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속인 KT 비리 고발한 게 죽을죄인가
[인권오름] 부당이득 취득 고발하고 해고된 이해관 KT 새노조위원장
국민 속인 KT 비리 고발한 게 죽을죄인가
작년 11월 한 심사회의 자리에서 '이해관'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하였다. 호루라기재단에서 시상하는 호루라기상의 후보였던 그 이름은, 참여연대 의인상 심사회의에서도, 그리고 한국투명성기구 투명사회상 심사회의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KT 새노조위원장인 이해관 씨는 재작년 KT가 주관했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 요금 부과 과정에서 당시 전화투표가 해외 전화망 접속 없이 국내 전화망 안에서 신호 처리를 종료하고도 이용자들에게 국제전화요금을 청구했다는 의혹을 고발하였다.

최근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KT가 전화 상대방에 국제전화 수신자가 없는데도 001 국제전화번호를 사용하는 등 정보통신사업법과 세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했으며,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방송통신위원장에게도 주의를 촉구했다. 이렇듯 이해관 씨의 고발이 정당하다는 것이 입증되어 상기 세 단체에서는 이러한 그의 양심적인 행위를 기리기 위해서 시상하였다.

KT의 꼼수로, 내부 고발한 노동자가 해고돼

그런데 작년 연말 호루라기재단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KT가 무단결근과 무단조퇴를 이유로 이 위원장을 12월 28일 자로 해임했다는 것이다. 세 단체가 주는 상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그리고 내부 고발자 보호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필자는 국민 기업으로 자처하는 KT가 패거리 집단보다 더 못한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해임 사유로 밝힌 무단조퇴의 경우 지난해 12월 5일 호루라기재단 호루라기상과 다음날 한국투명성기구 투명사회상을 받게 돼 시상식에 참석하고자 사측에 미리 알리고 1시간 먼저 조퇴한 것이라고 하니 더욱 기가 막혔다. 무단결근 역시 이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허리 질환으로 입원한 후 진단서까지 첨부해 제출한 건으로, KT는 사규 상 병가는 추후 통보가 인정됨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가 꼬투리를 잡아 해임의 구실로 삼은 것이었다.

이번 해임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KT는 이 위원장이 내부 고발을 하자마자 바로 지난해 3월 '허위사실 유포, 타 기관 무단출입' 등의 이유로 2개월 정직 처분에 이어 5월에는 근무지를 서울 을지로에서 거주지로부터 출퇴근에만 5시간여 걸리는 무연고지인 경기도 가평군으로 일방적으로, 그것도 문자 메시지를 통해 발령을 통보하였다.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지난해 8월 내부 고발에 따른 불이익으로 인정해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민간기업 대상 최초로 보호조치 결정을 내렸음에도 KT는 권익위의 결정에 따르지 않고 행정소송을 냈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이 위원장을 내쫓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다른 직원들의 경우라면 아무렇지 않을 문제를 무단결근 및 무단조퇴라고 확대하여 해임함으로써 내부 고발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근무에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해고했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이석채 KT 회장. ⓒ연합뉴스

이번 이 위원장의 해임 사례는 노동자의 내부 고발에 대해서 사측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으로, 어떻게 보면 새롭지 않을 정도로 지금까지 일상화되어왔던 유형이다. 내부 고발한 노동자에 대해 자기 스스로 근무를 포기하게끔 외딴 지역으로 전근을 보내거나 엉뚱한 업무를 맡기거나, 아예 업무 자체를 주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하는 경우가 그 예다. 권익위의 원상회복 요구가 있어도 행정소송으로 시간을 끌고, 그래도 버티고 나가지 않으면 사소한 것이라도 찾아내 징계함으로써 내부 고발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고 정당화한다. 설령 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를 통해서 해고 무효 판정을 받고 복직하더라도 언제든지 자르기 위해서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고 있다가 무엇인가 찾아냈다 싶으면 또 징계하는 수순이다. 그러다 보니 보통은 재징계 전에 노동자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측의 내부 고발자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은 잠재적 내부 고발자에게 회사의 문제를 제기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제2의, 제3의 내부 고발을 아예 봉쇄하려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에 대한 명백한 인권 탄압이자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내부 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선해야

재작년 9월부터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내부 고발 노동자를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마련됐지만, 몇 가지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더 적극적인 대안을 입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국민권익위가 법에 따라 해임에 대해서 해당 기업에 취소를 요구하더라도 기업이 행정소송으로 맞설 경우 판결이 날 때까지 해직 상태로 계속 머물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 전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임시구제 조치 차원에서 소송 종결까지 권익위의 취소 이행 요구가 우선적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요청된다.

둘째로, 내부 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되어 있지만, 실제 기업이 해임 등 인사상 불이익을 취할 때 내부고발을 이유로 드는 것이 아니라 이 위원장 경우처럼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을 확대해서 그것을 갖고 징계하기 때문에 보호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권익위에서는 좀 더 포괄적으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비정규직인 계약직의 경우는 계약이 만료되었을 때 통상 자동 연장되는데, 내부 고발자에 대해 사측에서 계약 만료를 근거로 연장하지 않으면 현행법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다른 계약직의 경우, 그리고 이전에는 통상적으로 연장되었다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보호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지금은 당사자만이 신고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노조나 시민단체, 변호사 등을 통한 대리 신고나 위임 신고를 인정함으로써 노동자 개인에게 집중되는 보복을 예방하는 것 역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내부 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공익신고자보호법 보완돼야"라는 제목으로 주간 인권 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인권오름> 기사들은 정보공유라이선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정보공유라이선스에 대해 알려면, http://www.freeuse.or.kr을 찾아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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