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감소 추세 속 건설업만 12% 증가…왜?
[노동자가 말하는 '안전'· ⑦] "적정 공기·인원·노임단가·노동시간 보장하라"
산재 감소 추세 속 건설업만 12% 증가…왜?
<프레시안>은 지난달 27일부터 민주노총과 함께 '시민 안전' 기고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철도, 지하철, 가스, 병원, 버스, 공항, 항공, 보육 및 요양시설, 건설, 화물, 화학섬유 관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 각 사업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안전 문제를 제 목소리로 전달하려는 취지입니다.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노동자들의 연재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 5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노사단체 대표와 각계 인사가 참석하여 산재보험의 의미를 기억하고, 그동안 산재보험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포상과 격려를 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자축하기 이전에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을 '사회보험'으로 인식하지 않고 수익 사업에만 골몰하고 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구상권 청구와 강제 치료종결, 불승인 남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당한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인지, 근로복지공단은 '흑자 행진'을 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낸 흑자액만 약 5조 원이다. 이러한 흑자 행진의 이면에는 건설, 제조업 등 하청 노동자 사업장들에서의 산업재해 은폐와 배제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건설노조에서 추정하기에는, 건설업 산재의 약 80% 이상은 은폐되어 공상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는 산업재해보상법의 '통상근로계수'라는 불합리한 제도 때문이다. 근로 형태가 특이하여 1일 단위로 고용되거나 근로일에 따라 일당 형식의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일당에 통상근로계수 0.73을 곱해 산정한 금액을 평균임금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보다 많은 일수를 근무하거나 연장근로 또는 휴일근로가 있는 경우에는 통상근로계수가 불리게 작용한다. 가령 일당 13만 원의 건설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하면 고작 6만6430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통상근로계수'와 함께 산재 발생 시 노동자들에게 '입증 책임'을 떠넘기고, 요양 승인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이 행정소송에 나서며,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가 엄격한 판정을 내리는 것도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문제로 많은 이들이 민간보험에 의존하게 돼 이들의 회사 배만 불어나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은 이에 지난 1월 낸 이슈페이퍼에서 "산재보험제도에 대한 불만들이 배제된 채로 산재보험 50주년을 마냥 축하할 수가 없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5조 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 역시 전혀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산재 감소 추세지만 건설업은 12% 증가…왜?

통계상 산업재해는 감소 추세다. 그러나 건설업에서는 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1일 발표한 '2013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전체적인 산업재해자 감소세 속에 제조업 재해자는 감소한 반면, 건설업은 2013년 516명이 사망하여 전년 대비 사망자 수가 12%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과 건설에서만 전체 산재의 57.8%가 발생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전체 재해의 81.5%, 즉 대부분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나왔다. 

이 통계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작업 관련성 재해'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근골격계 관련 질환은 지난해보다 119명이 늘어 5446명이었고, 뇌심질환은 105명이 늘어 68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장시간 중노동이란 열악한 작업 환경이 부르는 재해다. 한국병 기업 문화가 고착화하며 근골격계 질환과 뇌심혈관계 질환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건설업 재해 사망자는 전체 재해 사망자 중 무려 47.3%(516명 사망)를 차지했다. 유형별 재해 사망 항목을 보면 전체 재해 사망자 가운데 떨어져 사망한 노동자(349명)가 32%였다. '추락'이 가장 큰 사망 재해 이유다.

이 같은 자료를 발표하며 고용노동부 방하남 당시 장관은 '예기치 않은 중대 재해'에 그 원인을 돌렸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노사 노력으로 산업재해가 2012년 하반기부터는 감소세로 전환된 것에 의미를 두면서, 동시에 "'폭발․붕괴' 등 중대재해가 다수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해 말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당시 장관 말대로 예기치 않은 중대 재해의 잇따른 발생으로 산업재해가 계속해서 발생한 것인지는 곱씹어 봐야 한다. 

"공공기관 발주공사에서 더 높은 비율로 죽는다"

'중대 재해' 탓으로 돌리는 노동부의 인식이 틀렸다는 것은 당장,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재해들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5일 "주요 공공기관 발주공사 2013년 사망사고 발생률이 건설업 전체 평균보다 더 높"고 "최근 3년간 공기업·공공기관 발주공사의 재해자와 사망자가 모두 증가하는 추세"라고 발표했다. LH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27개 주요 공공기관 발주공사의 2013년 산업재해 현황을 분석한 결과이다. 

재해자 수: 1286명(2011년) → 1332명(2012년) → 1440명(2013년)
사망자 수: 75명(2011년) → 60명(2012년) → 81명(2013년)


이처럼 공공기관 발주공사에서 많은 노동자가 재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가 얼마나 국민들의 생명을 가볍게 취급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노동부는 당시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며 "낙찰 제도 개선과 공공기관 경영평가서에 해당 기관 발주공사의 재해율 등과 재해 예방 노력 촉구 권고사항을 기재해 줄 것을 관계부처에 요청할 것이라고"밝혔다. 의무가 아니라 '권고 사항'일 뿐이다. 

"적정 공기·인원·노임단가·노동시간 보장하라"

노동부가 이러니, 안전 관련 투자는 기업의 손해라는 인식이 개선될 리가 없다. 최근 잇따라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일부 기업들이 허겁지겁 안전보건 예산을 늘리고 재해 예방 계획들을 발표하고 있다지만, 이를 지켜보는 건설 노동자들은 실소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에서 산업재해는 하도급 계약 관계와 깊은 연관이 있다. 기업에서 안전보건 예산을 증액하고자 한다면 하청 기업 및 노동자들에게 적정 공기·적정 인원·적정 단가·적정 노동 시간' 등을 보장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외려 '감시자'들만 대폭 늘리는 데에 예산을 사용한다. 이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불신과 피로감만 대폭 키울 뿐이다. 가령 100명이 해야 할 공사에 60명만 투입해 놓고 "안전하게 일하세요!"라고 하는 식이다. 너무나 비상식적 행위이지 않은가. 

상황이 이런데도 고용노동부는 각종 사업장 '안전보건 진단 제도', '컨설팅 제도', '보건 관리자 선임 제도' 등을 도입하며, 정작 사업장들의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의무화' 제도는 면제해 주었다. 

있는 제도들만 제대로 잘 작동해도 산업재해가 지금처럼 증가할 리 만무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및 운영' 제도라도 잘 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만 잘해도 건설업 재해는 확 줄어든다. 

ⓒ건설노조 제공


발주자에 의무·책임 부여해야

공기업 건설 공사 현장에서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꼽고 있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 관행이다. 가장 모범이 되어야 할 공기업 현장에서마저 휴일 근무 강요, 장시간 노동, 안전시설 미비 등 법 위반 행위가 밥 먹듯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한국전력공사 송배전 현장에서는 계속해서 기능 인력 전기원 노동자 작업 인원을 축소하고 있고, 위험한 '직접 활선 작업 공법'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공사 현장에는 그 넓은 공사 현장에 당연히 있어야 할 전문 신호수 한 명도 보기 힘든 지경이다. 

이것이 공기업 공사 현장들의 실태다. 상황이 이런데 일반 민간 건설사들에 법 준수를 기대하기란 주객이 전도된 행위다. 

건설업에서 재해를 줄이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 시급히 해야 할 것이 바로 '건설기능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을 만드는 일이다. 건설 노동자들에게 인간적인 대우와 직업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이 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법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건설산업연맹 전국 3만 조합원은 22일 서울에 모여 △건설 산업 정책 강화 △안전 강화 및 원청책임 강화 △ 건설기능인법 제정 △노후한 산업 단지 대정비 등 총 9대 요구를 걸고 위력적인 파업을 한다. 정부의 건설 정책에 반기를 들고 이제는 건설노동자들이 직접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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