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언제까지 토건족에 손에 맡길 것인가
[김경민의 도시이야기]<33> 서울시, 재개발청이 필요하다
서울, 언제까지 토건족에 손에 맡길 것인가
지난 연재에 이어 해외에서 쓰이는 도시 계획 정책을 소개한다. 서울 익선동, 동대문, 창신동, 가리봉동 등과 같이 본래의 지역적 특색이 잘 남아 있는 공간에서 어떻게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 그 열쇠를 찾고자 함이다. 

지난 글에서는 보존과 개발 균형 전략으로 개발권 이양(Transfer of Development Right)와 역사건물 재생 세액공제(Historic Rehabilitation Tax Credit), 저소득층 주택개발 세액공제(Low-Income Housing Tax Credit)에 대해 설명하였다. (☞ 전통 한옥 지키는 이들, 그저 손해만 보라고?)

이번 연재에서는 조세담보금융(Tax Increment Finance)와 상업활동 촉진지구(Business Improvement District)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체의 문제’로, 서울시 재개발청 (Seoul Redevelopment Autority)의 설립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 채권 발행해 역사적 건물 지키자”

만약 한옥 지구와 창고가 가까운 미래에 굉장한 관심 지역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해 보인다면, 그 지역의 미래 토지 가격은 크게 상승할 것이다. 10년 전 어느 누가 서울 종로구 북촌의 집값이 평당 3000~6000만 원이 되리라 예상했겠는가. 1990년대까지도 북촌 한옥은 익선동보다 가격이 저렴하였다. 

미래의 토지 가격이 상승한다면, 정부 역시 큰 이익을 얻는다.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합리적이고 매우 보수적인 가정 하에 미래 세수의 증가분을 계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그 채권을 사용하여 주요한 역사적 건물을 매입하고 한옥과 창고 건물을 보수 및 관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이 조세담보금융(TIF)이다. 

▲ 조세담보금융. ⓒ김경민


이해 관계자들이 ‘타협’해 ‘우리 지역’ 지킨다

또 다른 개발과 보존 균형 전략은 ‘상업활동 촉진지구(BID)’ 지정하는 것이다. 익선동의 독특한 매력으로 외부인의 유입이 시작되고 창의적 소매점을 포함한 상업 공간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치자. 상업 공간의 유입은 기존 거주민과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 새벽까지 이어질 상업 활동과 수많은 사람이 익선동 골목길을 거니는 것은 외부인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서울에는 새로운 명소를 제공하지만 지역 주민에게는 현재 북촌 주민이 경험하는 것만큼의 고통이 된다. 

물론 토지 소유자는 새로운 사람들의 유입으로 상업 활동이 일어나기에 지가 상승 혜택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자가 소유가 아닌 지역 주민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되어야 하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계가 명확한 지역을 설정하고 그 지역 내에 있는 이해 관계자들이 서로서로 하나의 조직을 만들어, 조직 간 협상을 통해 지역 공동의 이익을 형성해야 한다. 즉, 상업활동 촉진지구(BID)를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창의적 소매점들이 점점 많아지고 이들로 인해 많은 외부인이 지역을 방문하고 활성화한다면, 인사동처럼 건물 주인들은 지가 상승에 흥겨워할 것이다. 그리고 익선동이 ‘핫 플레이스(hot place)’가 된 것을 확인한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앞다투어 입점하려 할 것이다. 동시에 이들보다 자금력이 약한 창의적 소매점들은 익선동을 떠나게 될 것이다. 

이 작은 동네 익선동이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장악된다면, 이제는 역으로 아무런 독특한 성격도 남지 않는다.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익선동에 오지 않을 수 있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익선동까지 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커피점은 우리 집 바로 앞에도 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스타벅스는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다. 모든 프랜차이즈가 현재와 같이 대형 기업으로 성공한 것은 나름의 저력이 있기 때문인데, 따라서 모든 프랜차이즈를 입점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창의적 소매점과 프랜차이즈 간의 어떤 비율이 필요할 것이고, 이는 상업활동 촉진지구(BID) 내부의 구성원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된다. 

이때 창의적 소매점을 입점토록 한 건물주는 프랜차이즈에 비해 임대 수입이 적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세금 혜택이나 BID 부담금 감면 (BID가 설립되면 구성원들은 BID에 부담금을 매년 내는데 이를 감면), 개발권 부여 (인접 지역의 개발 수요가 있을 때, 이를 개발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리 부여) 등 다양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창의적 소매점 입점 건물주와 프랜차이즈 입점 건물주가 적합한 수준의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토지 소유자도 크게 창의적 소매점 건물주와 프랜차이즈 건물주, 그리고 주택 소유자 등으로 다양하게 나뉠 것이다. 주택 임차인과 같은 이해 관계자도 있게 마련이고 이들 간 타협을 통해야 익선동의 매력이 지켜질 것이다. 

▲ 낙원상가 아파트 내벽에 있는 거대한 부조물. 낙원빌딩은 근래 뉴타운 때와 달리 민과 관이 한발씩 양보해 개발이 추진됐다. ⓒ서자민



‘서울시 재개발청’ 설립이 첫 단추다

역사 지역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언급한 다섯 가지 정책 모두를 한꺼번에 사용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강력한 권한의 중재자가 A 지역 한옥 밀집 지구에 있는 이해관계자 (집 주인, 주택 임차인, 비즈니스 조직 등)간 이해 관계를 조절하면서 BID 설립을 지원한다면, BID가 형성될 때 어떤 조직이 얼마큼 비용을 부담하고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BID를 운영할지를 이해 관계자들이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 한옥 밀집 지구 BID의 토지 이용 용도가 상업 용지로 법적 용적률이 600%에 달함에도 현실적 제약으로 현재 100%밖에 사용할 수 없다면, 나머지 500%의 용적률을 매입할 의향이 있는 다른 지역(B 지역)을 알아보고 A와 B 지역 간 개발권 이양(TDR) 거래를 중재할 수 있다. 이 TDR 거래를 통해 A 지역은 부가적 자본을 취득하였기에 지역 재생에 자신들의 자금을 투여할 수 있다.

한옥이라는 역사적 건물을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대단히 크다면, 역사건물 세액공제(HRTC) 정책을 통해 20%의 세액 공제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한옥 보전에 몇천만 원의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아무런 사회 경제적 영향을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HRTC는 새로운 중개자(브로커리지)로서의 금융 산업을 출현하게 할 것이며 서울 여의도 금융 회사들이 역사자원 보존에 관여하는 채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한옥을 저소득층 주택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저소득층 주택개발 세액공제(LIHTC) 정책으로 지원할 수 있다. HRTC와 LIHTC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더 많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에 집주인(또는 디벨로퍼)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로 인해 지역 재생이 일어난다면, A 지역에 살고 있던 기존 저소득층 주민이 새로운 개발로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살던 커뮤니티에 계속 있을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될 수 있다. 

그리고 TIF를 이용하여 미래의 세원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여 A 지역의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정책들이 동시에 다층적 차원에서 집행된다면, 적은 초기 투자비용으로 한옥과 커뮤니티를 보전하면서 지역 인프라 건설과 지역 개발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BID의 이해 관계자 조절 역할을 수행하는 강력한 중재자가 누구이냐 그리고 TDR를 사고파는 경우의 중재자 또는 통로(Vehicle)가 누구이냐, TIF와 같은 채권을 발행할 주체가 누구이냐로 귀결된다. 즉, 어떤 조직이 강력한 중재자라는 역할을 맡을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 2008년 2월 서울시 신청사 당선안 (출처: www.iarcblog.net/entry/iarc-서울신청사-당선안)


언제까지 건설업자들에 맡기고 시는 '뒷짐'만 지고 있을 텐가 

BID는 시민과 시민 사이, TDR과 TIF는 구청과 구청 사이에 서로 보이지 않는 대결 구도를 형성하며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이해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시민 또는 구청 수준을 넘어서는 상위 조직이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아마도 가능하다면, 그 조직은 서울시와 연관된 것으로, ‘서울시 재개발청(Seoul Redevelopment Authority)’ 정도가 될 것이다. 

서울시 재개발청은 도시의 미래를 제대로 진단하고 운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도시 계획과 개발, 도시 설계, 경제 개발, 부동산 금융, 역사 자원 보존 등 도시 계획과 개발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개발과 관련한 강력한 권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중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에, 도시 개발 인허가 권한과 함께 개발 후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경제 기획 권한도 갖춘 조직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영속적인 조직은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서울이라는 도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렇다고 서울시 재개발청이 지금의 SH공사와 같이 도시 개발 디벨로퍼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동산 개발은 민간 디벨로퍼에게 맡기되, 민간 디벨로퍼와 협상을 하고 그들이 제대로 개발을 하면서 커뮤니티의 이익을 증진시키는지를 공공 관리자로서 관리하고 감독하여야 한다. 즉, 커뮤니티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꾀하는 데 있어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공공성과 사업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은 ‘대세 폭등기'라는 인식이 압도적이었다. 2008년 이후에 형성된 지배적 인식은 부동산은 끝났고 대세 하락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영구히 계속 오를 수도 없고 반대로 영구히 계속 떨어질 수도 없다. 대세 상승과 대세 하락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사이클(순환)이다. 사이클이라는 것은 결국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언젠가는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한단 것이고 마찬가지로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내리고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반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주택 시장이 결코 영원히 대세 하락으로 가리라 보지 않는다.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다. 그 시점이 우리 예상보다 빨리 올 수도 아니면 늦게 올 수도 있다. 만약 빨리 와서, 뉴타운을 반대했던 사람들 때문에 건물이 안 지어져 아파트 가격 폭등이 일어났으니 과거처럼 빨리 아파트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드세게 일어난다면, 또다시 역사적 건물들을 무참히 파괴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은 실천할 때다. ‘낡다’고 천시되었던 ‘더럽다’고 업신여겼던, 하지만 진정한 장소성과 역사성을 갖춘 건물은 원형의 틀을 보전하면서 새로운 활용도를 고민하고 실현할 때다. 비단 역사적 건물만이 아니더라도 가능성이 있는 건물들도 무조건 파괴를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용도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재개발로 묶인 지역을 해제해야 한다. 고난의 사슬을 끊고 제대로 된 보상,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보상을 강구하되 집행하여야 한다.

서울시는 더는 인허가권자라고 외치면서 뒷짐 지고 도시를 건설업자들 손에 맡겨서는 안된다. 주체적이며 능동적으로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서울시가 이제는 못생기고 낡았기에 반드시 부숴야 한다고 여기는 낙원 상가는, 서울시의 중재 역할을 통해 탄생한 진정한 공공 민간 협동 개발의 산물이었던 굉장히 가치 있는 건물이다. 민간과 협동하여 도시를 만들어나간 위대한 전통이 있었기에, 이 전통을 다시 새롭게 만들어야 할 사명이 서울시에 있다. (☞ 관련 기사 보기 : MB·오세훈 '뉴타운 광풍'과는 다른 '낙원삘딍' 탄생사)

이를 실천한 조직으로서 ‘서울시 재개발청’을 설립하는 것은 그 첫 출발점이다. 전문적 식견을 갖고 어떤 지역을 보존할 지와 개발할 지를 구분하고, 보존하는 경우에 어떤 부동산 금융 구조를 바탕으로 미래의 수익원을 창출해 지역에 어떤 경제적 도움을 줄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 경제적 도움은 일회성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되고, 지속적인 형태여야 한다.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면, 즉,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다면,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짜고 이를 지역 주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긴 후, 미래 조감도랍시고 얼토당토않은 그림을 보여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긴다면, 뉴타운으로 한번 된통 당한 주민들을 다시는 설득할 수 없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로터리 한옥 밀집 지구의 파괴, 서울시 구청사 일부 철거와 세운 상가(현대상가)에 대한 대책 없는 철거, 그리고 재개발의 수렁에서 겨우 빠져나오고 있는 익선동과 창신동, 아직도 재개발의 망령이 드리워진 가리봉동과 이화동. 2014년 현재, 잠재력 있는 지역 커뮤니티가 이미 파괴되었거나, 파괴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커뮤니티가 원하는 것은 미래 서울의 비전이다. 그리고 그 비전은 어려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커뮤니티 보존과 개발의 균형이 가능하다는 비전, 랜드마크 건설과 같은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삶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비전, 다양한 정책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의 부담을 줄이면서 개발이 가능하다는 비전, 커뮤니티의 미래가 현재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비전이 시민들에게 제시되어야 한다. 

뜬구름 잡는 장밋빛 디자인 조감도는 이제 책상 속에 집어넣자. 여러 정책들을 통해 투자된 금액과 이로 인한 이익이 얼마인지를 수치화하고, 투자를 집행할 주체(디벨로퍼)가 이익과 비용대로 개발을 진행하는지 서울시 재개발청은 관리하여야 한다. 

“겉모습이 아름답기만 할 뿐, 사업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미래의 커뮤니티 형성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리처드파이져 하버드대 교수)

* 다음 주 수요일에 계속됩니다. 김경민의 [도시 이야기]는 책 <리씽킹 서울-도시, 과거에서 미래를 보다>(김경민 지음, 서해문집 펴냄)으로도 출간되었습니다.
 
김경민의 도시 이야기 

<27> 변기 한 개 26명 사용…구로공단 '벌집'의 추억

<28> 20세기 후반 구로공단에서 재현된 19세기 영국 '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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