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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가, 악명을 떨칠 수록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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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가, 악명을 떨칠 수록 성공한다

[박상기의 협상은 영화처럼 영화는 협상처럼] <300>

감독 잭 스나이더 주연 제라드 버틀러(레오니다스 스파르타 왕 역), 레나 헤디(고르고 왕비 역), 데이빗 웬햄(딜리오스 역), 로드리고 산토로(크세르크세스 페르시아 황제 역) BC 480년 7월, 페르시아의 황제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100만 대군이 그리스를 침공한다. 각 도시국가간의 사분오열로 그리스연합군 결성이 지연되자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제라드 버틀러분)'는 자신의 정예 근위대인 300명의 스파르타 용사들을 이끌고 '테르모필레 협곡' 즉, '뜨거운 문'으로 향한다. 스스로 헤라클레스의 후손임을 자부하는 그리스 최고의 전사 국가, 스파르타. 전장에서 죽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생각하는 스파르타의 전사들. 그리고 산과 바다 사이에 위치한 좁은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페르시아 대군을 저지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리스 함대의 퇴각을 도와 이후 페르시아 전쟁 승리의 기틀을 놓게 된다. 그러나 레오니다스 왕을 포함한 300명의 정예군은 전원 장렬히 전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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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기에 앞서 신화가 되어 버린 이 테르모필레 전투.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300>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투 중 하나인 테르모필레 전투를 통해 스파르타 전사들의 용맹, 열정, 자유, 희생을 보여준다. 절대로 퇴각하지도 항복하지도 않도록 교육받은 스파르타인. 그들의 신화가 2500년이나 지난 오늘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부활한다. 걸음마를 시작한 순간부터 싸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며 제일먼저 배우는 것은 "전장에서 절대 물러서거나 항복해선 안되며, 스파르타를 위해 싸우다 전장에서 죽는 게 최고의 영광이란 것. 그리고 7살이 되면 전통에 따라 어머니에게서 떼어져 세계 최고의 전사로 거듭나기 위해 3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가혹한 군사훈련, '아고개(Agoge)'. 어떠한 육체적 고통도 감수하며 살아남기 위해선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 처절하고도 잔혹한 훈련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관문 성인식. 냉혹한 광야에 던져져 용맹한 전사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거나 죽느냐가 결정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전사 중의 전사. 듣기만 해도 적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이름. 바로 "스파르탄"이다.
1. 스파르탄의 초기 기선제압 협상 전술 : 듣기 좋은 명성보다 차라리 악명을 떨치는 게 낫다.(The crueler your reputation is, the easier to frustrate your enemy) 우리 나라 사람들만치 세인의 평판에 신경 쓰는 사람들도 드물다. 관대함, 인자함, 겸양지덕 등등 고매한 인품의 소유자로 존경 받는 데 요구되는 유교적 덕성에 흠집이 가지 않도록, 즉, 자신의 명망과 체면이 구겨지는 일이 없도록 너나 할 것 없이 어지간히 신경 쓰며 살아간다. 그러나, 철저한 자기 실리주의가 팽배한 국제외교 및 비즈니스 협상전장에서, 당신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그 이름 석자만으로도 상대의 오금이 저리게 할 정도의 협상가로서의 악명이다. 즉, 상황에 따라선 거칠기 이를 데 없고(Tough),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정도로 냉혹하며(Cruel), 그러면서도 상대의 약점(Weakness & threat)을 정확히 간파 무자비하게 짓밟으면서도(Merciless) 자신의 약점이나 허점은 결코 노출하지 않는 빈틈 없는(Invincible) 협상전문가로서의 평판(Reputation)을 확보하여야 한다. 마치 금방 지옥 문에서 뛰쳐나온 전쟁과 파괴의 신 "아수라"를 연상시킬 정도의 악명을 떨치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과의 대결적 충돌(Confrontational Conflict)을 가급적 피하게 하고, 만약 협상을 하더라도 애초부터 협상목표를 적정하게 하향 조정하여 당신에게 공격적인(Competing) 협상공세 자체를 지레 포기(Abandon)하도록 강한 심리적 압박(Psychological Pressure)을 스스로 가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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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 死孔明走生仲達 (사공명주생중달), 즉,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이겼다는 고사가 바로 이 경우를 일컫는다. 자, 상대로 하여금 당신과의 협상 자체에 두려움(Fear)에 떨게 하라. 애초부터 확실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가는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으니 처음부터 확실히 굽히는 게 상책이라고 스스로 믿게 만들라. 즉, 최소한 당신을 껄끄러운 협상상대란 인식이라도 강하게 심어주어라. 그렇게 된다면 상대가 누구이든 간에 협상에 쏟는 당신의 수고는 반감되고 성과는 배가 될 것이다.
막강한 100만 대군의 위력과 엄청난 뇌물을 내세워, 순순히 항복할 것을 종용하러 온 크세르크세스 황제의 밀사일행을 기세 좋게 참살해 버린 레오니다스. 이제 100만 페르시아 대군과의 일전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전쟁을 하고 말고 결정하는 것은 왕이 아닌, 고대 신들을 모시는 제사장 "에포르"들의 특권이었다. 그러나 이미 크세르크세스의 막대한 금화에 매수된 이들은 레오니다스의 출전을 반대하고, 이제 전쟁 허가를 얻기 위한 레오니다스의 설득이 시작된다. 레오니다스 페르시아 군대 병력이 수백만에 달한다고 합니다. 막강한 적이란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요. 그러나, 우리 스파르타의 월등한 전투력과 험준한 지형을 이용해 적을 섬멸할 겁니다. 북쪽 해안으로 가 적군이 상륙하는 해안에 거대한 벽을 쌓아 '우회로를 막고 테르모필레 협곡으로 몰아넣을 겁니다.'
2. 레오니다스왕의 성공협상 전초작업: 상대의 우회로를 차단, 외통수를 만들어라. Nullify the BATNA of the enemy) 협상전 준비과정에서 파악해야 할 여러 핵심 정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정보가 상대의 대안, 즉, BATNA를 파악(Identification)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상대가 생각하는 BATNA의 근거와 시행방침, 예를 들자면 가격, 품질수준, 브랜드전략, 납기 등 상호 이견차이로 인해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독소 사안(Toxic Issue)을 이유로 당신과의 거래를 파기한다는 가정하에 고려하고 있는 대안 혹은 차선책과 그 타당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신의 경쟁업체로 거래선 변경, 대체재 발굴, 거래 포기 등이 이익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위험(Unknown Risk)과 손실(Greater Loss)을 초래하는 현명치 못한 판단이며, 결국 당신과의 적정한 거래만이 최선의 혹은 유일한 실제적 해결책임을 확신시켜, 상대 스스로 자신의 대안을 포기하도록 유도 설득하여야 한다. 정리한다면, 상대가 생각하는 대안(BATNA)는 그 어떤 이득도 가져다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 이제껏 깨닫지 못한 더욱더 막대한 손실(Loss)과 위험(Risk)을 초래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하여 상대로 하여금 위험과 손실을 회피(Risk-averse) 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의 대안 포기를 빨리하면 빨리 할수록 당신의 협상은 한층 수월해 지며 성과도 향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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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니다스왕 "좁디좁은 협곡의 통로 안에선 적군의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페르시아가 아무리 파상 공격을 해 오더라도 스파르타 전사들의 방패막을 결코 뚫을 수는 없습니다. 시체가 쌓이면 적군의 사기는 떨어질 것이고, 결국 크세르크세스는 전쟁을 포기할 것입니다."
3. 레오니다스왕의 핵심 승리 전략 : 상대의 결정적 파워를 무력화 시켜라.(Neutralize Enemy's Prominent Power.) 흔히들 협상의 3대 요소를 정보(Information), 시간(Time) 그리고 파워(Power)라고 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협상의 3대 요소는 결국 파워 하나로 귀착된다. 즉, 협상은 파워 게임인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파워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브랜드, 시장점유율, 제품력, 기술력, 자금력, 시장 통제력 등 일반적인 파워(General Powers)도 관건이지만, 개별 협상 당사자간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상황적 파워(Situational Powers) 즉, 특정 시점, 시장, 지역 등 특정 상황에서 양 협상 당사자에게 비대칭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적 파워의 종류와 양상은 더욱 다양하다. 예를 들어, 평소엔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와 장기 어음결제에도 찍 소리 한번 못 내고 무조건 수용하는 상황이었으나, 갑작스런 자재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중소기업이지만 대기업 고객에게 가격 인상과 납품 및 결제방식 개선을 강력히 요구할 수 있게 된 하청업체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사무실에서는 직속상사로서 당신의 목줄을 쥐락펴락하는 입장이었으나 험준한 회사 단체 산행 때 비만한 몸을 가누지 못해 등산전문가인 당신의 도움 없이는 산을 살아서 내려 가지 못할까 두려워 할 떄, 상사로서의 권위파워는 사라지고 등반전문가로서의 당신의 파워가 대두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일시적(Temporary) 혹은 예외적으로(Exceptional) 생성되는 상황적 파워를 현명하게 이용한다면, 해당 상황, 시기, 대상에만 국한하지 않고 보다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범위에서의 유리한 변화(Positive Transition)를 협상을 통해서 이끌어 낼 수 있다. 마치 부부 사이에 단 한번의 사소한 실수로 약점을 잡혀 배우자에게 평생 쥐어 살게 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하겠다.
상황의 변화에 따른 상대의 실책에 예의주시하라. 그리하여 당신을 억눌러 온 상대의 위협적 파워를 무력화 시킬 절호의 기회와 상황을 절대 놓치지 않도록 하라. 아무리 상황이 불리하고 힘겨운 상대와의 협상이라 하더라도, 진정한 협상가라면 레오니다스왕 처럼 확신에 찬 한마디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좁은 협곡 통로 안에선 적군의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Now in that narrow corridor, their numbers will count for nothing.)" 당신의 운명이 우리의 미래가 그 한번의 협상에 달려 있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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