건물로 지어 폐막 후 원주로 옮기고 스피드스케이팅장은 컨벤션센터로 활용한다 해도 강릉에만 세 개의 빙상장을 짓는 것은 너무 심한 지역 편중이다.

또 다른 문제는 평상시 수요가 아닌 올림픽특수에 맞춘 서비스 분야 확충이다. 선수촌과 미디어촌으로만 1만여 실, 경기시설 인근에 총 3만여 실을 준비하나보다. 폐막 후 이들이 제대로 활용될지는 궁금하기만 하다.

멀리 갈 것 없다. 부산은 2002아시안게임을 폼나게 치른 후 시설유지에만 매년 30억~40억이 드는 고민이 생겼다. 10년이면 300억~400억!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게 경륜사업이다. 그래서 아시안게임을 위해 만든 사이클경기장에 194억을 또 쏟아 부어 금정경륜장이 문을 열었다. 이제 돈벼락 맞을 일만 남았나? 아니었다. 개장 하자마자 적자가 발생해 시가 66억 원을 지원하더니 2004년 140억, 2005년 115억, 2006년 약 60억 원의 혈세를 경륜에 4년 연속 지원해야 했다. 이제까지 경륜에 '꼴아 박은' 돈만 경기장 전환공사비까지 포함해 물경 600억 가깝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도대체 왜 이런 거대스포츠이벤트를 유치하려 하는가. 지자체는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생각만큼 지역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때 일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다 덜컥 유치하게 되면 중앙정부는 지원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다. 일 저질러 놓고 결혼시켜달라고 '땡깡' 부리는 거다. 지자체들이 스포츠이벤트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것도 큰 걸로만. 이런 거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로 부모에게 가 둘이 함께 무릎 꿇고 눈물을 머금으며 호소한다. "어머님, 아버님. 쌍둥이예요, 쌍둥이."

지자체장은 지하철 외판원과 비슷하다. 이들은 물건에 대한 사후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스포츠이벤트만큼 폼나는 행사가 없고 외형적 도시인프라도 개선시켰으니 재선은 물론이다. 사후 평가도 자화자찬 수준에서 끝나니 무서울 게 없다. 이 맛을 본 시장, 도지사는 하이에나처럼 또 다른 이벤트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게 바로 유니버시아드에 이어 세계육상선수권을 유치한 대구이고 아시안게임에 이어 하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부산이다. 암담하다. 아~ 선거의 중차대함이란….

스포츠이벤트에 대한 새로운 인식

물론 일회성 국제이벤트가 가져다주는 장점은 많이 있겠지만 이를 마치 '전가의 보도'인 양 홍보하는 것은 문제다. 특히 이런 업적위주 행정이 시민들의 불편을 전제한다면 더욱 그렇다. 과잉투자가 요구되고 투자대비 효과도 불확실한 이벤트를 유치해 한 지역을 전시체제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국제도시'가 아닌 '살기 좋은 도시'를 원한다. '세계적' 스포츠이벤트 줄창 개최하면 뭣 하나. 화장한 봄날 여덟살 내 아들놈 자전거 타려 해도 탈 곳이 없고 뱃살 좀 뺄까 하며 좀 뛰려 해도 뛸 공간이 없는데.

강원도민들의 피해의식을 다소나마 이해한다. 2002 월드컵 땐 IMF 때문에 경기장 수를 줄이는 통에 개최 도시도 하나 없었다. 제주도도 했는데. 그러니 이 참에 지역환경을 확 바꾸고 싶을 것이다. 올림픽이 빛이요 구원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딱 2014년까지만이다. 폐막식을 치르고 찾아오는 시원섭섭함은 곧 허탈함이 될 것이고 이를 느끼는 바로 그 순간 대책 없는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산천이 황폐해진 것을 그때서야 눈이 번쩍 발견하게 될 것이다.

환경파괴적 동계올림픽에 반대 없는 유일한 나라

올림픽은 도시가 주최 단위가 되기 때문에 그 도시의 지역인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살아 오던 자연 환경뿐 아니라 경제 환경도 바꿔 놓을 수 있다. 잔치가 되고 즐거운 추억이 될 수도 있지만 당장 세금부터 더 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시민들의 이의 제기나 반대가 없는 올림픽은 없었다. 언론보도의 제한은 있었지만 서울올림픽조차 당시 학생과 재야세력, 그리고 도시빈민의 저항이 있었다.

지금의 동계올림픽은 88년 당시보다 더 심하다. 단 한 마디의 반대도, '끽'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동계올림픽은 환경파괴를 기본 전제로 하는 괴물이다. 그럼에도 모두가 지켜만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동계올림픽에 반대 없는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이다. 스포츠와 개발민족주의가 이처럼 '아름답게' 만나는 땅은 이 지구상에 다시 없다.
sealovei@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