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타운' 가리봉동, 철거형 재개발이 능사인가
[김경민의 도시이야기]<29>산업도시의 역사적 다양성 고민해야
'조선족 타운' 가리봉동, 철거형 재개발이 능사인가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이 조선족 타운으로 변모하고 있다. 재중 동포(또는 조선족)의 한국 입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해 친지 방문 등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2000년대 들어 그 수가 서서히 증가하다 2007년 '방문 취업제' 도입과 함께 급격히 늘어났다.

 

조선족은 주로 서울 구로와 금천, 영등포 등지에 집중적으로 몰려 살고 있다. 특히 가리봉동은 갓 한국으로 온 동포들이 선호하는 첫 정착지다. 초기 정착에 필요한 인력 시장이 형성돼 있고, 교통 접근성이 좋으며, 상대적으로 물가와 주거비 등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가리봉동에 거주하는 조선족 수는 재작년 서울시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6111명으로 전체 가리봉동 인구의 30.02%를 차지한다. 가리봉동의 인접 지역인 구로 2동까지 합치면, 가리봉 지역에 거주하는 조선족 수는 서울시 조선족 인구 대비 9%에 달한다. 


이들의 주 연령대는 40~50대다. 중국에 가족을 두고 온 경우가 많고, 대개 5년 미만 단기 체류자가 많다. 또 가사 도우미, 식당 종업원, 건설 노동자와 같이 단순 노무직 등 저임금 직종에 근무하는 비율이 높다. 따라서 단기간 한국에서 돈을 벌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가급적 싼 지역을 찾게 된다. 주거의 질적인 측면은 크게 개의치 않는 터라 가리봉동에 거주하는 조선족의 90%는 쪽방으로 개조된 단독‧다가구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 가리봉동 시장 내 조선족 가게. ⓒ김경민

 

조선족을 바라보는 눈길이 매우 호의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주로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다 보니 저소득층 한 국인의 반감을 사기 일쑤다. 문화적 차이는 이런 반감을 증폭하기도 한다.이들이 한국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국 문화와 차별적이지 않기 때문에 ‘다문화 자원’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안 그래도 '불량한 이미지'의 과거 공단 거주지. 그런 곳에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으며 문화적 다양성마저도 없는 집단이 거주하고 있단 이유로, 이 지역을 철거하고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자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 재개발 후 예상 모습. 출처: 서울시 구로구 2011년 구정 화보집 <희망구로>

 

실제 가리봉동은 '재정비 촉진 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2017년까지 ‘서남권 지식 기반 산업 벨트를 24시간 지원하는 역동적인 디지털 비즈니스 시티’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주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낙후되어있다는 것이 이 계획에 세워진 주된 이유이다. 


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면적은 서울 디지털 산업 1단지 면적의 약 4분의 3에 해당한다. 서울시에 의해 균형 발전 촉진 지구로 지정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재개발 대상지인 상태다. 재정비 계획은 2005년 기본 계획이 발표된 이후 몇 차례 변경되었는데, 이 계획안에 따르면 현재의 불량 노후 주거지역을 새로 지을 아파트와 주상 복합 오피스, 호텔, 상업‧문화 시설 등이 대체하게 된다. 53층짜리 랜드마크 타워를 비롯한 대형 건물들이 들어서는 대규모 사업이다. 구로구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 대규모 사업에 카이브시티(KAIV CITY, Korea Advanced & Innovative Valley)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가리봉동을 대신할 새로운 동 이름을 공모하는 하는 등 큰 기대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는 매우 비현실적인 계획으로 보인다. 첫째 이유는 가리봉동 집값 (또는 토지 가격)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둘째는 가리봉동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가지는 가치 때문이다. 

 

비록 쪽방이 누추해 보일지라도 쪽방이 있는 벌집의 가치는 상당하다. 보증금 없이 월세가 20만 원인 경우도 있고,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가 22만 원가량인 경우도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 방마다 화장실이 있는 것도 아니니 적은 돈을 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 건물에 평균 21개의 쪽방이 있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보증금이 없더라도 월 420만 원의 월세 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더 보수적으로 21개 쪽방 가운데 한 방은 공실이라고 가정해도, 월 400만 원, 즉 연 4800만 원의 월세 수입이 생긴다. 


부동산에서 집의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한 가지 방법은 부동산의 수익률(Yield)을 이용해 가격을 계산하는 것이다. 보통 부동산 수익률은 집세를 집값으로 나눈 것과 같다는 공식을 따른다. 즉 당신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라면, 부동산을 사들인 가격을 총 임대수입으로 나누면 부동산 투자 수익률을 구할 수 있다. 

 

부동산 수익률 = (1년간 벌어들인 총 임대 수입) / (집값)

 

다시 말해, 집값은 1년간 벌어들인 총 임대 수입을 부동산 수익률로 나눈 결과다. 여기서 부동산에 요구되는 '수익률'은 은행 이자보다 항상 높다. 거래가 제대로 안 될 수 있다는 위험, 또는 가리봉동처럼 위험한 지역이라 생기는 리스크(위험) 때문이다. 예컨대, 은행 이자가 연 4% 정도라면, 부동산은 대략 5% 선 또는 그 이상의 투자 수익률을 나타낸다. 더 위험한 곳에 투자한 만큼, 은행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단 더 많이 받아야 한단 논리다. 

 

만약 부동산 수익률을 5%에서 6%로 가정한다면, 21개 쪽방이 있는 건물의 가치는 대략 다음과 같다. 

 

부동산 수익률이 5%인 경우 : 1년 임대료(4800만 원) / 5% = 9억6000만 원

부동산 수익률이 6%인 경우 : 1년 임대료(4800만 원) / 6% = 8억여 원

 

이 정도 규모의 벌집은 대지 면적이 대략 50평에 이른다. 이를 평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600만 원에서 1900만 원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된단 것을 의미한다. 서울 방배동 카페 골목의 남쪽 지역이 평당 2000만 원 정도로 형성되고 있단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사실 대단히 높은 가격이다. 가리봉동이 눈으로 봐선 낙후된 지역이라 집값이 매우 쌀 것 같지만, 이는 커다란 착각이다. 

 

이런 지역을 재개발하는 경우엔, 주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기존 시장 가격에 추가 보상금을 붙이게 된다. 위에서 계산한 가격 대가 매우 보수적으로 산정된 것임을 고려할 때, 추가로 가격이 더 들어간다면 방배동 지역을 재개발하는 것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많은 세입자에 대한 보상까지 하려면 상상을 초월할 어마어마한 비용이 필요하다. 이는 시장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애초에 재개발이 불가능한 계획이었다는 추측을 하게끔 한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리봉동이 지닌 도시 안에서의 가치를 도외시하는 점에 있다. 가리봉동은 산업 도시의 삶과 양식이 존재하고 있는 공간이다. 그 역사적 소중함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또한 조선족은 충분히 서울에 새로운 문화적 다양성을 줄 수 있다. 미국의 많은 도시에는 영어를 구사하는 아일랜드인 타운이 있으며, 그 지역은 나름의 문화적 차별성과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족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조선족이 한국 사회에 무엇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가리봉동과 같은 지역이 왜 도시 안에서 중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도시는 가난한 이민자들에게 성공을 제공해주는 장소임과 동시에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⑤ 

 

19세기 기아에 허덕이던 아일랜드인들은 미국 보스턴에 정착해 노동력을 제공하며 서서히 부를 축적하다 급기야 존 F. 케네디와 같은 대통령을 배출했다. 세계 최고 부자로 일컬어지는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링 역시 레바논계 이민자의 아들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친부는 시리아계 이민자다. 새로운 이민자들이 도시에 들어오면 도시는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라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며, 그들 모두는 아니어도 몇몇은 그 기회를 통해 성공하고 사회에 기여한다. 이민자 그룹은 도시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하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그룹인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거주하여야 할 공간 역시 도시 안에 마련되어야 한다. 가리봉동 조선족이 제공하는 서비스업은 많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로 그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도시의 서비스 경쟁력 측면에서 그들은 매우 필요한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거주처 역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가리봉동과 같이 도시에 필요한 기초 그룹의 주거지를 없애고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만든다는 계획은 서울이 평양과 같이 선택된 사람들만 모여 사는 동네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평양이 서울의 미래인가? 


도시는 공존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도시에서의 다양성은 도시민들의 직종 다양성, 인종적 다양성, 문화적 다양성 등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한 도시의 대다수 거주자가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라 하더라도, 그들의 주거 사무 공간을 청소하는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한다. 그렇다면, 도시 내 또는 도시 근처에 이러한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거주해야 한다. 즉 다양한 주택 유형이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도시에 타워 팰리스에서 쪽방까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요컨대, 철저하게 깨부수고 새로운 화려한 아파트 단지를 재개발하는 것보다는 지역 사회의 기존 성격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 더 낳은 방향일지 모른다. 


물론, 현재 모습을 철저하게 100% 보존하는 전략이 마냥 옳다는 것이 아니다. 가리봉동 벌집들은 주거 공간으로써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게다가 가리봉동 자체는 아래 사진에서와같이 철저히 단절되고 분리돼 있어 '게토화'가 우려된다. 새로 지어진 구로 오피스 타운은 높은 벽을 세워 가리봉동 벌집과 자신을 철저히 분리했다. 그러다 보니 가리봉동 조선족 타운은 구로 벤처 타운과 별개의 세상이다. 이러한 게토화 경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고층 사무 건물을 위한 주차 벽으로 격리된 쪽방촌과 그 주변 쪽방 건물. ⓒ김경민

 

게토화 경향은 가리봉동 상권의 번영과 침체의 역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가리봉동 거리는 흡사 요즘 명동처럼 걷기조차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던 상권이었다. 구로 1단지와 2‧3단지 사이에 몰려 살았던 차 없던 노동자들이 이곳에 가 소비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가리봉동 상권은 매우 쇠퇴하였다. 이곳 상권을 그나마 유지하는 이들은 조선족뿐이다. 외부인들은 가리봉동 상권을 더는 방문하지 않는다. 인근 구로 벤처 타운에서 일하는 이들 또한 가리봉동 대신 지하철역 근처에서 회식하거나 여가를 즐긴다. 상권은 이제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 역 주변으로 옮겨갔다. 지난 연재에서 소개했던 브런치 카페 또한 구로디지털단지역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다.


▲ 왼쪽 그림은 과거 구로공단 인파의 흐름을 보여준다. 오른쪽은 현재의 흐름. ⓒ김경민

 

이처럼 게토화되어 쇠퇴할 가능성이 있는 가리봉동을 역사성 하나를 내세워 100% 보존하자는 것은 대규모 철거를 전제로 한 재개발만큼이나 무리하고 잘못된 주장이다. 가리봉동의 주거수준은 마땅히 증진되어야 하고 새로운 외부인들이 들어와 상권이 살아나야 한다. 다만, 그 대안이 철거를 전제로 한 재개발이 되어서는 안 될 뿐이다. 그 대안은 기존 지역 사회를 보존하면서 외부와의 연계를 강화해 파편화된 삶의 모습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 필자 주석


① 김현선, 임선일, 2010, 한국체류 조선족의 밀집거주 지역과 정주의식, 사회와 역사, 87:231-264; 박세훈, 정소양, 2010, 외국인 주거지의 공간분포 특성과 정책함의, 국토연구, 64:59-76; 이종구, 임선일, 2011, 재중동포의 국내 정착과 취업네트워크, 산업노동연구, 17(2):309-330 

② 방성훈, 김수현, 2012, 한국계 중국인 밀집주거지의 분화에 관한 연구: 서울시 가리봉동과 자양동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정책, 19(2):39-68; 김현선, 2010, 한국체류 조선족의 밀집거주 지역과 정주의식: 서울시 구로‧영등포구를 중심으로, 사회와 역사, 87:231-264

③방성훈, 김수현, 2012, 한국계 중국인 밀집주거지의 분화에 관한 연구: 서울시 가리봉동과 자양동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정책, 19(2):39-68

④ 박세훈, 2010, 한국의 외국인 밀집지역: 역사적 형성과정과 사회공간적 변화, 도시행정학보, 23(1): 69-100

⑤ 에드워드 글레이저 (Edward L. Glaeser), 이진원 옮김, 2011, 도시의 승리: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서울:해냄, pp.149~154)


* 가리봉동과 '벌집'에 관한 이야기가 다음 주 수요일에 계속됩니다. 김경민의 [도시 이야기]는 책 <리씽킹 서울-도시, 과거에서 미래를 보다>(김경민 지음, 서해문집 펴냄)으로도 출간되었습니다.


김경민의 도시 이야기 

<27> 변기 한 개 26명 사용…구로공단 '벌집'의 추억

<28> 20세기 후반 구로공단에서 재현된 19세기 영국 '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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