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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의혹 7가지 '뉴스'…"산에서 고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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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의혹 7가지 '뉴스'…"산에서 고래를 만났다"

합조단 언론 3단체 설명회 불구 여전한 의문들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 29일 언론 3단체(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를 상대로 설명회를 갖고 각종 의혹 해소에 나섰다.

합조단은 "살인 사건으로 치면 살해 도구에 해당하는 북한의 어뢰가 나왔기 때문에 다른 의혹들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합조단은 '실수' 혹은 '세계 최초로 발견된 현상'이라는 말로 의혹을 피해 나갔다.

1. 어뢰 설계도 잘못 제시 시인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과 인양된 천안함이 보관된 평택 2함대 사령부 현장에서 진행된 설명회에서 합조단은 지난달 20일 조사 결과 발표 때 잘못된 어뢰 설계도를 제시했음을 시인했다.

합조단은 "처음에 공개됐던 어뢰 설계도는 천안함을 공격한 'CHT-02D'가 아니라 다른 북한산 어뢰인 'PT97W'"라고 해명했다. 합조단은 이에 대해 "시간이 촉박해 설명회 때 실물 크기를 확인시켜주기 위해 비슷한 다른 어뢰의 설계도를 실물 크기로 출력해 공개한 것"이라며 "뒤늦게 CHT-02D의 설계도를 발견해 공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조단에 따르면 설계도는 입수한 CD에서 출력한 것이며, 설계도에 일본어와 유사한 글씨가 표기된 것은 출력 과정에서 한글이 변환이 안 돼 아무 의미 없는 글자가 출력됐다는 것이다. 별도의 '카다로그'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다른 경로로 입수된 것으로 책자 형태가 아니라 그냥 낱장의 종이 몇 장"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합조단이 처음에 엉뚱한 설계도를 제시해 의혹을 키운 셈이다. 군 당국은 어뢰 설계도가 다르다는 점을 발표 사흘 뒤에 간파했으면서도 이제와 실수를 시인했다.

▲ 샤프트 부분이 달라 논란이 된 설계도.

2. 어뢰 부식 기간 추정할 수 없다

어뢰의 부식 기간 측정에 대해 합조단은 "측정 불가" 결론을 내렸다. 어뢰의 부식 정도를 분석하면 이 어뢰가 언제 폭발해 바다에 가라 앉았는지 대략의 시기를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감정을 했으나 부위에 따라 부식층의 두께가 다 다른 등 편차가 커 정확한 부식 기간을 추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1번'이라는 글자의 파란색 유성매직의 성분 분석에 대해서도 국방과학연구소는 "'솔벤트블루 5'라는 색소가 나왔는데, 이는 청색 유성 매직에 많이 쓰이는 성분"이라고만 말했다.

매직 글씨가 고온에도 타버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윤덕용 단장은 "어뢰 추진체 안에는 윤활유도 남아 있는데, 윤활유가 타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은 어뢰 추진체가 폭발시 뒤로 밀려 나가면서 온도가 올라가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답했다.

3. 어뢰 추진체에는 왜 RDX 없고 알루미늄만 있나

▲ 어뢰 잔해. ⓒ프레시안(김하영)
어뢰 추진체에 RDX, HMX, TNT 등 폭약 잔해물이 남아 있지 않은 이유도 도마에 올랐다. 선체 표면에서는 알루미늄 산화물과 함께 RDX 등의 폭약 잔해물이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뢰 추진체에는 역시 폭약 잔해물이라고 할 수 있는 RDX 등이 전혀 검출이 안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물 속에 오래 있어 다 녹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안함도 물 속에 오래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는 반박에도 합조단은 "천안함에서도 360여 곳 중에서 30여 곳에서만 검출이 됐고, 그 양도 극소량이었다"며 "검출된 것도 연돌 안 쪽 등 해류 등의 영향이 적은 곳"이라고 재반박했다.

이밖에 '어뢰를 건진 쌍끌이 그물이 해저를 훑고 다녔음에도 비교적 깨끗하다'는 누리꾼들의 의혹 제기에 합조단은 "어뢰 추진체가 발견된 곳은 암반 지역으로 모래와 자갈 위주였던 곳"이라고 말했다.

4. 세계 최초의 발견들…"산에서 고래를 만났다"

이날 설명회에서 합조단은 "유례가 없는 세계 최초의 발견들"을 무척 강조했다. 실험 방식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우선 다른 나라들은 어뢰에 피격된 함선을 인양해 조사·분석한 적이 없어, 천안함에서 '비결정 알루미늄 산화물'을 발견한 것이 '세계 최초'라는 설명이다. 합조단 관계자는 "산에서 고래를 만난 것과 같은 발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버블제트'에 의한 피격도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평택 현장에서 천안함 함수 아랫 부분에 곰팡이처럼 둥글게 찍힌 자국을 두고 "버블제트 흔"이라고 비중을 둬 설명하기도 했다.

▲ 합조단이 '버블제트 흔적'이라고 주장하는 천안함 함수 아래 자국들. ⓒ프레시안(최형락)

큰 논란의 대상이었던 우현 스크루 프로펠러가 휜 점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프로펠러를 몇 십년 해온 사람도 처음 보는 상황"이라며 "외국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프로펠러가 휜 이유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며 설명하기도 했다.

5. 오른쪽만 휘어진 스크루…급정지 관성 때문?

일각에서는 우현 스크루 프로펠러만 휜 것에 대해 '좌초 후 빠져 나오려다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합조단은 "스크루가 급정지하며 관성력에 의해 스크루 프로펠러가 휜 것"이라는 추론을 내놨다.

스크루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다 1/100~1/1000초 사이에 급작스럽게 정지하면 회전에 의해 남아 있던 관성력에 의해 스크루의 날개 부분이 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좌현 스크루 프로펠러가 상대적으로 멀쩡한 이유에 대해서는 "좌현 스크루는 급정지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안쪽으로 말려 휜 우현 스크루 프로펠러와 상대적으로 멀쩡한 좌현 프로펠러. ⓒ프레시안(최형락)

합조단 관계자는 "스웨덴 조사단도 관심을 보였다"면서 "프로펠러 제작사인 스웨덴 카메와 사(社)에서도 급정지시 프로펠러가 휠 수 있다는 조언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스웨덴 조사단이 시뮬레이션을 제안하며 돈을 요구했다"며 "어뢰 폭발이 밝혀진 상황에서 더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현장 확인 결과 휜 프로펠러 끝 부분에는 조금씩 패인 자국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합조단 관계자는 "휘면서 다른 날개에 부딪히며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으나, 프로펠러의 간격과 휨 정도를 볼 때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폭파시 순간적으로 엔진이 급정지해도 스크루의 기어 박스가 함께 1/100~1/1000초의 빠른 시간에 함께 정지했다는 것도 추가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외관만 봐서는 스크루 샤프트도 멀쩡한 편이었다.

이와 같은 질문이 쇄도하자 합조단 관계자는 "피폭 원인과 동 떨어진 부분이어서 면밀하게 파악하지는 못 했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 휘어진 스크루 프로펠러 끝의 파손된 흔적. 합조단 관계자는 "휘어지면서 다른 날개의 간섭에 의해 파손된 것 같다"고 추론했다. ⓒ프레시안(김하영)

6. 초병들은 방위각을 잘 모른다?

"(폭발시 물기둥이 솟은) 하얀 불빛을 봤다"는 백령도 초소 해병들의 진술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해병들은 일관되게 "두무진 돌출부 쪽"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어떤 해병은 "2~3시 방향", 또 다른 해병은 "방위각 280도, 4km 지점"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해병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이 본 '하얀 불빛'은 초소를 기준으로 북서쪽에 해당한다. 그런데 합조단이 주장하는 폭발 원점은 초소에서 남서 방향에 가깝다. 엄청난 차이가 나는 셈이다.

▲ 합조단이 밝힌 해병 초소는 언론3단체가 분석한 '초소 추정지'보다 아래 쪽이다. 하지만 합조단이 밝힌 초소의 위치도 폭발 원점을 기준으로 북동 쪽에 가까워, 초병은 "남서쪽에서 하얀 불빝을 봤다"고 진술해야 맞다. 특히 북쪽의 '두무진'에 가렸다는 진술은 여전히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래픽: 언론3단체 추정치)

이에 대해 합조단 관계자는 "초병이 진술한 280도 방향과 폭발 원점은 차이가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당시 야간이고 해무가 끼어 있으며, 4km라고 말한 것도 멀다는 표현이지 정확한 것은 아니고, 폭발 원점은 KNTDS, 지진파 등에 의해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합조단은 "해병 초병이 사고 당일 고속정 세 척을 관측한 지점도 170도 방향, 2km라고 보고한 것이 있는데 그 지점은 배를 관측할 수 없는 백령도 내륙"이라며 "초병이 보고하는 방위각과 거리는 정확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언론단체 측에서 "아무리 그래도 몇 도 차이도 아니고 '북서쪽과 남서쪽'은 차이가 너무 크고, 초병들이 두무진이라는 지형지물을 근거로 보고한 것인데, 초병의 방위각 보고는 잘 못 됐다고 하면서 '하얀 섬광 기둥을 봤다'는 진술만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냐"고 따졌다.

추궁이 계속 이어지자 해군 관계자는 "바다 쪽을 보고 있었으니 문제가 없다"고만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안에서 적의 침투 위치를 정확히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 초병이 방위각을 착각해 제대로 보고하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다.

'물기둥'에 대해서는 당초 "시뮬레이션을 하겠다"는 입장을 뒤집었다. 윤덕용 합조단장은 지난 5월 국회 천안함 특위 답변에서 "7월에 물기둥 시뮬레이션이 나온다"고 답변했으나, 이날 합조단 실무자는 "물기둥 시뮬레이션은 불가능하다. 어느 나라도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평택 제2함대 사령부에 보관 중인 천안함. ⓒ프레시안(최형락)

7. 사고 해역 TOD는 한 개

열상감지장비(TOD) 동영상 논란과 관련해 해병 TOD 관측병 출신 예비역들은 "중첩 감시한다"고 주장하며 여러 각도에서 천안함을 촬영한 TOD 동영상이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합조단은 "사고 해역을 감시하는 TOD는 한 개였다"고 해명했다. 합조단에 따르면 TOD 초소는 북쪽에 몰려 있고, 사고 해역에는 TOD가 한 개 뿐이어서 중첩 관측이 안 됐다는 것이다.

이밖에 폭발 추정 시간 31초 후 TOD 동영상에 잡힌 천안함이 함수와 함미가 분리가 안 된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합조단 관계자는 "외국 전문가가 분석한 결과 이미 절단이 돼 함수 부분이 기울어 마스트가 위로 솟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 29일 국방부에서 열린 합조단 설명회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이날 설명회는 언론 3단체와 합조단이 합의한 '공개 토론'에 앞서 언론 3단체가 합조단으로부터 사전 설명을 듣고 각종 의혹에 대한 정보를 제공 받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설명회는 오전 9시 30분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시작해 평택 제2함대 사령부에서 천안함을 직접 관찰하는 등의 일정으로 8시간여에 걸쳐 이뤄졌다.

한편 이날 가스터빈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가스터빈실은 합조단의 지난달 20일 발표 직전 인양된 것으로 천안함 절단면 함수와 함미 중간의 사라진 부분에 해당한다. 사실상 천안함이 함수와 함미, 가스터빌실 부분으로 3등분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스터빈실 부분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어, 앞으로 이 부분도 면밀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 천안함 가스터빈실 부분 함선 바닥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 천안함 바닥 가스터빈실 부분. 함수와 함미 사이 유실된 선저 부분이 바로 이 가스터빌실 부분이다. "우현(화면 왼쪽)에 비해 좌현(화면 오른쪽) 부분이 압력에 의해 안 쪽으로 밀려들어갔다"는 것이 합조단의 설명이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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