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전문가 "방사능 물질 피부에 닿아도 털어내면 된다"?
[토론회] "비싼 마스크 쓰면 안전" vs "편서풍만 믿을 건가"
2011.03.17 18:04:00
핵 전문가 "방사능 물질 피부에 닿아도 털어내면 된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사고가 점차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인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번 폭발 사고를 제2의 체르노빌을 우려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공포는 다르지 않다. 15일 저녁부터 한국 트위터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폭발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한국으로 온다는 글들로 도배가 됐다. 한국 정부는 '허위 사실'이라며 이런 주장을 최초로 유포한 회사원 변모 씨를 검거했다. 진위 여부를 떠나 방사능 노출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환경재단,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과연 안전한가'란 토론회에서는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원자력에 대처하는 한국 정부의 문제 등을 논의했다.

▲ 환경재단과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17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관연 안전한가?' 긴급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사능 유출 피해? 장갑과 마스크만 쓰면 된다"

화두는 과연 일본에서 일어난 방사능 유출 사고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미비할 것이다, 걱정할 필요 없다"는 주장과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맞섰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사고가 난) 일본 원전 2기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과 거리가 멀고 (방사능 물질이) 사방으로 퍼질 경우 희석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이 받는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방사능 유출 피해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만약 정부에서 방사능 노출 우려가 있다고 공식 발표를 할 경우, 1000원보다는 좀 더 비싼 마스크와 장갑을 사서 끼고 다니면 된다"며 "또한 방사능은 피부에 닿아도 별로 문제될 게 없기 때문에 옷에 묻은 방사능 물질들은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툭툭 털면 된다"고 말했다.

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기획부장도 "발전기의 핵연료가 다 녹아서 외부에 노출된다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항간에 나도는 소문을 일축했다.

이석호 부장은 "현재 전국 70개소에 방사능 관측기를 설치해, 이상이 있을 경우 비상대처를 하도록 해둔 상태"라며 혹여나 방사능 물질이 날아올 경우에도 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에서는 현재 원자력 발전소가 대형 폭발을 일으키기 않은 상황에서는 바람의 영향으로 한국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방사능 물질이 한국 지상으로 내려앉을 때 토양 오염, 수질 오염 등도 제어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도 "우리나라의 경우 편서풍이 불어 방사능 물질이 우리보다는 태평양 쪽으로 갈 것이다. 그래서 현재 미국이 난리가 났다"면서도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계절풍도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라며 "여름이 되면 남동풍이 온다. 국지적인 풍향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지진 안전지대? 자주 일어나지 않을 뿐이다"

현재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두고는 '무사안일주의'를 질타했다. 오창환 교수는 "이번 사고가 불가항력 자연재해라고 하지만 인재라고 보는 게 더 맞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 원전은 진도 6.5에 맞춰서 설계되고 있다"며 "이는 그 이상의 지진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일본은 판의 경계부에 있어 지진이 많이 일어나고 우리나라의 경우 판의 내부에 있어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대부분 알고 있다"며 "하지만 1976년도에 우리보다 판 안쪽에 있는 중국 당산에서 진도 7.6의 지진이 일어나 23만 명이 죽었다"며 "정확한 표현은 한국에서 지진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한국에서는 이제껏 측정계로 측정한 지진 중 진도 5.0 이상을 넘어가는 경우는 없었다"며 "하지만 과거 역사를 보면 경주 지역만 해도 진도 6 이상의 지진이 1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났다"며 "조선시대에도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결국 한국에서도 진도 6.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단 지진 주기가 길어서 그 피해를 보는 사람이 적어 우리는 그것을 잊는다"고 꼬집었다. 오 교수는 "일본도 진도 8.8의 지진이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왔다"며 "이런 점을 심사숙고해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전 폭발 사고시 대피요령은 70년대 내용"

한국에서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대응책이 미비하고 원자력에 대한 이해 자체가 낮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정욱 교수는 "한국에서는 핵 정보가 정부와 전문가에게만 집중돼 있다"며 "시민에게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작년에 서울에서 토론회를 하게 되어 강남 서점에서 원자력에 관한 책을 검색해보니 전문서적 단 세 권만 나오더라"며 "내 방에 있는 핵 관련 책 중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책만 해도 180권 정도 된다. 그만큼 한국 국민이 갖고 있는 정보 수준이 떨어진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이는 국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정확한 지식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국장은 "많은 시민들이 환경운동연합에 전화해 원자력 발전소 폭발 시 대피 요령은 무엇인가, 요오드는 어떻게 먹느냐, 어디서 파느냐 등 다양한 질문을 한다"면서 "우리 역시 정확한 걸 몰라 관련 사이트를 뒤졌으나 자세한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양이 국장은 "다만 국가재난정보센터에서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대피요령을 살펴보니 '장독대를 덮어라, 가축 사료를 미리 공급해야 한다' 등 70년대 대피요령이 그대로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과 같은 사태가 우리나라에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100%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그러나 원전 폭발 사고 치유제인 요오드와 세슘의 경우 각각 12만5000명분과 130명분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하고 어떤 준비를 했고,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하는지, 관련 치료제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국민에게 알리고 준비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정부는 어떠한 대처 방안도 없으면서 방사능 괴담을 유포한 사람들만 잡겠다고 한다.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이은철 서울대 교수는 "일본의 경우 지진이나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보다 이후 담당자의 실수가 사고를 확대시킨 측면이 강하다"며 "중대사고가 날 경우 매뉴얼에 따라 수행하도록 돼 있지만, 극한 상황 훈련이 덜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최악의 비상 상황을 가정해 담당 기술자들의 대처요령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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