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원 사내유보금, 미국·일본·대만처럼 과세하라
[정책쟁점 일문일답] "지나친 사내유보는 조세회피 목적일 뿐"
1000조 원 사내유보금, 미국·일본·대만처럼 과세하라
1. 정부가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먼저 사내유보금이 무엇인지 그 개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당기 이익금 중에서 기업 밖으로 유출된 세금, 배당금 등을 제외하고 회사에 축적된 나머지 금액을 말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것이 122조원에 달했는데요. 원칙적으로 세금을 제외하고 기업의 당기 이익금 대부분은 주주에게 배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법은 자본충실의 원칙에 따라 그 일부를 사내에 유보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기업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것을 과도하게 축적하고 있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2. 사내유보금에는 강제의 사내유보금과 임의의 사내유보금이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 상법이 적립을 강제하는 유보금을 강제의 사내유보금이라 하고, 기업이 임의로 적립하는 유보금을 임의의 사내유보금이라 합니다. 강제의 사내유보금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요. 이익준비금과 자본준비금이 그것입니다. 여기에서 이익준비금이란 상법 제458조에 따라 납입 자본의 50%에 달할 때까지 매 결산기에 금전에 의한 이익배당액의 10% 이상을 적립해야 하는 준비금을 말하고, 자본준비금이란 상법 제459조에 따라 주식발행 차익금, 합병차익금 등 자본거래로 발생한 잉여금 전액을 적립해야 하는 준비금을 말합니다.  

3. 삼성전자의 경우 강제의 사내유보금과 임의의 사내유보금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납입 자본금이 9000억원 내외이므로 그것의 50%인 4500억원 내외의 이익준비금만 적립하면 됩니다. 또 이 회사는 지난해 특별한 자본거래가 없었기 때문에 자본준비금은 적립하지 않아도 됩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사내 유보금 122조원 대부분은 임의의 사내유보금에 해당합니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4.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762조원으로 2010년의 533조원에 비해 43% 증가했습니다. 또 같은 해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616조원으로 2010년의 421조원에 비해 46.3% 증가했습니다. 2012년 전체 사내유보금 중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8%였는데요. 2010년의 79%에 비해 1.8% 포인트 상승한 것입니다.  

5. 자산 총액에서 사내유보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사내유보율이라 하는데요. 이것은 어떻게 변화해 왔나요?
⇒ 김상헌 서울대 교수가 2011년 내놓은 연구보고서, ‘법인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안 연구’에 따르면 1990년과 2001년 사이 전체 기업 사내유보율은 5.8%에서 4.6%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2001년 적정유보 초과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제도가 폐지되면서 폭증하기 시작해 2010년에는 24.1%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림] 전체 기업 사내유보율 변화 추이(단위 : %)

(주-1) 사내유보율 = (이익잉여금/ 자산 총액) x 100   
(주-2) 2011년 이후는 한국은행의 자산 총액 집계 기준이 달라져 생략. 
(출처) : 김상헌(2011), ‘법인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안 연구’

6. 2001년 이전에는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했다고 하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과세를 했나요?
⇒ 1991년에 적정유보 초과소득에 대한 과세제도가 도입되었는데요. 과세대상인 초과소득은 각 사업 연도 유보소득에서 적정유보소득을 빼서 산출했습니다. 세율은 도입 당시에는 25%였으나 1994년 15%로 낮췄습니다. 과세대상 법인은 비상장법인 중에서 자기자본 100억원 초과 법인 또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법인이었습니다. 

7. 당시 법제에서는 적정유보소득을 어떻게 산출했나요?
⇒ 1990년 12월 28일 국회를 통과한 법인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적정유보소득은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서 법인세액, 소득세할주민세액, 법정 적립금을 공제한 금액의 40%에 상당하는 금액입니다. 여기에서 법정 적립금이란 앞에서 언급한 이익준비금, 자본준비금 등을 지칭합니다. 
   
8.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인영 의원이 적정유보 초과소득에 대한 과세제도 부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요. 이 법안은 과거 제도와 어떤 공통점 혹은 차이점이 있나요?
⇒ 과거 제도와 이 의원 개정안의 공통점은 과세 대상 소득과 세율입니다. 둘 다 적정유보 초과소득에 대해 15%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인데요. 과세대상 법인, 적정유보소득의 범위, 기업발전적립금 인정 여부가 다릅니다. 첫째, 과거 제도는 ‘비상장법인’ 중에서 자기자본 100억원 초과인 법인 또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법인을 과세대상으로 했는데요. 이 의원 개정안은 ‘모든 영리내국법인’ 중에서 자기자본 300억원 초과인 법인 또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법인을 과세대상으로 했습니다. 둘째, 과거 제도는 적정유보소득을  소득금액에서 법인세액과 각종 부가세액(surtax), 법정 적립금을 공제한 금액의 40%에 상당하는 금액이라 했는데요. 이 의원 개정안은 소득금액에서 법인세액과 각종 부가세액(surtax), 법정 적립금을 공제한 금액의 50%에 상당하는 금액과 해당 법인의 자기자본의 10%에 상당하는 금액 중 큰 금액이라 정의했습니다. 셋째, 과거 제도는 기업발전적립금을 공제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이 의원 개정안은 이것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9. 이 의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세수가 확보될 수 있나요?
⇒ 이 의원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약 2조원(2012년 기준)의 세수가 확보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10. 다른 나라들도 적정유보 초과소득에 과세하고 있나요?
⇒ 김상헌 서울대 교수는 2011년 보고서에서 미국,일본, 대만의 적정유보 초과소득 과세제도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들 국가들이 과세하는 적정유보 초과소득 범위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든 각국이 개념 정의한 적정유보 초과소득에 대해 10~20% 세율로 과세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세율은 15%이고 일본은 10~20%, 대만은 10%입니다.    

11. 미국이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가 뭔가요?
⇒ 미국 기업들이 사내 유보를 통해 조세를 회피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당기 이익금 대부분을 배당하면 대주주들은 배당을 받은 후 1년 안에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데요. 사내 유보를 하게 되면 이와 같은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장기간 납세를 이연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대주주들이 얻는 ‘기간 이익’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12. 우리나라 공기업들을 보면 소비자들이 월말에 내는 공과금의 통지서를 10여 일 일찍 보내서 조기 납부를 재촉해 ‘기간 이익’을 챙기고 있는데요. 기업 대주주들의 배당 소득세 납세 시기가 수 년, 혹은 수 십년 이연되면 그 이익은 엄청나게 많겠군요?
⇒ 그렇습니다. 미국이 과도한 사내 유보를 조세 회피로 다루는 이유입니다. 김상헌 교수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사내유보의 목적이 조세회피에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과세대상이 됩니다. 

13. 국가투명도가 높은 미국과 싱가포르를 보면 ‘입증책임 전환의 논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 입증책임 전환의 논리란 해외 탈세나 공직자 뇌물수수처럼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입증이 쉽지 않은 사건에 대해, 과세당국이나 사정당국에 입증책임을 부과하지 않고 탈세 혐의자나 뇌물수수 협의자에게 부과하는 것인데요. 싱가포르의 경우 금품이나 접대를 받은 공직자는 그것이 뇌물이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면 뇌물로 간주됩니다. 또 미국의 경우도 기업들이 사내유보의 목적이 조세회피에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조세회피로 간주됩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기득권층에게는 무한한 인권이 보장되고, 힘 없는 서민들에게는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에, 미국과 싱가포르가 수용한 입증책임 전환의 논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14. 적정유보 초과소득에 대한 과세에 대해서는 찬성론과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데요. 찬성론의 주요 근거가 무엇입니까?
⇒ 이에 대해서는 국회 기획재정위의 김승기 전문위원이 ‘이인영 의원 법인세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잘 정리해 놓았는데요. 이에 따르면 찬성론의 주요 근거는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사내유보를 통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유보소득에 과세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적정유보 초과소득에 대한 과세제도가 폐지된 2002년부터 사내유보율이 폭증했으므로, 추가과세제도가 과도한 사내유보를 억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사내유보금 과세로 투자와 소비 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넷째, 사내유보금 과세를 통해 선진국에 비해 낮은 배당성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미국,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도 사내유보금에 과세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15. 법인 소득이 같은 두 회사가 있다고 할 때 배당을 충분히 한 회사는 조세회피를 하지 않아서 손해를 보고, 배당을 충분히 하지 않은 회사는 조세회피를 해서 이익을 얻는다면, 이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닌 것 같습니다. 
⇒ 국민들 대다수가 우리나라를 불공정한 사회라 인식하는 것은 이처럼 법규와 제도가 불공정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세대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데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6. 적정유보 초과소득에 대한 과세에 대한 반대론의 주요 근거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죠.
⇒ 김승기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반대론의 주요 근거도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것은 법인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라는 것입니다. 둘째,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더라도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셋째, 대기업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 비중이 작다는 것입니다. 넷째,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사내유보와 배당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부가 조세정책을 통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17. 반대론의 논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 첫째, 반대파들은 적정유보 초과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중과세라 하는데요. 적정유보 초과소득은 조세회피 목적이 뚜렷하므로 이에 대한 과세를 이중과세라 보기 어렵습니다. 둘째, 반대파들은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기 어렵다고 하는데요. 기업 금고에 쌓여 있는 돈이 추가 배당이나 추가 임금, 추가 과세 등을 통해 실물경제로 흘러 나오면 투자와 소비 모두가 활성화됩니다. 셋째, 반대파들은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 비중이 작다고 했는데요. 부동산 거부(巨富)가 현금이 없다며 세금 납부를 거부할 수 없듯이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 비중이 작다는 이유로 납세를 거부할 명분은 없습니다. 넷째, 반대파들은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하는데요.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은 적정유보 초과소득이 없기 때문에 과세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다섯째, 반대파들은 사내유보와 배당 규모를 결정하는 것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데요. 한국 정부가 미국, 일본, 대만 정부와 유사한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에 반대할 명분은 없습니다.

18. 2010년과 2012년 사이 2년간 기업들 사내유보금이 533조원에서 762조원으로 43% 증가했다고 했습니다. 2012년과 2014년 사이 2년간 그것이 30% 증가했다면 2014년 사내유보금은 991조원이고, 40% 증가했다면 1067조원인데요. 어쨌든 1000조원 내외입니다. 올해 가계부채 총액과 비슷하네요.
⇒ 올해 가계부채 총액과 기업 사내유보금 총액이 비슷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만큼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사원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기계와 같은 생산수단’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근로자들의 급여실태는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한달 임금이 2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전체의 51.8%를 차지했습니다. 이것은 전체 근로자 임금 중간값이 2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림] 임금수준별 임금근로자 비율(단위 : %) 

(자료) : 통계청, <2013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19. 사내유보금을 과다하게 축적하고 있는 대기업들과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주시죠. 
⇒ 개인에게나 기업에게나 과도한 탐욕은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 옵니다. 기업들이 진정으로 근로자들을 ‘사원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기간제와 사내하청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정규직화해야 합니다. 또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생활임금 수준(=3인 가족 최저생계비 수준) 이상으로 높여야 합니다. 정부도 기간제와 사내하청 근로자가 많은 기업, 장시간 근로가 많은 기업,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대기업에는 이에 상응하는 페널티를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동반성장’이라는 구호는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거짓 분장술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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