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사회의 '관용'은 유럽인을 위한 것?"
"덴마크 사회의 '관용'은 유럽인을 위한 것?"
[기고] 다른 문화권 이민자에게 배타적인 덴마크
"덴마크 사회의 '관용'은 유럽인을 위한 것?"
"덴마크로 이민 가고 싶어요."

최근 <프레시안>이 연재하고 있는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기획을 접한 독자 가운에 일부의 반응이다. 자율과 평등의 원리가 공존하는 사회의 전형으로 꼽히는 덴마크의 사례가 극단적인 경쟁으로 내몰리는 한국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

덴마크, 인종과 종교에 따른 갈등에선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덴마크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그늘이 있다. 인종과 종교에 따른 갈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덴마크에서 벌어진 일련의 방화 사건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슬람 신도들을 자극하는 내용의 만평이 한 신문에 실린 게 발단이었다. 해당 만평을 게재한 신문 측은 "유머와 풍자의 전통이 강한 덴마크의 문화"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각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정당화했다.

하지만 덴마크 내 이슬람 신도들의 반응은 다르다. 덴마크 언론에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가 결여돼 있다는 비판이다. '유머와 풍자'가 사회적 소수자를 향할 때는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이런 덴마크 상황을 서울대 비교문학 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박정준 씨가 정리하여 보내왔다. 덴마크 상황에 대한 박 씨의 생각은 무엇일까.

"만일 덴마크의 언론이 예수를 희화화하거나 야유하는 만평을 실었을 경우에도, 경쾌한 덴마크 식의 유머가 고스란히 지켜질지도 의아할 뿐"이라는 결론에 박 씨의 생각이 잘 요약돼 있다. <편집자>

'관용의 나라'가 앓고 있는 종교 갈등

한때 세계에서 가장 관용적인 나라 중의 하나로 알려진 덴마크가 몇년째 종교문화적 갈등을 호되게 앓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덴마크의 청소년들이 수도 코펜하겐을 비롯해 오르후스(Århus) 등 최소 6개 도시에서 공공건물과 개인 재산에 대한 방화를 저지르고 있다.

덴마크 정치권은 이 소요사태의 원인조차 정확하게 짚고 있지 못한 지경이다. 일각에서는 소요에 참가한 적잖은 젊은이들이 이민자 가구 출신의 십대 청소년들이라는 점을 들며 이들에게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경찰 단속에 대한 반항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다른 일각에서는 최근 또 다시 점화되고 있는 무함마드 만평의 여파라는 주장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전 인구의 8.8.%가 외국인 이민자들로 채워진 덴마크는 다민족사회에서 어떤 현재를 그리고 있는가.

덴마크 우익 신문의 무함마드 비판 만평이 도화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복지국가 덴마크에서 일고 있는 소요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함마드 만평은 비교적 국내에도 잘 알려진 사건이다.

2005년 9월 덴마크의 우익신문 <율란스 포스튼(Jyllands-Posten)>이 무함마드를 비하하는 신문만평을 게재하자 이에 비분강개한 전 세계의 이슬람 신자들이 극심하게 분노했다.

이들은 덴마크 상품 불매 운동뿐만 아니라 현지에 진출한 덴마크 공관 및 기업들에 방화를 저지르면서 분노를 폭력적으로 표출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중동지역의 여러 덴마크 대사관이 불탔고, 중동지역에 막대한 식품을 수출하던 덴마크 낙농기업 아를라(Arla)는 재정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언론의 자유' 외치며 17개 언론 일제히 무함마드 만평 동시 게재

반(反)덴마크 정서에 익숙하지 않았던 덴마크 인들은 아연실색하면서도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견지했다. 이 사건을 두고 당시 덴마크 내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분노한 이슬람권에서는 덴마크 수상에게 공식사과 및 만평을 게재한 편집진과 만평화가를 처벌하라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 무함마드 만평을 그린 화가 쿠르트 베스터고리. ⓒEPA

그때로부터 시간이 흘러서 사건이 여파가 가실 무렵인 작년 가을, 주도적으로 만평을 그린 화가 쿠르트 베스터고리(Kurt Westergaard)에 대한 암살위협이 뒤따르자 덴마크의 17개 언론들은 일제히 우익신문에 게재된 만평을 동시다발적으로 싣게 된다.

만평에 비판적이었던 매체도 동참

만평 게재가 폭력과 방화로 점철되며 극단적인 반덴마크 정서를 심화시키던 당시, 이슬람권에게 "유머와 풍자의 전통이 강한 덴마크의 문화적 전통"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한 <율란스 포스튼>의 편집장은, 이번에는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려는 극단적인 이슬람 세력의 압력 앞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피력했다.

또한, 2005년 당시 만평을 싣지 않았던 덴마크의 또 다른 유력언론 <Berlingske Tidende> 또한 만평게재에 동참했다.

더욱이 당시에는 <율란스 포스튼>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Politiken>의 편집진 또한 만평게재를 결정했다.

이 사건은 덴마크 밖에서 상이한 의미로 전파되어서, 2007년 스웨덴에서는 라르스 빌크스(Lars Vilks)라는 화가가 '예술 안의 개'(Hunden i konsten)라는 그림에서 이슬람의 선지자인 무함마드를 개로 격하해서 그려 폭발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란 정부의 공식 사과 요구, 덴마크 정부는 일언지하에 거절

이처럼 유럽 내에서는 숭고하게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는 운동으로 확산되는 열기 속에서, 덴마크에 거주하는 이슬람 교도들은 시위를 벌이며 논란이 되었던 만평을 다시 싣는 언론을 비판했다. 2005년 9월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규모이지만, 몇몇 이슬람권에서는 외교관 소환이나 집회, 방화 같은 사건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금명간 이란에 공식방문할 예정이었던 아너스 포그 라스무슨(Anders Fogh Rasmussen) 수상에게 국가 차원의 공식사과를 요구했지만, 덴마크 정부는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로써 양국 간의 외교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덴마크 치안당국(PET)는 암살위협에 처한 만평화가부부에 대한 신변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암살 위협을 가했다고 지목된 세 명의 피의자들을 재빨리 체포했다.

편견에 시달리는 이슬람 신도들, "'혐의' 추방하다니" 분노

이들 가운데 덴마크 시민권을 지니지 않은 두 명의 튀니지 피의자들은 아무런 재판도 거치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본국으로 추방됐다. 덴마크에 거주하는 이슬람 교도들은 혐의만으로 즉각 추방해버린 PET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모로코계 덴마크 인은 현재 경찰심문 중이며, 덴마크 테러법에 따라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9.11 사태 이후 유럽 전역의 이슬람 교도들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슬람 혐오증'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

세금을 납부하고 법을 준수하며 합법적인 시민사회의 테두리 내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이슬람권 출신의 이민자들에게조차 편견의 시선은 예외가 아닌 형국이다.

특히 빈민지역에 거주하는 젊은 무슬림 청년들은 인종차별 같은 편견으로 인해 취업도 힘들 뿐만 아니라, 이들을 잠재적인 알카에다의 후예나 범죄자로 낙인찍는 사회의 스티그마(흔적)로 인해 이중삼중의 피해를 겪고 있다.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덴마크 언론이 갈등 부추겨"
▲ 이슬람에 비판적인 덴마크 화가 라스무스 산드 회예르의 만평.ⓒRasmus_Sand_Høyer

이에 따라 덴마크 내의 몇몇 인사들은 이러한 사태가 장차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극심한 소요사태로 번질 수 있다며 두 문화의 화해를 바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한, 덴마크의 젊은이들 중에는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대 서구식 표현의 자유 같은 이분법으로 갈라놓는 덴마크 언론의 작태가 사건을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건전한 상호간의 소통을 인터넷을 통해 촉구하고 나섰다.

보수당 집권으로 우경화하는 덴마크

나아가, 인권과 관용을 으뜸으로 실천했던 덴마크가 차츰 우경화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1971년에 국가의 공권력이 최소한만 미치는 자유지역으로 만들어진 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는 마약과 개방적인 성문화가 합법적으로 지켜지던 탈주의 장소였다.

게토화된 크리스티아니아는 이러한 특성 덕택에 진보적 성향의 히피족들과 예술가들에게 사랑받았으며, 사건사고가 드문드문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자정작용을 견지하며 코펜하겐의 유명한 관광지로 각광받아왔다.

하지만 2001년 집권에 성공한 보수계열의 자유당(Venstre, Danmarks Liberale Parti) 출신의 라스무슨 총리가 수상으로 취임하면서 덴마크는 눈에 띄게 보수화되기 시작한다. 특히 경찰당국은 크리스티아니아의 범죄를 소탕한다는 미명하에 크리스티아니아의 마약 복용자들을 완력으로 체포하는 작전을 연거푸 행하고 있다.

강경한 이민정책…유럽 밖에서 온 이민자는 덴마크 시민 되기 어려워

보수연립정권은 강경한 이민정책을 수립해서 과거와 달리 유럽지역 밖의 이민자들이 덴마크 시민이 되기 어렵게끔 만들었다.

또한, 난민정책을 강화해서 최대한 난민을 적게 받으려는 조치를 채택했다.

이러한 덴마크의 움직임 속에서 부시정권의 테러와의 전쟁을 평화를 지킨다는 대의명분으로 지속하면서, 서구의 무슬림 이민자들은 온갖 편견과 배제를 당해야 했다.

편견 반영하는 '표현의 자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처럼 간과할 수 없는 반(反)이민자정서와 이슬람을 쉽사리 테러리즘과 등치시켜버리는 새로운 인종주의가 강화되는 현실 속에서, 유머와 풍자의 전통을 운운하며 특정 종교의 지도자를 비하하는 덴마크식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 것인가.

서구사회가 이슬람권 출신 이민자에게 편견의 시선을 투영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유럽에 정착해서조차 강력하게 고수하고 있는 여성억압과 결부돼 있다.

오늘날 '명예살해'라는 미명으로, 인습적인 이슬람 문화를 좇지 않거나 부모나 친척이 정해준 결혼을 거부하는 여성들을 친인척들이 잔악무도하게 살해하는 이른바 '명예 관련 살해'가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행해지고 있다.

여전한 '명예 살해'…이슬람 강경파의 여성 억압

실례로 2006년 파키스탄계 덴마크 인 가잘라 칸(Ghazala Khan)이 결혼을 둘러싸고 일가족에 의해 '명예살해'당하자 덴마크 인들은 깊은 충격에 빠졌다.

이번에 게재된 만평 중에서도, 여성에게는 모진 도덕률을 강요하면서도 남성에게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관대한 성문화를 인정해주는 이슬람의 모순을 비판하는 그림이 담겨있다.

게다가, 2004년 12월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네덜란드의 영화감독 테오 환 호흐(Theo van Gogh) 또한 유럽사회에 적지 않은 극단적인 이슬람 강경론자의 여성억압을 극우적인 시각으로 비판하는 영화를 제작한 뒤 살해당했다.

평범한 이슬람 신도만 피해 입는다

이렇게 양극단의 강경론자들의 입김 속에서 정작 피해를 입는 것은 대다수의 평범한 이슬람교도들이다. 오늘날 덴마크 인구 중에서 비유럽계 이민자들이 차치하는 비율은 6.1%를 육박하고 있다.(Statistics Denmark, 2008)

덴마크와 유사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부모 모두 스웨덴 밖에서 이민 온 시민들의 범죄율이 덴마크 인 부모를 둔 경우에 2배에 달했다.(Brå, 2005) 이러한 조사결과를 두고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피해 입는 것은 이민자와 난민, 소수자

하지만 이슬람에서 온 이민자들이 북유럽에서 최하층에 속하면서 열악한 생활조건을 견디며 각종 차별과 불이익을 겪는다는 소외가 이들의 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취업뿐만 아니라 법률적으로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컨대, 유럽 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공권력 피해자들이 이슬람교도들을 포함한 이민자나 난민들이 차지하고 있다.(Amnesty International, 2006)

이러한 여론을 제대로 통찰해내지 못한 채 그들만의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증오와 편견을 확산시키는 만평을 덴마크식 유머로 착각한 덴마크의 몇몇 언론들은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예수를 희화화하는 만평'도 '경쾌한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또한, 만일 덴마크의 언론이 예수를 희화화하거나 야유하는 만평을 실었을 경우에도, 경쾌한 덴마크 식의 유머가 고스란히 지켜질지도 의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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