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동 쪽방촌, '호스텔 빌리지'로 성장시키자
[김경민의 도시이야기]<30>뉴타운식 넘어선 대안 개발
가리봉동 쪽방촌, '호스텔 빌리지'로 성장시키자
일본 요코하마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 주변은 일용직 노동자들을 위한 쪽방촌이 형성되었던 지역으로 쪽방 수는 무려 8000여 개에 달하였다. 지역이 쇠퇴하면서 2000년대 중반에는 빈방이 늘어나 2000여 개 쪽방이 빈방일 정도로 심각한 문제 지역이었다. 건물의 유리창은 깨져 있었고 거리에는 쓰레기가 너저분하게 버려져 있었으며 경찰도 손대기를 꺼렸던 위험한 곳이었다.
 
당시 이 낙후 지역을 바꾸겠단 열의가 있던 동경대 건축과 출신 오카베 토모히코 씨는 직접 건물 주인들을 설득하면서 쪽방을 '게스트 하우스(방문자 숙소)'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어차피 빈방이 많았기 때문에 새로운 용도로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를 할 처지였다. 

오카베 씨는 사회적 기업 고토랩(Kotolab․LCC)을 설립하여 체계적인 게스트 하우스 사업을 시작하였다. 호스텔은 한국의 쪽방 정도 크기인 2X3m(1.8평)의 작은 규모로 약 3000엔 정도의 비용 (기존 숙박비의 절반 수준)을 받는 것이었고 홈페이지 등을 이를 홍보하였다. 외국인 이용객이 증가하고 일본 내 관광객도 방문하는 등 차츰 많은 외부인이 찾아오면서 이 지역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 일본 요코하마의 '호스텔 빌리지' 사무실. ⓒ김경민

 
고토랩의 게스트 하우스와 셰어 하우스, 지역을 재생하다

외부인의 유입이 일어나면서 '최소한 거리는 깨끗이 하자'는 인식이 확산하였다. 거리를 청소하기 시작했고 주변 환경을 개선하기 시작하였다. 지역 대학교와 커뮤니티가 합심하여 지역을 변화시키려는 많은 시도가 나타나게 되었다. ① 

고토랩은 외부인의 유입을 일으키는 게스트 하우스 이외에도, 노숙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공유 공간을 사용하게 해 그들 간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사업도 하고 있다. 이는 동경 등지에서 1인 가구들의 많은 인기를 사고 있는 '셰어 하우스'와 비슷하다. 기본 철학 면에서는 부엌, 화장실, 샤워실 등 공유 공간을 통해서 새로운 커뮤니티(공동체)를 만들어내는 셰어 하우스 전략과 큰 차이는 없다. 
 
요코하마 호스텔의 성공은 위험하고 방문하기 싫은 지역을 새롭게 바꾸었다는 실험이 성과를 거두었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요코하마 호스텔 지역은 여전히 외딴곳이며, 사실 대단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어서 지속해서 방문할 유인을 주는 장소는 아니다. 

또한 요코하마 호스텔의 게스트 하우스가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대표적인 이유는 편리한 교통 때문이라고 본다. 이 지역은 동경 시내와 한 번에 연결되는 요코하마 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따라서 요코하마 호스텔이 성공 사례를 따라 모든 지역이 각각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요코하마 호스텔의 전략, 즉 게스트 하우스와 셰어 하우스 전략을 차용한다면 처참한 실패에 봉착할 것이다. 

▲ 공유 공간을 활용해 '셰어 하우스' 전략을 쓴 요코하마의 한 셰어 하우스. ⓒ김경민


가리봉동, '핫'한 노동자 지역으로 변화 가능하다
 
다시 기존 연재 주제인 서울 구로 가리봉동으로 돌아오자. 가리봉동은 요코하마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성공 자원들에 둘러싸여 있다. 주변에는 지하철 구로디지털단지역, 남구로역, 가산디지털단지역 등이 있어 지하철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따라서 게스트 하우스 성공 가능성이 꽤 높다. 

게스트 하우스를 통해 많은 외부인이 가리봉동과 교류를 시작하면, 게토화 되어가는 가리봉동 지역은 느리지만, 서서히 변화해 갈 것이다. 어떤 한 건물을 거점(또는 포인트) 삼아 그 효과를 주변 지역으로 파급시키는 전략이다. 이는 이미 요코하마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고토랩의 성공 이후, 즉 한 개인(사회적 기업)의 게스트 하우스 사업이 그 지역 활성화에 커다란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또한 기존 쪽방을 셰어 하우스로 리모델링하면, 거주민의 주거 수준을 한 단계 올리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다. 주거 복지 차원에서도 좋은 전략인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과거 가리봉동이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거주지였듯, 이 지역을 구로․가산 디지털단지 노동자들을 위한 커뮤니티로 성장시킬 수 있다. 이 지역에 주로 종사하는 패션 또는 IT(정보통신기수), 벤처 관련 종사자들이 모여 사는 셰어 하우스. 이를 통해 새 커뮤니티 형성과 이에 연계된 경제 활동 창출도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요코하마에선 도쿄대학 출신의 엘리트(오카베 고토랩 대표)가 지역으로 가 봉사를 하며 지역 주민과 기존 봉사 단체들의 마음을 얻어가는 과정이 필요하였다. 느린 속도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매우 필요하였던 것이다. 이는 특히 정책 담당자들에게 요구되는 자질이자 태도다. 치적을 보이기 위해 재임 기간 무리하게 시민과 협의 없는 또는 타당성 없는 이곳저곳에 건물을 짓는 행위를 한다면, 과거 뉴타운 개발을 밀어붙였던 행정과 진배가 없는 행위다. 

① 출처 : 남지현, 2012, 도시의 빈 공간을 활용한 지역 공동체 활동 거점 만들기: 도쿄의 '빈 건물' 활용사례를 중심으로, 서울연구원 2012-PR-47 작은 연구 좋은서울02
 

* 가리봉동과 '벌집'에 관한 이야기가 다음 주 수요일에 계속됩니다. 김경민의 [도시 이야기]는 책 <리씽킹 서울-도시, 과거에서 미래를 보다>(김경민 지음, 서해문집 펴냄)으로도 출간되었습니다.


김경민의 도시 이야기 

<27> 변기 한 개 26명 사용…구로공단 '벌집'의 추억

<28> 20세기 후반 구로공단에서 재현된 19세기 영국 '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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