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국토학교 <서해안 남도길 해토머리 풍광>
[알림]답사 키워드는 <고창-영광-함평-목포-신안 한바퀴>
2011.01.19 10:58:00
2월의 국토학교 <서해안 남도길 해토머리 풍광>
국토학교(교장 박태순, 소설가)가 새해 2월 12(토)∼13(일)일 제22강을 마련합니다. 주제는 <서해안 남도길 해토머리 풍광>이며 답사 키워드는 <고창-영광-함평-목포-신안 한바퀴>입니다. 이번 답사는 "바람을 타고 도둑고양이 걸음으로 찾아오는 봄을 먼저 만나려고 호남 서해안 일대를 한 바퀴 톺아보는 남행 여로"로 준비했습니다.

고창읍성, 신재효 생가, 오거리당산->청보리밭농장->영광 법성포 해안, 백제불교 도래지->함평 5일장 장보기->목포 근대역사관, 연안부두, 삼학도공원, 유달산 해돋이 산책, 갓바위 문화센터->신안 증도 슬로시티 태평염전, 소금박물관, 철학의 길-짱뚱어다리 걷기->금강 하구둑 갈대밭공원을 잇는, 1박2일 코스입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답사지 배경 설명>을 들어봅니다.

'얼었던 땅이 녹아서 풀리기 시작할 때'라는 것이 '해토머리'라는 어휘의 사전적 풀이이다. 해동기(解凍期)니, 해빙기니 하는 표현도 쓴다.

농부는 지력을 키우기 위해 객토 마련을 하고 대보름 절기를 맞아 지신밟기에 매귀(埋鬼)의 치성을 드리고 남해안과 제주도 일대에는 풍신(風神)인 영등할멈이 심술을 부리지 않도록 영등제를 올리는 풍어 기원 민속도 갖는다. 겨울 칩거에 들었던 선비라든가 스님들이 나들이길 차비를 꾸리기 시작했던 것도 바로 이런 해토의 머리 무렵이 된다.

<봄은 고양이로다>라는 제목의 시가 있는데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라고 시인 이장희(1900∼1929)는 읊어 봄은 고양이 걸음으로 찾아온다고 했다. 바람을 타고 도둑고양이 걸음으로 찾아오는 봄을 먼저 만나려고 호남 서해안 일대를 한 바퀴 톺아보는 남행 여로를 마련한다.

문둥이 시인 한하운(1920~1975)은 <전라도 길>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가도 가도 끝없는 황토길/ 쑤세미와 같은 해는 서산에 기울고…'라고 읊었지만, 오늘의 남도길은 전혀 그와 같은 풍광인 것은 아니다. 되레 너무 변모돼버렸다. 우선 황톳길이 거의 없게 되고, 지나치게 단일화 돼버렸다. 지역적 특성은 함몰되어 '시장자본주의'의 거대 그물망에 동일하게 포섭되는 대상이 되어 있을 따름이다.

호남평야 대농촌지역 들머리를 어찌 찾을까. '한밭'이라 하던 대전을 지나면 연산(連山, 오늘의 계룡시)-논산(論山)-익산(益山)-군산(群山)이라 하는 '산'자 돌림 지역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대평원 지평선 영접을 위한 가이드일까, 사열식일까. 황금빛 제방이라 하는 '김제'와 일만 이랑이라 하는 '만경'의 들판을 '징게맹게 외배밋들'이라 하거니와 게다가 완주군과 전주시를 합하면 '완전'이 되고, 무주-진안-장수를 합하면 '무진장'이 된다. 호남 북부권 자연경제(농업) 지역의 광대 광활, 풍성 풍요 인문환경에 대한 자족적인 인식이 지명들 속에 삽입된 것으로 살피고 싶다.

이번의 국토 답사는 첫 행선지로 고창읍성 모양성(牟陽城, 사적 145호)부터 찾는데, 답성 한마당을 갖고 싶어서다. '모양성 밟기'는 특히 여인 중심 축제의 전통을 오늘에도 계승하고 있고 입구 쪽의 신재효 생가는 판소리 열두마당을 낳게 하였던 곳이니 '남도 들머리'의 예향(藝鄕) 문화를 열어놓고 있다. 무장읍성은 전봉준의 동학군이 무혈입성하여 기포를 선언했던 곳으로 읍성의 둘레는 1.3km에 달하고 해자 터가 남아 있는데 동학군 입성 재현 축제를 벌이고도 있다.


▲고창읍성ⓒ고창군

'경관농업(Landscape agriculture)'이라는 용어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 고창 청보리밭농장이 이를 내세우는데 예사 관광농업과도 다른 '친환경산업'이다. 봄에는 보리를 거두고 가을에는 메밀을 수확하는데 그린필드의 볼거리 마련에 정성을 기울여 봄철과 가을철에 축제를 벌이고 전원농업경관 그 자체가 소득의 기반이 되고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 넣는다. '호남 농촌경제'가 정녕코 변모를 일으키고 있다.

이어서 칠산바다, 또는 칠뫼바다라 부르는 살찐 바다를 껴안고 있는 영광군(靈光郡)으로 들어간다. 일곱 개의 섬들을 건사해주는 '러키세븐'의 바다라면 이 산해(山海)는 해상낙원의 꿈과 희망을 갯마을 사람들에게 아로새기게 했을 터이다. 법성포(法聖浦)는 백제불교 최초의 도래지라는 설화를 간직하는데 그 지명조차 예사롭지 아니하다. 이 포구는 인공조성이 아니라 천혜의 만구(灣口)로서 서해 지역의 관문 구실을 톡톡히 해왔지만 오늘에 와서는 수심이 얕고 간만의 차이가 심하여 항-포구의 역할에는 한계를 나타낸다. 고깃배의 갯마을 풍경과 '굴비센터'의 저자거리 조성으로 새로운 특성을 살려내고 있다.

함평장은 매순 2일, 7일 열리는데 전통시장의 풍물을 아직껏 놓치지 않고 있다. 무슨 아울렛이니 마트니 백화점이니 온갖 거대자본의 무차별 공략에 어쩔 바 없이 오그라들고 있을망정 함평장은 그러함에도 왁자지껄, 시끌시끌한 행상꾼들과 호객꾼, 들병장수들의 '향토 한마당'을 펼쳐놓고 있다. 인근의 무안장(4, 9)-일로장(1, 6)-몽탄장(5, 10)-청계장(3, 8)-망운장(1, 6)-해제장(5, 10)을 장돌림으로 순례해보라 권유한다.

특히 무안 일로읍 의산리에는 '천사촌'이 있었는데 품바 타령의 각설이패들이 집단 거주하던 곳이었다. 지금은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었으나 무안이 고향인 김시라가 1980년대부터 <품바> 1인 공연무대를 벌이기 시작하여 왕년의 무전걸식 장마당 타령을 흥행 연희로 리모델링하기는 했다. 목포 태생 시인 김지하의 <황톳길>이라는 시에는 일로읍 일대의 유랑 농민 정서를 묘파한 대목이 들어 있다.

황톳길에 선연한
핏자욱 핏자욱 따라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었고
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 곳

'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 곳'이라는 표현이 그냥 머리 속의 상상으로 꾸며낸 묘사가 아니라고 시인은 실토했던 적이 있다. 황토의 길보다 더 짙은 흑토의 길, 일로 일대의 농촌 풍경은 흑토의 반사를 받아 '검은 태양'이 되고 '검정 대지'에 '흑색 인간'이 바장이는 하나의 처절한 농촌풍경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지나간 일들이 되어버렸지만….

목포는 1번국도(신의주-서울-목포)와 2번국도(부산-목포)의 종착지이자 호남선 열차의 종착역이니 내륙국토의 종점 지역이 된다. 하지만 연안부두의 여객터미널은 해양국토의 모항 기지를 이루어 다도해-제주도-일본으로 가는 출항 지역이 되어 왔다. 이 도시는 서해로부터 내륙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놓인 곳이라 해서 '목포'라는 지명을 얻게 되었다고 하는데 육지의 길목-바다의 물목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지역인 만치 한국근대사가 빚어냈던 온갖 명암과 희비애환을 겪어올 수밖에 없었다.

이 도시로 들어서면서 대중가요 <목포의 눈물>을 자연스레 흥얼거리게 되는데 "목포 사람들이 '목포의 눈물'을 더 이상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고 묻는 질문에 이 고장을 고향으로 지키는 화가 조병연씨는 고개를 젓는다. "그건 여느 눈물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눈물샘이 되니 계속 흘려야만 하지요."

그러할지라도 오늘의 목포시는 서해안고속도로의 개통, 대불공단의 조성, 북항의 건설, 압해도를 비롯한 다도해의 육속화 등 내외 환경변화로 태깔이 완연히 달라져 있다. 그런가 하면 육지가 돼버렸던 삼학도를 본디의 세 개의 섬으로 되돌려 놓아 '뱃고동 소리'를 되살려내고 있다. 목포역 쪽의 오거리 다방거리와 아래쪽의 연안부두 워터프론트, 새롭게 조성되는 하당 거리, 그리고 '갓바위 문화타운'은 지금껏 여전히 목포의 눈물, 웃음, 아픔, 꿈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특히 갯사람들의 활기에 넘쳐나는 연안부두 항동시장 일대에서 해넘이를 보내고 유달산에서 해돋이를 맞이하는 풍경사냥을 기획해본다.

국토의 서해 남녘과 남해 서녘에 걸쳐 있는 '서남해 지역'은 큰 변화의 물결에 맞부딪고 있다. 산업개발의 낙후지역이라는 오명은 옛말이 되었다. 농업-공업-해양산업 균형 녹색발전의 무한 가능성을 지닌 '블루오션' 전망을 종합적으로 제출해놓고 있다. 이에 맞추어 '불루오션 투어'의 기획이 필요하다고 현지인들은 말한다. 남도 문화역사지리 로드맵을 새롭게 작성해보아야 마땅하다는 것.

섬으로만 이루어진 신안군은 "하늘과 바람과 바다가 전하는 이야기가 쌓인 고장"이라고 자랑하는데 특히 2007년 12월 1일 증도(甑島)는 <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국토의 새로운 별천지로 21세기의 녹색문화를 선도하려고 한다. 지도, 사옥도, 임자도, 자은도, 암태도에 둘러싸인 '시루섬' 증도에도 증도대교가 2010년 3월에 완공되어 차량통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서해안 시대>는 선전 구호가 아니라 이미 구체적, 직접적으로 이러한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 국토는 서울-부산-일본-미국의 일방성 루트에 더 이상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서해안고속도로-목포-동중국해, 서울-제주-태평양, 그리고 환동해-중국-러시아를 포괄하는 다양성 루트의 종합편성을 이미 착실하게 구축해내고 있다. 눈높이를 수도권 중심의 안목과는 다른 방식으로 높이고 눈넓이를 내륙과 외해까지 대폭 늘여야 한다. 구심력의 내연(內延) 충실과 원심력의 외연(外延) 확산을 이룩해야 하겠음을 일깨운다. 이를 위해 서해안 남도길 답사의 차림표를 달리 마련해보고자 한다
.

답사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2월 12일(토, 음 1.10)>

07:00 서울에서 출발 (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유진여행사 <국토학교> 버스에 탑승바랍니다.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10:20-11:50 고창읍성, 신재효 생가, 오거리당산 탐방


(1) 10:20-11:20 고창읍성(모양성, 牟陽城, 사적 145호) 답성

고창(高敞)은 높으면서(고) 널따랗게(창) 터전을 닦아놓고 있는 고장이다. 무엇보다도 고창읍성인 모양성은 방장산(方丈山, 743m) 기슭에 자리를 잡아 호남평야를 아스라하게 갈무리하면서 왜적의 침략을 방비하기 위해 1453년(단종 원년)에 축조되었다고 전한다. 석성의 성벽에는 호남 각처 사람들이 모여들어 이 성을 쌓았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둘레 1,684m, 높이 4~6m, 면적 5만여 평이다. 현재 북문 공북루, 서문 진서루, 동문 등양루의 3문과 치성(雉城) 6곳, 옹성(甕城)과 수구문(水口門) 각 2곳 등이 남아 있다. 이방과 아전들이 소관업무를 처리하던 작청과 동헌, 객사 등이 현존하고 내아, 관청, 향청, 서청, 장청, 옥사 등의 복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전국의 옛 읍성들은 거의 모두 훼손돼버린 형편이지만 예외적이라 할만치 모양성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매년 가을철에는 답성 축제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한 바퀴 돌면 다리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가 찾아오고, 세 바퀴 돌면 극락왕생"이라 한다. 밟고 또 밟으면 좋은 일만 풍성하게 이루어진다 하여 '걷기운동' 명소로 각광을 받는다. 특히 여인들은 손바닥만한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돈 다음 성 입구에 그 돌을 쌓아두는데 이러한 돌무더기는 유사시에 좋은 무기가 된다고 했다. 모양성 답성놀이의 여성문화는 군사적 목적보다는 강강수월래의 민속과 연관을 지어보아야 할 것이다.

(2) 11:20-11:50 신재효 생가-판소리 박물관-오거리당산

모양성 입구 일대는 널찍하게 문화공원이 조영돼 있고 관아거리 또한 제대로 갈무리되어 군청을 비롯하여 중요 기관들이 밀집한 중심가를 이룬다.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1812∼1884)의 생가는 1850년(철종1)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면 6칸 측면 2칸의 초가이고 그 옆에 판소리 박물관이 새로 세워졌으며 또한 인근에는 미술관이 건립되어 있다.

<고창 오거리당산 축제>는 매년 정월 대보름에 벌이는데 먼저 줄다리기부터 하였다. 각각 50m 정도의 동아줄을 남자 쪽과 여자 쪽으로 편을 갈라 서로 이은 다음 잡아당기기를 하는 바, 항상 여자 편에서 이기도록 되어 있다. 고창읍내의 중앙과 동서남북 다섯 방위 5거리마다 당산을 세우게 된 것은 1790년대에 큰 물난리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한다. 환경정비 사업으로 수구막이 비보의 화표주(華表柱), 할아버지 당, 할머니 당 등을 1803년에 조성하게 되어 이로부터 수해방지 역할만 아니라 도시축제로 발전하게 되었다.

최남선은 1925년에 <심춘순례>라는 기행문의 신문연재에서 고창 오거리당산의 위용을 묘파하기도 했다. "고목의 당산나무에 둘러싸이고 검줄(금줄)을 둘렀고 앞에 황토까지 폈으며, 두 짝 귀에는 풍경을 달아서 뎅그렁거리는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성성(惺惺)케 한다"고 썼는데 이를 제대로 고증하여 보존 대책을 바르게 세우기를 당부코자 한다. 풍농-다산-다복의 고창 봄맞이 카니발은 유럽 여러 나라들의 사육제(謝肉祭)처럼 흥청망청 번창되어야 할 것이다.

12:00-12:40 점심식사(고창읍 읍내리 <맛고을회관>에서 갈치백반)

<찾아 가볼만 한 곳> 무장읍성

무장읍성은 고창읍성과 비교되는데 보존 상태가 좋은 쪽은 아니지만, 남문인 진무루(鎭茂樓)와 동헌 및 객사와 성곽을 복원 중이고 매년 4월 하순의 동학농민군 무장읍성 입성 날짜에 맞추어 이를 기리는 동학축제가 펼쳐진다.

동학축제 바로가기 : http://donghak.gochang.go.kr/
13:20-13:50 고창 청보리밭농장 (공음면 선동리 학원관광농장)

드넓은 30만평의 전원에 '경관농장'을 조성하였다. 봄에는 보리, 가을에는 메밀을 수확하는데 이에 따라 4월에는 청보리 축제, 9월에는 메밀꽃 축제를 갖는다. 2003년에 전라북도는 '청정농산물 테마파크'로 지정하였고, 2004년에는 전국 최초로 농림부가 '농촌마을 종합개발지구'로 선정하고 아울러 '경관농업특구'로 지정되었다. 생산자 중심의 '먹을거리 농업'을 소비자 중심의 '볼거리 농장 농업'으로 폭을 넓힌 것인데 농업인은 예술가이며 농산물은 예술품이라 내세운다. 이러한 '경관농업'이 제대로 오늘의 국토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해보게 된다.

청보리밭농장 바로가기 : http://chungbori.gochang.go.kr/

14:30-15:30 영광 법성포 해안-백제불교 도래지 (영광군 백수읍 구수리)

한때에는 전라도의 대표적인 조창이었고 진(鎭)이 설치되었던 수군의 군사기지이자 칠산바다의 황금어장 덕분에 사람과 물자가 흥청거리던 곳이었으며, 시대를 거슬러 오르면 백제불교 도래지의 사연도 간직한다. 인공 축조가 아니라 천혜의 항만을 이루어 서해의 가장 대표적인 해상관문이었는데 특히 조기 철이 되면 법성포 물길의 입구가 되는 '목넹기'에는 고깃배 선단을 먼저 맞아들이기 위해 파시가 서서 전국의 어물상들이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하였다.

오늘에도 <영광굴비>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포구는 토사가 쌓이고 갯벌이 늘어남에 따라 큰 배의 출입은 어렵게 되었다. 영광 굴비에는 고려시대의 난신적자 이자겸의 전설이 서려 있기도 하지만 이는 믿을 바가 못 되며, 조기를 바짝 말려서 그 모양새가 구부러진 형용이 되는 데에서 '굴비'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는 것이고 보면 이 갯마을의 영광과 시련과 애환이 이 특산품에 서려 있는 것이겠다.

<주변의 가볼만 한 곳> 불갑사 (영광군 불갑면 모악리)

백제 침류왕 때인 AD 384년에 인도인 마라난타가 법성포로 상륙하여 창건한 사찰이라는 전언을 믿는다면 대륙불교보다는 해양불교 전래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불갑'이라는 이름은 불교가 처음 들어온 사찰이라는 뜻을 갖는다고도 하는데, 교통의 오지를 이루던 곳을 어렵사리 찾아갔던 기억을 갖는 이에게는 오늘의 상쾌한 교통환경이 부럽기만 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참식나무와 함께 늦여름 상사화가 애틋하기만 한데, 녹색사원 불갑사는 템플스테이의 녹색체험을 제공해주고 있기도 하다.

16:20-17:00 함평 5일장 장보기

함평장은 매순 2일, 7일 열리는데 함평은 영산강의 젖줄을 안아 고막천 영수천(함평천), 그리고 몽탄천 남창천의 지류들에 둘러싸인 대곡창지대이며 거기에 서해와 남해 쪽 길목을 차지하고 있으니 물산집산 지역을 이루어 왔다. 함평군에만 해도 전통시대에 9개의 장이 있었다. 함평장(2일 7일)-손불장(1, 6)-신광장(5, 10)-학교장(4, 9)-엄다장(3, 8)-대동장(불명)-나산장(4, 9)-해보장(3, 8)-월야장(5, 10)이 번성하였는데 현재에는 5개의 장만 열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영수천의 널따란 하천부지에 흥청거렸던 함평 쇠전(우시장)이 사라지고 만 것이 안타깝다. 1988년 가을 서울올림픽 개최 무렵에 필자는 함평장을 취재했던 적이 있는데 여기에 몇 대목 옮겨둔다.

"함평 장날은 이웃 고을에서 몰려드는 갖가지 산물과 장꾼, 거간꾼으로 크게 붐비었다.

목포 무안 현경 망운 해제 등에서 오는 소 낙지 떡굴 물감태 고구마/ 나주 다시 문평 등에서 오는 세목/ 영광 법성 불갑 묘량 등에서 오는 채반 조기/ 장성 삼서 광산 삼도 등에서 오는 무명 베/ 손불 죽암 점등에서 오는 옹기류/ 신광 삼덕 새날골의 시누대(해장죽)와 소쿠리/ 원산 덕동서 나오는 갓/ 대동 용성의 싸리 광주리 채반 등구미 박 솔가지 장작 맷방석 가마니…"

"전라도 지방의 각설이타령, 또는 장타령은 각 곳의 장터를 구성지게 노래하였다. (김시라 채록, 정리-<품바의 시대>에서 인용)

벌벌 떤다 벌교장은 누비옷 없어서 못가구요/ 미인 많은 순천장은 얼굴이 못나서 못간다/ 고개 많다 고흥장은 숨이 차서 못가구요/ 강 건너라 진도장은 파도가 높아서 못간다/ 달이 뜨는 영암장은 바위가 많아서 못가구요/ 경개 좋은 함평장은 엽전이 없어서 못간다/ 대흥사 길 해남장은 풋나락 많아서 못가구요/ 인심좋은 무안장은 무안해서 못간다…"

17:40-19:00 목포 근대역사관-연안부두-삼학도공원 편력

1897년 10월 1일 목포항이 개항되었다고 기록은 전하는데 오늘의 목포시는 이 도시 전체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개화기'를 기점으로 하여 '해방전후'까지의 기간에 축조된 건조물 및 시설물은 물론이고, 그 이후 형성된 것일지라도 멸실 훼손의 위험이 크고 보존할 가치가 있을 경우 포함될 수 있는 것이 '근대문화유산'이라 정의된다. 문화역사탐방지로 목포를 찾는다면 우선 중앙동 2가의 '목포 근대역사박물관'을 꼽을 수 있겠는데 원래는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건물로 세워진 것이었고, 인근에는 옛 일본영사관 건물이 있다. 그 아래쪽에는 '국도 1 · 2호선 기점비'가 세워져 있는데 의주가 종착지인 1번 국도와 부산이 종착지인 2번 국도가 시작되는 곳이었다.

유달산 노적봉은 이순신 승전 사연이 서려 있는 곳이고 입구 쪽에는 동상이 세워져 있지만 바로 그 아래의 오포대(午砲臺)는 정오에 대포를 쏘아 시간을 알리던 포대였다. 호남선 종착역인 목포역 앞 오거리에는 '예술 다방'들이 늘비한데 문청시절의 김지하, 김현, 최하림 등이 서로 모여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 곳이라 한다. 목포 용당동 태생의 소설가이자 희곡작가인 천승세는 호가 '하동(河童)'인데, 소설 <포(砲)대령> <황구의 비명> 등과 함께 특히 희곡 <만선>은 목포 갯사람들의 억척스런 삶을 묘파하였다. 원로문인으로 고향에 귀환한 그와 함께 연안부두 선창가를 마냥 배회해 볼 수 있기를 기약하고 싶다.

연안부두의 옛 여객선 대합실은 헐리어 '터미널'이 새로 세워지고 비좁던 해안도로도 넓어졌으나 인파는 여전히 넘쳐난다. 대전 발 0시 50분 호남선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목포에 닿아서는 제주도로 가기 위해 여객선 대합실을 찾았건만 일기불순으로 무작정 몇날 며칠이고 기다리던 난민수용소 분위기의 부두 풍경은 과거사가 되고 말았지만, 그 정취의 여운은 남아 있다.

삼학도에는 사랑에 배신당한 세 처녀가 세 마리 학 모양의 섬이 되었다는 전설이 어려 있거니와 만호동의 '목포항'은 천연 방파제의 역할을 해주던 맞은편 쪽의 삼학도 덕분으로 양항의 입지 조건을 갖출 수 있었다. 채석장 개발과 공장부지 및 매립공사 등으로 목포의 자랑이며 사랑이던 삼학도는 훼손되고 말아 흘러간 옛 노래 속에서나 남아 있는가 했었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목포의 눈물>- 1935년 문일석 작사, 손목인 작곡, 이난영 노래)

"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 아래 갈매기 우는/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이별의 부두"
(<목포는 항구다>- 1942년 조명암 작사, 이봉룡 작곡, 이난영 노래)

처참하게 망가졌던 삼학도는 2003년부터 복원공사에 들어가 해수로를 새롭게 개설하고 대삼학도에는 '이난영공원'을 조성하는 등 본디의 섬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으며 부두에는 먹자골목이라든가 해산물상가, 수산시장, 그리고 올망졸망한 어선들이 얼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목포 물때표 : 만조 08:07/ 19:58, 간조 00:29/ 13:28
일출-일몰시간 : 07:24/ 18:14,
월출-월몰시간 : 11:58/ 익일 01:51 (음력 1월 10일-11일)

19:10-20:20 항동시장에서 자유식 저녁식사

항동시장은 연안부두 선창가에 놓여 있는데 갯사람들의 짠물 냄새가 물씬 배어 있어 흘러간 옛노래의 정취가 살아 있다. 각자 자유식으로 여러 음식점의 별미를 맛보는 기회를 갖는다. 꽃게살비빔밥과 무침이 유명한 <장터식당>, 아구탕이 유명한 <원조 동경아구찜탕집>, 한식백반의 <해변식당> <이모식당> 등을 추천한다.

20:30 숙박 (목포시 영해동 해운모텔)

<2월 13일(일)>

07:00-08:00 유달산 해돋이 산책

유달산(228.3m)의 새벽은 하늘의 빛이 땅의 빛, 바다의 빛을 천천히 명멸하게 하면서 밝아온다. 높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기다랗게 항구 도시의 한허리를 휘감고 있으니 고하도 연결의 목포대교(3.18㎞, 건설중), 압해대교(3.56km, 완공)의 압해도와 북항의 해경(海景)을 앞지르면서 칼날 같이 뾰족뾰족 솟구친 암봉들을 헤쳐 나가는 릿지 등반이 마냥 벅차기만 하다. 달선각 유선각 관운각 등 숱한 정자들과 조각공원, 기념관 등 예술도시의 유달산 문예주의가 참으로 각별하고 살뜰하다는 것을 또한 만끽하게 된다.

▲유달산 바위 따라 걷기ⓒ목포시

08:10-08:50 아침식사 (목포시 영해동 <이모식당>에서 해장백반)

<찾아가 볼 만한 곳> 갓바위 문화센터 탐방 (목포시 용해동)

갓바위의 한자 표기는 입암산(笠岩山)인데(천연기념물 제500호),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영산강 하구의 풍화작용과 해식작용으로 갓바위 모양을 하게 된 풍화혈(風化穴)의 바위산이다. 배산임수의 명당 터를 골라 남농 허건기념관이 세워진 뒤를 이어 '목포문학관', '자연사박물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등과 평화공원, 산책로를 조성하여 목포문화센터를 이루고 있다. 목포문학관에는 김우진(<사(死)의 찬미>노래를 남기게 한 연극인), 소설가 박화성, 극작가 차범석의 기념관에 이어 문학평론가 김현 기념관을 조영하고 있는 중이다. 이 문학관 입구에는 '김현문학비'가 세워져 있는데 황지우 시인의 헌시가 새겨져 있다.

"먼 바다 소리 먼저 듣고/ 큰 거북이 서둘러 간 뒤/ 투구게들…(중략)/ 그대 몸 나간 진흙 문체(文體)에/ 고인 물을 건너지도/ 떠나지도 못하고 있네.(발췌)"

▲천연기념물 제500호로 지정된 갓바위ⓒ목포시

남농기념관 바로가기 : http://www.namnongmuseum.com/
목포문학관 바로가기 : http://www.mpmunhak.or.kr/

10:30-11:10 신안 증도 슬로시티 태평염전-소금박물관 탐방

'슬로시티'는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그 지역에 나는 음식을 먹고(로컬 푸드), 그 지역의 문화를 공유하며, 구속되지 않는 삶을 누리고자 하는 국제운동인데 현재 한국에는 신안군 증도, 완도군 청산도,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이 지정되어 있다. 신안 증도는 다섯 가지 자랑을 내세우는데 친환경 농법, 태양광 발전소, 다크 스카이, 자전거의 섬, 금연의 섬이라 한다.

이중에서 '다크 스카이'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소음 공해, 환경 공해와 함께 빛 공해의 시달림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 하는데 해가 저물면 모든 불빛을 줄여나가서 완전한 '암흑세상'을 만들어 밤하늘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것. 2007년 12월 1일 슬로시티 국제인가를 받은 증도는 광활한 염전과 소금박물관, 갯벌생태공원, 무공해 농수산 특산품들로 방문객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전국 최대 규모 염전 중의 하나인 태평염전에는 소금박물관, 솔트레스토랑, 소금가게, 소금동굴, 소금힐링센터 등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증도 슬로타운 조성사업'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개년동안 580억원(국비 150억원, 지방비 150억원, 민자 280억원)을 집중 투자하게 되는데 해저유물테마파크(증도에서는 고려청자가 대량 발굴되기도 했다), 해양체험시설, 웰빙체험농장, 소금동굴, 염생식물원, 미네랄하우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11:20-12:20 짱둥어다리->철학의 길->엘도라도리조트 걷기

슬로시티 중도의 랜드마크로 조성된 해송숲(철학의 길)은 4km에 달하는 우선해수욕장의 백사장 해변 산책로인데 470m 길이의 짱뚱어다리는 갯벌의 바다를 한껏 누릴 수 있도록 가설되어 있다.

증도면 바로가기 : http://jeungdo.shinan.go.kr/
소금박물관 바로가기 : http://saltmuseum.org/

12:30-13:10 점심식사 (신안군 증도면 증동리 <안성식당>에서 짱둥어탕)

15:30-16:00 금강 하구둑 갈대밭공원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귀로의 마지막 코스로 금강 하구둑에 조성된 군산 쪽과 장항 쪽의 전망대 중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신성리 갈대밭을 찾는다. 군장(군산-장항) 개발과 새만금사업으로 금강-동진강-서해 일대는 경천동지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중이지만, 신성리 갈대밭은 마냥 느긋하게 천하태평의 장강대하 경관을 유유히 갈무리해놓고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과 지속가능해야 하는 자연문화유산에 관한 명제를 이번 여로의 마지막에 되새겨본다.

▲금강 하구둑 갈대밭공원ⓒ국토학교

16:00 서울 향발

국토학교 2월 참가비는 18만원입니다(교통비와 숙박비, 4회 식사, 입장료, 여행보험료, 운영비 등 포함). 버스 좌석은 참가 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사이트 www.huschool.com전화 050-5609-5609 이메일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세요.

▲ <국토학교 제22강 답사지도>

국토학교는 2009년 4월에 개교하여 국토답사를 매월 해왔는데 국토강의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관련자료는 국토학교 카페에서 볼 수 있습니다.->http://cafe.naver.com/dadsaschool

<2009년>

제1강 (4월): 남한강 뱃길 따라 영남대로 옛길 따라

제2강 (5월): 영남 전통마을 순례 (답사 키워드 - 산은 책이다)

제3강 (6월): 호남의 누정문화 원림문화 (풍경의 발견과 재발견)

제4강 (7월): 북강원의 요산요수 (동해안 풍류길 되살린다)

제5강 (8월): 내포지방에 부는 바람 (백제의 미소와 제2의 지중해)

제6강 (9월): 금강문화권의 초대장 (옛이야기 재잘대는 실개천 휘돌아)

제7강(10월): 낙동강 따라 가야 달빛기행 (우리 땅의 고고학 상상력)

제8강(11월): 만추의 호남 단풍길, 침엽수길 (대자연 소자연 합자연)

제9강(12월): 동해에서 묵은해 보내기(동해용왕과 수로부인과 해신당)

<2010년>

제10강 (1월): 임진강의 봄, 한탄강의 봄(분단유목문화 가로지르기)

제11강 (2월): 얼쑤! 대보름 달마중 가세(봄맞이 카니발 : 아산 공주 청양 부여)

제12강 (3월): 순천만에서 섬진강으로(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제13강 (4월): 남한강 상류 녹색체험(주천강, 영월 동강, 정선 아우라지)

제14강 (5월): 북한강의 흐르는 강물처럼(홍천강-소양강-파로호-내린천)

제15강 (6월): 호남평야 황톳길 순례 (동학의 지평선과 하늘)

제16강 (7월): 신(新)택리지-안성(安城) 탐구(고은 시인, 이반-김억 화백 현지 특강)

제17강 (8월): 강화만-경기만 서머플레이스 탐방(스토리 간직한 황해문화를 위하여)

제18강(10월): 호남 가을 풍광...빛의 축제, 흙의 축제(광주비엔날레, 강진도자기아트프로젝트)

제19강(11월): 만추(晩秋)에 찾는 경주지역 세계문화유산(서라벌 아고라의 사랑이야기)제20강(12월): 남해 바닷가의 겨울나그네(진주-남해-고성-통영 블루투어리즘)

<2011년>
제21강 (1월): 소백산에서…봄을 부르는 노래(금선정-선몽대-병산서원-죽계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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